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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금리인하 선반영한 시장, 진짜 관건은 '점도표'
국제 정치·사회 2025.12.09 06:04:00올 연말 증시의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를 판가름할 12월 미국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이번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눈이 오는 9~10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로 쏠리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올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는 않는 분위기다. 연준이 관세발(發) 물가 전망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는 까닭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물가·소비 심리 지표도 대체로 일방향성을 보이지 않았고,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았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미 강하게 주가에 반영됐기에 막상 해당 결정이 나와도 증시가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는 오히려 연준이 회의 이후 공개할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에 더 주목하고 있다. 연준의 내년 금리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대한 척도라서 그렇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회의 직후 이 점도표를 기반으로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주식·채권 시장도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확인하고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금리 인하 확률 86%…트럼프 “해싯, 잠재적 연준 의장”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현 3.75∼4.00%에서 0.25%포인트 더 내릴 확률을 86.2%로 반영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39.1%에서 47.1%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반대로 금리 동결 확률은 60.9%에서 13.8%로 내려갔다. 금리에 대한 기대를 결정적으로 바꾼 계기는 지난달 21일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이었다. 윌리엄스 총재는 당시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중앙은행 주최 행사에서 “가까운 시기에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주장하며 시장을 뒤집어 놓았다. 공개시장 운영 업무를 맡는 뉴욕연은의 총재는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 유일하게 연준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다. FOMC 부의장으로서 12명으로 구성된 투표 위원에 속해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월가에서는 윌리엄스 총재가 파월 의장과 어느 정도 의견을 조율한 뒤 입장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파월 의장의 유력한 후임이라는 관측도 금리 인하설에 힘을 실었다. 백악관 소속인 해싯 위원장이 재정적자 부담 경감, 관세 효과 극대화를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내년부터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는 기대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이나, 의장직 퇴임과 함께 여기서도 함께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25일 블룸버그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를 가져올 인물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해싯 위원장이 유력 후보라고 먼저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2일 해싯 위원장을 가리켜 “잠재적 연준 의장(potential Fed chair)도 여기 있다”고 거론했다. 해당 발언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거액의 기부를 발표하던 컴퓨터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델 부부에게 해싯 위원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잠재적’”이라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아마 내년 초에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누군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월가에서 새 연준 의장 발표 시점을 이르면 올 크리스마스 전으로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는 다소 늦춰졌다. 해싯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지명한다면 기꺼이 봉사하겠다”고 자신했다. 파월 의장은 1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마련한 고(故) 조지 슐츠 전 국무부 장관 기념 강연에 대담자로 나서 “현 경제 상황이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FOMC를 여드레 앞둔 블랙아웃(대외 메시지 금지) 기간임을 감안해 침묵을 지킨 것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날부터 3년 6개월 만에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했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이 관련 입장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지만, 그는 이날 슐츠 전 장관을 추모하는 데에만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방향성 없이 엇갈린 소비·고용·물가 지표…셧다운 후유증 속 결정적 ‘한 방’은 없어 연준 인사들의 침묵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에 따른 경제 지표 부족 속에 최근 발표된 각종 고용·물가 지수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엇갈렸다. 금리에 대한 판단을 완전히 틀 만한 결정적인 근거가 없었다는 의미다. 지난달 25일 미국 상무부는 9월 소매판매가 7033억 달러로 8월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정책 여파로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감소한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3%보다도 낮았다. 월간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가운데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다. 미국 전체 소비 흐름을 가늠할 지표로 여겨진다. 반대로 미국 미시간대가 이달 5일 내놓은 12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3.3으로 11월보다 2.3포인트 올랐다. 미국 소비자심리가 나아진 것은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이었다. 연말 소비 기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따른 물가 우려가 완화됐다는 신호였다. 앞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올 들어 5∼7월을 제외하고 11월까지 줄곧 하락하기만 했다. 12월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도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해 4.1%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1월(3.3%)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했다. 엇갈린 지표가 나온 것은 소비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일 민간 고용정보 업체 ADP는 11월 8일을 기준으로 최근 4주 동안 미국의 민간 고용 예비치가 일주일에 평균 1만 3500명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도 4일 감원 보고서를 내고 지난달 미국 기업의 감원 계획이 7만 1321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11월 기준으로 지난 2022년(7만 6835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23~29일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19만 1000건을 기록해 직전주(11월 16~22일)의 21만 8000건보다 2만 7000건이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2년 9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청구 건수였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 건)도 밑돌았다. 시카고연은이 발표하는 11월 추정 실업률도 10월 4.46%보다 소폭 하락한 4.44%를 기록했다. 물가에 관해서는 5일 상무부가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2.9%)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9%)는 약간 밑돌고, 올 8월보다는 0.3% 올랐다.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4월(2.3%)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폭을 높이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뛰었다. 8월에 비해서는 0.2% 올랐다. 이들은 전문가 예상치와는 대체로 일치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다. 관세 물가에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된 연준…월가는 ‘내년 통화정책 가늠자’ 점도표에 더 민감 실물 경기에 대해서는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2를 기록해 10월(48.7)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축 국면도 9개월째 이어졌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제활동 위축, 웃돌면 확장을 뜻한다. 같은 날 나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11월 제조업 PMI 확정치도 10월(52.5)보다 떨어진 52.2를 기록했다. 