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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반도체 추가 관세 2027년 6월까지 보류…'희토류 보복' 긴장 완화
국제 정치·사회 2025.12.24 05:10:38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 ‘휴전’의 일환으로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의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관보에 게재했다. USTR은 중국산 반도체를 상대로 관세를 포함한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추가 관세율을 0%로 설정했다. 현재 중국산 반도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에서 50%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USTR은 그러면서 18개월 뒤인 2027년 6월 23일에 관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세율은 관세를 부과하기 최소 30일 전에 발표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조항이다. USTR은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지난해 12월 23일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USTR은 조사 결과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행위는 부당하고 미국의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STR은 “중국이 갈수록 공격적이고 광범위한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을 동원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 미국 경제를 심각하게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외국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강제 이전, 지식재산권 탈취, 불투명한 규제, 임금 억제, 시장 원리를 무시한 국가 주도 계획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USTR의 이 같은 조치는 미중 양국이 이른바 ‘관세 휴전’에 돌입한 점을 감안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관세 부과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양국 선박 입항 수수료 등을 1년 간 유예하는 무역 합의를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면 시 주석이 미국에 답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USTR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양국 정상 간 합의를 확고히 하려고 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세계 기술기업들이 의존하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설] 언론·시민단체 “땜질·졸속” 비판에도 ‘표현 재갈법’ 강행한 巨與
오피니언 사설 2025.12.24 00:03:00거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을 23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땜질·졸속 입법”이라는 언론·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고의적 허위정보 유포자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 권력층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지는데도 민주당은 24일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안은 단순 오인·착오·실수에 따른 허위정보도 규제하는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 등을 담아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은 삭제하고 규제 대상을 부당한 목적 등의 고의적 허위정보로 좁히고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을 받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도 뺐다. 그런데 법안을 넘겨받은 법제사법위원회가 허위정보 유통 금지와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되살렸다. 기존 법안의 ‘친고죄’ 요건도 빼고 제3자에게 고발권을 주는 ‘반의사불벌죄’ 요건을 적용했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언론인들까지 비판하자 민주당은 다시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을 제외시키는 재수정안을 급조해 본회의에 올리는 혼선을 빚었다. 민주당은 또 다른 언론 재갈법인 언론중재법 개정안까지 꺼내 들었다. 법안은 반론 보도 청구 대상에 언론사 의견·논평과 같은 ‘비사실적 보도’를 포함시켰다. 보도의 사실 입증 책임은 언론에 떠넘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으나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공익 위해(危害) 목적의 허위’ 통신 행위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대해 공익 개념의 모호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적하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번에도 공익 등 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려 하고 있다. 이날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에도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처리를 밀어붙인 민주당이 또다시 위헌 소지를 외면하고 언론 재갈법안들을 처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사설] 日·대만보다 임금·규제 장벽 높은데 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나
오피니언 사설 2025.12.24 00:03:00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보다 월등히 높아 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국·일본·대만 임금 현황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상용 근로자 임금은 6만 5267달러로 일본의 5만 2782달러보다 23.7%나 높았다. 2011년만 해도 양국의 임금 수준은 비슷했지만 이후 한국은 64.4%나 인상돼 일본 상승률(34.2%)을 크게 앞질렀다. 대만에 비해서는 우리나라 임금이 16.2%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임금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제자리인데 임금만 오른다면 국가 경제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2018~2023년 노동생산성은 불과 1.7% 높아졌는데 임금은 연평균 4.0%나 상승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임금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외친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규제 족쇄’도 심각하다. 