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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타고 앉아 있다가 죽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탈출해 목숨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은 비교적 새로운 아이디어다. 3개의 마스트가 달린 스쿠우너선, 드펠듀상 단엽 수상기 등등. 역사적으로, 환상적인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낸 것은 이미 충분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충분히 많이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대양이나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 인간은 늘 위험을 무릅쓴 모험을 해왔다. 과거에는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타고 있던 기계와 사람이 둘 다 살아남든지 둘 다 죽든지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만약 망망대해에서 조난을 당한다면 구명보트 따위는 아예 잊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실제로 항해시대에 수많은 선원들은 수영조차 하지 못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많은 비행기 조종사들은 낙하산도 구비하지 않고 전장에 나섰다. 일부는 공군 사령관이 조종사가 빠져 나올 구멍이 있으면 전의를 상실하게 될까봐 고의로 구명장비를 설치안 한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공군 지휘관은 차라리 조종사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942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탈출용 의자는 탈출 기술의 가치를 격상시켜준 첫 발명품이다. 군용 비행기 조종사들은 대부분의 소형 비행기보다 훨씬 더 정교한 장비가 잘 구비된 비행기를 몰았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나 잠수함 승무원 또는 유전 개발지에서 일하는 작업자라면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끔찍한 사고로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기술적 탈출 전략은 과연 있는 것인가?

펀칭 아웃
일련의 자동탈출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비행기 조종을 맡은 조종사들은 비행 전 다른 조종사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제군들, 난 딱 세 번 말할 것이다. ‘탈출’이라고 세 번 말할 때까지도 조종석에서 어물쩍거리고 있으면 그 다음부턴 제군들 스스로 알아서 탈출하도록!”.

군용 전투기나 폭격기를 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비상 탈출에 관련된 통계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래로 생산된 비상용 탈출용 의자 10개 중 거의 1개꼴로 사용되었다. 물론,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실제로 쓰인 탈출용 의자 중 대부분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가장 정교하게 제작된 탈출용 의자의 구명 성공률은 99.6% 이상이다.

영국의 탈출용 의자 제조사인 마틴-베이커사는 지난 7월 중순까지 총합 7,001명의 생명을 구했고, 올 들어 현재까지 31명이 탈출용 의자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연구보고서는 전투 임무 수행이 아닌 평화시의 임무 수행을 하면서 미 해군과 공군에서만 6,800명이 탈출용 의자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인용했다. 이들이 죽었을 경우에 소요될 파일럿 훈련비용은 약 80억 달러에 해당한다.

독일의 공군 조종사들은 독일의 초창기 탈출 기술을 이용, 2차 세계대전 중 약 60여 차례 목숨을 구했다. 반면, 스웨덴은 나름대로 탈출 기술에 신경을 썼지만 자국이 자랑하는 강력한 Saab J-21 전투기의 경우 조종석 뒤에 커다란 추진식 프로펠러가 달려 있어 불행히도 긴급 상황에서 조종사가 탈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스웨덴 엔지니어들은 프로펠러에 결합되어 있는 볼트가 비상시에는 폭발해 분리되도록 하는 방법이라든지 심지어 다임러-벤츠 V12 파워플랜트 전체를 폭발시켜 조종사가 탈출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안해보았지만, 결국에는 압축 공기를 이용하여 조종석을 위로 완전히 밀어 올리는 것이 보다 나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직상승식 탈출법 : 이 방법은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고속으로 날고 있는 비행기로부터 조종사와 조종사가 앉아 있는 시트,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장비를 밀어 올려 빠르게 전진하는 비행기 동체와 탈출자가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문제다. 탈출하는 동안 비행기에 몸이 부딪혀 척추가 상하지 않게 하고 대기 중으로 튕겨 나왔을 때 몸에 해가 없도록 탈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현재는 탈출 기법의 정석이 된 이 방법을 1946년도에 처음 시연한 것이 바로 마틴-베이커 사였다. 즉, 조종사의 몸을 점진적으로 비행기에서 탈출시키는 방식이다. 마틴-베이커사는 조종사를 비행기 밖으로 쏘아 올리는 기술력보다는 의자의 가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종사는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므로 마치 대포알처럼 갑자기 조종석을 비행기 밖으로 쏘아 올리는 방법은 점진적으로 나누어 밀어 올리는 방식에 비해 척추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1946년 마틴-베이커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실험했다. 마틴-베이커사의 평범한 기계공이었지만 자진해서 이 시험에 참여한 용기를 인정받아 1948년 영국 왕실 메달까지 수여받은 전설적인 버나드 린치는 우선 지상 시험을 끝낸 후 실제 비행기에서 탈출 시험을 했다. 실험 후, 미 해군 조종사들은 이를 일컬어 ‘마틴-베이커식 중노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냐하면 로켓 모터 방식의 조종석이 발명되기 전인 당시에는 미 해군에서 트리플 뱅 브리티시 캐터펄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장치가 미 공군에서 채택하고 있던 더블 베이스 시스템만큼은 부드럽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수십 종의 탈출용 의자 디자인이 뒤를 이었다. 12만 피트의 고도에서 마하 4로 날아가는 X-15 실험용 로켓 비행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날개 달린 의자, 최초의 초음속 폭격기인 B-58 허슬러에 장착되었던 밀폐형 의자/캡슐 장치, B-52 정찰기에 달린 조종석 아래가 열리면서 수직 낙하하는 방식의 탈출용 의자, 비행기의 주요 부품인 로터를 분리하여 공중으로 밀어낸 후 로터가 있던 자리를 통해 탈출용 의자가 공중으로 발사되는 러시아제 헬기 탈출 시스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비록 탈출용 의자가 처음 개발되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실현하기에 너무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개념이었다. 비행기가 거꾸로 뒤집힌 채 추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종사가 탈출을 시도하면 크게 유턴을 하여 짐벌이 달린 로켓 모터를 구동, 수직으로 탈출할 수 있게끔 한 탈출용 의자 설계까지 선보였으니 말이다.

