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우리는 지금 로봇시대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에 따르면, 로봇은 10년을 주기로 그 지능이 30배씩 향상된다고 한다. 따라서 2040년이면 오늘날의 로봇보다 80만배 이상 지능이 높아지고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인조인간의 수준이 되고, 2050년 이후에는 로봇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한다고 한다.
20세기와 21세기 모든 학문영역이 만들어내는 첨단과학의 결정체인 이 로봇기술의 활용 범위는 대형 산업용 로봇에서 외과 수술용의 극소형 로봇까지 실로 광범위하다. 특히 나노기술(나노미터= 10억 분의 1 미터)과 결합된 로봇공학은 우주탐험, 컴퓨터, 군사과학, 의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생산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웨덴 링킹스대학의 자그박사는, 종전의 로봇과 달리 혈액, 오줌, 그리고 세포배양에 사용되는 용액 속에서도 작동하는, “플라스틱 근육을 가진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어 의학과 생명공학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로봇은 머지 않아 혈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세포의 손상된 부위를 치료하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정밀한 외과 수술에 활용될 것이다. 더구나 DNA의 염기 하나 하나의 편집도 가능해지고 혈액 대신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로봇도 만들어질 것이다.
특히, 뇌신경세포와 실리콘칩기술의 결합은 사이보그의 실현을 한층 앞당겨 놓았다. 영국 레딩대학의 워윅교수는 바이오칩 송수신장치를 자기의 몸 속에 이식하고 24시간 지능로봇과 교신하며 생활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이발디교수팀은 지난 6월 칠성장어의 뇌신경세포와 광센서를 이용해서 절반은 물고기 절반은 로봇인 사이보그 ‘케페라’를 개발했다.
또한 위험이 도사린 곳이면 어김없이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은 화성탐사용 곤충로봇의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은 밴더빌트대학은 건전지 한 개로 1.6㎞를 달릴 수 있는 초소형 군사로봇을 개발하여 지형 정찰·적군 탐지·지뢰 및 위험물 감지에 활용하고 있다. 그 외 핵폐기물처리나 핵관련 시설의 관리를 위해서도 마이크로 로봇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인간편리를 위한 도구의 역사는 석기시대의 돌도구에서 비롯되어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보다 세련되고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제 가장 이상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을 닮은 도구”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지능로봇”으로 급속히 수렴되고 있다. 21세기의 강력한 도구(power tool)로서의 로봇. 그러나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도구로 발전할 때, 이미 이것은 ‘도구’가 아니다. 로봇 혁명에 발등 찍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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