경총이 전국 대학교수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첨단산업과 신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업 규제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46.4%는 국회의 입법 활동이 ‘규제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대만은 정부가 앞장서 규제 그물을 걷어내고 있다. 대만 TSMC 연구실의 경우 하루 3교대 근무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과 공장 부지, 인프라 등은 정부가 패키지로 지원한다. 경쟁국에 비해 높은 한국의 임금·규제 장벽은 경제성장 저하로 직결됐다. 당장 한국은 올해 1% 성장도 버거운 상황인데 대만은 무려 7.3%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임금·규제 장벽을 허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은 주52시간 예외가 적용되도록 수정돼야 한다. 예외 분야를 인공지능(AI)까지 확대하자는 고동진 의원의 법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과 규제 혁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6대 구조 개혁 과제다. 정부·여당의 과감한 실천 없이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사설] 韓銀도 부동산정책 비판…공급대책 차질 없이 추진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5.12.24 00:03:00한국은행이 주택시장의 쏠림과 과열 현상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며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23일 공개된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현안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90으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 압력이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역 간 양극화’를 지목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현재 43.3%로 2020년 8월의 종전 최고치(43.2%)를 넘어섰다. 집값의 불안한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올 1월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값 누적 상승률은 12.1%에 달했다. 규제 일변도의 10·15 대책으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자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만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됐다. 그 결과 올해 월세 상승률은 3.29%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내년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28% 감소한 17만 2270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감소 폭이 무려 48%에 달해 1만 6412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점쳐졌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내년 전월세 시장의 상승 압력이 올해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문제, 용산정비창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을 두고 갈등한 탓이 크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문제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자 정치 진영이 다른 정부와 서울시가 소모적인 기싸움을 벌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루가 급한 주택정책이 정치 공학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허비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정교하면서도 적극적인 공급 대책을 세워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부동산 기대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는 한은의 권고를 속히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
시민 과잉진압 영상에 “요즘 경찰 왜 이래?” 했더니…AI가 만든 가짜 영상이었다
사회 사회일반 2025.12.23 23:36:36담배 피는 학생이 경찰에 조롱하거나 경찰이 시민을 강압적으로 제압하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영상들은 모두 실제 상황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가짜 경찰 출동 영상’으로 확인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키우고 있다. 23일 IT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AI 합성 영상은 지난 10월 2일부터 한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게시되기 시작해 현재 50개를 넘어섰다. 폭행이나 말다툼,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보디캠 영상처럼 연출된 것이 공통점이다. 한 영상에서는 교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경찰이 "○○여고 학생이지?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되지. 얼른 꺼"라고 제지하자 학생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발한다. 이어 경찰의 보디캠을 본 학생은 "지금 몰카(불법촬영)를 찍었느냐"며 "경찰이 '몰카' 찍고 다님? 변태네 진짜"라며 조롱한다. 경찰은 "요즘 학생들 진짜 미쳐버리겠네…"라며 난처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영상에는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부천역 인근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던 BJ가 등장한다. BJ는 시민 불편을 이유로 방송 종료를 요청한 경찰에게 욕설하며 달려들었다. 이후 경찰이 BJ를 바닥에 넘어뜨려 제압한 뒤 "당신을 모욕죄 및 공공도로 점유로 체포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해당 영상들은 모두 AI로 제작된 허위 콘텐츠다. 그럼에도 10월 한 달 동안 인스타그램에서만 누적 조회수 1200만 회를 기록했고, 관련 틱톡 채널 팔로워 수는한 달 만에 9900명까지 늘어나는 등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문제는 상당수 이용자들이 이를 실제 경찰 보디캠 영상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수도권을 시작으로 이달 초 대전까지 경찰 보디캠이 전국적으로 도입된 시점과 맞물리며 혼란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BJ 제압 영상에는 “경찰이 시민 자유를 억압한다” 등의 비판 댓글도 달렸다. 