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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5일 '2+2 통상' 최종담판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2 16:40:35우리 경제의 앞날이 걸린 한미 ‘2+2 통상 협상’이 이달 25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최된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일을 8월 1일로 못 박은 만큼 이번 협상이 사실상 최종 담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회의를 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구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 본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경제 부처 장차관 13명이 참석했다. 구 부총리는 “긴급하게 회의를 열어 대미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며 “8월 1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다만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는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인하 및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인하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비관세를 포함한 통상 협상 외에도 방위비 증액 등 안보 현안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총리는 “국익과 실용 차원에서 마지막 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아주 촘촘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협상 일정이 확정되면서 협상단 멤버들도 속속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 본부장이 이날 출국했고 구 부총리는 24일 미국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2+2 회의 멤버 외에도 외교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도 출국해 각자 카운터파트와 협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美 "시한보다 중요한 건 합의의 질"…韓 고강도 압박하나
국제 정치·사회 2025.07.22 17:42:38“상호관세 유예 90일간 90개의 무역 합의를 이루겠다(4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며 속도전을 강조했던 미국이 협상의 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합의안을 여러 차례 반려한 인도네시아 사례까지 거론하며 ‘더 나은 제안’을 가져오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CNBC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질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8월 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상대국과 대화할 수 있지만 합의를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총 5차례 합의안을 가져왔는데 첫 제안이 매우 좋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수정안을) 들고 왔다”며 “그들의 제안은 점점 좋아졌고 결국 환상적인(fantastic) 합의를 했다”고 흡족해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1만 1000개 미국 제품의 관세가 철폐됐고 비관세장벽도 사라졌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19%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반면 그들은 미국산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높은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베선트 장관은 유럽연합(EU)에 대해 “관세는 무역흑자 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은 무역적자 국가이기 때문에 EU가 더 빨리 협상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흑자에 기대어 성장했던 나라는 고율 관세로 수출이 줄면 경제가 받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 역시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556억 달러(약 77조 450억 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베선트 장관은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8월 1일에서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한다”면서도 “고율 관세가 상대국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3차 무역 협상은 내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은 22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12일로 예정된 대중 관세 유예 시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달 28∼29일 스톡홀름에서 중국 측 관계자들과 만나 관세 유예 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외에도 중국의 과잉 생산 확대를 자제하고,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 잠재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내용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러시아 및 이란의 제재 대상 원유를 구매하고 있는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간접적 도움을 주는 행위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상호방위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우리의 군대와 항공기 또는 공공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유사시 미국이 지원을 하고,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 등에서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필리핀이 미국을 지원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이 향후 한국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
2.5억弗 LNG선에 4억弗 원유까지…'선물 보따리' 챙긴 협상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2 16:55:41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데드라인(8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미 양국의 통상·환율 줄다리기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인 만큼 우리도 미국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키면서도 우리나라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관세 협상이 대미 투자·구매와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로 선순환되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방미 기간 미국 측에 제안한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기본 틀을 바탕으로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 본부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에 제시할 협상안을 공개하고 전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선 에너지 품목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9일 200만 배럴 규모의 미국산 경질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석유공사는 3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0만 배럴씩 미국산 경질유 구매 계약을 마쳤다. 그동안 중동에서 들여오던 원유 약 600만 배럴을 미국산으로 대체한 것이다. 7월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5~68.5달러 폭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역수지를 4억 달러(약 5553억 원)가량 개선할 수 있는 물량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는 무역흑자를 더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전체 수입 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 판단에 따라 상당한 미국산 물량을 도입할 수 있어서다. 