유럽연합(EU)이 자동차 등 특정 제품에 유럽산 부품 및 소재를 최대 70% 쓰도록 하는 내용의 정책을 검토 중이다. 값싼 중국산 의존도를 낮춰 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 가속화법’ 초안을 오는 10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법안은 공공 조달 계약이나 국가 보조금 및 대출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에 대해 유럽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동차 산업과 태양광 패널 등 청정 기술 분야가 주요 적용 대상이며 해당 제품이 정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비율의 유럽산을 사용해야 한다.
EU 관계자에 따르면 이 법은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자국 시장 진출 조건으로 외국 기업에 현지 합작을 요구했던 ‘중국제조 2025’, ‘중국표준 2035’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구체적인 비율은 논의 중이나 최대 70%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산업의 중요성과 비EU 부품 의존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전망이다.
새 법을 둘러싸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값싼 아시아, 특히 중국산 부품 대신 고가의 유럽산 사용을 강제할 경우, EU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연간 100억 유로(약 17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완제품 가격 상승이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U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 법을 제안한 스테판 세주르네 EU 경제·산업담당 집행위원이 이끄는 산업 정책 부서는 강력한 규제를 원하지만, 통상 담당 파트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가능성과 무역 마찰을 우려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관계자는 “70%라는 수치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지 조달 규칙을 둘러싼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 산업계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 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EU에 대한 태양광 패널 및 바이오연료 최대 수출국이자 풍력 터빈 2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철강을 포함한 유럽 중공업도 저가 아시아 수입품에 밀려 수익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는 탄소 배출이 적지만 가격이 비싼 EU산 철강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자발적 ‘그린 스틸’ 라벨 도입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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