최근 한 유튜버가 불법주차 신고에 대한 경찰 대응을 문제 삼는 영상을 올려 관할 경찰서장이 "마녀사냥을 멈춰달라"며 대응에 나서며 경찰 과잉진압 등으로 오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AI 가짜 영상이 이러한 불신을 증폭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경찰청은 AI로 제작된 허위 영상 유포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SNS 채널들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채널 운영자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이익이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했다고 보고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 적용을 우선 검토 중이며, 영상 삭제나 차단 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2010년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폐지됐다. 이를 대체할 명확한 처벌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 역시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고 있어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AI 허위 콘텐츠를 직접 규율하는 내용은 담지 못했다. 이 때문에 AI 합성 영상 확산에 대응할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시특집] 바이오신약·배터리 키운다…성균관대 첨단 학과 확대
사회 사회일반 2025.12.23 21:24:10성균관대학교는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가군 694명, 나군 842명, 다군 121명 등 총 1657명을 선발한다. 이는 성균관대 전체 모집정원의 약 40% 수준이다. 정시모집은 가·나·다군으로 나눠 진행되며, 동일 모집단위라도 군별로 선발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지원자는 희망 모집단위가 속한 모집군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올해 신설된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는 나군에서 16명, 배터리학과는 다군에서 12명을 각각 선발한다. 사범대학을 제외한 일반계열은 가·나·다군 모두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한다. 나군 사범대학 모집단위는 수능 80%와 학생부 종합평가 20%를 반영하며, 예체능계열은 가군에서 수능 성적과 실기시험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성균관대는 모집군별로 수능 성적 반영 방식을 달리 적용한다. 가군과 다군은 표준점수를, 나군은 백분위 점수를 활용한다. 수능 성적은 유형 A와 유형 B로 각각 산출한 뒤, 두 점수 가운데 높은 점수를 선택해 반영한다.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반영 비율도 달라 동일한 수능 성적이라도 환산 점수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모집단위별 반영 비율과 산출 방식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탐구 영역은 가군과 나군에서 2개 과목을 반영하며, 다군에서는 변환표준점수가 높은 1개 과목만 반영한다. 과학탐구 과목 선택자는 의예과, 약학과, 자유전공계열, 전자전기공학부 등 일부 모집단위에서 최대 5%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에 따른 감점 방식으로 반영되며, 모집군과 모집단위에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정원 외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으로는 29명을 선발한다. 가·나·다군으로 나눠 모집하며, 수능 성적은 영역별 백분위 점수를 반영한다. 탐구 영역은 백분위가 높은 상위 1개 과목을 적용하고, 일부 자연·공학계열 모집단위에서는 과학탐구 과목 선택자에게 가산점이 부여된다. 정시 원서 접수는 이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수시모집 이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정시 모집 인원은 늘어날 수 있어, 지원 시점에 최종 모집 인원을 확인해야 한다. -
대출 눌러도 치솟은 서울 집값…월세화만 부추겼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12.23 19:05:25국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급등하는 가운데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은 서울로 몰려들어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신규 대출 잔액과 집값이 동조화하는 기존 금융시장의 법칙도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23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시장 구조 변화의 핵심 축으로 △지역 간 주택 가격 차별화 심화 △월세 가구 증가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간 동조화 약화를 지목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이미 위험수위에 올라왔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올해 3분기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9로 지수 산출이 시작된 2010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소득, 임대료, 전국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및 건설투자 갭 등을 종합해 산출되며 실물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춰 주택시장의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수도권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73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은 -0.75에 그쳐 2023년 3분기 이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로의 자산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기준 43.3%로 2020년 고점을 넘어섰다. 2분기 기준 서울의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은 약 3배에 달해 서울에서 창출되는 연간 부가가치보다 주택 자산 가치가 훨씬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선호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된 데다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입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도권 인구 유입이 지속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상급지 이동 수요가 서울 아파트 쏠림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비수도권 주택시장 부진은 금융기관 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1월 기준 대구(-26.6%), 부산(-18.0%) 등 주요 광역시의 주택 가격은 2021~2022년 집값 급등기 당시 대비 20% 안팎으로 하락했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가계대출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는 데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누적과 착공 감소로 지역 건설경기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뚜렷하다.