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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으로…모두의 미술관 되는 리움
문화 · 스포츠 문화 2021.04.19 19:35:07이건희(1932~2020) 삼성 회장의 타계 이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리움 운영위원장 등 유족의 상속세 자진신고 기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19일 재계와 문화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상속 내용과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기로 입장을 정하고 이 전 회장이 작고한 지 6개월이 되는 오는 26일을 전후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 30점과 보물 82점을 포함한 고미술과 국내외 근현대 미술품 1만 3,000여 점, 민간 감정기관 3곳의 시가 감정 총액이 2조5,000억~3조 원으로 파악되는 ‘이건희 컬렉션’의 향방도 이 때 확정될 전망이다. 삼성가 유족 및 관계자들은 함구하고 있지만 핵심은 이 전 회장이 수집해 온 문화유산에 대한 공익적 사회환원이다. 역사와 지역안배 고려한 통큰 기부 ‘이건희 컬렉션’에는 ‘나무와 두 여인’ 등 국민화가 박수근의 주요작만 80점 이상이 포함돼 있다. 소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이중섭의 ‘황소’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국현)에는 없는 박수근·이중섭의 대표 유화들이다. 김환기 추상미술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전면점화도 국현 소장품 목록에 없지만, 이건희 컬렉션은 일찌감치 1970년대에 그려진 푸른색 점화를 확보했다. 미술사적 의미가 큰 이들 작품을 기증할 경우 국립미술관 소장목록의 ‘이빨 빠진’ 자리를 메워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가 측은 국립미술관 뿐만 아니라 전남도립미술관에 이 지역 출신의 오지호,김환기, 천경자부터 의재 허백련 등의 작품을 기증하기 위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대미술의 성지(聖地)이자 호암 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 창업지이기도 한 대구미술관에는 현지 출신의 이인성, 이쾌대 등의 대표작을 기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기증에 있어 지역 안배, 역사성까지 고려해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20만건(40만여점)의 소장품을 확보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역사적 빈 칸’을 채워주기 충분하다. 특히 보물 제926호 ‘수월관음보살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희소한 고려불화는 국립박물관이 기증받기 원할 만한 유물 중 하나다. 다만 박물관 측은 “공식적으로 접촉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순수 기증인 만큼, 자칫 ‘재벌의 팔 비틀기’를 통해 기증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정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족이 사회 환원을 목표로 이건희 컬렉션의 활용방안을 결정하는데 있어 실질적 역할은 삼남매 중 막내인 이서현 이사장이 도맡았다. 고령의 모친, 경영자인 오빠와 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 이사장이 가족을 대표해 리움의 운영과 함께 예술후원을 통한 사회공헌을 맡았기 때문이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이사장은 3대에 걸친 삼성가 이(李)씨 중 국립미술관·박물관 후원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첫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 후원회(MDC)에 가입한 이 이사장은 지난달 초 20명 안팎 후원회원의 공식행사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시투어에도 참여했다. 당시 인사를 나눈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과 지난달 중순께 서울관에서 독대하면서 가족을 대표한 미술관 후원인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모두의 미술관 되는 리움 사회환원으로 가닥을 잡은 유족은 이건희 컬렉션의 상당수를 국가기관 뿐만 아니라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리움과 호암미술관 등으로도 출연할 전망이다. 공익재단으로의 출연(기증)은 사유 미술품을 공익화를 의미한다. 리움을 삼성의 또 다른 ‘자기주머니’로 본다면 오해다. 공익재단으로 귀속된 미술품은 매매가 불가능하고, 작품을 팔아 현금화 할 수 없다. 국내법에서는 공익 법인이 해산할 경우 모든 자산을 국고로 귀속한다. 흔히 리움을 삼성 소유로 생각하지만 이미 리움은 ‘개인의 손’을 떠난 공익 기관이라는 의미다.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재산 가액은 상속세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언뜻 미술품으로 ‘절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유족은 1조원 가까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기증을 통한 세금 경감보다 포기하는 현금이 더 크기 때문이다. 3조원으로 평가된 미술품을 해외 경매를 통해 매각할 경우 상속세 최대치인 50% 세율이 적용된 1조 5,000억원만 납세하면 매각제반비용을 빼도 1조원을 현금화 할 수 있다. 유족은 상속세 6년 분할납부 제도인 연부연납을 택해도 연간 2조원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신용대출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컬렉션을 품을 경우 리움은 단숨에 세계 10대 사립미술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기업보국’의 산업화를 이끌고 컬렉션을 통해 이번에는 ‘문화보국’을 준비하는 계기를 만든 셈”이라며 “기증받게 될 작품들을 잘 연구·전시해서 국민 모두의 것으로 환원해 내는 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의 재벌 길들이기로 왜곡되거나 ‘사면론’ 등 정치적으로 연결되면 본래 의도가 훼손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면서 “국내 컬렉터층의 세대교체 시기인 지금 ‘이건희 컬렉션’이 향방이 향후 다른 컬렉터들의 기증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익적 자본주의 실천, 착한부자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할 향후 물납제와 문화기증제도(CGS) 도입 등의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
