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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천장·옷까지 2M짜리 '곰팡이'…서울·수도권서 번지는 ‘도망 이사’, 왜? [이슈, 풀어주리]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스1




최근 다수의 세입자들이 곰팡이와 결로로 인한 주거 불편을 호소하는 후기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주거 환경을 둘러싼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마철과 겨울철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습기와 결로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이사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7일 부동산 정보 앱 집품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곰팡이 문제를 겪었다는 세입자들의 주거 후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했던 A씨는 “여름에는 화장실 습도가 너무 높아 곰팡이가 많고, 겨울에는 결로 때문에 곰팡이가 생겼다”며 “계약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장기간 반복된 곰팡이 문제로 정상적인 주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경기 시흥시에 살았던 B씨 역시 “장마철에 벽을 만져보면 축축한 느낌이 들고 곰팡이가 엄청 핀다”며 “제습기를 24시간 가동해도 곰팡이가 사라진 적이 없고, 결국 옷에까지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 도망치듯 이사했다”고 토로했다.

경기 군포시에 거주한 C씨는 “가로 10cm 이상, 높이 2m 정도 되는 검은 곰팡이가 계속 생겼다”며 집주인에게 말해 곰팡이를 제거한 뒤 도배를 새로 했지만 문제는 반복됐다고 전했다. 장마철에는 주방 천장에서 검은 물이 떨어져 벽지가 갈색으로 변하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D씨는 “입주 첫해 겨울 결로로 곰팡이가 생겨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지만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후 집주인과 갈등이 커져 벽지 비용을 내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이러한 갈등 양상은 확인된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2020년 44건에서 2023년 665건, 2024년 709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겨울철 결로와 곰팡이와 직결되는 유지·수선 의무 관련 분쟁은 2022년 31건에서 2024년 11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집품 관계자는 “겨울철 결로로 인한 곰팡이 문제가 가장 많이 접수된다”며 “입주 전 주택 내부의 습도와 결로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기존 거주자들의 후기를 참고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빌라에서 입주 후 발견된 곰팡이. 집품 제공


◇법원 “심각한 곰팡이는 주거 하자”…위자료 인정

법원 역시 곰팡이와 결로 문제를 주거 하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심각한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한 전세 주택의 임대인에게 임차인 부부에게 각각 100만원씩, 총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에서 임대인은 2021년 9월 서울 소재 부동산을 보증금 5억 원, 임대차 기간을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3년 10월 15일까지로 정해 임대했다.

임차인 부부는 입주 전인 2021년 10월 4일 "안방 외벽에 결로 현상이 심하고, 중간방 코너 벽체에 누수가 있다"며 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임대인은 안방과 중간방 벽지만 새로 도배했고, 임차인 부부는 10월 17일 입주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22일경 안방과 중간방 벽체의 결로로 인해 바닥에 물이 고이고 벽체와 바닥 등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임차인 부부는 12월 31일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이사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택은 구조상 단열과 방수 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하자로 인해 겨울철마다 심각한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차인이 주거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 손해배상 청구는 “계약 종료 시 통상 발생하는 비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배만으로는 부족…근본 원인 해결해야”

이 사건과 관련해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가 있다"며 "단순히 도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인 단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로와 곰팡이로 인한 건강 피해와 정신적 고통이 크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입주 전부터 사진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증거를 확보해두고, 계약서에 하자 보수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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