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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ICING 3.0] 미래의 스포츠 약물

스포츠의 역사는 사실상 스포츠용 약물의 역사다.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은 약초로 만든 흥분제를 복용했으며, 장거리 주자들은 브랜디와 마약 성분을 지닌 스트리키닌을 섞어 만든 칵테일을 먹었다. 1904년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미국 선수 톰 힉스도 똑같은 약을 먹었다. 운동선수들은 항상 체력을 증대시킬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스테로이드와 성장 호르몬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현대에는 선수들의 체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줄기세포 조작에서부터 인위적으로 뇌 상태를 흥분시키는 방법까지 별의별 의학적 묘수를 다 사용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체력이 강화된 부정행위자를 적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운동 능력 향상시키는 차세대 신경관련 약물

등장 시기: 3년 이내

배경: 지난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트랙 & 필드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미국의 스프린터 켈리 화이트는 자신의 100m 기록과 200m 기록을 크게 단축시키며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화이트의 혈액을 검사해본 결과 모다피닐 농도가 규정 이상으로 나왔다. 모다피닐은 발작적으로 졸음에 빠져드는 기면증 치료제로 화이트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쓰였다. 현재 모다피닐 외에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신경관련 불법 약물은 10여 가지나 되며, 과학자들도 이들의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은 파킨슨씨병 약과 항우울제를 먹는 것은 부정행위와 상관없어 보인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이런 약들이 선수들의 뇌를 흥분 상태로 유지함으로서 집중력이 향상되고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 여러 가지 항우울제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킨다. 건강한 운동선수의 경우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 능동적이고 흥분된 느낌을 갖게 된다. 또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어느 스포츠에서나 매우 중요한 심박 제어력을 높이고 근육반응 시간을 단축시킨다.

실태: 로스앤젤레스의 내분비 학자인 마크 고든은 “앞으로 몇 년 내에 이 같은 항우울제의 차세대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차세대 제품과 마찬가지로 이것들도 더 강하고 오래가는 효능, 줄어든 부작용 등을 장점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다. 제약업계는 현재 항우울제를 만들어 큰돈을 벌고 있으며, 거의 모든 대형 제약회사는 한두 가지의 신경관련 약물을 만들고 있다.

검출방법: 대부분의 경기 주최 측은 건강상 투여가 필요하다고 진단된 선수에 대해서는 이런 약물의 사용을 허용해주고 있다. 소변 및 혈액 샘플을 통해 이런 신경관련 약물을 탐지할 수 있지만 부정행위 의도로 약을 복용했는지 여부를 판별하려면 뇌 조직에 대한 생체 검사밖에는 방법이 없다.

마이오스타틴 차단제

등장 시기: 3~5년 이내

배경: 1997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유전학자 알렉산드라 맥페론과 존스홉킨스 대학의 이 시진은 쥐 실험을 통해 마이오스타틴이란 단백질을 억제하면 근육의 크기가 두 배로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마이오스타틴은 근육 줄기세포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한다. 이 단백질을 억제하면 근육세포가 커지고 헐크 같은 체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인간게놈연구센터의 연구자들은 영국산 경주견인 휘핏에서 마이오스타틴 억제에 따른 효과를 확인했다. 외형적으로 뼈와 가죽이 두드러진 휘핏 몇 마리가 마이오스타틴 억제 돌연변이를 일으켜 우람한 덩치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 것. 이렇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휘핏은 정상적인 휘핏보다 두 배나 빨리 달렸다.

실태: 맥페론과 이 시진이 마이오스타틴에 관한 발견을 발표하자마자 역도선수들이 인체실험 대상이 되겠다고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더 기가 막힌 사례가 우연히 나타났다.

독일에서 선천적으로 마이오스타틴 없이 태어난 아이의 근육이 극도로 발달한 것. 현재 그 아이는 완벽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근육 상태도 뛰어나다. 이 때문에 인간의 경우에도 건강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마이오스타틴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실험에 따르면 마이오스타틴 차단제를 쥐에 2회 주사하자 근육량이 50%나 영구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진의 말에 따르면 거의 모든 대형 제약회사들이 근이영양증 같은 근쇠약 질환을 막기 위해 마이오스타틴 차단제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같은 약들은 항체 기반 약물전달 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이내에 마이오스타틴 차단제가 시장에 나올 것이다.

검출방법: 항체를 사용하는 마이오스타틴 차단제는 현재의 테스트로도 검출하기 쉽다. 하지만 RNA 간섭이나 유전자 치료 등 또 다른 전달체계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표준 치료방식이 되면 남용자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또한 운동선수의 근육량을 50% 늘리는 것은 눈에 확 띄는 일이지만 마이오스타틴 통로를 일부 막는 것으로 원하는 만큼의 자연스러운 근육량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유전자 도핑

등장 시기: 5년 이내

배경: 유전자 도핑은 유전자 치료를 악용한 것이다. 유전자 치료란 변형시킨 바이러스를 이용해 결함 있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세포는 새로운 유전자의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강인한 신체를 만들어 간다. 최근 근육세포가 죽는 근이영양증을 치료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유전자 치료가 사용됐다는 소식에 운동선수들은 솔깃해하고 있다.