러시아인들은 아주 우수한 탈출용 의자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열린 에어쇼에서는 공개 시범 비행을 하면서 부주의로 인해 거의 지상에 가까운 지점에서 조종사가 비행기 밖으로 튕겨 나가는 사고가 두 차례나 있었다. 1989년도에는 미그 29기가, 10년 후에는 수호이 30기가 그랬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최첨단 즈베즈다 K-36 시스템 덕분에 지상에서 불과 200~500피트 상공에서 탈출한 조종사들이 모두 목숨을 건졌다. 현재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가진 다른 탈출용 의자로는 마틴-베이커사에서 제작한 MK 16E(F-35 통합공격전투기용)와 Aces III 시트(현재 25대의 F/A-22 랩터기에 장착되어 있음)가 있다.

이 탈출용 의자는 엄청나게 복잡한 수제 기계로, 부품 수만 해도 1,300개 이상이나 된다. “이건 비행 차량이에요”라고 Aces 시트를 제조하는 굿리치 유니버설 프로펄전 시스템즈의 마이크 아넨은 말한다. “그리 오래 날지는 못하지만 공기 역학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체적인 추진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탈출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하고 실제로 조종사와 의자가 분리되기 전까지는 날도록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의 기술은 초창기의 ‘도깨비 상자’와 같은 조잡스런 설계로 만들어졌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세련되고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조종석 덮개를 날려버리고 탈출 시스템 작동을 개시해 의자를 기체에서 분리하고, 낙하산 개방손잡이를 잡아당기는 동작들이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죄어져서 조종사의 사지가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주고(시속 600마일의 속도에서 이리저리 몸이 흔들리게 할 수는 없다) 화학적 방식을 이용해 기체로부터 의자를 분리해내어 준다.

그런 다음 로켓 모터가 작동되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조종사의 몸무게, 탈출 시 비행기의 고도와 공기의 속도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탈출용 의자를 쏘아 올린다. 일부 탈출용 의자에는 자이로스태빌라이저(Gyro-stabilizer)가 부착된 버니어 로켓이 장착되어 있어, 방향 제어도 가능하다. 속도와 고도가 높은 경우에는 안정적인 탈출을 위해 감속 낙하산이 펴지고, 고도가 낮을 때에는 주 낙하산이 즉시 펴지면서 조종사와 의자를 분리시키는 모터를 이용해 의자를 떼어낸다.

