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 IoT 기반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이른바 ‘기술 효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순간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MZ세대의 선택이다. 모션 감지기·문열림 센서 등 시니어 맞춤형 스마트홈 장비가 부모님의 안전을 비대면으로 확인해주면서 관련 수요도 증가세다. 최근에는 시니어 레지던스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스마트 경보 시스템이 도입되며 돌봄테크 시장 전반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모(38) 씨는 아침마다 스마트폰 알림을 먼저 확인한다. 부산에 홀로 사는 어머니(67)의 집에 설치된 IoT 센서가 전송하는 활동 신호 때문이다. 현관문이 열리면 ‘외출’, 주방 모션 센서가 움직이면 ‘활동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몇 개의 알림이 물리적 거리를 심리적 거리보다 더 가깝게 만든다.
박 씨는 “예전에는 하루 두 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했지만 어머니께서 부담스러워하셨다”며 “지금은 알림만 확인해도 안심돼 서로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MZ세대가 부모 부양의 중심축으로 올라오면서 효도의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 용돈이나 명절 방문이 전형적이었다면, 이제는 ‘부모님 댁 스마트홈 설치’가 새로운 효도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거 부모님 IoT 추천” 같은 질문이 자주 올라오고, 유튜브에서는 ‘부모님 스마트홈 만들어드리기’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이 같은 흐름 뒤에는 자녀 세대의 돌봄 불안이 자리한다. 박 씨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든다”며 “한 번은 핸드폰 고장 때문에 이틀간 연락이 되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일을 계기로 스마트홈 센서 설치를 결심했다.
AIoT 기반 스마트홈 솔루션은 이러한 불안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모션 감지기와 문열림 센서는 부모님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주고,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에게 알림을 보낸다. 일종의 ‘대리 안부 확인’ 기능이다.
설치 과정에서는 기술보다 부모 설득이 더 어려운 경우도 많다. 경기도 하남에 거주하는 김모(42) 씨는 “초기에는 어머니께서 ‘감시받는 느낌’이라며 꺼려하셨다”며 "카메라가 아닌 재실센서로 움직임을 판단하고, 실제 공유되는 정보는 출입 기록이나 낙상 등 위급 상황 위주라는 점을 설명하니 받아들이셨다"고 말했다. 설치 후에는 오히려 어머니가 먼저 ‘센서 잘 되느냐’고 물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스마트홈 도입 이후 박 씨와 어머니의 대화도 달라졌다. 그는 “이전에는 ‘식사는 하셨는지’,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는지’ 같은 확인성 질문이 많았는데 이제 그런 부분은 센서가 알려준다”며 “요즘은 동네 소식이나 취미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로 스마트홈 제품은 연말을 앞두고 ‘효도 선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부모님이 혼자 지낼 때 느끼는 불안감을 줄여준다는 점이 구매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스마트홈 인테리어 업체인 아카라라이프는 서울 서초구 쇼룸에 시니어케어 전용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낙상 감지 센서, 비상벨, 문열림 센서 등이 전시돼 있으며, 방문객은 실제 작동을 체험하고 스마트홈 전문가로부터 집 구조에 맞춘 설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쇼룸 관계자는 “20~40대 자녀가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체험하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카라라이프는 지난 6월 시니어 레지던스 ‘위례 심포니아’ 전 세대에 스마트 경보 시스템을 구축했고, 최근에는 잠실 ‘아우름 레지던스’ IoT 구축 기술을 지원했다. 회사 측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가정 기반 시니어케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시니어케어 전용 스마트홈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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