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1년에도 전체 석유 매장량과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자연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고갈의 우려도 없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매스 연구개발은 취약한 실정이며,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식물자원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바이오매스 연구개발이 추진력을 확보하고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곡물계가 아닌 나무와 식물의 줄기를 이용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석유정점(Oil Peak) 이론은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유의 완전 고갈을 경고 한다. 더 이상 파낼 석유가 없다는 것. 지난 1895년 미국에서 처음 석유가 상업 개발된 이래 불과 110년만의 일이다. 물론 석유가 언제 고갈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석유는 수억 년 전 지질시대의 동식물이 파묻혀 변형된 유한자원이 아니라 지각 밑 마그마 가스가 탄화수소로 바뀐 무한자원이어서 고갈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일부 학자에 의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석유의 시대는 끝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석유의 자리 는 태양열,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신(新)성장 정책으로 저탄 소 녹색성장(Low Carbon, Green Growth) 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이 같은 정책의 추진으로 신재생 에 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매스의 토대는 생태계 순환구조
현재 전 세계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은 크게 태양광, 풍력, 수소, 그리고 바이오매스 (Biomass)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태양광, 풍력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큰 비 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이오매스지만 기술과 관련된 국내 현실은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훨씬 척박한 실정이다.
바이오매스란 곡물·나무·수초·동물 의 배설물·쓰레기 등에서 추출된 재생 가능 한 유기물질을 말하며, 현재 가장 많이 사용 되고 있는 것이 옥수수와 사탕수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자원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바이오매스 연구개발은 국내 환경을 고려한 목표와 해외시장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는 지적이 많다.
이제 막 태동단계인 바이오매스 분야의 연구개발이 추진력을 확보하고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외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오매스와 관련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등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이 같은 방향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매스와 관련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화석연료의 높은 비용도 한 원인이지만 순환성 부재에 따른 고갈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이다.
수억 년간 축적된 화석연료를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동안 일시에 몰아 쓴 것은 자연 생태계의 순환 능력을 벗어난 것이다. 화석연료는 또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으로 지구환경에 치명적이다.
사실 화석연료는 탄소계열의 연료로서 지난 수억 년간 지하나 해저 지층에 석유, 석탄, 가스의 형태로 고정화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반면 바이오매스는 자연 생태계의 순환 구조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
즉 바이오매스는 곡물·나무·수 초·동물의 배설물·쓰레기 등에 포함된 유기물질을 열분해 시키거나 발효시켜 메탄, 에탄올, 수소와 같은 연료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적정하게 이용하면 고갈될 염려가 없으며, 온실가스 발생도 적다.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매스를 통해 만들어 진 다양한 연료를 말하는데, 크게 액체연료 와 기체 연료로 나뉜다. 즉 액체연료에는 바 이오에탄올·바이오메탄올·바이오디젤이 있으며, 기체연료에는 수소·바이오가스가 있다.
바이오연료는 일차적으로 운송수단의 연료로 사용되고 여러 엔진의 연료나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지에도 쓰인다. 하지만 바이오매스의 활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이오 화학물질이 바로 그 것이다.
바이오 화학물질은 바이오매스로 부터 추출된 산업용 또는 산업용 생성물을 말하는데, 녹색 화학제품·재생 플라스틱· 천연섬유·천연 구조물질 등이 여기에 해당 한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새롭고 향상된 공정 기술이 요구되지만 석유 화학물질에서 파생 되는 기존 제품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곡물 이용은 식량문제와 직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바이오연료는 바이오가스, 바이오에탄올, 그리고 바이오 디젤이다. 바이오가스는 쓰레기 매립지, 음식물 쓰 레기, 축산 분뇨 등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를 말한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도가 낮고 수분 또는 다른 분순물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엔진 개발이 요구된다.
최근 한국기계연구원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오던 바이오가스용 엔진을 개발, 약 700kw의 전력을 생산하는 실증시설을 구축 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바이오가스용 엔진 은 쓰레기 매립지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으로부터 에탄올을 추출·정제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에탄올은 바이오매스 내의 탄수화물이 당(糖)으로 전환돼 만들어지는 것인데, 당이 다시 양조 맥주와 유사한 발효과정을 거쳐 에탄올로 생성된다.
에탄올은 옥수수와 같은 녹말 작물에 의해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바이오연료다. 차량에서 일산화탄소와 스모그를 일으키는 다른 배출물질을 줄이는 연료 첨가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콩·옥수수·유채 등으로부터 식물성 기름을 생산한 후 이를 처리해 디젤연료와 유사한 성분으로 바꾼다. 다시 말해 식물성 기름에 알코올을 결합시키면 메틸에스테르화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분자구조가 디젤연료와 유사한 상태가 된다.