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올해 10월 60.2%까지 상승해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부각된 데다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와 임대인의 월세 선호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축소와 갭투자 감소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된다고 가정할 때 소득 1분위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현재 소득 대비 17.4%에서 21.2%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99.2%에서 올해 2분기 89.7%로 낮아졌지만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의 질은 2022년 이후 더 나빠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점도 우리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동안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과거 유사하게 움직였던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간 관계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출에 의존한 영끌 수요는 억제됐지만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 중심의 매수세는 규제로 제어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택 구입 시 자기자본 비중은 8월 41.3%로 4월(32.9%)보다 8.4%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서울 집값 상승이 규제지역 밖으로 확산될 경우 차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시장과 금융불균형 관리를 정책의 중심에 두되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미시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또 바뀐 플라스틱 대책…소상공인·기업만 부담 커져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12.23 19:05:18정부가 2030년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기존 전망치 대비 30% 더 감축하는 내용의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과 빨대 등의 사용 지침이 또다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플라스틱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소상공인과 기업들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종이 빨대 정책에 따라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했다가 수억 원의 투자 비용만 날린 세계 1위 빨대 업체 ‘서일’의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과도한 사용 억제와 재활용률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우선 2012년 이후 1㎏당 150원으로 동결 중인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부담금 수준이 유럽(600원/㎏)의 25% 수준에 불과해 기업들의 플라스틱 감축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생 플라스틱 원료 사용도 촉진한다. 당장 2026년부터 페트병 제조 업체는 생산 원료 중 10%는 재생 원료를 활용해야 하는데 기후부는 선진국 기준에 맞춰 이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완구류·전자제품과 함께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4월 발표한 ‘포장 횟수 1차례, 포장 공간 비율 50% 이하’로 요약되는 택배 과대 포장 규제는 2년 계도 기간이 끝난 뒤 예정대로 시행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컵 따로 계산제’로 대체한다. 일회용 컵에 300원가량의 보증금을 받는 기존 정책이 운영 비용은 상당한 반면 재활용률 개선 효과가 거의 없자 정책을 선회한 것이다. 다만 영수증에 일회용 컵 비용을 별도로 표시하는 컵 따로 계산제 역시 소비자의 행동을 바꿀 유인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컵 요금을 커피 등 음료수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이미 2022년 11월 매장 내 사용을 금지했으나 소비자와 업계 반발에 해당 규제 적용을 무기한 유예하고 있는데 이를 원안대로 시행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한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정책 효율이 낮은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형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부회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배달 포장 용기의 연간 배출량은 각각 5만 톤, 22만 톤”이라며 “이는 1000만 톤에 달하는 연간 생활 폐기물 배출 총량의 2.7% 정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불편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것에 비해 정책 효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은 “커피만 해도 브랜드가 800개, 매장이 10만 개에 달하는데 영세한 매장에 텀블러 할인 체계와 세척 장비를 갖춰가며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는 탓에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장 종이컵만 해도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22년 식당 내 사용이 금지됐다가 2023년 윤석열 정부 들어 총선을 앞두고 돌연 규제가 철회된 바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규제 강화에 따른 우회 사용이 우려된다며 매장 내 종이컵 사용 금지를 매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택배 업계도 정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택배 물동량이 약 60억 개에 달하는데 정부 기준에 맞춰 포장됐는지 일일이 감시할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장례 업계도 정부의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기후부의 탈플라스틱 대책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민간 장례식장의 일회용 접시 사용을 규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서다. 현재 서울 5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만 쓰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폐기물 감축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접시는 약 4200만 개로 국내 전체 사용량(약 2억 1000만 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
서울시민이 가장 사랑한 정책 '서울야외도서관'
