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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과학기술자] 안광석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

병든 세포만 골라 죽이는 면역체계 규명

바이러스 탐지해 알려주는 ‘PDI’ 역할 밝혀내. 간염 바이러스 등 백신 개발에 중요 정보 제공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척임과 동시에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다.” 세계 3대 과학저널의 하나인 셀(Cell)지(紙)는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병든 세포만을 색출해 공격하는 면역시스템의 원리’를 규명하자 이같이 극찬했다.

셀지는 2006년 10월 20일 안 교수팀의 특집 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연구결과의 중요성과 파급효과에 대한 자세한 분석기사까지 실었다.

안 교수팀은 면역시스템이 정상세포와 바이러스 감염세포, 암세포 같은 비정상세포를 구분해 병든 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원리와 함께 바이러스의 만성감염 유발기전을 동시에 규명했다.

안 교수팀은 인체 면역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바이러스 침입에 대처하는 것은 극소량의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적극적으로 포획하는 원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PDI’라는 단백질 효소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DI가 바이러스나 암 단백질에서 유래한 작은 단백질 조각을 포획해 이를 면역감시세포인 ‘킬러T임파구’에 알려줘 병든 세포만을 골라 죽이게 하는 원리를 규명한 것이다.

당시 해설 기사를 공동 집필한 네이처(Nature)지(紙)의 편집장 니페 박사와 영국의 엘리어트 박사는 “안 교수팀의 이번 논문은 기초면역학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했을 뿐 아니라 응용적인 측면에서도 만성감염 바이러스 백신 설계 등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성과로 서울경제신문과 과학기술부ㆍ한국과학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병든 세포만 골라 죽이는 촉매제 PDI 규명

안 교수팀은 PDI라고 하는 단백질 효소가 바이러스나 암 단백질로부터 유래된 작은 단백질 조각을 포획해서 이를 면역감시세포인 킬러T임파구에 알려줘 병든 세포만을 골라 죽이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메커니즘 규명은 관련 분야에서 한 획을 긋는 연구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인체 면역감시 작용에서 PDI의 핵심적인 역할은 실제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입증됐다.

한국인의 95%가 만성 감염돼 있으며, 폐렴의 주 원인인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는 침입 후 곧 바로 PDI를 공격해 분해 시켜 버린다. 따라서 면역감시시스템을 무력화 시키고 평생 동안 만성감염을 일으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PDI를 보호할 경우 면역감시시스템이 무력화되지 않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산화ㆍ환원 반응이 면역반응 조절의 근간이 됨을 최초로 규명, 기초과학적 측면에서도 성과가 크다.

결국 이번 성과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등의 만성감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용 백신 뿐 아니라 면역학적 항암제 개발, 그리고 당뇨와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병 치료제 개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8만분의1 확률의 바이러스 단백질을 찾는다



바이러스 감염과 암은 서로 다른 증상으로 보이지만 질환 발생의 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유사하다.

매일 끊임없이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고 있고,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암세포가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면역시스템이 이들 병든 세포들을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화가 되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면역력이 약화되면 면역감시기능이 약해지고, 이틈을 이용해 바이러스가 번성하게 되거나 암세포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발달한다.

실제 바이러스는 몸속으로 침입한 뒤 4시간이면 병을 일으키고 도망갈 수 있다. 때문에 면역시스템은 신속하게 바이러스의 침입을 탐지해 내야만 한다.

또한 우리 몸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작은 단백질 조각 중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은 극소수(확률상 약 8만분의 1)다.

인체 면역시스템이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바이러스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극소량으로 존재하는 바이러스나 암 단백질 조각을 적극적으로 포획하는 원리를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INTERVIEW

실용화는 제약회사의 몫…효율적 백신 만들 수 있을 것

“비록 15장짜리 짧은 논문이지만 그 속에는 20여명이 15년간 쏟아 부은 열정의 결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몸속에서의 면역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안광석 교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선정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논문 속에 엄청난 성과가 담겨있다”며 연구 성과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제 안 교수팀의 논문이 발표되자 세계 과학계는 엄청난 찬사를 보냈다. 세계적인 과학 잡지인 셀은 대표 특집논문(A Featured Article)으로 실었다. 대표 특집논문은 매달 셀지를 통해 소개되는 논문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갖고 있는 논문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다.

안 교수는 “셀지에 대표 특집논문으로 실린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학계에서는 셀지에 실리는 대표 특집논문을 논문의 ‘왕 중 왕’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면역시스템은 병든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도 공격을 하는 게 기본적인 생리”라며 “다만 인체는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T임파구의 98%는 소멸시키고 나머지 2%만이 생존토록 해 면역기능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면역세포가 병든 세포를 감지,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 연구는 병든 세포를 어떻게 재빨리 파악해 정확하게 공격하는지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실용화는 제약회사의 몫으로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훨씬 효율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면역학적 연구 성과는 임상적 응용으로 광범위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적인 만성감염 바이러스 질환, 암 질환 등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연구결과는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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