삼성家, 이달말 유산 처리방안 발표할 듯...故 이건희 회장 보유주식 일부 매각할 수도
산업 기업 2021.04.16 18:21:27삼성가(家)가 이달 말까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유족들이 어떻게 상속할지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무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가사상속 전문팀은 유산상속 등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계열사 주식과 예술품·부동산 등 약 22조 원대 유산을 남겼다.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약 13조 원으로 국내 최대 금액이기도 하다. 삼성가의 상속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삼성은 이 회장의 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6년간 상속세를 나눠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그룹 지배력 행사에 문제가 없는 범위만큼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하는 카드도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인으로부터 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넘겨 받게 될 이 부회장은 개인 신용대출과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은 주식담보대출을 동시에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증권사의 대출 한도가 거의 소진된 탓에 이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여력이 남은 일부 회사서 받을 수는 있는 상태다. 또한 상속세 물납 수단으로 거론됐던 고인의 소장 미술품 등은 일부 기증하고 일부는 현금화해 상속세 납부에 쓰는 방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위 세무공무원은 “이례적인 규모의 상속세 탓에 물납을 허용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세무당국이 신뢰할 만한 감정평가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미술품 물납은 아직은 검토가 더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부적 상속세 납부 방안은 고인과 유가족의 의사를 바탕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가사상속 전문팀이 맡아 처리해오고 있다. 권태형·문준섭 변호사 등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순기 법무법인 한중 대표변호사는 “법원 등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이 없다는 것은 유가족끼리 유산 분배에 대한 합의가 형성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
'13조 상속세' 코앞…삼성 지배구조에도 영향 미칠까
증권 국내증시 2021.04.13 18:59:25약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상속세 신고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동원할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 신용 대출 등 여러 시나리오가 언급되면서 관련 주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일보다 4.63% 뛴 13만 5,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 1월 22일 이후 가장 높았다. 삼성의 상속세 신고 기한이 다가오자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이슈가 다시 주목 받으며 삼성물산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오는 4월 30일은 이 회장에 대한 상속세 신고 기한이다. 이 회장의 주식 평가액만도 약 18조 원에 달하고 주식 상속세는 약 1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부동산·미술품 등까지 감안하면 총 13조 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상속인들이 얼마씩 물려받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법적 상속 지분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9분의 3, 이 부회장 등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다. 상속세 납부는 향후 6년 동안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상속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활용하더라도 매년 2조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설이 나온다. 삼성SDS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 등 일가 지분율은 17.01%다. 이를 정리하더라도 삼성전자(005930)(22.58%), 삼성물산(17.08%) 등을 통한 지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신용 대출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익법인을 통한 방안, ‘이건희 컬렉션’의 미술품 물납은 지배 구조 이슈 논란과 관련법 개정 등이 엮여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상속세 신고 기한이 다가오면서 관련주들이 크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된다”며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
"기업 상속세율 50% 인하땐 일자리 27만개 늘어"
산업 중기·벤처 2021.03.25 17:11:17기업 상속세율을 50% 인하하면 26만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5일 파이터치연구원과 기업 상속세율 인하에 따른 주요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매출은 139조원, 영업이익은 8조원, 직장인 월급은 7,000원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업 상속세율을 100% 인하하면 총일자리 53만8,000개, 총매출액 284조원, 총영업이익 16조원, 직장인 월급 1만4,000원 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그리스의 경우 2003년 기업 상속세율을 20%에서 2.4%로 크게 인하해 기업상속을 한 가족기업 투자가 약 40% 늘었다"며 "국내도 현행 기업상속세율을 과세표준 전 구간에 걸쳐 인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회와 파이터치연구원은 원활한 승계를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최대주주 