반면 3일 나온 ISM의 11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52.6으로 10월 52.4에서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2.1)도 소폭 웃돈 수준이었다. ISM의 서비스업 PMI가 50 이상을 기록한 것은 벌써 66개월째다. 같은 날 S&P 글로벌의 11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54.1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 55.0, 10월 확정치 54.8보다 다소 낮아졌다. 연준의 경기 인식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준은 지난달 26일 선보인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고용이 약간(slightly) 감소했고 절반 정도의 지역이 노동 수요 약화를 언급했다”며 “물가는 적당히(moderately) 올랐고 주로 관세 비용 증가로 제조업과 소매업에서 투입비용 압력이 널리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소비 시장에서 ‘K자형’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보고서다. 통상 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면서 이제는 연준 내 분열 양상과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가를 점도표에 월가의 시선이 더 모이고 있다. 최근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과 셧다운 사태에 따른 자료 부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내부 의견 충돌을 겪고 있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19일 공개한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 내부 인사들은 월가의 기존 추정보다 더 많았다. 의사록은 “‘많은(many)’ 참석자들이 각자의 경제 전망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월 9~10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연준 인사는 ‘여럿(several)’으로 표기했다. 금리 인하의 의견을 낸 사람 수가 동결 입장을 제시한 이들보다 적었음을 암시한 것이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는 스티브 마이런 이사가 0.50%포인트 금리 인하로,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가 금리 동결로 각각 소수 의견을 냈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29일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회의에서 위원 간 극명한 견해차가 있었고 민간 지표가 이 정부 데이터를 대체하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서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슈미드 총재 등 윌리엄스 총재를 제외한 모든 인사가 블랙아웃 기간 직전까지 12월에도 금리 동결을 원한다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연준에서 비교적 중도파로 분류되는 마이클 바 이사와 필립 제퍼슨 이사도 금리 인하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의 미셸 보먼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마이런 이사 등은 추가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임명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에 불복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최초의 흑인 여성 인사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추가 인하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리더라도 내년 인하 가능성까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이유다. 연준 결정 따라 글로벌 ‘산타 랠리’ 영향…한국, 고환율 부담 덜 수도 실제 직전 분기에 공개된 9월 28~29일 FOMC 회의 경제전망요약(SEP)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평균적으로 12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0.50%포인트 더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개인 성향에 따라 매우 큰 인식의 편차를 보였다. 전체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12명만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이 가운데 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는 9명에 불과했다.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이었고, 1.25%포인트나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 사람도 1명 있었다. 연말 기준금리가 현 수준과 같거나 높을 것이라 전망한 위원도 7명이나 됐다. 내년 말 금리 전망 분포도 2.75∼3.75%로 넓게 분산됐다. 내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올해 말보다 겨우 0.2%포인트 낮았다. 12월에 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내년에는 겨우 한 번이나 더 내릴까 말까 할 정도로 연준 인사들이 물가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주 연준이 막바지에 참고할 만한 경지 지표로는 오는 9일 ADP 4주 평균 고용 증감, 10월 JOLTS의 구인·이직보고서 등이 있다. FOMC 회의 이후인 12일에는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해맥 총재, 굴스비 총재 등이 그간 침묵을 깨고 줄줄이 연단에 선다. 이들의 입을 통해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논의한 내년 금리 방향을 추정할 수도 있다. 금리와 별도로 증시에 중요한 사안으로는 10일 오라클(2026 회계연도 2분기)과 시놉시스(2025 회계연도 4분기), 11일 브로드컴(2025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 발표가 있다. 이들은 모두 최근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클라우드와 반도체 시장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기업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실적 전망치가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의 실체와 산업 내의 판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1일 코스트코(2026 회계연도 1분기)의 실적은 현 미국 소비 시장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연준이 이달과 내년 금리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 주식시장의 산타 랠리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점도표상 내년 통화완화 정책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환호는 잦아들 수 있다. 나아가 예상을 깨고 12월부터 금리를 동결한다면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자신의 측근을 얼마나 이른 시점에 연준 의장으로 낙점하는가도 중대 변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내릴수록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돼 최근 원·달러 고환율에 신음하는 한국도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게 된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美반도체 3배 ETF' 반등하는데…서학개미, 1조 넘게 팔아치웠다 [인베스팅 인사이트]
증권 증권일반 2025.12.07 17:53:03지난달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1조 원 넘게 사들인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2주 동안에는 해당 종목을 대거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관련 기업 주가들이 급락하던 시기에 매수가 집중됐던 만큼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물량을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티커명 SOXL)’을 결제처리일 기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매매일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8억 9027만 달러(약 1조 3100억 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순매도액이 가장 많았다. SOXL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 등 나스닥과 뉴욕증시에 상장된 30개 주요 반도체 회사로 구성된다. 주목할 부분은 서학개미들이 SOXL 대량 매도에 나선 시점이 SOXL이 단기 반등을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라는 점이다. 올 4월 8일(현지시간) 8.25달러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던 SOXL 가격은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10월 29일 49.38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가격이 급락해 지난달 20일 30.81달러까지 약 37.6% 떨어졌다가 상승 반전, 이달 5일 46.5달러까지 회복했다. 공교롭게도 서학개미들은 SOXL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집중 매수 전략을 펼쳤다. 이들은 지난달 3~20일 SOXL을 9억 1535만 달러(약 1조 3500억)어치 순매수했다.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던 10월에는 5억 295만 달러(약 74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저점 매수 시기로 생각해 SOXL을 신규 매수한 투자자들이라면 아직 가격 회복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SOXL 가격이 일부 반등하자 이를 손절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직전 고점을 거의 회복했음에도 SOXL 가격은 고점 대비 5.8% 낮은 건 레버리지 상품의 ‘복리 효과’ 때문이다. 기초지수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시장 상황에는 레버리지 상품의 누적 수익률이 투자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100에서 80으로 하락(-20%)했다가 100으로 상승(25%)한 경우, 2배 레버리지 ETF의 가격은 100에서 60으로 하락(-40%)한 후 90으로 상승(50%)하게 된다. 한편, 앞으로는 개인들의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투자가 까다로워진다. 이달 15일부터 해외 레버리지 ETP를 처음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1시간의 사전교육을 의무로 받아야 한다. -
