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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한국바이오산업연구소장

현재까지는 IT산업이 성장엔진으로 인정을 받고 있으나 바이오(BT)산업이 그 자리를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T산업은 우리의 수출을 주도하며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핸드폰단말기, 디지털가전 등이 대표적인 그것이다.

날품팔이는 그날 그날을 위해 살고 봉급생활자는 1개월, 중소기업은 1∼2년, 대기업은 3∼5년후를 내다보고 사는데 수출을 주도해온 대기업들은 요즘 불확실한 미래로 걱정이다. 어떤 상품을 준비해야 하나? 산업의 흐름을 잘못 파악하고 상품을 준비했다가는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아날로그 산업체제를 디지털로 바꿔 오고 이에따라 IT산업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정도로 발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산업화에 뒤져 후진국으로 전략했던 교훈을 살려 정부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정보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IT강국 Corea’를 만들어 냈다.

제동걸린 IT산업 4년째 불황
그러나 잘 나가던 IT산업은 제동이 걸려 3∼4년째 불황을 겪고 있다. 2000년 8월 미국에서 시작된 IT산업 불황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강타하고 다시 태평양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을 침체에 빠뜨리는 등 전세계에 휘몰아 치고 있다. IT산업 불황에 내수경기마저 침체돼 컴퓨터·모니터·휴대전화 등 IT기기의 판매량이 수직하강, 산업의 뿌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IT산업은 1990년대의 인터넷에 이어 유비쿼터스(Ubiquitous)가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 새로운 물결의 중심에 자리 잡아가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보급단계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로 상징되는 유비쿼터스는 통신·반도체·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에서 축적돼 온 첨단기술이 표준화되고 저렴해지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첨단 기술의 혜택을 값싸고 쉽게 누리게 되는 흐름을 뜻한다.

정보기술을 대신할 새로운 경제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최근 국내에서 웰빙바람을 타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들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LG CNS가 주최한 엔트루월드 2004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던 리엔지니어링 개념 창시자 제임스 챔피 박사는 “휴대폰에 모든 것이 집적되는 시대가 지나면 바이오테크놀로지(BT)가 차세대 기술로 부각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휴대폰 기술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게 되면 바이오기술이 경제 동력으로 자리잡을 시기라는 말이다.

정부도 2003년 10월 ▷바이오 신약 장기를 비롯해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콘텐츠 소프트웨어솔루션 ▷차세대 전지 등을 10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선정하고 지난해 5월 10대 분야에서 향후 5년 이내에 48개 제품과 이를 지원할 141개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민간 기업의 투자분까지 포함하면 총 1조∼1조2000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들 산업은 5∼10년후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제품을 수출, 한국의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의 주요난제 해결의 키
바이오산업은 흔히 생물산업 또는 생명산업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 활성화해 질병을 퇴치하고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인간의 무병장수와 풍요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생명공학자인 리처드 올리버 교수는 “인간은 산업시대에는 공간을 정복했고 정보화 시대에는 시간을 정복했으며 바이오테크 시대에는 물질을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같이 바이오산업은 21세기 경제엔진으로 등장하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즉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BT: Bio-Technology)에 기초하는 지식기반산업으로서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AIDS(선천성면역결핍증), 암 등 각종 질병치료와 예방을 통해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고 식량분야에서는 내충, 내병성 고수확, 고품질 식량생산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환경 분야에서는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오염을 정화, 복원시켜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생물학적 대체에너지 개발로 에너지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류 주요난제를 해결할 궁극적인 열쇠로 기대된다.

또한 바이오산업은 미래 지향적·집약적 기반산업으로서 항암제 인터페론 1g이 5,000달러의 가치가 있는 등 이제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IT산업과 바이오산업이 접목되면 산업 부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1년 2월 미국에서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각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21세기 IT산업과 함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가 정부의 지원과 함께 관련 바이오기업들이 연구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에서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신약. 혈액의 생성을 돕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란 약품은 1g에 67만달러에 달한다. 가장 비싼 보석이라는 다이아몬드도 EPO앞에는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EPO 뿐만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으면 신약은 평균 수익률이 20∼35% 넘는 이른바‘황금알을 낳는 대박’으로 꼽힌다.

바이오신약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세포 배양의 방식, 인체호르몬의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신약이다. 지난 85년에 제넨텍이 내놓은 성장호르몬제, 암젠 개발한 에리스로포이에틴, 적혈구 생성을 돕는 이포젠, 백혈구 생성을 돕는 뉴포젠 등이 대표적인 바이오 신약들이다.

