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온천은 1980년대만 해도 신혼여행 ‘성지’로 꼽혔던 여행 명소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일본 ‘료칸’으로 떠나면서 구닥다리 여행지로 전락했다. 경남 창녕의 부곡온천도 그렇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부곡온천 방문객은 2013년 388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40만 명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바뀐 여행 방식, 낡은 시설, 그리고 ‘어른들의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그랬던 부곡온천이 요즘 달라졌다. 지난해 방문객이 3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2017년 온천 대명사였던 ‘부곡하와이’가 문 닫은 뒤 8년 만에 처음이다. 낡은 타일을 걷어내고 가족탕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객실도 준비하는 등 재기에 힘쓴 효과가 비로소 나타나고 있다.
충남 덕산온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곳은 1917년 국내 최초로 ‘탕(湯)’을 연 곳으로 2014년 연간 방문객이 4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160만 명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다가 최근 300만 명을 회복하며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도와 호반건설이 고급 숙박시설을 짓기로 해 ‘환골탈태’ 기대감이 커졌다.
국내에는 550여 곳의 온천이 있고 온천지구도 66곳에 달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온양·수안보·유성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곳이 별로 없다. 일본과 달리 온천법에 따라 지하수 온도(25도 이상)로만 온천을 재단해 스스로 입지를 좁힌 탓이 크다. 일본은 냉천수와 증기·가스까지 온천으로 인정해 온천 관광을 폭넓게 확장시키면서 ‘온천 선진국’ 위상을 쌓아 나갔다.
온천은 고령화 사회에서 치유의 공간으로 효용 가치가 크다. 일본 등으로 빠져나가는 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릴 필요도 있다. 국가·지자체·기업이 적극적으로 이 일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온천은 인구 감소 늪에 빠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올겨울 가장 강력하고 긴 한파가 덮쳤다. 뜨끈한 온천탕에 몸을 한 번 담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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