실제 가스공사는 미국산 LNG를 최대 300만 톤 추가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미국산 LNG 도입 물량이 386만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입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 평균 가격인 톤당 548.2달러를 단순 적용하면 수입 대체 규모는 약 16억 4400만 달러에 달한다. ★본지 7월 17일자 1·3면 참조 조선 산업에서는 이미 한미 간 협력의 성과물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운 자회사인 한화해운과 미국 필리조선소가 3480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건조 상당 부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진행되지만 필리조선소가 미국 해양경비대(USCG)의 미국 법령과 해양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인증 작업을 지원한다. 한화그룹은 이 같은 한미 조선소 공동 건조 모델을 앞으로도 확대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건조 기술을 필리조선소에 단계적으로 이양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조선소에 수출형 LNG 운반선이 발주된 것은 1970년대 말 이후 약 5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이 이 같은 카드를 내밀어도 미국은 협상 막바지까지 더 많은 구매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방미 당시 미국 측이 여 본부장에게 약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터무니없는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논의를 주도하는 방식을 곧잘 써왔다”며 “원유·LNG 도입 확대 정도로 미국이 쉽게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요구에 맞춰 협력과 투자를 약속하더라도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은 피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25%, 철강 50%에 달하는 품목관세를 기본관세율 수준인 10%로만 낮춰도 성공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협상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일단은 한미 양측이 원칙적 틀에 합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측 발언을 보면 협상 시한보다 양질의 내용을 우선하고 있다. 요구 강도를 낮출 것 같지 않다”며 “이번 협상에서 최대한 이견을 줄이고 원칙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한 달 남짓한 시간 내에 전체 무역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협상을 디테일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앞서 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베트남 등도 원칙적인 합의를 한 뒤 구체적인 실무 협의는 뒤이어 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
[사설] 정기국회 ‘강대강’ 與野 배임죄 등 ‘상생 조치’는 뒷전
오피니언 사설 2025.09.01 00:05:00이재명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9월 1일 막을 올리는 가운데 여야가 입법과 내년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검찰의 기소·수사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법, 언론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언론개혁법 등을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특히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31일 내란범 배출 정당의 국고보조금 지급을 끊고 내란재판부를 설치하는 내란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민의힘도 이에 뒤질세라 장관 인사청문회 질의,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입법 저지를 위한 국회 운영 보이콧과 장외 투쟁 카드까지 만지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에 매몰돼 정치투쟁만 벌이다 경제·민생 살리기는 뒷전으로 밀리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여당은 말로는 ‘경제 위기’를 걱정하면서도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들을 계속 강행 처리하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에 이어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더 센 상법’ 개정안과 불법 파업 조장 우려가 높은 ‘노란봉투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반면 상법 개정 상생 조치로 추진하기로 한 배임죄 완화와 관련해서는 태스크포스(TF) 발족을 언급하고도 논의가 겉돌고 있다. ‘더 센 상법’ 후폭풍을 예방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에는 관심이 없고, 세 부담 적정화를 위한 상속·증여세법 등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의 상호·품목관세 부과와 국내외 경기 침체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입법부가 기업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도 수시로 민생 회복과 협치에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강조했다. 8월 29일에는 노란봉투법 통과와 관련해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만 할 뿐, 여야 관계를 대결로 내몰고 있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를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위기에 빠진 경제가 다시 활력을 얻을 수 있다. -
[사설] 韓반도체 美中 싸움에 '넛크래커', 더 센 ‘특별법’ 서둘러야
오피니언 사설 2025.09.01 00:05:00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중국 양쪽의 공세에 ‘넛크래커’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내년 1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할 경우 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 넣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일 수 있도록 예외적 지위를 인정했지만 이제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생산 규모를 늘리거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나설 수 없어 저사양 생산에 머물게 된다. 이에 더해 미 행정부는 15%의 상호관세와는 별개로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 품목관세를 압박하고 있고, 반도체 보조금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들의 지분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저앉히기 위해 수출 통제와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3년 37%에서 지난해 33%, 올해 29%까지 급락한 상태다. 미국의 공격에 대한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미국이 구축한 반도체 공급망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규모 정부 지원과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한국의 반도체 아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에 2014년부터 10년간 135조 원을 투입했고 올해에는 반도체 장비에만 5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범용성이 뛰어난 새로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한 중국 기업 알리바바는 대만 TSMC에 맡기지 않고 중국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이처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우리의 숨통을 점점 조여오는 엄중한 상황인데도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 통과가 요원하다. 여야의 극심한 정쟁 탓에 올 4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이 법은 주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져 있는 데다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시대 흐름을 거스른 오판이 아닐 수 없다. 3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말했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반도체 비즈니스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 미국은 반도체 규제를 빠르게 쏟아내고 중국은 우리를 맹렬히 따라오고 있다.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한 ‘더 센’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속도전으로 처리해야 할 때다. -
