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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 지선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뚱뚱하면 암 잘 걸린다’ 인과성 증명

비만과 암(癌) 사이의 상관관계는 이미 일반인들에게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비만도 문제지만 오히려 저체중인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지선하 교수는 한국인 130만명을 대상으로 한 인구집단 연구를 통해 뚱뚱하면 암에 잘 걸린다는 인과성을 확실히 증명해 냈다.

또한 저체중이 사망률을 높이는 것은 호흡기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오랜 기간 체중이 감소해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위협요소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비만이다. 지선하(사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집단 연구를 통해 비만이 모든 질환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해 냈다.

한국인 130만명에 대해 비만 수준에 따라 사망까지의 시간과 사망 원인을 측정, 비만이 암·심장병·뇌졸중 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

지 교수가 이뤄낸 방대한 인구집단 연구 성과는 우리나라의 인구집단 연구 인프라 구축은 물론 한국인의 역학연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 교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12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 교수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구집단 과학’에서 국보급 과학자로 꼽힌다. 지난 해 8월에는 ‘뚱뚱하면 암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실 비만과 암 사이의 이 같은 상관관계는 이미 일반인들에게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최근까지도 “비만도 문제지만 오히려 저체중인 사람들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U-커브설’이 제기돼 비만과 질병 간 인과성이 모호하게 혼재돼 왔다.

이에 지 교수는 무려 130만명의 일반인을 연구대상으로 12년에 걸친 방대한 연구를 실시,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논란이 됐던 저체중 문제에 대해서는 저체중 자체가 건강의 위험요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적용한 연구방법은 ‘코호트(Cohort)’ 분석. 그는 지난 1992~1995년까지 4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31~84세까지의 한국인 130만명을 대상으로 비만도를 조사, 이후 12년 간 질병 발생과 사망 관계를 확인했다.

그는 “담배와 폐암 간 인과관계를 알기 위해 수 만 명의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장기간 추적, 조사해 밝혀내는 식으로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실제 대규모 인구집단에 적용, 그 인과성을 밝히는 게 코호트 연구”라고 설명했다.

말이 쉽지 이 같은 연구방법은 인구집단 수와 연구 기간이 늘어날수록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향상되는 구조여서 해당 연구자에게는 그 자체로 ‘고난의 행군’이다.

12년의 고난 끝에 지난해 공개된 그의 연구결과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연구 기간 중 8만2,372명이 암(2만2,249명)과 심·뇌혈관 질환(1만468명), 호흡기질환(2,442명) 등으로 사망해 비만도(BMI)가 높을수록 암 발병률은 최고 3.5배, 심ㆍ뇌혈관 질환 발병률은 2.4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지 교수는 “특히 암과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에게서 비만과의 연관성이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며 “이는 흡연보다 비만이 더 건강에 위해한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체중이 사망률을 높게 하는 현상도 그 실체는 호흡기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오랜 기간 체중이 감소해 사망률을 높인 결과로 규명됐다. 사망의 실제 원인은 저체중이 아니라 바로 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이었다는 것.

지 교수는 “130만명이 동원된 당시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혔던 미국 암협회의 코호트 연구(CPS)보다도 30만명이 더 많은 세계 최대 규모”라며 “이 같은 측정 자료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 결과가 국제적으로 공인됐음은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수준의 연구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 교수는 130만명의 세계적 연구 인프라를 가지고 최근 국내 최초의 중풍 예측 모형까지 개발하는 쾌거를 거뒀다.

일반인이 나이·성별·혈압·혈당·흡연·콜레스테롤·음주량·체질량 지수 등 자신의 건강 자료를 이 모델에 입력하면 향후 10년 이내에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를 확률로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지 교수는 “현재 국내 특허 출원과 프로그램 등록이 완료된 상태”라며 “향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모형을 보완, 국제특허까지 마치면 중풍환자를 조기 발견, 치료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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