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최근 지어지는 주택들의 핵심 테마는 친환경이다.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조차 얼마나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지가 좋은 집을 평가하는 핵심 가치가 된다.
미국인 친환경 건축가 미첼 요하힘과 환경기술자 라랄 그리덴은 최근 이 같은 건축업계의 친환경 지향성을 극대화한 살아 숨 쉬는 주택을 고안해 냈다.
씨를 뿌려 재배하는 2층집 ‘팹 트리 해브’(Fab Tree Hab)가 바로 그것.
이 집은 풀과 볏짚, 흙 등으로 엮은 원형 골격 아래 나무를 심어 뿌리와 가지가 골격을 덮으며 자라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단순히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 자체가 바로 자연인 셈이다.
나무는 크고 높게 자라나는 느릅나무나 오크나무 같은 종을 사용하는데, 씨를 뿌리고 1년이 지난 후 가지가 뻗어 나오면 서로 아치 형태로 접목시켜 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기본 외벽이 형성되면 집의 성장에 맞춰 함께 커지는 콩 기반의 플라스틱 창을 부착하고, 누수 및 해충방지를 위한 회반죽을 칠하는 등 내부 인테리어에 돌입할 수 있다.
특히 친환경 주택이니 만큼 필요 전력은 100% 태양열 에너지에 의해 공급되며, 식수를 비롯한 모든 생활용수도 빗물을 정화해 해결한다.
발생한 오폐수 또한 집 밖의 연못으로 보내져 물고기와 수초, 박테리아에 의해 깨끗하게 만든 후 배출된다.
요하힘은 향후 4년 내에 첫 번째 ‘팹 트리 해브’를 심는다는 계획 아래 현재 수목 재배업체인 플란트웨어사에서 격자 모양의 줄기와 뿌리를 재배, 벽을 만드는 기술을 시험 중에 있다.
그는 “날씨 조건에 따라 집 한 채가 완성되는데 약 5년의 시일이 소요된다”며 “농장에서 대량으로 집을 재배한 다음에 고객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 집을 원하는 장소에 이식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자연인의 삶을 실현해줄 ‘팹 트리 해브’의 단점을 하나 꼽자면 항상 병․해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
자칫 나무가 말라 죽기라도 하면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