[동십자각] 중국이 트럼프를 따라한다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8.31 18:40:23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강도와 폭을 더해가며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데이비드 라이 미 육군전쟁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을 각각 체스와 바둑에 비유했다. 그에 따르면 체스는 힘과 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의 급소를 겨냥한 전투 게임이다. 반면 바둑은 상대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전략을 공략한다. 체스가 상대 ‘킹’을 제압하는 한판승을 노린다면, 바둑은 오랜 시간 수를 쌓아 반집승이라도 거두려는 군사작전에 가깝다. 그의 분석은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에서 맞아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힘을 앞세운 미국의 공격을 정확하게 맞받아쳤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때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단히 벼른 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세계 공급량의 90%를 틀어쥔 희토류 자석 수출을 걸어 잠그는 묘책으로 미국의 첨단산업을 타격한 것이 주효했다. 급소를 정통으로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톱다운 외교로 전투를 매듭지으려 하지만 ‘체크메이트’에 가까운 쪽은 미국이다. 더구나 중국이 미국에 순순히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미국조차 쉽게 꺾지 못하는’ 자신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중국의 각성이 영 반갑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중국이 트럼프를 따라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 시장을 지렛대로 관세를 휘두르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안보 장사를 하고 있는 미국의 횡포를 중국이 흉내 낸다면 국제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나친 가정인가. 딥시크와 화웨이의 부상은 중국의 첨단 기술력을 상징하며 남중국해 국가와 대만을 상대로 한 팽창 정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 월드데이터랩은 2030년이면 중국이 인도(2위)와 미국(3위)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그에 앞서 소비 위축 극복과 내수 전환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지만 중국의 과제가 신규 시장 ‘창조’가 아니라 이미 보유한 14억 명의 내수 시장 ‘전환’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또 중국 같은 전체주의 체제가 아닌 바에야 어느 나라 정부가 정제 과정에서 방사능 폐기물까지 발생하는 희토류 생산을 강요하겠는가. 이처럼 테이블 위에 유리한 패를 잔뜩 늘어놓은 중국 차기 지도자는 이제 바둑이 아니라 체스판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동아시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 앞에서 우크라이나가 제물이 된 것처럼 중국의 팽창주의에 한국과 일본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패권국 중국’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수(手)는 무엇인가. -
"연금 출자펀드로 美 투자"…국민성장펀드 벼르는 野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8.31 18:28:42국민의힘이 31일 이재명 정부의 2026년 예산안을 두고 “한 해에만 109조 9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사상 유례없는 빚잔치 예산안”이라고 비판하며 대규모 칼질을 예고했다. 신임 지도부 체제로 전열을 가다듬은 여야가 새 정부 첫 정기국회부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양보 없는 ‘예산·입법 전면전’을 치를 분위기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9월 1일 본회의장에서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고 내각 인사청문회·교섭단체 대표연설(9월 9~10일)·대정부 질문(9월 15~18일)·국정감사 등 본격적인 의사 일정에 돌입한다. 무엇보다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가 반영된 내년도 슈퍼 예산안이 여야의 주요 충돌 지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 원 내년도 예산안을 “국민부담 가중 청구서”라며 “국민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해 증세라는 세금 폭탄을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가채무는 2025년 본예산보다 142조 원(11.2%)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를 넘어섰다”며 “이에 국채 이자가 30조 1000억 원으로 16% 증가했고 향후 이재명 정부 임기 내 국가채무 2000조 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10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에 대해서는 “국민 깡통 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해당 재원이 한국 정부가 관세 인하를 위해 약속한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에도 국민의힘은 주목했다. 연기금 자금 등으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의 지원을 받은 국내 기업이 미국의 생산 설비에 투자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대미 투자액에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될 시 국민 건강보험료율과 전기료, 고용보험료 등 공공요금 줄인상으로 이어져 민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게 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방만 재정 구조가 실제로는 국민 일상에 직접적인 ‘비용 청구서’로 전환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떠넘겨진다”며 “각종 펀드 예산이 대규모로 증액되고 정책펀드 투자가 민간 경쟁력을 능가하지 못하며 혈세만 낭비될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권 지지 세력에 대한 예산청구서 성격의 사업도 철저히 찾아낸 뒤 전액 삭감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입법 과제에 대한 입장 차도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수사·기소 분리를 명문화한 정부조직법을 9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이상기류설을 언급하며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 간 수사·기소 분리, 검찰청 폐지에 관한 검찰 개혁의 큰 방향에 이견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여당은 또 가짜뉴스 생산·유통을 제재하는 언론 개혁, 대법관 수를 늘리는 대법원 개혁, 공공기관 임원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장 알박기 방지법’ 등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수적 열세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기업·반시장적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장내·장외 투쟁을 벼르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남은 내각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자에 대한 추가 낙마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9월 2일)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 후보자(5일)에 대한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민주당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던 배임죄 완화 논의도 여당이 ‘개혁 입법’만 강조한 탓에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타협과 협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원식 때 전원 한복을 입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검정 양복·넥타이, 근조(謹弔) 리본 등 ‘상복 차림’으로 참석해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항의하는 뜻을 전하기로 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