런정페이 "AI는 응용 경쟁…5년 내 中 경이로운 발전 할 것"
국제 경제·마켓 2025.12.07 17:43:47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기술 전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특히 미국과 달리 순환 거래 리스크가 거의 없어 최근 불거지고 있는 AI 거품론으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중국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최근 열린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ICPC)’ 심포지엄에서 “현재 AI 붐에 대해 논할 때 ‘발명’이 아니라 ‘응용’에 집중해야 한다”며 응용 분야에서 중국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발명은 단 하나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만 응용은 국가 전체를 강화할 수 있다”며 화웨이의 AI 연구는 전적으로 ‘응용’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AI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은 범용인공지능(AGI)과 초인공지능(ASI) 연구에 집중하지만 중국은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5년, 아니 5~10년 안에 중국은 경이로운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구형 반도체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로 엔비디아 AI 칩에 필적하는 성능을 구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수 칩을 연결하는 ‘물량 공세’로 개별 칩의 성능 열세를 상쇄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샤오쥔 중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칭화대 교수)은 최근 구형 반도체를 활용해 설계한 AI 칩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최신 4㎚(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칩에 맞먹는 성능을 낸다”고 말했다.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캠브리콘은 내년 AI 반도체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 엔비디아 출신이 설립한 무어스레드도 중국 내 그래픽처리장치(GPU) 국산화를 앞당겼다는 평가 속에 5일 상장하자마자 6배나 폭등했다. 한편 미국에서 순환 거래 논란이 촉발한 AI 거품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 비해 중국의 버블 우려가 작다는 분석도 나왔다. UBS증권이 발표한 중국의 AI 인사이트 보고서는 중국의 국내 회전금융이 제한적이고 자본 지출도 상대적으로 신중해 AI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달리 중국 AI 개발 업체는 제3자 자금 조달이 아닌 모회사의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의 총자본 지출은 약 4000억 위안(약 83조 5000억 원)으로 미국 기업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태원 "AI버블 아냐…韓 7년내 인프라에 1400조 쏟아야"
산업 기업 2025.12.05 17:26:16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논란인 인공지능(AI) 산업 버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또 한국을 ‘글로벌 AI 3강’으로 올려놓기 위해 “한국이 AI 산업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 정책이 바탕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투자 재원 마련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5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4회 BOK-KCCI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특별 대담을 나누며 이같이 말했다. 대담은 주로 이 총재가 AI와 관련한 질문을 하고 최 회장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 역시 이 총재에게 평소 궁금했던 사안을 되묻기도 했다. 이 총재는 우선 ‘AI 버블론’에 대해 최 회장의 의견을 물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실현 시기와 기술적 한계에 대한 AI 산업의 구조적 의구심이 제기돼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비교해 ‘AI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은 “버블이냐 아니냐는 대상에 따라 다르다”며 “산업 측면에서는 버블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늘 ‘오버슈팅’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버블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제 새로운 유형의 AI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버블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포부에 대해 공감하면서 AI 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관해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의 AI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한민국 AI 전략이 돼야 한다”며 “결국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금 있는 기업만으로는 AI 전쟁을 계속해나가기 어렵다며 AI 관련 스타트업 시장을 따로 만들고 육성해서라도 몇 만 개 이상의 AI 스타트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AI 3대 강국으로 가려면 전문인력과 자금 등 ‘자원(리소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향후 7년 내 약 20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70조 원이 필요한 만큼 7년간 1400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단순히 인프라 구축에만 이 정도 들고 교육비 등을 포함하면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이 총재에게 “한국은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새로운 투자 방안을 연구해줄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업 차원에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데다 최근 이를 위해 제안한 일반 지주회사의 사모펀드(GP) 운영 허용이 논란이 된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끝으로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2등과 차이가 많이 나는 3등은 의미가 없다”며 “리소스를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특혜나 다른 문제에 계속 부딪힐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 총재는 “금융의 AI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최 회장의 질문에 “지불 측면에서 화폐가 통용되는 시기는 곧 끝날 것”이라며 “한은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와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지만 자본자유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에 규제가 있고 감시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은행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주제 발표에서는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과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이 나와 AI 전문인력 수급 불균형과 AI 기반의 성장 지향형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
흔들리는 오픈AI 손들어 준 손정의…"지원에 전념"
국제 정치·사회 2025.12.04 17:56:05오픈AI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오픈AI 지원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와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쟁쟁한 강적들 속에서도 (오픈AI가) 톱을 달리고 있다”며 “오픈AI의 최대 응원단으로서 지원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글이나 앤스로픽 등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타사에 대한 투자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발언은 구글 ‘제미나이3’가 성능 평가에서 챗GPT 5.1을 앞서는 등 오픈AI의 기술 주도권이 흔들리는 가운데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내에 코드 레드를 발령하며 챗GPT 고도화와 사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오픈AI는 폴란드 AI 스타트업 넵튠AI 인수 소식도 알렸다. 넵튠AI는 AI 모델의 훈련 과정을 감독·분석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금까지 오픈AI에 347억 달러를 투자했거나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출자 비중은 약 11%에 달한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58억 3000만 달러(약 8조 원)에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오픈AI와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할 돈이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AI가 거품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며 AI 거품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AI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라며 “금액으로는 연간 20조 달러(약 2경 9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 올인’ 전략에 힘입어 올 10월 소프트뱅크그룹은 상장 이래 최고 주가를 달리며 시가총액이 40조 엔을 돌파했다. 하지만 제미나이3 공개 직후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 고토 CFO는 “지금은 AI 기술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 거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반도체 등에도 적극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고토 CFO는 “시설 투자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우리의 AI 관련 투자 회수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AI 거품론' 마이클 버리, 이번엔 테슬라 때렸다