의자는 비행기의 흔들림과 요동에 따른 고중력 상태나 소위 제로-제로 긴급 상황(고도 0, 풍속 0의 상황-활주로에서 비행기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그예)에서도 작동되어야 한다. 러시아 해군은 중화기로 무장되어 있어 폭발의 위험이 있는 사고 전투기에서 의식을 잃은 조종사를 자동으로 탈출시켜 주는 탈출용 의자를 보유하고 있다. “Aces III는 0~600노트까지, 그리고 지표면으로부터 6만 피트 상공까지 훌륭하게 작동한다”고 굿리치의 사업개발 담당 이사인 아넨은 말한다.

그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피치 제어 장치가 고장 나면서 급강하하여 바다로 비행기가 곤두박질하기 시작했을 때 한 F-16 조종사가 Aces III 시트를 이용해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때 이 사고 비행기와 함께 편대를 이루어 비행하던 동료 조종사가 본 광경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고 한다. 비행기가 수면을 때리면서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는데 놀랍게도 사고기의 조종사를 태운 로켓 추진 방식의 의자가 마치 불사조와도 같이 바다 수면으로부터 솟아오르더라는 것이다.

우주왕복선도 탈출 가능하다!
우주선의 경우, 탈출용 의자는 초창기 제미니 우주선이나 러시아의 보스톡 캡슐에 설치되었었다. 바로 이 의자에 앉아 두 명의 우주왕복선 조종사가 최초의 우주왕복선 비행 임무를 4차례 수행했다. 이 탈출용 의자는 발사 후 긴급 상황 발생시에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에 조종사뿐 아니라 과학 전문가들이 탑승하기 시작하면서, 조종실 탈출용 의자는 제거되었다. NASA는 지금까지도 우주왕복선의 꼭대기, 즉 조종석에 있는 조종사 외에도 우주왕복선의 중간 부분에 탑승하는 과학자들을 위한 별도의 탈출용 의자를 제공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기겁해있는 나머지 승무원들을 놔두고 두 조종사만 빠져나가길 바라겠는가?

오늘날, 우주왕복선이 발사된 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은 공식적인 명칭으로 ‘제1단계 승무원 탈출 시스템’(Phase One Crew-Escape System)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간단히 ‘포울’(pole)이라고 부른다. 즉, 우주왕복선의 배 부분에서 서로 포개어져 있다가 기다랗게 늘릴 수도 있는 봉이 하나 아래로 펼쳐지면서 탈출을 위한 해치를 만드는 기술이다. 따라서 승무원들은 한 명씩 우주왕복선에서 해치로 옮겨 탈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해치가 포울에 걸려 있는 상태로 낙하해 고도가 1만 피트에 이르면 낙하산이 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포울은 우주왕복선이 우주선이 아니라 비행기와 같은 역할을 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즉 고도는 2만 5천 피트 이하, 속도는 200노트 이하여야 하고 양력에 의한 비행을 하면서 수평으로 제어가 되는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왕복선이 활주로까지 날아갈 수 없거나 너무 지나쳐 날아가 버렸을 때 이런 방식을 사용하게 되며, 동체 착륙을 하거나 바다에 떨어져야만 한다.

과거 3년간 NASA의 우주항공안전자문위원회(1967년 아폴로 1호에 사고가 발생한 후 우주 프로그램의 안전성을 평가해온 기관)는 발사에서 착륙까지 어떤 경우에라도 유효하게 작동되는 보다 안전한 탈출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전직 우주비행사이자 지휘관이었던 시드 구티어레즈가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했다. STS 40의 조종사이자 STS 59의 지휘관이었던 구티어레즈는 “챌린저호 사고 당시에 승무원들은 분명히 생존할 수 있었다”고 잘라 말한다.

“챌린저호 승무원들에게 탈출용 의자만 있었더라면 사고가 난 그날 저녁에 무사함을 자축하며 포트 케네버럴의 바에서 맥주 파티를 열었을 것”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구티어레즈는 콜롬비아호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펼치며 더욱 흥분했다. “(우주왕복선 중간에 있는) 승무원들은 화물 적재실에 캡슐을 장착해 거기에 타면 됩니다. 캡슐은 아주 안정적인 탈출 장치에요”. 만약 우주왕복선의 상태가 무사히 귀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캡슐이 우주 공간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때 작은 역추진 로켓이 분사되어 캡슐이 지구 대기권으로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속도로 감속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는 거죠”. 사람을 태운 포드(우주선에서 분리된 장치)는 낙하산과 팽창식 쿠션, 그리고 공압 피스톤-실린더 충격 흡수장치 상에 장착되어 에너지를 흡수하는 ‘스트로크 시트’의 도움을 받아 지상에 착륙하게 된다. 이런 탈출 방식의 전례는 있었다. 1950년대에 디스커버리호는 구티어레즈가 제안하는 캐니스터를 작게 만든 미니어처 캐니스터 내에 위성 카메라 필름을 담아 지구로 무사히 가져온 적이 있다.