시진핑 "글로벌 사우스 결집"…'앙숙' 모디도 7년만에 방중
국제 정치·사회 2025.08.31 18:08:39중국과 러시아, 인도 정상들은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반미 연대를 다졌다. 미국의 공세에 밀착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기로 했고 러시아는 중국·인도에 에너지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3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톈진 메이장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SCO가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힘을 결집해 인류 문명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참여국 간) 실질 협력으로 인류 운명과 공동체 건설을 촉진하는 중요한 힘이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회원국 정상들과 이사회 회의를 개최하고 더 많은 우방국 및 국제기구들과 SCO플러스(+) 회의를 열어 협력과 발전의 큰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SCO 정상회의가 사상 최대 규모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2001년 창설된 SCO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벨라루스 등 나라들을 차례로 포섭해 현재 10개 정회원국, 2개 옵서버(몽골·아프가니스탄)를 포함해 총 구성국이 26개국으로 규모가 불어났다. 광명일보는 “(구성국 전체를 합하면) SCO는 영토 면적과 인구수 기준으로 최대 국제조직이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SCO는 초기에 테러·분리주의 대응 등 안보 분야 협력에 집중했지만 이후 경제·무역·문화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이 이번 SCO 회의를 반미 연대의 장으로 삼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톈진 선언’을 발표하고 향후 10년 발전 전략 비준에 나선다. 특히 유엔 창설 80주년 성명도 내놓을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2월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하는 등 다자기구 대신 미국 국익을 우선에 둔 외교 기조를 펴고 있는 것과 대비를 이루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을 이어가는 이유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 개막일인 이날 톈진 영빈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특히 브릭스(BRICS)로 묶여 있는 중·러·인도 세 나라는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대항한 ‘혈맹’에 가까운 우의를 다짐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톈진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5년여 만에 양국 간 직항 노선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직항 노선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이후 중단돼 현지까지 폐쇄 상태였는데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계기로 하늘길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의 우호 관계를 뜻하는 ‘룽샹궁우(용과 코끼리의 춤)’를 강조하며 “국경 지역 안정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모디 총리도 최근 국경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도는 중국과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양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국경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의 고도의 불확실성을 맞아 글로벌 주요 경제체(국가)로서 인도와 중국의 협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지역 국경분쟁으로 무력 충돌까지 빚으며 ‘불편한’ 관계를 수년간 이어왔으나 최근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앞서 8월 양국 간 국경무역과 인도의 중국인에 대한 관광 비자 발급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전에 없는 화해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인도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자국산 원유·가스 구매 확대를 요청했다. 2023년 초부터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서 중국과 인도 양국의 구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합하면 과반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수출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더 늘리는 것을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로 삼은 것이다. -
트럼프 '마가' 구호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까닭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8.31 17:59:08‘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접할 때마다 의문이 들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위대한’ 시절은 언제인가. 요즘 뉴욕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맨해튼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데카콘(Decacorn·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수없이 탄생한다. 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사상 처음으로 30조 달러를 넘어서 세계 GDP의 26%를 차지한다고 봤다. 중국 추격이 거세다지만 지난해 기준 중국 GDP는 미국의 63.5% 수준에 그친다. 1995년 일본 GDP가 미국의 71% 선이었으니 당시 일본보다 지금의 중국이 경제력으로 위협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쇠락했으므로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호는 엄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중소 도시와 시골길에서 찾아야 한다. 중남부 중소 도시에 산재한 100년 전 마천루와 번영했던 다운타운의 초라한 자취들, 19세기 중반 미시시피강을 가르는 폭포에 시멘트를 부어 높이 15m, 길에 550m에 달하는 보(洑)를 만들던 압도적 공업력, 20세기 초반 그랜드캐니언에 기찻길을 뚫고 관광업이 성황하던 경제력, 100년 전 잘 닦인 도로를 따라 포드 모델T를 타고 백두산보다 높은 설산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산층. 미국이 세계의 공장이 돼 세계 GDP 40%를 도맡던, 누구나 열심히만 일하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던 그 때가 미국인과 트럼프가 말하는 ‘위대한 시절’인 셈이다. 미국의 주는 개별 국가에 가깝다. 태어난 주에서 평생을 보내는 이들도 절반이 넘는다. 현재 미국 경제의 ‘지표적 성장’을 이끄는 뉴욕·캘리포니아와 쇠락한 도시의 상징인 미시시피·웨스트버지니아 등 중남부의 1인당 GDP 격차는 2배에 달한다. 쇠락한 다운타운에서 낡은 마천루를 바라보는 중남부인들에게는 고공 행진하는 주가, 혹은 수십억 달러를 받는다는 인공지능(AI) 연구자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마가’는 철저하게 이들의 절망을 파고들고 있다. 