증권 증권일반 2025.12.02 18:04:00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며,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거품이 꼈다며 엔비디아·팰런티어 등 주요 AI 관련주의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바 있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송한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테슬라가 말도 안 되게 과대평가돼 있다(ridiculously overvalued)”고 주장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년 약 3.6%씩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지급되는 기록적인 보상 패키지가 향후에도 주식 희석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버리는 2021년에도 5억 3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규모의 풋옵션 매입으로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2021년 말 포지션은 청산됐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약 1조 4306만 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충격이 있었던 올 4월 8일 221.86달러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뒤 전날 기준 430.14달러로 93.88% 상승했다. 로이터는 테슬라 주가가 향후 예상 이익의 약 20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평균(예상 이익의 약 22배)을 크게 상회한다고 전했다. 버리의 공매도 소식이 전해진 후 테슬라 주가는 전날 애프터마켓에서 0.37% 하락했다. 테슬라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267억 5398만 달러(약 39조 3775억 원)에 달한다. 테슬라는 버리의 지적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AI 칩 가격 낮추기 나선 엔비디아…'반도체설계' 시놉시스에 3조원 지분 투자
국제 정치·사회 2025.12.02 04:33:47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SW) 기업 시놉시스에 전략적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1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시놉시스 보통주를 주당 414.79달러에 매입해 총 20억 달러(약 2조 94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에 엔비디아가 인수한 지분은 시놉시스 발행 주식의 2.6%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 발표로 엔비디아 주가는 1% 이상, 시놉시스는 4% 이상 장중 상승하고 있다. 시놉시스는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반도체 칩에 사용되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연결기(커넥터)의 복잡한 설계를 지원하다. 반도체를 생산하기 전 하드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도 한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 컴퓨팅 역량과 시놉시스의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결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R&D)팀들에 더 높은 정밀도와 속도, 더 낮은 비용으로 지능형 제품을 설계·모의실험·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시놉시스는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제품군을 최적화한다. 두 회사는 클라우드 지원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겨냥한 시장 진출 전략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그간 가속 컴퓨팅의 일종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앞세워 AI 모델 개발 업체인 오픈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 등 여러 기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시놉시스와의 협력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AI의 힘을 활용해 기술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 탁월한 제품을 발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놉시스에 대한 투자가 엔비디아 칩 구매 계약과 연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I 거품론’을 촉발한 순환 거래 의혹에 선을 그은 것이다. -
손정의 "엔비디아 주식 울면서 팔았다" AI버블 반박
국제 국제일반 2025.12.01 20:02:19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최근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었다”며 “돈이 무한정 있었다면 단 한 주도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AI 거품론을 일축하며 “누적 투자액이 수조 달러에 달해도 충분히 보상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FII 프라이어리티 아시아 포럼에 참석해 지난달 공개된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각 결정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 한 주도 팔고 싶지 않았다”며 “단지 오픈AI 등에 투자할 자금이 더 필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며 엔비디아 주식을 팔았다”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소식은 시장에서 확산하던 ‘AI 거품론’에 기름을 부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지분 매각으로 58억 달러(약 8조5000억 원)를 확보했다. 손 회장은 시장에 제기된 AI 투자 과열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버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뒤 “AI가 장기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창출하게 된다면, 지금의 수조 달러 규모의 누적 투자 비용은 충분히 회수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대체 어디에 버블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투자 서밋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참석했다. 손 회장의 첫 비전펀드는 PIF로부터 450억 달러를 조달해 설립됐다. PIF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에 약 11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30년까지 총 270억 달러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
美 연준, 양적긴축 종료…'에브리싱 랠리' 다시 오나
국제 정치·사회 2025.11.30 17:38:17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6월 시작한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3년 6개월 만인 12월 1일(현지 시간)부로 종료한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고점 우려 등 악재에 억눌렸던 투자심리가 양적긴축 종료에 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크게 개선돼 연말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관세 여파에 따른 고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29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연준은 12월 1일 양적긴축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은행 시스템의 예치금(준비금)을 흡수하는 통화정책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대차대조표 확대)는 그 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2022년 6월 당시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양적긴축에 돌입해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을 거둬왔는데 12월 1일부터는 이 같은 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양적긴축 과정에서 2022년 4월 8조 9655억 달러에 달했던 연준의 보유 자산 규모는 26일 6조 5524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12월 1일 양적긴축 종료를 맞아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가 주최하는 대담에서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양적긴축 종료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연말 글로벌 증시의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 최근 좀체 반등하지 못하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일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10월 6일 12만 60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29일 현재 9만 달러 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고점에 비하면 3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월가는 다만 연준이 양적긴축을 종료하더라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유동성 증가 효과가 희석될 위험이 있기에 12월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양적긴축 종료의 경우 연준의 시중 유동성 흡수 중단 효과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금리 변동은 시차를 두고 대출 비용 등에 반영된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로 행정부의 공식 물가 지표가 잇따라 지연·취소된 상태에서 연준 인사들이 장·단기 동반 통화 완화 정책을 두고 물가 상승 자극을 우려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AI 거품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점도 유동성 공급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최근 공개된 10월 FOMC 회의 의사록에서도 금리 인하보다는 ‘유지’ 의견을 밝힌 연준 인사들의 수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록에 “많은(many)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제 전망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적혔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을 86.4%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동결 확률은 13.6%다. -