사회 사회일반 2025.12.23 18:28:08올해 서울시민이 가장 사랑한 정책으로 서울야외도서관이 뽑혔다. 서울시는 이달 8~19일 진행한 ‘2025 서울시 10대 뉴스’에서 서울야외도서관이 11만 2762표(17.1%)로 1위에 올랐다고 23일 밝혔다. 투표는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선정한 정책 10개를 대상으로 포털사이트와 서울시 엠보팅, 서울시외국어누리집에서 내·외국인 총 22만 6062명(65만 8175표)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울야외도서관은 2022년 개장 이후 올해까지 약 800만 명이 누적 방문하며 인기를 끌었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을 비롯해 자치구 야외도서관 14곳, 학교·문화시설 108곳을 연계한 팝업 야외도서관으로 운영 범위를 넓혔다. 2위는 대중교통 무제한 요금제인 기후동행카드(11만 927표, 16.9%), 3위는 일상 속 운동 실천을 유도하는 손목닥터9988+서울체력9988(8만 9845건, 13.7%)가 각각 차지했다. 이어 ‘한강 드론 라이트 쇼’,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미리내집, 신속통합기획 시즌2, 서울 규제혁신 365프로젝트, 한강버스 도입, 쪽방촌 새 보금자리 해든집 순이었다. 2025 서울시 10대 뉴스 투표 결과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서울’ 또는 ‘서울시 10대 뉴스’를 검색하거나 서울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수홍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서울시가 추진해 온 정책들이 시민의 삶 속에서 의미 있게 작동하며 호응을 얻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내년에도 시민을 더욱 촘촘하게 돌보고 일상 속을 혁신하고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화학 고부가 순위 글로벌 5→4위로…"내년 1분기 중 대규모 R&D 기획"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12.23 18:17:32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소 등 130개 기관이 참여하는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글로벌 화학산업 고부가 순위 5위인 한국을 2030년까지 4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자체, 산·학·연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하고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을 발표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그동안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구조로 성장해왔다. 과거에는 중국에 대부분 제품을 수출하며 이익을 내왔으나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번 얼라이언스 출범은 기업들의 사업 재편 노력 이외에도 기존 범용 소재 위주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 스페셜티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추진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재 별로 분절화된 연구개발(R&D)이 아닌 화학산업의 밸류체인(원료-소재-응용-수요)을 반도체, 미래차 등 수요 산업과 연계해 원팀 체계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사업 재편에 참여하는 기업을 R&D 지원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에는 한국의 글로벌 화학산업 고부가 순위를 기존 5위에서 2030년 4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 전략이 담겼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부가 전환 △친환경 전환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강화 등 3대 전략 축을 중심으로 R&D와 인프라를 고도화해 핵심 소재 및 공정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화학산업 내 M.AX(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 확산을 위해 소재 설계부터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개발과 기반 구축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전문가들과 마련한 217개의 실효성 있는 요소 기술들을 시장성 및 기술 확보 수준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맞춤형 지원을 실행하기로 했다. 시장이 크고 기술 수준이 높은 기술은 상용화 R&D를, 시장은 크나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도전형 R&D를 지원하는 식이다. 시장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클 경우에는 신기술 선점형 R&D·특허 분석을 지원하고, 기술이 성숙한 분야는 스케일업·공정 효율화 등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이러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내년 1분기 중 대형 R&D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19일 사업 재편안을 제출했고 22일 산업부 장관 주재 간담회에서 사업 재편 이행을 위한 전력 투구에 뜻을 모았다”며 “오늘 발표된 로드맵이 위기에 처한 화학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전환하는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의 눈] 나노 전쟁과 지역 칸막이
산업 산업일반 2025.12.23 18:00:00“지방에 내려간 연구자들도 틈만 나면 서울로 올라오려 하는데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정부 정책 하나 때문에 인재가 오지 않는 곳에 연구소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비수도권 반도체 연구 종사자에 한해 주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밝힌 뒤 한 반도체 장비 기업 대표가 내뱉은 탄식이다. 연구직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산업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정부가 여야 정쟁으로 반도체특별법에서도 제외됐던 이 카드를 전격 수용한 것은 산업 현장의 절박함을 정치적 논리보다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하지만 실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꿈의 직장’ 연구자들조차 비수도권 근무를 꺼려 이직을 감수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냉혹한 현실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기 위해 사활을 건 첨단 패키징 연구 시설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충남 천안과 온양에 집중돼 있다. 이 핵심 전략 거점마저 인력 확보에 고전하며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연구자의 70%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이런 구조에서 정부의 정책은 연구자들에게 ‘지방으로 가서 더 고강도 노동을 하라’는 요구밖에 되지 않는다. 업무 강도는 치솟는데 이를 상쇄할 도시 인프라도, 명확한 인센티브도 없는 지방에서의 삶은 일상에서 가치를 찾는 젊은 세대에게 ‘도전의 장’이 아닌 ‘노동의 유배지’로 비칠 뿐이다. 지역 균형 발전은 물론 중요한 당면 과제다. 정부의 전향적 결단에 기업도 사회적 역할로 화답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채 균형 발전과 반도체 생존을 헐겁게 엮은 제도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패착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전쟁은 ‘지리적 경계’가 아닌 ‘나노미터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속도전이다. 지금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연구자의 마음을 움직일 파격적인 보상과 연구 환경의 질적 혁신이다. 연구자들이 기꺼이 밤을 지새울 가치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