선진국 제조업이 쇠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높아진 생활 수준에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힘든 탓이다. 그렇게 영국이 미국에, 미국이 일본에, 일본이 한국에, 한국이 중국에 ‘세계의 공장’ 지위를 넘겨줬다. 미국 역시 ‘위대했던’ 시절부터 이민자로 노동력을 채워왔다. 악명 높은 노예제는 말할 것도 없다. 서부 개척 시절 동원된 중국계 ‘쿨리’는 사망자 집계조차 어렵다. 현재도 노동의 하부는 이민자가 채운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 하는 우버 기사들이 과연 합법 이민자일까. 이처럼 선진국 경제는 ‘음지’에 자리한 저렴한 노동력에 기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마가 진영’이 외치는 미국 제조업 부활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진정성도 의문이다. 정녕 제조업 부활을 원한다면 더 많은 이민을 받아야 하지만 정책은 거꾸로 간다. 지지층이 원하지 않아서다. 로봇으로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도 기술적 난제보다 직장을 잃은 유권자 반발을 넘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조업 부활을 기치로 블루칼라 표를 얻어온 공화당이 제조업 부활을 현실화하기 가장 힘든 세력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떤가. 지난주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봤던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로 최악은 피했다. 절대적인 힘은 이내 균열을 내기 마련이다. 당장 미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한번 이뤄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위대한 미국’의 향수에 우리까지 취할 필요는 없다. 일단 소나기는 피했으니 득실을 따져 속도 조절에 나설 때다. -
中 메모리공장에 45조 쏟았는데…추가투자·사업유지 '진퇴양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31 17:56:32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전체 메모리 사업에서 중국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유일한 낸드플래시 해외 거점으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전체 낸드 중 35~40%가량을 이곳에서 만든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에서 전체 D램 생산량 중 40%를 생산하고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공장에서도 최소 10%대 후반대의 생산 비중을 가져가고 있다. 두 회사가 투자한 금액도 수십조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12년 중국 시안 1공장에 180억 달러(약 12조 원), 2017년 시안 2공장에 70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자했으며 2019년 80억 달러(약 9조 6000억 원)를 추가 투입해 규모를 확장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에 5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고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는 10조 원을 썼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허용을 철회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현지 공장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미 집행한 상황에서 시설 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철수는 더더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십조 원의 비용을 들인 공장을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공장 가동과 운영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고 토로했다. 차세대 장비를 반입하지 못할 경우 중국 공장의 첨단 메모리 공정 전환은 불가능해진다. 메모리 사양이 올라갈수록 공정 수도 늘어나면서 더욱 많은 수의 첨단 장비가 필요하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활용해 다양한 공정 전환 활로를 모색해왔다.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시안 공장의 주력 제품을 6세대(128단)에서 8세대(236단) 낸드로 전환했고 지난해부터는 9세대(286단) 제품 생산을 추진해 왔다. SK하이닉스도 극자외선(EUV) 등 일부 첨단 공정만 국내 사업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4세대(1a) D램을 우시 공장에서 만드는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이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최악의 경우 전체 메모리 생산량 중 40%가량을 기술 진보가 없는 레거시 제품만 생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산 면에서도 제약이 불가피하다. 정기적인 교체와 유지 보수가 필수인 반도체 장비 수급이 지연될 경우 수율 악화 등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노광부터 증착·식각 등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반도체 장비 산업은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의 상위 5개 업체 중 3개(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는 미국 업체고 나머지 2개 업체(ASML·도쿄일렉트론)도 미국 기술을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못지않게 이번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 업체들이 자국 장비를 발판 삼아 점유율을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을 다룬 ‘칩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이번 조치가 중국 업체에 대한 추가 제재와 병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들의 희생을 대가로 중국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대표 D램 업체인 CXMT의 올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이를 통해 D램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6%에서 4분기 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생산법인인 삼성 차이나반도체(SCS)의 상반기 매출은 4조 41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4%, 반도체 판매법인인 상하이삼성반도체(SSS)의 매출은 12조 34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각각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이고 최근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매개로 한 지분 거래 가능성도 언급되는 등 연이은 미국의 압박 조치는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이 더 심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30일 “글로벌 반도체 산업·공급망 안정에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만들었으며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3주마다 각종 규제와 정책들이 발표되는 형국이라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철회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함을 미국 정부에 강조했다”며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캠브리콘 이어 알리바바도 AI칩 개발…"中 과소평가" 올트먼의 경고 현실되나