"외국인 폭탄 매도에도 개미는 질렀다"…SK하닉·삼성전자 싹쓸이[마켓시그널]
증권 국내증시 2025.11.30 10:53:24이달 코스피 지수가 조정받는 가운데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로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거 매도한 반면 개인은 이를 그대로 받아내며 시장을 지탱하는 모습이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4조 456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별 외국인 순매도액 기준 역대 최대치로 직전 기록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의 12조 5174억 원이었다. 외국인은 9월과 10월 각각 7조 4000억 원, 5조 3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3개월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도 8조 8028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순매도 배경으로는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 인공지능(AI) 거품론 확산, 미국 기술주 조정 등이 지목된다. 미국발 투자 심리 위축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외국인은 이달 SK하이닉스 8조 7310억 원, 삼성전자 2조 229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종목만으로 전체 순매도의 76%가 집중됐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 7870억 원, 네이버(NAVER(035420)) 6060억 원, KB금융(105560) 5580억 원 등의 매도도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의 매물을 대거 받아냈다. 이달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9조 2870억 원으로 역대 3위다. 역대 1위는 2021년 1월의 22조 3384억 원, 2위는 2020년 3월의 11조 1869억 원이다. 개인이 가장 많이 담은 종목 역시 외국인이 던진 종목과 같았다. 개인은 SK하이닉스 5조 9760억 원, 삼성전자 1조 2900억 원을 집중 매수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 9880억 원, 네이버 8720억 원,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615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권가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추세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근 AI 거품론이 잦아든 점과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며 유동성 장세 지속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덕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수요 폭발 속에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진행 중이고,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와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면서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 코스피 지수 예상치를 5300포인트로 제시했다. -
AI시대 성장주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 [김대희의 격이 다른 자산관리]
증권 증권일반 2025.11.29 14:13:46인공지능(AI) 분야 기업들의 매출 둔화 우려로 AI 분야의 폭발적 성장이 계속될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강세를 이어온 빅테크주들의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조정 받는 타이밍에 ‘AI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I 거품 우려에 시장은 조정 받을 수 있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AI 거품 속에 생존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 항상 과열 구간을 지나 생존 기업들이 과실을 향유하는 국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 거품론에서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할까. AI를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매출을 더 증가시킬 수 있는 기업과 이러한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기존 인터넷 시대의 최종 승자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현재 AI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일반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큰 기업들이라 주가 상승의 속도 및 폭은 제한이 있지만 AI 거품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후자는 기존 기업들에게 AI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수 많은 신생 기업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향후 매출 증가를 동반하며 폭발적 가치 상승이 기대될 수 있지만 신기술을 개발하는 초기단계의 기업들이 많고 높은 밸류에이션과 미래 수익의 불확실성과 기업 생존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스타트업이나 신규 상장 기업들 중 거품속에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을 어떻게 찾아 수익의 과실을 향유 할 수 있는지는 주식투자자들의 영원한 숙제다. 최근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계량적인 분석 지표인 ‘Rule of 40’을 참고하면 이런 기업들을 스크리닝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Rule of 40은 기술주들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설비투자가 크게 중요하지않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업종의 기업들을 골라내는데 유용한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Rule of 40 공식은 간단하다. 매출 성장률(%)과 수익(영업이익률 혹은 EBITDA마진)을 더했을 때 합이 40% 이상인 기업들을 투자대상 관심기업으로 스크리닝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단순한 수치로 동시에 평가해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인지를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Rule of 40 공식은 계산이 쉽고 투자자가 빠르게 기업의 성장·수익성 균형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출 고성장 혹은 기업의 수익성만 보는 편향을 줄이고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게 해, 성장률은 높지만 기업 마진이 매우 낮아 성장에 대한 과다 투자나 향후 기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미리 의심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지표다. 성장성과 높은 이익률을 동시에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투자 수익률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다. 단순 수치로 기업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수 많은 투자대상에서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내 향후 정성적인 기업 평가를 동시에 고려한다면 AI시대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늘려나가는 일명 ‘텐베거’ 종목에 투자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
오픈AI 직원 도발…잠자던 ‘창업자 브린’ 깨웠다