바이오디젤은 바로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뒤 디젤유와 일정 비율을 섞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독일의 발명가인 루돌프 디젤이 1897년 최초의 디젤엔진을 개발했을 때는 석유에서 추출한 경유가 아닌 땅콩기름을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바이오디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디젤엔진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땅콩기름보다 손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경유를 활용하게 됐고, 현재의 디젤엔진은 경유에 최적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의 디젤엔진은 바이오디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당시의 경유는 땅콩기름과 유사한 연료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개발됐고, 땅속에서 퍼내기만 하는 되는 연료로 이해됐다. 하지만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의 경우 모두 식용으로 사용되는 곡물을 이용한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이 때문에 곡물가격의 상승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두되는 게 바로 나무 또는 곡물의 버려지는 줄기 등을 이용하는 목질계 바이오연료다. 최근 바이오에탄올의 산업화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은 옥수수 줄기, 브라질은 사탕수수 줄기를 이용하는 연구를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미국의 경우 옥수수 줄기를 이용 하는 바이오연료 생산 연구를 확대해 오는 2017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 에는 바이오연료 중 목질계 바이오연료 비중 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활용의 한계
목질계 바이오연료의 활용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나무를 연소시키는 것이다. 이는 인류문명 초기부터 사용해온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단순히 나무를 태우는 방식으로 는 현대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나무는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부피의 나무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점화와 소화 같은 과정을 자동화하기도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무를 칩 또는 펠릿 형태로 압축 가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뒤 화력발전소 등에서 석탄 등과 함께 연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한 열분해 과정을 통해 연소 가능한 합성가스를 추출하고, 이를 직접 태우거나 휘 발유 형태의 액체연료로 바꿔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폐목재를 이용해 숯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열분해 공정을 거친 뒤 연소가 가능한 일산화탄소(CO)와 수소(H₂) 합성가스를 추출하는 것이다. 이 합성가스는 연소가 가능해 가스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합성가스에서 산소(O)를 제거하면 휘발유 성분과 유사한 하이드로 카본이 된다.
하지만 이 기술의 문제점은 경제성이 있을 만큼의 목재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 에 목재를 칩이나 펠릿 형태로 압축해 고밀 도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바꿔주는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연구와 관련, 현재 세 계 각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나무 의 셀룰로오스 성분을 추출, 이를 발효시킨 뒤 에탄올을 추출하는 형태다.
나무에서 셀룰로오스 분리해 내야
현재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곡물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은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손쉽다. 곡물을 이용하는 경우는 곡물로 술을 만드는 것과 같은 발효 과정을 거쳐 당분으로 만든 뒤 효소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나무를 이용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경우 당분을 추출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는 나무가 셀룰로오스·헤미 셀룰로오스·리그닌 등으로 구성돼 있고, 이 3가지 성분은 마치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단단히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구성하는 3가지 성분 중 약 50%를 차지하는 셀룰로오스를 당분으로 바꿔 줘야 한다. 하지만 나무의 3가지 성분 가운데 셀룰로오스만을 분리하기도 어렵고, 여기에 분해 효소를 결합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전(前) 처리 과정을 통해 나무로 부터 셀룰로오스 성분만을 추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효소를 이용, 에탄올 을 생산하는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의 목질계 바이오매스 연구개 발은 시작단계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전 처리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전 처리 과정은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압 증기를 이 용해 부풀리는 증기 폭쇄 방식, 암모니아를 이용해 리그닌 성분만을 녹여 제거하는 방식, 그리고 약한 산성용액으로 헤미 셀룰로오스를 제거한 뒤 증기 폭쇄 방식으로 부풀리는 방식 등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산하 바이오에너지 핵심기술연구센터의 박순철 센터장은 “목질계 바이오매스 연구는 이제 막 시작단계로 다양한 형태의 기술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효소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고 전 처리 연구만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해외 목질계 바이오매스 공장 건설
이처럼 초기단계의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고무나무 또는 자트로파 재배지 인근 에 목질계 바이오매스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 에너지기술연구원은 민간업체의 요청에 따라 중국의 고무나무 열매를 이용하는 목질계 바이오연료 생산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기술적 타 당성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는 고무나무에서 고무 원액만을 채취 하고, 고무나무 열매는 대부분 버려진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고무 원액 생산량이 세계 1위인 상태이기 때문에 재배지 인근에 고무나무 열매를 이용하는 바이오연료 공장을 세울 수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진행 중인 타당성 조사는 바로 고무나무 열매를 이용해 경제성 있는 바이오연료 생산이 가능 하느냐 여부를 확인하는 것.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재배가 확대되고 있는 자트로파를 이용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자트로파는 중남미가 원산지로 포르투갈 상인이 전 세계로 퍼뜨린 관엽식물이다. 동 물들이 이 식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맛을 싫어해 가축용 울타리로 쓰이는 자트로파는 바이오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자트로파는 한번 식재를 하게 되면 8개 월 후 연중 수확이 가능하고, 40~50년간 열매가 열려 투자가치가 높다. 또한 탄소배출 량이 화석연료의 20% 밖에 되지 않고, 낮은 생산관리 비용과 높은 경제성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바이오매스 연구는 목질계를 이용하는 방식이 그 나마 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국내에서의 대량생산보다는 식물자원이 풍부한 해외 재배지에서 직접 재배, 생산함으로써 기술력을 수출하는 것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취지에 부합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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