국제 정치·사회 2025.08.31 17:54:39캠브리콘·화웨이 등에 이어 중국 최대 클라우드 업체인 알리바바까지 새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가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들의 도약을 돕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자 “미국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경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AI 반도체 선두 기업들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던 알리바바가 이전보다 더 다재다능한 새 칩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알리바바의 기존 칩은 대부분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됐지만 현재 시험하고 있는 새 칩은 더 광범위한 AI 추론 작업을 위한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규제 장벽에 부딪히자 알리바바가 남은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출통제와 중국 정부의 ‘백도어’ 의심 속에 엔비디아 H20 반도체 대중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그 공백을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현실화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그간 대만 TSMC를 통해 AI 반도체를 제조하다가 미국의 차단 조치에 따라 이번 칩부터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을 통해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공식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알리바바가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새 칩을 개발하고 있다”며 “알리바바의 반도체는 훈련이 아니라 실제 추론을 위해 설계됐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중 갈등을 계기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민관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인 블랙웰이나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칩만을 구매했다. 이마저도 4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제한 조치로 구매가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미국의 수출 재개 승인에도 중국 측이 엔비디아의 H20을 구매하지 말 것을 자국 기업들에 지시했다. “중국 시장을 미국산 반도체에 중독시킬 수 있다”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발언이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은 전국 AI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반도체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화 조치도 내렸다. WSJ는 “중국 반도체 회사와 AI 개발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체 개발 기술 무기고를 구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H20 수출을 다시 허용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보안 위험을 이유로 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기업들이 대체품을 내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의존 탈피를 꾀하는 중국 기업은 알리바바뿐만 아니다. 화웨이도 올해부터 전용 공장에서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관련 공장을 2곳 더 추가로 가동하기로 했다. 신생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캠브리콘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48% 급증한 28억 8000만 위안(약 5615억 원)을 기록하며 엔비디아의 대체재로 확고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메타엑스도 올 7월 H20을 대체할 수 있는 신형 칩을 공개하고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반도체는 H20보다 전력 소모량이 많은 대신 메모리 용량은 더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H20 반도체 수출통제가 패착이 될 것이라고 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AI 발전 로드맵을 공개하고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시스템 보급률을 2027년 70%, 2030년 90%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스마트 경제·사회 발전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 수준을 높일수록 미중 무역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양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 중국의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각각 완화하는 조건으로 이른바 ‘관세 휴전’ 기간을 11월 초까지 미룬 상태인데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이 내밀 카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
[여명] K푸드 날개 꺾는 K정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8.31 17:52:03국내 토종 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가 8월 ‘버거의 본고장’ 미국에 1호점을 열었다. 수백 명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며 오픈런을 했다. 온라인에는 3~4시간씩 기다렸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불고기버거·새우버거·비빔라이스버거 등 한국의 맛을 가미한 ‘K버거’를 맛보기 위해서다. K푸드 열풍을 타고 우리 식품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롯데리아를 비롯해 뚜레쥬르·파리바게뜨 등 햄버거에서 베이커리까지 ‘원조 국가’로 역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누적 시청 수 2억 3600만 회를 기록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처럼 라면과 김밥을 맛보겠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섰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빨간 국물의 매운 라면을 젓가락으로 능숙하게 먹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는 K팝·K드라마 등 K컬처와 유튜브·틱톡 등 온라인 콘텐츠 확산과 함께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내 식품 기업들의 도전과 혁신에 기인한다. 식품 회사들은 주요 국가의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해외 업체를 인수하고 한식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CJ그룹은 미국에서 8억 3200만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사우스다코타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미국에서 올린 매출만 4조 7138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잘나가는 식품 기업들도 국내에서는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값 상승,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연초부터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수익성은 되레 뒷걸음질 쳤다. CJ제일제당의 올 2분기 식품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고 롯데웰푸드(-45.8%), 농심(-8.1%), 대상(-8.1%) 등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양식품·풀무원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들만 선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15%의 대미 관세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7월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대미 수출 금액은 1억 3900만 달러(약 19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대미 농식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2023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효자 역할을 하던 수출조차 미국의 관세 여파로 녹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미국 상호관세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등을 활용한 원료 구매·시설 자금 지원 등의 조치를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잇따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더 센’ 상법(2차 상법개정안)으로 국내 기업 전반의 활동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생산 현장이 파업과 쟁의의 늪에 빠지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사회로 전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정된 상법은 기업의 소송 리스크 확대와 경영권 무력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취임 이후 경제계와 첫 회동을 하면서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이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하고 자기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협조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의 폭주로 통과된 규제 법안들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다며 장단을 맞췄다. 