산업 기업 2025.11.29 08:20:00“세르게이, 솔직히 말해서 당신 구글로 돌아가야 해요.” 2023년 초 실리콘밸리의 한 파티장.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는 당시 챗GPT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구글을 ‘한물간 기업’ 취급하던 경쟁사, 오픈AI의 연구원 댄(Dan)이었다. 최근 유명 기술 팟캐스트 ‘올인(All-In)’에 출연한 브린이 직접 밝힌 이 일화는 묘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적진(OpenAI)의 엔지니어가 보기에 AI 종주국이라 자부하던 구글이 허둥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일까, 아니면 승자의 여유 섞인 조롱이었을까. 의도가 무엇이었든 이 도발은 먹혀들었다. 은둔하던 브린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고 그는 2023년 1월 경영 일선에 복귀해 “코드 좀 보자(Let me see the code)”며 구글의 야성을 깨웠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25년 11월, 구글은 보란 듯이 인공지능(AI) 왕좌를 탈환했다. 그것도 경쟁사들처럼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방식이 아닌 ‘자본 효율성’을 앞세운 스마트한 역습이었다. 구글의 부활은 단순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AI 산업에 새로운 생존 공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돈’이 아니라 ‘실력’…투자 효율의 마법 부린 구글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이번 도약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경쟁 양상이 무차별적 물량 공세에서 투자 대비 성과(ROI) 대결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AI 투자 효율성이다. 오픈AI와 동맹을 맺고 추격전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 등은 매출의 약 35%를 인프라 설비투자(CAPEX)에 쏟아붓고 있다. 막대한 비용 지출 탓에 “도대체 언제 돈을 버느냐”는 AI 거품론과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반면 구글은 이들보다 훨씬 낮은 매출의 23%만을 투자하고도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 3.0’을 성공시키며 성능 우위를 입증했다. 기존 검색 광고 시장에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신규 영역인 AI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AI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고도화된 기술 통제 하에 진행될 경우 확실한 저비용 고효율 구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빚 내도 끄떡없다” 기업 재무 기초 체력서도 격차 벌려 기업의 재무적 기초 체력인 펀더멘털의 격차도 확인됐다. 제미나이 3.0 등 신규 서비스가 시장의 호응을 얻자 구글의 재무 건전성을 우려하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구글은 최근 인프라 확충을 위해 25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발행했으나 뜯어보면 내실은 경쟁사보다 훨씬 탄탄하다. 구글의 순이익 대비 순현금 비율은 0.4배 수준으로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0.7배)보다 현저히 낮다. 구글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이를 감당할 현금 창출 능력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의 절대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과로 연결하느냐는 것”이라며 “구글은 압도적인 자본 효율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AI 레이스를 완주할 체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AI 모델 1등인데도 엔비디아 세금 안내…수직계열화 승부 통했다 구글이 이런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완벽한 형태의 수직계열화에 있다. 이번 제미나이 3.0의 성공은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와 자체 구축한 고속 네트워크, 자체 개발한 프런티어 모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이는 오픈AI(모델)와 마이크로소프트(인프라), 엔비디아(AI 칩)가 각각의 마진을 챙기며 연합한 것과 달리 구글이라는 하나의 회사가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른바 엔비디아 세금(Nvidia Tax)을 내지 않고 내부 자원만으로 최적화에 성공하니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고 성능은 극대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엔비디아·구글 경쟁 구도, K반도체엔 기회 구글의 나 홀로 성공 방정식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글의 시도가 성공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25년 구글 향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중 SK하이닉스가 60%(18억Gb), 삼성전자가 33%(10억Gb)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칩 제조사를 다변화하면서 엔비디아 뚫기에 고전하던 삼성전자도 구글이라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구글이 TSMC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2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기술력을 입증해 물량을 뺏어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
뉴욕증시, '블프 소비 기대' 5거래일 연속 상승…아마존 1.8% ↑ [데일리국제금융시장]
국제 정치·사회 2025.11.29 04:46:15뉴욕 증시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 5거래일 연속 강세 흐름을 보였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9.30포인트(0.61%) 오른 4만 7716.42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6.48포인트(0.54%) 상승한 6849.0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51.00포인트(0.65%) 오른 2만 3365.69에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추수감사절로 휴장했던 뉴욕 증시는 연중 최대 소비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오후 4시가 아닌 오후 1시에 거래를 조기 종료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텐서처리장치(TPU)를 사용한 구글의 ‘제미나이 3.0’ 출시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잠잠해진 상태에서 장 초반부터 상승세로 출발했다. 유통주 가운데서는 아마존이 1.78% 오른 것을 비롯해 월마트(1.31%), 코스트코(0.59%), 홈디포(0.41%) 등이 강세를 보였다. 카드사인 비자는 0.13%, 마스터카드는 0.91%씩 올랐다. 여행 확산 기대에 유나이티드항공은 0.41% 오르며 5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가운데서는 애플이 0.45% 상승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1.34%),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0.07%), 브로드컴(1.35%),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2.28%), 테슬라(0.84%), 넷플릭스(1.36%) 등 대다수가 올랐다. 엔비디아만 1.81% 빠져 대조를 이뤘다. 이날 증시 결과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달도 상승 마감해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AI 거품론의 직격탄을 맞은 나스닥만 지난달 말 주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문제로 약 10시간 동안 선물·옵션 거래를 중단했지만,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뉴욕 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에 하루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인 26일보다 0.10달러(0.17%) 내린 배럴당 58.5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9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84만 배럴로 8월보다 하루 4만 4000배럴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트럼프 스톡커] "GPU 필수" 젠슨 황 울분, 韓HBM만 '꽃놀이패'
국제 경제·마켓 2025.11.28 05:59:42최근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로 학습한 ‘제미나이 3.0’을 앞세워 업계를 뒤흔들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도 구글이 제시한 AI 산업 모델의 새 방향을 기대와 혼란 속에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오픈AI·엔비디아·SK하이닉스(000660)와 구글·브로드컴·TSMC·삼성전자(005930) 등으로 나뉜 단순한 경쟁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듯한 분위기다. 현 AI 산업을 둘러싼 역학 관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AI 모델 시장에서는 구글·오픈AI·메타·앤스로픽·xAI 등이, 플랫폼·클라우드 시장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오라클·아마존 등이, 반도체 시장에서는 구글·엔비디아·브로드컴·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AMD 등이 합종연횡하고 경쟁하면서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에 있다. 지금의 ‘군웅할거’ 기간을 지나면 AI 모델과 소비자 기기 플랫폼, 기업 클라우드 플랫폼, 반도체 설계(팹리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반도체 부문 등에서 시장을 평정할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에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보험을 든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가장 큰 강점을 갖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경우 TPU든, GPU든, 또 다른 최첨단 칩이든, AI 시장에서 어떤 반도체가 패권을 쥐든 간에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독과점 구조보다 다극화된 경쟁 체제가 글로벌 AI 산업계에서 한국 기업의 몸값을 올리기에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기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초호황 국면을 맞은 만큼 우리 기업들의 실탄 확보 여건도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다. TPU 수천 개와 슈퍼컴퓨터로 AI 초고속 연산에만 최적화…GPU 의존도 확 낮춰 지난 18일(현지 시간) 구글이 제미나이 3.0을 공개한 이후 월가는 ‘AI 거품론’을 재평가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제미나이 3.0의 성능이 기존 AI 거대언어모델(LLM) 최강자였던 오픈AI의 챗GPT의 아성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까닭이다. 더욱이 월가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제미나이 3.0과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 프로’가 엔비디아의 최신 GPU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구글의 자체 TPU로 개발됐다는 점이었다. 