'직방' 엑시트는 못하고…'투자 10년' 골드만삭스, 의결권 제한
산업 IT 2025.12.23 17:54:41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3대 주주에 올라 있는 골드만삭스가 보유 지분의 상당수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골드만삭스가 직방에 투자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미국 은행지주회사법 위반 우려가 커진 탓이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특정 회사의 지분 5%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3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직방 보통주 254만 9785주 중 157만 3862주를 의결권 제한 종류주로 전환했다. 이에 골드만삭스가 가진 직방의 의결권 포함 지분율은 13.06%에서 4.9%로 축소됐다. 해당 의결권 제한 종류주는 직방의 마지막 투자 주당 단가인 12만 8686원을 기준으로 약 2000억 원어치다.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에서는 은행이 특정 비금융 회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은행이 산업 경영에 개입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과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다. 은행과 비금융 기업 간 소유·지배 구조를 제한하는 우리나라의 이른바 ‘금산분리’ 원칙과 같은 맥락이다. 이 법에서는 자본 이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유예기간을 10년으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골드만삭스는 지난 10년간 직방 지분 10% 중반대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달을 기준으로 투자한 지 10년을 초과하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앞서 보유 지분 가운데 5%를 넘는 부분에 대해 의결권을 포기하며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직방 지분 매각 대신에 의결권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직방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직방이 최근 몇 년간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탓에 지분 인수를 원하는 투자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은 2021년 적자로 전환한 이후 매년 수백억 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직방은 2022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으며 유니콘에 등극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벤처 업계에서 직방 구주는 기업가치를 1조 원 이하로 낮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미국 관련 법에 따라 지분 매각이 아닌 의결권 제한 조치를 통해 문제가 없도록 한 것”이라며 “당장의 지분 매각보다는 의결권 제한 조치를 진행한 이후 차후 매각을 노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60조원 개인 보증…파라마운트, 워너 인수전에 '아빠 찬스'
국제 기업 2025.12.23 17:46:25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를 둘러싸고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쩐의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계적인 갑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까지 등판했다. 넷플릭스보다 높은 주당 30달러를 부르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파라마운트는 엘리슨 회장으로부터 60조 원에 달하는 자금 보증을 받았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성명을 통해 엘리슨 회장이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위한 총 1084억 달러 가운데 404억 달러(약 60조 원)를 개인적으로 보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엘리슨 회장은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의 아버지이자 대표적인 친(親)공화당 인사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도 유명하다. 워너브러더스 이사진이 파라마운트의 인수 자금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엘리슨 회장과 엘리슨 가족 신탁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자 확실한 보증인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파라마운트는 이날 성명에서 “인수 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엘리슨 가족 신탁을 해지하거나 그 자산을 불리하게 이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또 규제 당국의 승인에 실패해 거래가 무산될 경우 워너브러더스 측에 지급할 위약금도 기존 50억 달러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58억 달러로 올렸다. 넷플릭스 역시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위해 250억 달러(약 27조 원)의 은행 융자 한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50억 달러 규모의 무담보 회전신용장과 총 200억 달러의 무담보 선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자금 조달에는 웰스파고와 BNP파리바·HSBC 등이 참여한다. 지금까지는 워너브러더스와 M&A 계약을 맺은 넷플릭스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에 앞서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 나섰던 파라마운트는 세 차례 단독 인수 제안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다만 인수 금액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워너브러더스 이사진이 파라마운트의 자금 조달 방안을 신뢰할 수 없다며 주주들에게 넷플릭스 인수를 지지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일부 주주들은 파라마운트의 제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라마운트와 함께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어피니티파트너스는 발을 뺀 상태다. 어피니티 대변인은 최근 “올 10월 우리가 처음 관여했을 때와 비교하면 투자 구도가 상당히 바뀌었다”며 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