조종사이자 지휘관으로서 구티어레즈는 컨베어 B-58 허슬러 초음속 폭격기에 탑승한 세 승무원 각자의 몸 주위에 모양이 마치 커다란 기사 투구와 같은 계란형이고 압력을 받는 포드로 승무원들의 몸을 둘러싸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문제는 60년대 초에 해결되었기 때문에 현재도 그 방법을 쓰면 된다”고 구티어레즈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콜롬비아호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안전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NASA는 10억 달러정도가 소요되면서도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우주왕복선의 전체적인 안정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NASA의 홍보담당 이사인 알 화인버그는 본지에 다음과 같은 자료를 통해 입장선회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우리는 탈출용 의자, 로켓 발사 및 분리가 가능한 다양한 승무원 모듈을 검토했습니다. 이 모든 개념들은 승무원의 생존 가능성에서는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진 동시에 우주왕복선의 탑재량과 궤도상에서의 활동 및 최대 승무원 규모에 다각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고압속에서 탈출하기
밀실 공포증 환자들이 시달리는 최악의 악몽은 코코넛을 마카롱만한 크기로 압축시켜버릴 수 있는 수압이 높은 곳에서 파선된 잠수함일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최상의 시나리오(잠수함이 난파되었다 할지라도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해치가 다른 장애물로 차단되어 있거나 파손되지 않았고, 해수면 위의 날씨가 좋은 경우)에서 4~7일 정도 견딜 수 있는 공기가 남아 있는 난파 잠수함의 경우, 기본적인 구명 장구를 착용한 후 수면 위로 수영해서 나오거나 외부의 구조를 기다리면 된다.

외부로부터 구조하는 방식은 군용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36개국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잠수함 해치가 다른 구조 장비와 도킹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있다. 850피트 해저에서의 사고에 대해 미 해군은 잠수함 구조 챔버를 채택하고 있고, 2000피트 해저의 경우에는 난파 잠수함이 사고를 당한 해저 지역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는 심해잠수구조차량을 1대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데까지 족히 2일은 걸린다.

하지만 직접 탈출을 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 해군의 심해잠수시스템 잠수함 구조 및 다이빙 프로그램 지휘관인 윌리엄 오어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우리가 가진 것은 슈타인케 후드인데, 기본적으로는 머리 부분에 후드가 있는 팽창식 구명조끼입니다. 하지만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죠”. 후드에는 공기 방울이 들어있는데, 팽창하면서 공기 방울을 이용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005년까지는 모든 미군 잠수함에 있는 이 슈타인케 후드를 잠수함 탈출 및 잠수 장비라고 하는 탈출 장비로 교체하게 될 것이다. 이 장비는 거의 24개국 해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국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제작된 것이다. 이 장비에는 작은 구명보트가 장착되어 있고 해저에서 탈출하여 해수면 위로 올라온 후 조난자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오어는 “이 장비를 이용하면 600피트 해저에서 탈출할 수 있지만,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밴쿠버의 발명가 필 뉘땅은 엑소수트(Exosuit)라는 이름을 붙인 일종의 ‘개인용 압력 수트’를 개발했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장비를 16×30인치 사이즈의 작은 원통형 용기에 넣을 수 있으므로 잠수함 승무원 한 사람 당 하나씩 비치해둘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뉘땅이 지적하는 외부로부터 구조를 받는 것과 관련된 한 가지 문제점은 침몰한 잠수함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서 거의 틀림없이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에 동력도 제공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이렇게 스며들어온 물로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이 압축된다. “잠수함 안에 있는 승무원들은 그 압력에 짓눌려 있기 때문에 이들을 1대기압(표면 압력)의 환경으로 끌어내려고 하다간 모두 엄청나게 몸이 비틀려 죽게 될 것”이라고 뉘땅은 설명한다.