구글은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GPU와 달리 범용적인 작업은 수행하지 않고 오직 AI 연산만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TPU를 설계했다. 또 그 TPU 칩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슈퍼컴퓨터에 수천 개 연결해 거대한 기계처럼 작동하게 만들었다.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도입해야만 작동하는 줄 알았던 AI 모델의 학습 과정을 TPU와 슈퍼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식으로도 가능케 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제미나이 3.0의 혁신이 확인되자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도 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구글이 아직까지 TPU를 외부에 판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엔비디아가 90% 이상 독점하던 GPU 시장에 일부 균열을 낼 여지가 생긴 셈이다. 구글 TPU의 성공 방정식은 다른 기업들의 맞춤형 반도체(ASIC) 개발 욕구도 강하게 자극했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GPU를 아예 안 쓸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100%에 가깝게 의존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까닭이다. 엔비디아의 독과점 구조가 깨지면 ‘블랙웰’ 등 값비싼 GPU 도입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 3.0의 성공이 월가의 AI 거품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 이유다. 구글은 나아가 출시 첫날부터 제미나이 3.0을 자사 검색엔진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한 뒤 ‘AI 모드’ 탭을 누르기만 하면 손쉽게 제미나이 3.0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I 모델과 반도체, 소비자·기업 플랫폼을 수직 계열화한 기업다운 결정이었다. 자사 서비스와 제품을 들고 이리저리 영업을 뛰어야 하는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제조사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의미다. 현금 창출원인 기존 서비스가 탄탄해 재무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오픈AI나 엔비디아와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TPU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 21일 뉴욕 증시에서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만 3.53% 오르고, 엔비디아는 0.97% 하락했다. 24일에는 두 기업 모두 오름세를 탔으나 알파벳 6.31%, 엔비디아 2.05%로 상승폭 차이가 컸다. 25일에도 알파벳만 1.53% 상승하고, 엔비디아는 2.59%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25일 장중 한때 6% 이상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다른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이 AI 거품론으로 부진할 때도 ‘나 홀로 강세’를 보인 덕분에 지난달 말 3조 3900억 달러에서 이날 3조 9000억 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이달 초 1조 6000억 달러 이상까지 벌어졌던 엔비디아(4조 3200억 달러)와의 시총 차이도 25일 기준으로 4200억 달러로 줄었다. 현재 뉴욕증시 시총 3위인 알파벳이 마지막으로 1위 자리에 있던 때는 2016년 2월 2일이다. ‘구글에 시총 추격 위기’ 엔비디아 “우리가 한 세대 앞선다”…마이클 버리에도 반박 엔비디아에 대한 월가의 시각 변화는 대형 헤지펀드들의 주식 처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7일 로이터통신은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보고서를 토대로 상당수 헤지펀드가 엔비디아 주식을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피터 틸이 이끄는 헤지펀드인 틸매크로의 경우 엔비디아 주식 53만 7742주를 지난 분기에 전부 팔아치웠다. 틸은 페이팔·팰런티어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도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식 보유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250만 주로 줄였다. 코튜 매니지먼트도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14.1% 줄여 990만 주로 축소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알파벳의 주식을 43억 달러어치 새로 매집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존 인물로 이름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24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옐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005년 ‘집값에 거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제롬 파월 현 의장은 ‘AI 기업들은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라고 밝혔다”며 현 AI 투자 열풍을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비견했다. 버리는 이어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지만 나는 돌아왔다”며 유료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버리는 이에 앞선 10일에도 시장 과열을 경고하며 자신이 운용하던 헤지펀드를 해체했다. 12일에는 X에 글을 쓰고 2027년 1월까지 팰런티어 주식을 주당 50달러에, 같은 해 12월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주당 110달러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했다고 알렸다.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엔비디아는 위기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엔비디아는 25일 X 공식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고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고 그들의 성공에 기쁘다”면서도 “우리는 계속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클라우드,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서비스를 가동하는 데 있어 여전히 자사 GPU를 필수로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오직 우리 플랫폼만이 모든 AI 모델과 컴퓨팅을 구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엔비디아 제품은 특정한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ASIC보다 뛰어난 성능과 다용성·호환성을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특정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ASIC’는 구글의 TPU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버리와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글을 올린 비판자들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이 내용을 담은 메모를 지난주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뿌렸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특히 이 메모에서 회사에 재고가 쌓이고 있고 고객들이 대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한 필자의 글을 강하게 반박했다. 엔비디아는 자사 재무제표를 근거로 과거 회계 사기 사건과 비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최신 블랙웰 칩이 복잡성 때문에 이전 모델보다 총이익률이 낮고 보증 비용이 높다는 점만 인정했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해명에 힘입어 26일 뉴욕 증시에서 1.37%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AI 거품론 희석 효과가 전체 기술주로 확산한 덕을 봤다. 이날은 알파벳이 1.08% 조정을 받으면서 시총 규모가 엔비디아와 다시 멀어졌다. 삼성전자는 구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수혜주처럼 양극화…HBM 시장은 모두에 호재 시장 참여자들이 제미나이 3.0의 돌풍을 구글과 오픈AI·엔비디아 연합 간 경쟁으로 이해하는 사이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덩달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4~27일 나흘간 내리 상승했지만, SK하이닉스는 24~25일 이틀 동안 하락했다. 구글이 강세를 보인 다음날인 26일에는 삼성전자가 3%대, SK하이닉스가 0%대 오름세를 보였으나 엔비디아가 상승한 다음날인 27일에는 거꾸로 SK하이닉스가 3%대, 삼성전자가 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에는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사라는 현실이, 삼성전자에는 구글의 공급망 편입 기대주라는 전망이 각각 다르게 적용된 결과였다. 구글은 현재 브로드컴과 협력해 TPU를 설계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TPU의 주문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구글이 그 물량을 현 핵심 협력사인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나눠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사실은 비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취약한 SK하이닉스와는 구분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AI 칩 시장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띨수록 메모리반도체인 HBM 부문에서는 두 기업이 모두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두 기업 주가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영된 듯 보인다. 구글은 현재 TPU에 6∼8개의 HBM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PU가 메타 등 다른 빅테크로도 판매될 경우 HBM 수요는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구글이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를 배제하고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에만 물량을 몰아줄 이유도 없다. 