떼돈 번다는 韓은행…中보다 수익률 낮다
경제·금융 은행 2025.12.23 17:44:07이재명 대통령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고 은행들을 질타했지만 국내 은행의 수익률은 중국 국유은행보다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은 만기 때 돌려줘야 하는 예금주의 돈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건전성이 중요하고 꾸준히 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이익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은행의 특성과 수익성을 무시한 채 계속 옥죄기만 하면 금융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더 뱅커’지에 따르면 기본자본 기준 전 세계 1위인 중국 공상은행(ICBC)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말 현재 0.8%로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0.68%)을 웃돈다. 중국 건설은행(0.8%)과 농업은행(0.7%)도 KB를 앞선다. 국내 2위사인 신한금융도 0.67%다. 영국의 HSBC(0.8%)와 스페인의 산탄데르(0.7%) 역시 한국 은행보다 높다. JP모건체이스 같은 미국 초대형 은행은 1.5%로 두 배 이상 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비슷하다. ICBC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ROE는 9.85%로 KB금융(9.74%)을 상회한다. KB의 경우 신종자본증권을 계산에서 제외하면 8.85% 수준에 그친다. 유럽 일부 은행은 한국보다 수익률이 낮다. 프랑스의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은 각각 0.5%와 0.4%다. 스위스의 UBS는 0.3%에 그친다. 다만 이는 장기간의 저성장·저금리와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은 유럽 은행은 미국보다 강한 규제에 ROE가 0.8~1%포인트 낮다고 분석한 바 있다. 유럽 은행이 한국보다 더 약자를 위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은 남의 돈을 갖고 영업하는 것”이라며 “여유 자금을 모아 효과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3면 -
이준석 "과기 예산만이라도 3개월 단위로"…차지호 "미래 가장 먼저 오는 韓, 입법 사이클 바꿀때"
정치 정치일반 2025.12.23 17:40:05국회의 대표적 ‘미래통’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신년 입법부가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전문성 부족 등으로 시대를 예측·준비하고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입법부의 역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시스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미래 대응 차원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3개월 단위의 예산 운영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했다. 차 의원은 “국회 내 ‘진짜 전문가’ 그룹을 늘려야 한다”며 “‘피어 리뷰(같은 분야 전문가가 심층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통한 고강도 전문성 검증 제도를 두자”고 했다. 특히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킬러 규제’에 대해서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점에도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사회=이상훈 정치부장 -인공지능(AI) 문명이 우리 사회를 덮쳤다. 국회 역할은. △이=국회가 전체적으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경우 방송·통신이 결합돼 있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방송 편향성 심의만 2년째 하고 있다. 칸막이를 없애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을 떼어놓는 움직임도 있어야 한다. △차=산업혁명이 80년 정도의 사이클로 이뤄졌다면 AI로 인한 전환은 15년 정도에 이뤄질 것이다. 현재 입법부는 하나하나의 개선보다 전체 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대전환기를 미리 예측해 준비해야 한다. 그런 기능들을 어떻게 담아낼지가 이번 국회의 시대적 과제다. -정책 공학이 아니라 정치 공학의 국회라는 냉소가 적지 않다. △이=냉정하게 말하겠다. 지금 국회는 선거가 우선이 되다 보니 과학·산업 등 주제를 다룰 리터러시(문해력)가 부족한 분들이 많다. 인적 전환도 중요하지만 각 당에서 의원의 역량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 △차=상대적으로 과학·기술 관련 전문성을 가진 그룹이 너무 적다. 국회를 둘러싼 전문가 그룹의 질이 높지 않은 것도 문제다. 국회 공청회 등에 참여하는 전문가 중 극히 일부만 전문가다. 그런 질 낮은 전문가들이 국회에 많아지는 건 피어 리뷰 시스템이 없는 탓이다. 입법을 할 때 기술이 어떤 식으로 사회를 전환시킬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을 가지고 움직여야 되는데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그룹이 없다. -신산업 규제를 없애면 한국이 우위로 올라설 수 있을까. △이=국제적 분업 상황 속에서 규제 기준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입의 장애가 되기도, 한편으로는 퍼스트 마켓을 유도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었지만 미국이 아닌 한국이 선제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의료 스타트업 중에서는 한국의 임상 환경이 너무 잘돼 있다는 이유로 임상시험을 한국에서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굉장히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옛 KFDA)를 비롯한 국내 기관의 심사 결과가 미국에서는 통용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일 뿐이다. 임상을 위한 환경은 한국이 더 좋다고 한다. 이런 점을 우리가 백분 활용하려면 먼저 규제의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예산에 대한 거버넌스도 한번 짚어봐야 한다. 과방위에 2년 동안 있어 보니 1년 뒤의 미래를 예측해서 1년짜리 예산을 짜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의 일부 예산만이라도 실험적으로 쿼터 단위로 운영하는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라면 그렇게 할 거다. 