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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게 좁은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지난 30년 동안 여객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은 그대로 눕혀 침대로 쓸 수 있을 만큼 발전해 왔지만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은 나아진 게 없다.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의 편안함을 위해서는 여유 공간, 즉 좌석간격을 넓히면 되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항공사는 당장 수익에 문제가 생기고, 승객 역시 편안함을 위해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딜레마인 셈이다.

파퓰러사이언스의 객원기자 에릭 해거먼의 체형은 표준과 거리 가 멀다. 키가 무려 193cm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인구 의 1%에 속할 정도의 체형으로 인해 표준체형에 맞춰 만들어진 여객기의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은 그에게 커다란 불편을 줄 수 밖에 없다.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의 고객만족 및 이익창출 부장인 클 라우스 브라우어의 다음과 같은 말은 매우 함축적이다.

“키가 193cm라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 용할 수 없다는 것만 빼고요.” 하지만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 이 코노미 클래스에서 겪는 고통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30년간 이코노미 클래스 개선 없어

실제 대다수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은 쿠션이 딱딱하다. 자칫 청바지를 입고 탔다가는 주머니의 재봉 선에 눌린 자국이 엉덩 이에 선명하게 남을 정도다. 게다가 다리를 뻗을 공간은 얼마나 좁은지 여객기에서 내리자마자 넓적다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 해보고 싶을 정도다.

편안한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만들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이 안락하면 안전운항에 지장이 라도 생기는 것일까. 대의를 위해, 예를 들면 여객기 추락 때 살 아남기 위해서라면 불편한 자세를 취하다 설령 다리에 부종이 잡힌다 해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냉혹한 경제논리 때문에 그런 것일까. 좌석을 작고 불편하게 만들면 여객기에 더 많은 사람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 일까. 지난 30년 동안 비즈니스 클래식 좌석은 그대로 눕혀 침 대로 쓸 수 있을 만큼 발전했는데도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은 나아진게 거의 없다. 해거먼은 브라우어에게 이 같은 절박한 의문들을 풀어놓았 다.

물론 엄밀히 말해 승객들의 불편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보 잉과 에어버스, 그리고 여러 항공기 제조회사들이 여객기에 탑재될 좌석까지 직접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좌석은 각 항공사 가 전문업체에 의뢰해 장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군장교 출신에 기계공학자인 브라우어는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79년 보잉에 입사한 직후부터 승객들의 편의를 위한 연구를 했으며, 여러 항 공사에 합리적인 좌석 배열을 통해 이윤과 승객의 편의를 동시 에 추구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보잉 777 항공기의 경우 동체 양끝에 좌석을 두 줄씩 배치하 고 가운데에 5줄을 배치하는 2-5-2 방식에서 동체 양끝에 3줄 씩 배치하고 가운데에도 3줄씩 배치하는 3-3-3 방식으로 바 뀌었는데, 이 역시 그가 노력한 산물이다. 2-5-2 방식의 좌석 배열에서는

정원의 44%까지만 타야 누구나 옆자리가 비는데, 3-3-3 방식의 좌석배열의 경우 정원의 67%까지 타도 누구나 옆자리가 빈다.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의 편의를 최대로 높이려면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게 브라우어의 말이다. 우선 승객 모두의 체격이 달라야 한다. 그리고 만석(滿席)이 돼서는 안 된다. 브라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비즈니 스 클래스 표를 사는 이유는 무엇보다 옆 사람이 자신들의 자리 를 침범할 확률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음료수가 무료라 는 점도 있긴 하지만.” 그가 제시한 해결책, 즉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라는 말 은 해거먼 같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해거 먼은 그 같은 해결책을 따를 만 한 돈이 없다.