신진국과 대별되는 국내투자
미국과 일본 등 각국 정부들은 미래 바이오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휴먼게놈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단백질 구조를 밝히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다 바이오 신약의 가능성을 확인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유전자 치료제 등의 시장에 뛰어 들면서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 라이센스 공유 등 R&D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어 성공하게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지난해 LG생명공학이 전통적인 시행착오 방식으로 개발한 퀴놀렌계 항생제인 펙티브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아 신약 개발국 대열에 올라서긴 했다. 이 펙티브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40여 개국 1,500개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쳤는데 총 2,800여억원이 넘게 투자됐다.

그러나 이런 투자는 대기업으로서도 쉽지 않다. 실제로 LG생명과학을 비롯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개발 보다는 우선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의 바이오 제네릭 제품, DDS(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이용한 2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통한 수익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바이오 신약을 직접 개발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미국 바이오 벤처들처럼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인수합병(M&A), 라이센스 공유 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바이오시장에서 의약·의료분야가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시장과 비교할 때 농업(주로 식품)과 2차산업(바이오산업용 기기)의 비중이 높은 반면 환경·자원(생물검정, 생물전자) 분야는 취약한 편이다.

황우석 연구성과 세계가 주목
국내 바이오산업은 기능성 식품과 음료를 생산하는 단계이나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인간배아복제기술은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2004년의 획기적 10대 연구성과중 3위에 등극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여성자원자들로부터 추출한 난자와 난모 세포를 융합시켜 최초의 복제인간배아를 탄생시켰으며 배아줄기세포를 추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영장류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었으나 그는 인간에서 체세포핵 이식기법을 이용한 배아복제가 가능함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바이오산업 연구기반 구축에 착수했으나 정부 및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규모가 미약해 바이오 기술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의 60% 수준으로 태동기에 있으며 세계 바이오 시장의 1% 규모로 기술개발을 위한 생산시설과 바이오 관련 전문인력 등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0년까지 G7 선진국 수준 목표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1년 4월 ‘Bio Health 21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본전략으로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와 효율화,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기술인프라 확충, 산업화 촉진을 위한 기술이전 활성화와 벤처기업 육성, 바이오제품의 안전성 보장 기반 구축 등에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범정부적 지원으로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과기부), 중기거점 및 차세대 산업기술개발사업(산자부) 등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생물의약, 화학, 환경, 바이오식품 분야 등을 망라한 바이오기술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0년 540억달러에서 2008년 1250억달러, 2010년 2595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또한 국내 바이오시장도 2000년 1조원, 2001년 1조6000억원에서 2010년이면 9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1990년대를 지나면서 연평균 30% 이상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형 바이오산업 창출
미국은 연간 2500억 달러를 투자, 생명·나노·정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신산업 창출로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 추월을 목표로 밀레니엄 계획을 수립, 정보·생물·환경 분야에 1200억 엔을 투입,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바이오테크 2000년 계획에 따라 2010년까지 G7 선진국 수준 진입을 목표로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 핵심 산업으로 정하고 매년 연구·개발비를 30% 이상씩 증원키로 하는 등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이오 강국이 되기까지는 바이오 인프라 구축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내 바이오시장은 현재 약 2조 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1%를 차지하고 있으며 바이오기업의 평균 자본금도 15억원으로 10억원 이상인 업체는 52%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은 현재 산업화 단계에 도달해 있는데 반해 국내 바이오산업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연구개발 단계 중 이제 3∼4년이 지난 유아기로 산업육성을 위한 투자와 정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현재 LGCI, SK(주), 삼성정밀화학 등 대기업들은 생명공학에 대한 미래성을 인정하면서 투자를 늘려가고 있으나 아직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0∼70% 수준으로 관련 특허도 미국의 0.7%, 일본의 5%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어 인간게놈 기술 등 고난도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하이테크 바이오기술은 선진국과 적게는 4년에서 많게는 15년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즉 바이오 벤처기업의 대부분이 기능성 식품 등 고도의 과학수준이 뒷받침이 없는 기업으로 바이오업체 중 유전자단백질 연구결과 등을 사업화할 만한 기술력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바이오산업의 장래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앞으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는 발효, 유전자재조합·세포 융합기술 육성,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 유전자·단백질 규명, 오랜 임상을 통해 검증된 한방의 과학화에 주력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명과학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법적, 제도적 지원 및 인력양성체계를 마련함은 물론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에 대한 세금 감면, 연구자금의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초기에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현재의 경쟁력을 키웠듯이 바이오산업도 경쟁력 있는 분야를 잘 선택,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국 바이오산업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산업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창의력과 집중력이 높은 한국인의 특성을 잘 살려나간다면 바이오산업도 IT산업과 같이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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