지분율 조정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가업상속공제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을 비상장기업은 현행 50%에서 30%로, 상장기업은 30%에서 15%로 각각 완화하고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맞는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중분류로 제한되어 있는 업종변경 요건을 대분류로 확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계획적 가업 승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100억 원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한도를 가업상속공제와 동일한 5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적용대상도 법인에서 개인기업까지 확대할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이건희 집…공시가 보니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1.03.19 18:17:57올해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된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00억 원을 돌파했던 이 회장의 자택 공시가격은 올해 430억 원까지 올랐다. 19일 서울 부동산정보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1,245.1㎡)은 올해 공시가격이 431억 5,000만 원으로 지난해 408억 5,000만 원 대비 5.63%(23억 원) 상승했다. 이 주택은 지난해 처음으로 4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9년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50% 폭등할 때에는 261억 원에서 398억 원으로 한 해 만에 52.4%나 치솟기도 했다. 단독주택 공시가가 두 번째로 비싼 곳 또한 이 회장 소유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단독주택(3,433.9㎡)은 지난해 342억 원에서 올해 349억 6,000만 원으로 2.22%(7억 6,000만원) 올랐다. 표준 단독주택 중 공시가 1위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2,604.78㎡)의 경우 공시가 306억 5,000만 원으로 지난해 287억 4,000만 원 대비 6.6% 뛰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자택도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은 20% 넘는 상승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은 7.9% 오른 32억 7,6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도 13.9% 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내곡동 자택(570.6㎡)은 8.4% 올랐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故이건희 집…공시가 430억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1.03.19 11:50:39올해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된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00억원을 돌파했던 이 회장의 자택 공시가격은 올해 430억원까지 올랐다. 19일 서울 부동산정보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1,245.1㎡)은 올해 공시가격이 43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408억5,000만원 대비 5.63%(23억원) 상승했다. 이 주택은 지난해 처음으로 4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9년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50% 폭등할 때에는 261억원에서 398억원으로 한 해 만에 52.4%나 치솟기도 했다. 공시가가 두 번째로 비싼 곳 또한 이 회장 소유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단독주택(3,433.9㎡)은 지난해 342억원에서 올해 349억6,000만원으로 2.22%(7억6,000만원) 올랐다. 표준 단독주택 중 공시가 1위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2,604.78㎡)의 경우 공시가 306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287억4,000만원 대비 6.6% 뛰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자택도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은 20% 넘는 상승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419.5㎡)는 전년(30억3,700만원) 대비 7.9% 오른 32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1,299.1㎡)은 115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101억6,000만원 대비 13.9% 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내곡동 자택(570.6㎡)은 14억6,400만원에서 15억8,700만원으로 8.4% 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340.94㎡)은 지난해 13억300만원에서 올해 16억1,100만원으로 23.6%나 급등했다. 올해 서울에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동작구(12.86%) 평균치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개별단독주택 공시 예정가격은 각 지자체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내달 7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의신청 접수 등을 거쳐 최종 공시가격이 결정된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
3조원 '이건희 컬렉션'..."리움을 '한국의 게티뮤지엄'으로"