편안한 좌석 설치되지 못하는 이유

해거먼이 인터넷을 몇 번 클릭하자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나왔 다. 그것은 바로 이코노미 클래스용으로 만들어진 코지 슈트라 는 좌석이었다. 북아일랜드 회사인 톰슨 솔루션이 제작한 코지 슈트는 좌석을 조금씩 엇갈리게 배치하는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모든 승객은 자신의 우측에 덧붙여진 사이드패널에 기대고 좌석 사 이의 틈새로 다리를 뻗어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다. 코지 슈트는 또한 등받이의 프레임이 고정된 상태에서도 등받 이를 눕히거나 세울 수 있다. 엉덩이가 닿는 좌석 부분의 쿠션을 앞 뒤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을 통해 이 같은 효과를 내는 것.

이로 인해 코지 슈트에 앉으면 잠을 자려고 좌석을 눕히다가 뒤 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 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너무나 꿈같은 얘기다. 실제로도 꿈에 가까 웠다. 현재 톰슨 솔루션은 여러 항공사에 코지 슈트를 판매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게다가 여객기 좌석의 안전성을 감독하는 미 연방항공국(FAA) 은 코지 슈트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소 긍정적으로 보자면 코지 슈트를 통해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 하지는 않다는 것 정도. 그렇다면 왜 이것을 이코노미 클래스에 장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설계목표에 대한 이해부터 선행 돼야 한다.

연방법과 물리법칙에서 요구하는 여객기 좌석의 제일 요건은 안전성과 경량화다. 편의성?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여객 기 좌석 설계 및 제작의 일반적인 방식은 편안하게 만드는 게 아니 라 불편한 요소를 없애는 것이다. 그 차이는 단순한 말뜻의 차이 이 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불편하지 않은 여객기 좌석을 설계한 다는 것은 좌석의 인체공학적 효율성을 최소공배수 수준으로 낮춘 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좌석의 허리받침대는 키뿐만 아니라 등허리의 곡선이 표준체형과 어긋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 통을 선사할 수 있다. 사실 항공사들은 20년 전 연방항공국의 지침 변경 당시 이코노 미 클래스 좌석을 개선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헛되이 날려 버렸 다. 지난 1988년 연방항공국은 여객기 좌석의 내구성을 중력의 9 배에서 16배(16G)로 높이고, 자동차업계에서 탑승자의 부상을 막 기 위해 실시하는 충돌실험도 실시할 것을 규정했다. 국립 교통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여객기가 추락할 때 목, 다리, 척 추관절이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안전하게 탈출할 확률은 95%나 된다. 이 규정에 맞는 좌석은 여객기 바닥이 흔들리거나 구겨지는 상 황에서도 부서지거나 다른 승객의 퇴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 이처럼 초기 버전의 좌석은 지나치게 튼튼하게 만들어져 덩치가 컸고, 보강재 때문에 다리를 넣을 공간이 없기 일쑤였다.



좌석간격 통한 여유 공간 확보 중요

하지만 여객기 좌석이 불편해진 이유가 전적으로 안전성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연방항공국의 충돌테스트센 터 책임자 릭 디위시는 이렇게 말한다. “여객기 좌석을 만드는데 서 로 모순되는 규칙은 없습니다. 안전하게 만들면 될 뿐이지, 안전성 을 추구한 나머지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란 거죠.” 사우스웨스트 항공, 콘티넨털 항공, 브리티시 항공 등에 좌석을 납품하는 B/E 에어로스페이스의 설계부장 글렌 존슨은 자사의 좌 석이 가장 편안하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의 좌석 쿠션을 들추면 섬유소재로 된 격막이 나오는데, 이는 B/E 에어로스페이스가 10년 전 특허를 낸 기술로 그 유명한 에어론 의자에 쓰인 것과 동일한 것이다. 에어론 의자는 인체공학 적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의자업계의 명품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또한 팔걸이 앞쪽에 경첩이 달린 좌석에 대한 특허도 갖고 있다.