상당한 규모의 예비비를 두고 재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것을 비정기적인 추가경정예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응에서는 이런 계획의 단계를 6개월 또는 3개월 단위로 일부 예산만이라도 운영해보는 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첨단기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1년 뒤를 예측하겠나. △차=예산 관련 거버넌스는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하나는 중장기 예측과 전략 기능, 예산 기능의 통합이다. AI·인구·기후 이런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중장기 예측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둘로 나뉘면서 재정·경제 쪽과 기획·예산 쪽이 분리됐다. 기획·예산 안에 중장기적 예측과 기획 기능이 있는데 이게 보다 더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중장기적인 예산 사이클을 갖고 그 안에서 올해 예산들이 어디에, 어느 파트에 집중돼야 할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애자일(agile·빠르고 유연한)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예측에 의해 매년 예산이 전략적으로 배치된다면 다른 한쪽으로는 1년 예산 안에서도 예산의 쓰임이 매달 달라질 수 있다. AI 분야는 약 2~3개월이면 다른 생태계가 형성되는데 이에 맞춰 예산 계획을 수정해나가야 한다. -‘킬러 규제’를 딱 하나 없앤다면. △이=규제를 확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로 돌아가 보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없다는 점이 국내 AI 모델들이 뒤처지는 이유로 지적됐다. 그래서 GPU 확보 경쟁에만 몰두했는데 GPU를 확보한 후에는 어떤 변명을 할 것인가. 차 의원이 지적한 전문가 집단에 대한 피어 리뷰와 검증 필요성에 공감한다. 미래를 바라본다면 투자 방향성도 달라져야 한다. AI 모델 역시 전혀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관점이 매우 부족하다. △차=20세기와 비교했을 때 10년의 변화가 지금은 1년에 나타난다. 규제라는 것이 지난해와 올해 상황이 다르다. 어떤 시대든 공공 영역에서 규제는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전에 만들어진 규제의 기능들이 현재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만든 규제가 내년에 힘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규제의 사이클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는 시점에 놓여져 있다. 유연하고 빨라야 한다. -신년에 ‘1호 법안’으로 발의하고 싶은 건. △이=규제기준국가제가 필요하다. 분야별로 어떤 한 나라를 정하고 그 나라의 규제 현실에 맞추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할 수 있는 건 우리도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우리의 상품이 바로 미국에 통용될 수 있느냐, 아니면 미국 서비스가 우리 서비스될 수 있느냐 하는 ‘규제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것이다. 이를 통해 중복된 인증 비용이나 설계 차이로 인한 시차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바이오 분야에서 일본이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다 하겠다’ 또는 ‘자율주행은 중국에서 하는 정도의 규제는 우리가 똑같이 가져가겠다’ 이렇게 해야 업계가 명확히 알고 도전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정부에 ‘미국에는 이런 서비스 나왔더라, 우리도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차=AI 기본사회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AI 자체에 대한 산업이나 기술 증진 관련 법이 아니라 AI가 우리 사회 전반의 전환을 가져왔을 때 필요한 기본법들을 설계해나가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한국은 미래가 먼저 오는 나라다. 미래에 먼저 대응하는 법들이 만들어져야 된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법들이 일종의 레퍼런스 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미래가 먼저 오는 나라’라고 했는데. △차=해외에 있는 석학들과 주로 의논하면 그들이 가진 한국에 대한 기대가 그렇다. 사회적·정치적인 실험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다른 나라로 확산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 국가들이 예전만큼 국제적 리더십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먼저 레퍼런스 모델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다면. △이=이재명 대통령이 ‘국뽕’ 마케팅에 취해 있다. AI 모델 측면에서도 이 대통령은 ‘소버린 AI(주권 AI)’에 경도돼 있다. 소버린 AI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예를 들어 오픈 소스화된 AI 모델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야 가치 있는 것이다. 어떤 모델을 사용할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거다. 과거 스마트폰을 소버린화(化)해서 제품을 만들려고 했던 시도를 보자. 삼성이 국제시장에 통용되는 수준까지 가기 위해선 결국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원 투자와 관련한 선택을 할 때는 국가적으로는 ‘되는가’ 그리고 ‘나머지와 속도를 맞출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성향으로 봤을 때는 ‘소버린’ ‘국산화’ 같은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아이폰 도입을 막으려 했을 때처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이 대통령이 최근 만기친람식으로 나서고 있는데 ‘전문가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지금 보여야 할 건 통찰력이다. 그런데 굉장히 구체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전부 자기 학습으로 얻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좌하는 사람들의 판단을 바탕으로 얘기하는 것일 텐데 그게 위험할 수 있다. 정부가 하기 어려운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 임기 1년 차니까 향후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전지전능자’의 위치로 가면 AI 사회에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차=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현안들이 닥쳐온 뒤 거버넌스를 만들고 규제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변화를 적어도 5년 정도는 중장기적으로 예측하고 향후 정책을 설계하는 ‘예측 기반의 거버넌스’가 필수다. 예전에 글로벌 위기나 인도주의 관련 활동할 때 가졌던 원칙 중 하나가 애디드 밸류(added value·추가적인 가치 부여)다.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AI나 미래 등 영역에서 적어도 몇 년의 앞을 보게 됐다. 제가 본 미래는 굉장히 시급하고 전체적인,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들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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