문화 · 스포츠 문화 2021.03.14 17:58:00지난해 10월 25일 타계한 이건희(1942~2020) 전 삼성 회장이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와 함께 ‘최고’를 추구하며 모은 미술품들의 향방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14일 미술계에 따르면 유족인 삼성가의 법률대리인 의뢰로 1만3,000여 점에 달하는 전체 작품을 감정한 한국미술품감정센터는 지난 주에 감정서를 제출했고, 각각 6,500여 점씩 감정한 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이번 주까지 감정보고서를 취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의 관계자 의견을 종합하면 전체 감정가는 3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삼성가는 이들 보고서를 전달받아 약 1개월의 추가 준비기간을 거쳐 다음 달 말까지 상속세 자진 신고를 하게 된다. 1만3,000여 미술품 대략 3조원 추산 검증된 미술품은 희소성과 높은 수요 때문에 꾸준히 가격이 오르기에 금(金)같은 대체투자형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매년 발간하는 ‘미술시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자산가 중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의 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15%를 미술품으로 운용하며, X세대와 MZ세대 등 젊은 세대로 갈수록 예술품과 디자인의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으로 고(故) 이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 24조5,910억 원이다. 국보 30점과 보물 82점을 비롯해 서양 근현대미술품 1,300여 점을 포함한 미술품 1만3,000여 점의 가치를 3조 원으로 평가하고 여기에다 부동산과 현금자산 등을 포함하면 ‘이건희 자산 포트폴리오’는 예술품 비중을 10~15% 정도 두는 세계적 슈퍼리치의 표준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예술품 수집은 슈퍼리치의 자산관리와는 사뭇 다르다. 투자는 매각을 통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것인데 삼성가는 지금껏 단 한 점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관정책 전문가인 A씨는 “간송이 일제강점기에 문화재와 미술품을 지켰다면 호암 이병철은 개발도상국 시절 유물의 해외반출을 막았고, 이건희는 문화재 환수와 세계적 미술품을 한국에 들여온 공로가 크다”고 평가했다. 서양현대미술품을 거래하며 삼성가의 컬렉션에도 관여한 바 있는 화랑 대표 B씨는 “1990년대에 수십 억원 대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이건희 회장의 선구안이 탁월했다”면서 “특히 전후 서양현대미술의 경우 구입 당시와 비교했을 때 30~50배 이상 값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크 로스코와 앤디 워홀, 르네 마그리트 등 전후 현대미술가들의 고가 작품까지 아우르며 최고의 작품 만을 수집할 때는 합리적인 셈법보다 최고의 미술관을 만들고 문화자산을 확보하려는 열정과 사명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할 수 있으나 팔지 않을 듯 삼성가의 미술품 수집과정을 지켜봤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의 감정에도 관여한 미술계 인사 C씨는 “삼성은 팔기 위해 미술품을 수집한 적이 없고 유족도 상속 작품을 매각하기 보다는 기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전제로 한 세제 혜택을 주장하는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 미술관 마련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절박한 명분과는 별개로 성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우선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적용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한다 하더라도 여론을 통한 국민 반감을 무시할 수 없다. 미술품을 국가가 기증받는다 해도 미술관 건립과 운영은 쉽지 않다. 그림으로 상속세를 물납 받아 건립된 대표 사례인 프랑스 파리 ‘피카소미술관’은 1973년 사망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으로 국립미술관을 만드는 데 12년이 걸렸다. 1968년 도입된 물납제를 기반으로 했다. 10명에 가까운 상속인들 간의 분쟁이 1979년에 끝나 1차 물납이 성사됐고 상속 작품의 분류, 부지 마련 등에도 시간이 걸려 1985년에야 개관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호암미술관과 국내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리움을 보유한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상속받은 문화재·미술품을 ‘공익목적 출연재산의 과세가액 불산입’ 조항에 따라 문화재단에 출연할 경우 해당 작품에 대한 상속세는 공제된다. 유산의 3분의 1을 받게 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이 회장의 와병 상황이던 2015, 2016년에도 세계적 미술전문지 아트뉴스에서 ‘세계 200대 컬렉터’에 선정돼 ‘이건희·홍라희 삼성 회장 부부’로 소개됐을 정도로 기여와 애착이 큰 만큼, 상속세 납부를 위한 매각보다는 수집의 본래 취지인 미술관에 두는 것을 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대학 교수 D씨는 “삼성 컬렉션은 처음부터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미술사적 맥락에 맞춰 모은 것이기에 흩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그간 작품 연구와 기획전, 출판물 발간 및 대외 홍보가 공립미술관 이상으로 우수했고 일반인과 연구자들이 접근하게 배려했다는 점에서 리움의 운영방식을 이어간다면 별도 미술관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술에 있어서는 국가보다 삼성을 신뢰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세계에 단 7점 뿐인 로댕의 ‘지옥의 문’을 전시했던 중구 세종대로의 플라토미술관(구 로댕갤러리)이 삼성 사옥 이전과 함께 지난 2016년에 폐관했고, 리움 또한 현재 기획전 없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화랑 대표 E씨는 “미술품 수집을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미술관 운영까지 위축시키는 게 큰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립박물관·미술관도 탐낼 컬렉션 물론 공립기관이 탐낼 작품들은 수두룩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정부 기관의 연간 소장품 구입예산은 다 합쳐도 2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국립박물관에 근무했던 한 문화재 관계자 F씨는 “삼성가에서 1980년대부터 적극 수집한 고려불화는 지금 100억 원을 줘도 못 구할 정도”라며 국보 ‘아미타여래 삼존도’나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는 국립중앙박물관도 확보하지 못한 귀한 유물이고, 국보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금동 대탑’, 쌍이 갖춰진 