실태: 지난 2006년 독일의 육상코치 토마스 스프링슈타인은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 생산을 증가시키는 레폭시겐 바이러스를 손에 넣으려다 체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8년 하계 올림픽은 유전자 도핑을 한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대학 인간 유전자 치료 프로그램 부장이며 세계 반도핑기구(WADA)의 컨설턴트인 테어도어 프리드먼은 “실제 유전자 도핑을 할 수 있는 기술은 일반인의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유전자 치료의 성공 사례 역시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지난 2000년 중증합병 면역결핍증에 걸린 9명의 유아를 치료했다. 하지만 결과는 환자마다 제각각이었다.

일부 환자는 감기와 유사한 부작용을 보이는 정도였지만 더욱 안 좋은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도 있었다. 5명의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던 것이다. 아직도 유전자 치료는 기술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일러도 2012년 올림픽까지는 유전자 조작으로 메달을 따기는 힘들 것으로 프리드먼은 보고 있다.



검출방법: 세계 반도핑기구의 과학자들은 인체에 외래 유전자가 들어오면 체액에 식별 가능한 부산물이 나타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유전자 도핑을 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근육 만들어 주는 줄기세포 요법

등장 시기: 10년 이내

배경: 줄기세포 요법의 응용은 거의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암 및 신경질환 치료, 연약한 근육과 뼈의 밀도 증가, 실험 용기 위에서 새로운 장기를 배양하는 것 등 한마디로 무궁무진하다.

경기에서 다치거나 혹사당한 몸을 다시 강하게 만들고 싶은 운동선수에게는 귀가 솔깃할만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행위는 여지없이 부정행위로 간주될 것이다.
하지만 헤이스팅스 센터의 생명윤리학 연구소장인 톰 머레이는 이 같은 행위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부정행위와 매우 정밀한 부상 예방용 의료행위 사이에 걸쳐 있다고 본다.

농구선수가 발의 뼈를 교정하기 위해 줄기세포 요법을 사용했을 경우 이것을 부정행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의료행위로 볼 것인가?
어디에서도 줄기세포 요법의 윤리성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태: 하버드 의대의 정형외과 교수 크리스 에반스는 “우리는 이미 성체 줄기세포로 근육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면서 “하지만 원하는 근육을 만드는 방법, 만든 근육을 환자의 몸에 이식해 원하는 효능을 내는 방법은 아직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문제가 10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출방법: 에반스는 “줄기세포 요법은 환자 본인의 세포로 하기 때문에 검출하기가 매우 힘들다”면서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자식의 제대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를 사용해 몸의 일부를 대체한다면 조직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간단한 DNA 테스트로도 쉽게 들통 난다”고 말한다.

엔돌핀 수치 높이는 인공 신경화학물질

등장 시기: 15년 이내

배경: 지난 30년간 수 백 명의 과학자들은 운동선수들이 경기 중에 느끼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의 실체를 조사해왔다.
보스턴 셀틱스의 농구선수 래리 버드는 게임에서 고도의 긴장이 요구될 때에도 모든 것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상대방의 수비를 읽고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래리 버드는 천연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상태였을 것이다. 도파민은 근육의 반응속도를 높이고 시간감각을 바꾼다. 심리학적 시각에서 보면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세로토닌 등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도취감을 증대시키며,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천연 신경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돼야 선수의 경기력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템플 대학의 스포츠 심리학자 마이클 삭스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운동 능력은 경험에 따라 높아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어느 경기에서든지 금메달을 딸만한 챔피언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는 신경화학물질의 작용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을 얻고 싶은 운동선수라면 인공 신경화학물질이 든 주사나 약물을 쓰는 것도 불사할 것이다.

실태: 지난 2004년 조지아 공대의 신경학자인 아네 디트리히는 인체 속의 THC라고 할 수 있는 신경화학물질 아난다미드가 경기력을 높이는 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THC는 마리화나에 들어있는 정신활성성분이다.
올 봄 독일 본 대학의 과학자들이 실험 대상의 뇌 속 엔돌핀 수치가 올라간 것을 발견했을 때 이 이론은 타당성을 얻었다.

엔돌핀 분자는 너무 커서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난다미드가 엔돌핀을 싣고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면 엔돌핀이 효능을 낸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물론 다른 신경화학물질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정확한 연관관계를 밝혀내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너무나 많은 약리학자들이 신경 능력의 향상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검출방법: 이런 방식을 쓰는 부정행위자를 적발하려면 호르몬 조절이 자연적으로 되었는지 인공적으로 되었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공 신경화학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분비된 것과 완전히 똑같기 때문에 도저히 구분해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마이클 삭스는 말한다.

올림픽 선수: 팀 모어하우스, 29세, 펜싱 선수

특징: 폭발적인 민첩성

대부분의 펜싱 선수들은 29세 이전에 실력이 정점에 오른다.
하지만 세계 랭킹 11위인 팀 모어하우스의 기량은 이제 막 꽃피려는 중이다. 체중과 전력질주로 승부를 보려는 기존 방식 대신 그는 민첩성을 기르는 사다리 운동, 슬라이드 보드 운동, 무거운 조끼를 입거나 트레이너가 잡아당기는 번지 코드에 몸을 연결하고 펜싱하기 등의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훈련을 통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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