아쉬울 때는 기업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정작 기업의 고충과 애로에는 눈을 감아버린 정부와 여당의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비상하려는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기는커녕 족쇄를 채워서야 되겠나. -
새 조건 걸고 이행 미적…'관세 볼모'로 말바꾸는 美
국제 정치·사회 2025.08.31 17:43:17미국과 세계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실제 이행을 놓고 서로 간 말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이 협정 문서화 단계에서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거나 이행을 미루는 상황이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내 협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일본이) 쌀 수입을 확대하고 농산물 관세를 인하한다’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담겠다는 입장을 전달받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를 두고 미국 정부와 이견이 큰 상태였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는 7월 양국이 타결한 무역 합의에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닛케이는 미국의 요구에 일본 정부가 “내정간섭이며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전담하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의 방미 일정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를 놓고도 미일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5500억 달러(약 766조 원) 규모 투자 펀드의 조성과 운용 방식을 구체화하는 앙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그 대가로 현행 27.5%인 일본산 차·부품 관세를 15%로 내리는 행정명령을 받아낼 계획이었다. 당초 일본은 투자 펀드에 대해 명문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 합의를 이행하지 않자 투자 펀드 문서화와 관세 인하 행정명령을 맞교환하려던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 측은 “미국에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며 “실무 차원에서 아직 논의해야 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는 8월 28일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전면 철폐하고 미국산 해산물과 민감하지 않은 농식품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늘려 ‘특혜적 시장 접근권’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안을 발표했다.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 합의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EU산 자동차의 관세 인하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8월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EU가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위한 입법안을 공식적으로 도입하면 미국은 현행 27.5%가 부과되는 EU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를 15%로 낮춘다고 명시돼 있다. 당초 EU는 자동차 관세 인하 조처가 EU 입법안을 발표한 달의 1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만큼 8월 1일 이후 수출된 물량에 대해서도 15% 관세율을 소급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EU의 입법안 발표에도 미국이 곧바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관세 적용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EU가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세’ 정책을 폐지하지 않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장 부위원장은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어떤 강압적 시도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계속 제재 위협을 가할 경우 미국과의 무역협정에서 손을 떼는 것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 역시 미국과 현행 25%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에 난감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횡포에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9~30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를 포함한 중요 물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중 갈등과 대만해협 리스크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소재·장비·기술력이 있는 일본과 인력·시스템 설계에 잠재력이 있는 인도가 손잡고 기술 동맹을 맺은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질과 멕시코도 밀착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제라우도 아우크밍 브라질 부통령은 8월 28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농업과 건강, 바이오 연료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하는 예비 협정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멕시코는 최근 브라질산 육류 수입에서 미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브라질은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 시장 대신 멕시코 시장을 공략해 육류 수출을 더욱 확대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대미 수출이 75%에 달하던 캐나다도 남미 무역 블록과 교류를 늘리고 있다. 8월 25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며 미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
항소심도 "美상호관세 위법"…트럼프 "없으면 재앙" 상고