설령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를 통한 HBM 시장 지배력을 일부 잃는다 하더라도 구글이나 다른 빅테크를 통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스위스계 투자은행(IB) UBS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ASIC 고객을 대상으로도 HBM 공급에 있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에 HBM3E(5세대 HBM) 8단을 우선 공급사로서 납품하고 있고, 다음 세대인 ‘TPU 7e’에 들어가는 HBM3E 12단도 독점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AI 산업 변화를 견딜 힘이 생겼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다. 이들 기업이 한 동안 HBM 등 고사양·고수익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만 몰두한 탓에 일반 칩들은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2기가바이트(GB) DDR5 메모리반도체 모듈 가격을 9월 149달러에서 11월 239달러로 약 60%나 인상했다. 16GB·128GB DDR5 가격도 각각 50%가량 올렸고, 64GB·96GB 제품가도 30% 이상 높였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 4분기 계약 가격을 3분기보다도 40~50% 더 높게 책정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 기관 차이나플래시마켓(CFM)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3~35%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27일 블룸버그통신은 델 테크놀로지스, HP 등 미국 기업들이 내년에 메모리 칩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중국계 레노버그룹, 대만 PC 업체 에이수스 등은 가격 상승에 대비해 메모리반도체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달 IT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메모리 모듈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50%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AI 산업 수요 덕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한 동안 활황을 누릴 것으로 이달 예측했다. ‘틱톡에 칩 사용 제한’ 중국 수출도 단기에 쉽지 않아…핵심은 ‘독과점 구조 붕괴’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180.26달러인 엔비디아의 현 주가가 지난달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207.04달러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그나마 거대 시장인 중국에 수출을 재개하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는 있다. GPU 시장 독과점 구조 붕괴에 대한 우려를 매출처 확대로 극복하는 방안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인 블랙웰 수출 허용을 안건으로 다루겠다고 했다가 공화당 등 자국 내의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복귀한 뒤 블랙웰 등 최첨단 반도체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안 주겠다고 선언했다. 황 CEO가 그 직전 방한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005380)그룹, 네이버(NAVER(035420))클라우드에 블랙웰 등 총 26만 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라서 이 발언은 한국에도 상당한 혼란을 불렀다. 지금도 백악관은 중국을 미국산 칩에 중독시켜야 하는지, 안보 위협을 감안해 수출을 계속 금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만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 전에도 블랙웰이나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칩만 엔비디아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미국이 이른바 ‘관세 휴전’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재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H20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했지만, 중국은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이를 수입하지 않고 자체 AI 칩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26일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자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주문뿐 아니라 기존 재고 물량도 쓰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였다. 엔비디아가 짧은 기간 내에 중국 시장을 돌파할 공산이 크지는 않음을 시사한 소식이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기업 가운데 올해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구매한 회사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쓰지 않으면 자국 기업인 화웨이나 캠브리콘 등이 제조한 칩을 써야 한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미뤄진 관세 휴전 기간 동안 AI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중국이 AI 반도체 카드를 틀어 막는다면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이 협상력을 한층 더 올릴 수도 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AI 굴기를 이루기 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독주 가도를 달릴 줄 알았던 엔비디아가 예상보다 일찍 강적을 만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글의 부상은 닷컴버블 때와 유사한 순환 거래 구조, GPU 감가 연한, 회사채 발행을 통한 과잉 투자 등 그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거품론을 일부 진화하는 효과도 냈다. 미래에 얼마나 가시적인 이익을 낼지는 여전히 누구도 모르지만, 적어도 AI 산업이 자체 기술 혁신으로 투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은 본 것이다. 황 CEO가 한 가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투자자들 역시 엔비디아가 현재 기술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AI의 문외한도 엔비디아의 GPU 기술이 매우 뛰어나며, 이 회사가 여전히 돈을 잘 번다는 사실은 잘 안다. 구글이 당분간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모르지 않는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됐든, AI의 산업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가치다.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 회사가 오랫동안 ‘AI 최고 사양 칩’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다. 우려의 핵심은 ‘기업가치의 과대평가’이지 ‘기술과 이익의 저하’가 아니다. 월가가 따지는 지점은 엔비디아의 미래 가치가 지난달 29일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섰던 정도가 맞는지 여부다. AI 반도체가 경쟁 국면에 들어설수록 한국의 메모리 칩 제조 기업들도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TPU 도입의 확산, 구글의 향후 계약 관계 등은 AI 산업 전반에 걸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엔비디아, AI거품론 조목조목 반박…"재고·회계 문제 없어"
국제 경제·마켓 2025.11.27 16:37:18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업체 엔비디아가 최근 월가를 뒤흔든 ‘AI 거품론’에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주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와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글을 올린 일부 필자들이 제기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메모를 애널리스트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비판자들은 공개 재무자료를 AI로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에 재고가 쌓이고 있으며, 고객사들이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재무제표 등 공개 자료를 근거로 해당 분석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월드컴, 루슨트, 엔론 등 과거 대형 회계 사기 사건과 자사를 비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신 블랙웰 칩이 복잡성 때문에 이전 모델보다 총이익률이 낮고 보증 비용이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해당 메모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2027년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AI 전용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한 다음날 증권사 번스타인을 통해 전문이 공개됐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 발표에서도 AI 거품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황 CEO는 성명에서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며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더 많은 모델 개발사와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도 그는 “AI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며 클라우드 기업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칩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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