존슨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 회사의 좌석에 앉아 보시 면 아에론 의자보다 훨씬 편안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도 인정하듯이 좌석이 놓이는 여객기 의 환경이다. 예를 들면 술집일 경우에는 딱딱한 나무걸상이라고 해서 앉지 않으려는 사람은 없다. 브라우어와 마찬가지로 존슨 역 시 문제는 좌석이 아니라 항공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여객기 좌석의 안락성을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좌석을 바 닥에 고정하는 볼트와 그 뒷좌석을 바닥에 고정하는 볼트 사이의 간격을 측정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좌석간격이다. 좌석간격에서 등받이 쿠션의 두께를 빼면 다리를 넣을 공간이 나온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좌석간격을 78.7cm 내외로 한다.

등받이 시트의 두께가 5cm라고 하면 가장 좁은 좌석간격의 경우라도 키가 큰 승객들을 수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앉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해거먼이 다리를 포개고 앉으려면 대퇴부 길이 66.67cm, 종아리를 넣을 부분 12.7cm가 필 요하다. 여기에 시트 두께 5cm를 더하면 84.37cm가 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좌석간격을 주는 항공사는 거의 없다. 제트블루는 여유 공간을 주는 몇 안 되는 항공사 중 하나다. 3-3-3 좌석배열을 채택하고 있는 이 항공사의 에어버스 A320은 86.36cm의 좌석간격을 제공하고 있으며, 추가요금을 낸 사람을 위 해 좌석간격이 96.52cm인 좌석도 가지고 있다.

추가요금은 비행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30달러 사이 다. 물론 더 규모가 큰 항공사들도 비슷한 일을 시도해 본 적이 있 다. 지난 2000년 아메리칸 항공은 무려 7,000만 달러를 들여 보유 한 여객기 700대 모두에 최소한 1열의 좌석간격을 7.6cm 늘리는 작업을 실시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이제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더 넓은 공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이 좌석이 모두 채워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단한 실험이었지만 좋은 결과는 이 끌어내지 못한 것. 아메리칸 항공의 대변인 팀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설문조사 를 해보면 사람들은 여유 공간을 얻기 위해 10달러쯤은 더 낼 수 있 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막상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가 되면 설문조 사 때 한 말은 뒤집죠.” 결국 지난 2003년 아메리칸 항공은 정책을 바꾸어 요금을 인하하고 여유 공간도 없앴다.

좌석 문제는 결국 승객 태도가 관건

결국 문제는 편안함보다 비용을 더 중시하는 승객 자신들에게 있 는지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돈을 더 내더라도 편한 여행을 하기보 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저렴한 항공사를 찾아다니는 한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의 좌석은 기대하기 어렵다. 해거먼에게는 항공사가 편안한 좌석을 마련하면서도 이윤까지 추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바로 승객의 체중에 따라 요금을 달리 받는 것이다. 승객의 체중은 연료사용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당위성도 있다. 그는 좌석의 한 열을 정해서 넉넉한 공간을 마련한 다음 탑승객 의 체중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가령 짐까지 포함해 102kg 이하로 제한하는 것. 그 이상 몸무게가 나가면 돈을 더 내고 타면 된다. 마치 화물이 많을 때와 똑같다. 이로 인해 좌석배열을 바꾸는데 드는 비용은 상쇄되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체크인할 때 체중계 위에 올라서야 하는 것이 짜증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구두와 벨트, 아니 더한 것이라 도 벗어던지고 속옷 차림으로 체중을 재러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 이 싫은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거먼의 입장에서는 누가 뭐라 고 하던 승객과 수하물의 무게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하는 것이 가 장 공정해 보인다. 과연 누구는 원하고 누구는 원하지 않는 이 딜레마를 풀 비책은 없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모든 승객을 만족시킬 방법은 찾기 어렵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굳이 지금보다 여유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승객들이 해거먼의 아이디어를 반길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해거먼이 좁은 좌석에 앉아 저린 다리를 주무르게 만드는 현실은 전적으로 키가 작은, 즉 ‘숏 다리들’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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