통일신라 시대의 금동 촛대, 통일신라의 청동 나전 거울 등은 국립박물관 소장품의 ‘빈 곳’을 메워줄 수 있는 유물이지만 주요 유물이 빠진 리움 컬렉션이 ‘빠진 이빨’이 되는 것 또한 문화적 손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G씨는 “모네의 ‘수련’이나 자코메티의 조각이 현재의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다면 눈길을 끌 수는 있겠으나 미술사적 맥락없이 튀기만 할 뿐 조화롭지 못하기에 기증을 받는다고 해도 미술관의 격을 올리는데 기여할 것이라 보기 어렵고 소장비용, 관련 인력 확보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서양미술품보다는 오랜 기간 수집한 2,200점의 한국 근대미술품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에 어울릴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소장가의 철학이 담긴 ‘컬렉션’은 흩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술정책 연구자 H씨는 “컬렉션은 국내에 있는 한 국민이 누릴 수 있기에 국민의 것이 되고, 컬렉터는 선량한 관리자일 뿐”이라며 “서양이 지난 200여 년간 체득한 이 진리를 우리는 이제야 경험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명성의 사립미술관으로서 리움을 ‘한국의 게티뮤지엄'이나 '한국의 구겐하임’으로 키우는 게 낫고, 적극적인 조사·연구와 전시를 기반으로 지역 순회전 등 국민들의 문화복지향상에 기여해줄 것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
교육부 "10년 이상 운영된 사립유치원에 가업상속공제 적용 추진"
사회 사회일반 2021.03.11 14:46:30정부가 사립유치원들의 공공성을 높을 높이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는 대신 책임을 강화한다. 특히 10년이상 운영된 사립유치원에 대해선 가업상속 공제 적용이 추진된다. 정부 당국에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은 유아 모집 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감수해야 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서울 은평구 서울북한산유치원을 방문해 이 같은 정책 등을 담은 ‘사립유치원 지원 및 공공성 강화 후속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이를 반영해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우선 10년 이상 운영된 유치원도 세법상 ‘가업상속 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상속세 감면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속세 부담때문에 교육 의지가 높고 우수한 유치원이 운영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유 부총리의 설명이다. 다만 유치원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 7년이내 폐원할경우 법에 따라 상속세를 부과하도록 해서 공공성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유 부총리는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학부모 학비 부담 줄이기 위해 2021년에도 누리과정비 지원단가 인상하고 사립유치원 운영부담 줄이기 위해 학급운영비는 단계적으로 확대 교사의 기본급 보조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의 누리과정 지원 단가는 지난해보다 2만원 인상된 26만원으로 추진된다. 학급운영비 지원금액도 지난해 대비 3만원 인상(42만원→45만원)된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 대비 열악한 사립유치원 교사의 처우도 개선한다. 이를 위해 사립유치원 교사의 기본급 보조를 올해 71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내년 3월에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시행해 사립유치원 교사도 육아휴직을 보장받고 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규칙에 교직원 보수 기준표를 기재하고 관련 지침을 제정해 사립유치원교원들의 급여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치원생들의 등원이 제한될 경우라도 방과후 과정비를 정상 지원하기로 했다. 사립유치원 경영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유치원 노후시설 개·보수 및 통학차량 관리 등을 위해 적립금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인 등이 운영하는 사인(私人) 유치원에 대해선 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 법인 전환 유치원에 대해선 인권비 등의 지원이 추진된다. 공영형 유치원 지원 사업은 연장된다. 또한 교육부는 장기적으로는 유아교육법을 고쳐서 학교법인만 사립유치원을 신설할 수 있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지원에 상응하는 책임성 강화 조치도 병행된다. 사립유치원은 누적 적립금 현황과 사용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감사자료 제출 거부시 유아 모집 정지 등 행정 처분을 받는다. 유아 영어학원이 ‘영어 유치원’ 등과 같이 유치원 명칭을 불법 사용시 적용되는 과태료 부과 기준이 상향조정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발표 참석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인데 유아교육단계에서는 아직 그것이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중 13개 시도교육청이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하고 있었는데 서울은 빠져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하려면 84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진단도 곁들여졌다. 유 위원장은 “얼마전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 안심급식을 실시하겠다고 얘기하셨다”며 “시장님, 구청장님들과 국회가 함께 의논해서 우리 유치원 아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이 빨리 실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
상속·증여재산 5년새 42%↑ 113조