뉘땅이 만든 엑소수트에는 양방향 접합 밀봉 장치가 되어 있어, 탈출하는 잠수함 승무원들이 수심이 얕은 곳으로 떠오를 때 수심에 의해 받는 외부의 압력과 타고 있던 잠수함에서 승무원이 수트를 충진해야 했던 내부 압력에 모두 견딘다고 한다. “해수면 위로 올라오면 자동 컨트롤러가 수트 압력을 단계적으로 줄여줍니다”라고 뉘땅은 말한다. 뉘땅은 자신이 미 해군을 위해 이 장치의 실현 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했지만 해군 측에서는 마치 NASA가 우주왕복선 사고에 대해 취한 입장과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어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굉장한 아이디어입니다만,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그리 신통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게 우리 입장입니다”.

해상화재로 부터의 탈출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선박의 구명보트는 방치되어 보관되곤 하던 흉물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쇳덩이에 불과했다. 그 당시 상선을 타던 필자는 선창가에 짐을 부리거나 산 페드로 항구나 허드슨 강가의 호보큰 근방에서 노 젓는 실력을 주기적으로 보여주어야 했다.

오늘날의 전형적인 구명보트에는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고, 어떤 구명보트는 화물선에 있는 것과 같이 완전히 밀폐되어 있는 것들도 있는데 이는 잠수함 예인에 사용되는 소형 예인선처럼 생긴 보다 진보된 형태의 것이다. 이런 형태의 구명보트는 거꾸로 뒤집어도 금방 다시 바로 선다. 큐너드 해운의 안전 및 보안 관리자인 해미시 엘리어트 선장은 “요즘 구명보트는 아주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어 가라앉지 않아요. GRP(유리 강화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어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가도 금방 솟구쳐 오릅니다. 정말 탄력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최신 구명보트들은 대부분 고전적인 구명보트처럼 대빗부터 수면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물 속에 첨벙하고 떨어지게 되는 식이다. “화물선이나 탱커선에서는 이런 자유 낙하식 구명보트가 흔히 사용되는데, 주로 사람 수가 적고 모든 사람이 안전벨트로 단단히 무장할 수 있는 경우겠죠”라고 엘리어트는 말했지만, 앞으로도 큐너드 해운의 퀸 메리 II에 승선할 수백 명의 사람들 모두가 비상시 이러한 자유 낙하식 구명보트에 탑승할 수는 없음을 인정했다. 특히 이 구명보트에 탑승하려면 5포인트식 나스카 타입의 하니스와 헤드기어를 착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북해의 유전개발선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선상에 큰 화재가 발생한 경우, 선박에 있는 자유 낙하식 구명보트 중 일부는 500m 높이에서 바다로 떨어지게 된다. 그것도 화염에 휩싸인 해수면 위로 말이다. 세계 최대의 구명보트 제조업체 중 하나인 샤트-하딩 사의 고문인 윌리엄 먼치 주니어는 이런 구명보트를 설계자들이 종종 ‘에어 & 스프레이’라 부른다고 설명해준다. “완전히 밀폐되어 있고 보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압축 공기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워터스프레이 시스템이 작동하여 보트 위의 바닷물을 펌프질로 퍼내지요.”

탈출 기술은 크루즈 여객선에도 적용되고 있다. 로열 캐리비안 인터내셔널 사의 몇몇 여객선에는 거대한 질소 팽창식 구명보트가 있는데, 각 구명보트에는 120명이 탈 수 있고 앞으로 도입할 새 여객선에는 모두 이 구명보트를 장착하게 된다. “이 구명보트는 90초만에 사람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습니다”라고 로열 캐리비안의 윌리엄 라이트 선장은 말한다. “승객들은 배에서 미끄러져 내려 구명보트에 탈 수 있습니다. 갑판에서 미끄럼을 타면 2, 3초 후에 구명보트에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거죠”. 먼치는 포드 컨셉트 뒤에 놓여있는 기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배의 측면에 장착된 모듈 장치를 통해 사람들이 배 안쪽에서부터 구명보트로 옮겨 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 옮겨 타면 본선에서 분리되는 방식이죠.” 아주 근사하게 들리는 얘기다.

본지 ‘Man & Machine’의 칼럼니스트 스테판 윌킨슨의 글은 <카 앤 드라이버>와 <콩데 나스트 트래블러>지에도 실려 있다. 윌킨슨의 첫 저서<가제: ’15,000달러짜리 포르쉐에 65,000달러짜리 빌딩을 날려먹은 방법‘>는 내년에 출판될 예정(라이온스 프레스 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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