국제 정치·사회 2025.08.31 17:41:4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여한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불법이라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가 법적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는 원심 판결을 인용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IEEPA에 대해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만 부여할 뿐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IEEPA가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중대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떤 조치도 관세나 그와 유사한 것을 부과·과세할 권한을 명시하지는 않는다”며 “의회가 IEEPA를 제정하면서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제한적 권한을 주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은 관세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더러 대통령의 권한에 명확한 한계를 담는 절차적 안전장치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 항소 기회를 주기 위해 10월 14일까지 이번 판결의 효력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때까지 2심의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요청을 하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상호관세는 확정판결 전까지 유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치 편향적”이라며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고 이들이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더 이상 거대한 무역적자나 다른 나라들이 부과한 불공정한 관세, 비관세장벽을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법원의 도움 아래 우리는 관세가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X(옛 트위터)를 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3으로 보수 우위 구도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미국 대법원의 법 해석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라며 IEEPA에 근거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됐다. 관세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5곳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4월 14일 국제무역법원(USCIT)에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오리건주를 비롯한 12개주까지 법적 분쟁에 가세했다. IEEPA는 1977년 제정된 후 주로 적성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이용됐다. IEEPA에 무역수지나 제조업 경쟁력, 마약 밀반입 등을 이유로 붙여 관세를 부과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국제무역법원은 이후 5월 28일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즉각 항소했다. 외교가에서는 상호관세의 법적 실효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글로벌 무역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무역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나라들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협상을 미룰 수 있고 이미 관세율을 조정한 나라들도 투자 이행을 늦출 수 있다. 이번 판결이 한미 관세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와 1500억 달러의 직접투자, 미국 에너지 제품 1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대미 수출품의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내리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다만 미국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불법행위로 최종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301조와 122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수단을 사용할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반도체·의약품 등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한 품목별 관세는 이번 소송의 영향권 바깥에 있다. -
조정장엔 목표전환형 펀드…설정액 2배 '쑥'
증권 국내증시 2025.08.31 17:32:35알고리즘 매매 증가와 각종 대외 불확실성 심화로 수익 내기가 어려워지자 국내 투자자들이 목표전환형 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이를 방어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여 인기를 끌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흥행에 따른 공모펀드 시장 침체 속 중소형 운용사들의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3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9일 기준 목표전환형 펀드의 설정액은 2조 1489억 원으로 지난해 말 1조 1155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증가 분인 6525억 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상품 수도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48개였던 목표전환형 펀드 수는 올 들어 80% 넘게 증가했다. 29일 기준 목표전환형 펀드 수는 87개로 2023년 말(21개) 보다 4배 넘게 늘어났다. 목표전환형펀드는 설정 당시 제시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이후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투자 자금 방어에 집중하는 펀드다. 강제로 수익이 확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도 시점을 잘 잡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적합하다. 운용사가 목표 수익률 달성을 위해 보수적인 운용을 할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지녔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목표전환형 펀드 흥행 이유로 국내외 증시가 빠른 순환매 장세와 더불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외 증시의 장기 상승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대로 단기간 급등한 이후 실물 경제가 꺾이면서 투자자 불안이 확산 중이다. 미국 증시도 연일 상승세지만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각종 지정학적 등 대내외 경제 환경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좀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초당 수십번에서 수백번의 주문을 제출하는 ‘초단타 매매’ 기법 발전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수익 창출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이해 관계도 맞아 떨어졌다. 특히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한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 소외된 중소형 운용사들이 목표전환형 펀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KCGI코리아목표전환형증권투자신탁’ 등 목표전환형 펀드 3개에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펀드는 최초에는 채권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으로 운영되다가 목표 수익률 6% 달성 시 주식 자산을 매도하고 채권형 펀드로 전환되어 위험 등급이 낮아진다. ‘트러스톤핀셋플러스목표전환증권투자신탁’ 펀드 하나로 952억 원을 모은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호실적을 거두며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목표 수익률 조기 달성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수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올 3월 출시한 ‘한국투자글로벌M7스텝업분할매수목표전환 펀드 4호’는 일찌감치 목표 수익률 달성에 성공하며 채권형으로 전환해 운용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알아서투자해주는EMP목표전환형’ 1~3호 펀드 역시 모두 만기 전까지 목표 수익률 달성에 성공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목표 설정과 전환이라는 특수한 구조 때문에 일반 공모펀드 대비 보수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 목표전환형 펀드를 중도에 환매할 경우 추가 수수료도 발생한다. 실제 ‘KCGI어부바공모주우량채목표전환형’ 펀드의 설정 1년 미만 시 환매 수수료는 환매 금액의 3%에 달했다.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운용사 예상치보다 주가 상승 폭이 클 경우 투자자들은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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