경제 · 금융 정책 2021.03.09 11:04:01최근 5년간 상속·증여재산이 33조원 늘어 2019년 기준 1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재산은 35조원 증가한 반면, 상속재산은 2조원 가량 감소했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5∼2019년 상속 및 증여 분위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총 상속·증여재산 규모는 112조9,808억원으로 2015년 79조6,847억원보다 33조2,961억원 늘어났다. 5년간 증가율은 41.8%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보면 증여재산이 크게 늘었고 상속재산은 소폭 줄었다. 증여재산은 2015년 39조355억원에서 2019년 74조947억원으로 89.8%(35조592억원) 증가했다. 상속재산은 같은 기간 40조6천492억원에서 2019년 38조8천681억원으로 1조7천811억원(4.4%) 감소했다. 양 의원실은 증여재산 증가의 배경으로 다주택 규제 강화와 집값 상승으로 자녀들이 자력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것을 꼽았다. 증여재산 중 건물의 비중은 2017년 5조8,825억원에서 2019년 8조1,413억원으로 다른 재산보다 훨씬 많이 증가했다. 총 상속·증여재산 규모에 비해 과세 대상 상속·증여재산 규모는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제 제도의 영향이다. 상속세는 기초공제 2억원에 배우자 상속공제 등 인적공제, 가업·영농 상속공제 등 물적공제를 적용해 과세한다. 증여세는 배우자 공제 6억원과 직계존비속 5,000만원 등을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2019년 전체 상속·증여재산 112조9,808억원 중 과세대상 재산은 73조7,586억원(65.3%)였다. 전체 증여재산 74조947억원(40만299건) 중 과세대상 증여재산은 54조32억원(16만9,911건)이었다. 금액으로는 72.9%, 건수로는 42.4% 수준이다. 과세대상 증여재산 중 상위 0.1%(170건)의 가액은 2조9,449억원으로 1건당 173억2,294만원 수준이었다. 전체 상속재산 38조8,681억(피상속인 34만5,290명) 중 과세대상 상속재산은 19조7,554억원(8,357명)이었다. 금액으로는 50.8%, 피상속인 수로는 2.4% 수준이다. 과세대상 상속재산 중 상위 1%(84명)의 가액은 2조8,731억원으로 1인당 342억357만원 수준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
이우환 “이건희 회장, 한국 미술품도 세계적 시야로 선별했다”
산업 기업 2021.03.03 17:00:00“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랑스 기메미술관 등 많은 주요 박물관·미술관의 한국 섹션 개설이나 확장은, 음으로 양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의지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어느 한 존재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크기를 깨닫는 게 이 세상의 상례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우환(85) 화백이 ‘현대문학 3월호’에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 회장을 추모하는 글을 실었다. 이 화백은 ‘거인이 있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거의 6년 여를 무반응의 생자(生者)로 살다가 끝내는 숨을 거뒀다”며 “그래도 거기에 있는 것 만으로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고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이 화백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마음이 통하는 벗이었는데, 그의 죽음의 순간을 마주치지 못한 채 영원히 헤어지고 말았다”며 “한국을 방문해 검진 등으로 몇 번인가 병원을 찾았을 때 면회를 시도해보았지만 끝끝내 대면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애석하다”고 애통해 했다. 이 화백은 이 회장이 생전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떠올리면서 “내겐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됐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그에게 “뛰어난 예술작품은 대할 때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이유가 뭐죠”라든가 “예술가에겐 비약하거나 섬광이 스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계기가 되나요” 등의 날카로운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다고 화백은 전했다. 젊은 시절 이 회장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완당 김정희의 글씨 액자를 보면서 함께 나눴던 대화도 소개했다. 글씨의 기백에 압도돼 “이 글씨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나요”라고 묻자 이 회장은 “으스스하고 섬찟한(섬뜩한) 바람이 붑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좋은 자극이라 생각해서”라며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화백은 “미술관 같은 곳에나 어울리고 몸에 좋지 않으니 방에서 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했고 이 회장은 곧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이 화백은 밝혔다. 이 화백은 2001년 삼성문화재단 지원으로 독일 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을 때, 이 회장 부부를 만났던 일도 떠올렸다. 이 화백이 “잘 오셨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이 회장은 “미술은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라고 답했다고 기억했다. 이 회장의 고미술 애호와 깊은 식견에 대해서는 “선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영향이 크겠지만, 어느샌가 아버지와는 다른 스케일과 감식안과 활용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이 화백은 회고했다. “이병철 회장은 한국의 전통을 지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미술품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는 것이다. 이 화백은 “특히 한국의 고(古) 도자기 컬렉션을 향한 정열에는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가 느껴진다”며 “이 회장이 갔어도 잘 지켜지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화백은 이 회장이 리움미술관을 세우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컬렉션을 갖춘 데 대해 “미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만감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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