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시작됐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비거리가 줄어든다. 거리가 주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학적으로 풀면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일단 차가운 공기는 더운 공기에 비해 밀도가 높다. 이는 볼에 가해지는 공기저항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둘째, 기온이 내려가면 볼의 탄성이 줄게 된다. 금속인 골프채의 페이스 반발력도 떨어진다. 골퍼 자체의 문제도 발생한다. 아무래도 옷을 두껍게 입기 때문에 스윙이 불편하고 몸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비거리 감소의 여러 요소 중 기온이 실제 볼의 탄성과 비거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기로 했다. 다양한 피팅을 통해 샷 데이터 측정에 오랜 노하우를 지닌 핑골프의 도움을 받았다.
상온 볼과 차가운 볼, 그리고 따뜻한 볼을 5회씩 때려 비거리 변화를 살펴보기로 했다. 실험에 사용될 차가운 볼을 만들기 위해 미니 냉장고에 4시간 동안 볼을 넣어뒀다. 반대로 뜨거운 물속에 볼을 넣어 따뜻한 볼도 준비했다.
50도 볼, 비거리 10야드 증가…탄도도 높아져
먼저 참가자 A가 상온 볼(표면 온도 21도)을 치자 비거리(캐리)는 평균 262.7야드를 찍었다. 그 다음 차가운 볼(표면 온도 영하 1도)을 때렸다. 비거리는 평균 263.0야드였다. 상온 볼과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뜨거운 물로 온도를 높인 따뜻한 볼(표면 온도 50도)을 치자 평균 비거리는 277.4야드로 증가했다. 상온과 차가운 볼보다 10야드 이상 멀리 날아간 것이다. 볼 탄도도 살짝 올라갔다. 50도 볼을 때릴 때 참가자 A의 스윙 스피드가 조금 빨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리가 증가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표면 온도 50도 볼의 비거리 증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표면 온도 영하 1도의 차가운 볼에서는 비거리 변화가 없어 우리는 내심 실망(?)을 했다. 우리는 온도를 더 낮춰보기로 했다. 하지만 미니 냉장고의 냉동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는 배스킨라빈스의 협찬을 살짝 받기로 했다. 포장용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면 함께 넣어주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냈다. 배스킨라빈스의 보냉백 안에 드라이아이스와 볼을 30분 동안 넣어뒀다. 그 결과 볼은 한눈에 봐도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표면 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이와는 별개로 겨울 라운드의 필수품인 핫팩을 이용해 따뜻한 볼을 준비했다.
영하 40도 볼, 날카로운 ‘깡’ 소리…30야드 이상 감소
이번에는 참가자 B가 상온 볼(표면 온도 21도)을 때렸다. 평균 비거리 243.2야드가 찍혔다. 그 다음은 핫팩으로 따뜻하게 만든 볼(표면 온도 35도)로는 평균 비거리 242.8야드를 기록했다. 별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드라이아이스로 영하 40도까지 얼린 볼을 때렸다. 그 순간 날카로운 ‘깡’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여태껏 들어 본 적 없는 강렬한 타구음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비거리였다. 평균 209.6야드로 감소했다. 상온과 따뜻한 볼에 비해 거의 30야드 이상 준 것이다. 볼의 출발 탄도와 백스핀도 감소했다. 참가자 B는 “볼이 잘 뜨지 않고 깨질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번 실험을 통해 두 가지를 확인했다. 영하 1도에서 영상 35도 범위 내에서 볼 비거리 성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상 50도와 영하 40도 등 극한의 온도는 확실히 볼 비거리를 늘리거나 줄게 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실험 장비가 없는 탓에 영하 10도, 영하 20도, 영하 30도 등 좀 더 세밀한 온도 변화에 따른 비거리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건 한계였다.
“필드선 영하 5도에도 비거리 감소…트렁크 방치 최악 조건”
볼빅 연구소의 박승근 부장은 “보통 볼 브랜드들은 영하 20도부터 영상 40도 범위에서 볼 성능이나 내구성 테스트를 한다”며 “이 정도 온도 변화에서도 볼 성능 변화를 최소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겨울철 실외에서는 공기 밀도나 금속의 반발력 변화로 인해 영하 5도만 되도 비거리 감소를 체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볼의 비거리 성능이 최대로 발휘되는 온도는 얼마나 될까. 박 부장은 “미국골프협회(USGA)와 R&A는 영상 23.9도(±1.7도)에 모든 걸 맞춰놓은 상태에서 볼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일반적으로 영상 20~30도가 비거리 최적 온도”라고 했다. 겨울에도 비거리 감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을 묻자 박 부장은 “장기간 자동차 트렁크에 클럽과 볼을 방치하는 게 가장 좋지 않다. 그러면 볼 표면뿐 아니라 심부까지 얼게 되고, 클럽의 반발력도 저하돼 비거리 최악의 조건이 형성된다”고 했다.
비거리 감소를 막기 위해 라운드 중 볼과 드라이버 페이스를 핫팩으로 따뜻하게 해주면 어떨까. 물론 비거리 성능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규칙 위반 소지도 있다. 규칙 4.1a와 4.2a에 따르면 ‘고의로’ 성능을 변화시킨 클럽이나 볼을 플레이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실격이다. 일반 친목 골프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 중에는 간혹 이런 일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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