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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툭하면 서해에 항공모함 띄우는 '무서운 속내'
국제 정치·사회 2018.08.16 17:52:38지난 10~13일 중국 해군이 서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다음달 남북 3차 정상회담 개최로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 논의가 기대되는 시점에 나온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반도 인근 서해와 보하이 주변에 집중해온 중국의 속내를 짐작하게 한다. 겉으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힘을 쏟겠다는 중국이 실상 강군몽을 통해 한반도 패권지도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4·5면 16일 서울경제신문의 분석 결과 2015년 이후 중국 해군은 주변 해역에서 벌인 30번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 15번을 서해와 보하이에서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해역에서의 훈련은 한반도 상황 변화와 연관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최근 한반도 안보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바 있어 한반도 내 영향력 확대가 점차 노골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베이징의 한 군사 전문가는 “최근 3~4년간 서해와 보하이에서의 잦은 공개 군사훈련은 시진핑 지도부가 한반도 영향력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선전=특별취재단 hbm@@sedaily.com -
[<7>한반도 안보 키 쥔 중국]"평화체제 구축에 中 참여 필요…비핵화와 동시에 풀어야"
경제 · 금융 정책 2018.08.16 17:17:57북한 비핵화 협상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론’에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12일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마땅한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다음달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변수’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과제와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 등을 집중 진단하기 위해 중국의 외교 전문가와 한국의 전문가 간 특별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의 양시위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상 참여가 필수적”이라면서 “진정한 비핵화를 이루려면 한반도에서 핵 전략자산을 이용하는 일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혀 한국에서의 미국 핵잠수함 등 훈련이나 주한미군 주둔까지 막아야 한다는 중국 측 입장을 내비쳤다. 양 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 북핵 6자회담에 차석대표로 참석하고 2005년 9·19 공동성명 초안을 짰던 중국의 외교 전문가다. 이에 대해 2008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정법대 교수에 선임된 문일현 교수는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이 주한미군 등 문제까지 관여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전문가의 대담은 홍병문 서울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의 사회로 중국 베이징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회=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양시위 연구원=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지난달 이후 이견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략적 상호 불신이 있어 다음 단계로 진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핵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영구적으로 유지하느냐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두 개의 ‘허(중국어로 핵과 평화의 ‘화(和)’는 모두 허로 발음한다)’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데 미국은 비핵화 문제만 집중 거론하고 있다. 이 점이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문일현 교수=속도가 느리지만 그런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고 북한도 핵·미사일 실험을 10개월째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주요 쟁점에서 양국 간 이견이 꽤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북한은 자신들만 비핵화하는 것은 일방적인 무장해제이며 북한이 핵 위협을 받지 않으려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 연구원=비핵화는 북한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한반도가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비핵화 지대가 돼야 한다. 비핵화 관련 국제법에도 어떤 국가로부터도 핵 물질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전체 한반도에서 핵 전략자산을 사용하거나 사용할 가능성이 일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미국과 북한, 나아가 중국과 한국 사이에 의견 차이가 꽤 큰데 이를 풀 방법은 무엇인가. △양 연구원=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둘 중 뭐가 먼저냐는 순서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두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일단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첫걸음을 디뎌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종전선언 이후에는 항구적 평화체계 논의를 개시할 텐데 이때 논의는 남북한·중국·미국 등 4자 모델로 가야 한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 전쟁의 주요 이해당사자이자 앞으로도 한반도의 중요한 외부세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문 교수=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중국의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과 미국 간 문제다. 이런 문제까지 중국이 개입하려는 것은 적절히 견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비핵화 논의를 얘기하면 미국은 북한에 핵 시설 리스트의 공개·신고를 요구하고 북한은 종전선언부터 하자는 입장인데 결국 각각의 주장을 잘 절충해야 한다. 양국이 한발씩 양보하면 두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 △사회=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양 연구원=동북아는 북미와 유럽과 비교해 잠재력이 크지만 북한이라는 단절 공간이 있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과 한국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 중한 협력으로 한반도에 평화체계가 구축되면 동북아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지금도 양국은 첨단산업 등 경제 분야는 물론 고령화·노동력 문제 등에서 협업해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 전략적인 중한 협력은 무궁무진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中 '우주부대 SSF' 민간전사 1,000명 첫 채용
국제 정치·사회 2018.08.12 17:38:51중국이 ‘강군몽(强軍夢)’을 실현하기 위한 미래전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설립한 첨단 우주·사이버·첩보·전자 통합군인 전략지원부대(SSF)가 창설 3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공개 민간채용에 나섰다. 미국·러시아 등과의 우주군 패권 대결이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군민 통합 우주·사이버·정보전 능력을 높여 군사력에서의 비대칭 전력 격차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12일 중국군대인재망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중국 SSF에 대한 1,037명 규모의 민간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체 군 분야 신규 민간채용 인력의 11%에 달하는 규모로, 우주·사이버 등 첨단 군사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SF는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방위군에 사이버·첩보·전자 전력을 통합한 군종으로, SSF가 지난 2015년 창설된 이래 공개 민간채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군당국이 우주시대의 도래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차세대 전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은 미국에 대한 군사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SSF와 같은 첨단 사이버·첩보·전자 등 비대칭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확산 이후 미국과의 물리적인 힘에서 현실적인 차이를 절감한 중국 지도부가 AI·빅데이터 기술과 해커 등 정보기술(IT) 민간 전사들을 활용해 군 전력 격차를 단숨에 좁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韓 보유외환보다 많은 中의 科技 R&D 투자
국제 정치·사회 2018.08.09 17:42:47중국이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정부의 ‘인재 블랙홀’ 전략으로 과학기술 굴기의 매서운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미 과학위원회(NSB)에 따르면 중국의 R&D 총지출은 지난 2015년 현재 4,088억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4,024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아직은 미국에 이어 2위에 그치지만 미국의 R&D 지출이 연간 4% 증가에 그치는 반면 중국은 18%씩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께 중국이 세계 최대 R&D 강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전폭적인 투자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출원한 발명특허 건수는 138만2,000건으로 7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드론 등 핵심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인 슈퍼컴퓨터 보유대수는 202대. 7대를 보유한 한국의 현주소는 중국 옆에서 더없이 초라하다. 세계적 R&D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중국은 전 세계의 기술인재도 쓸어담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R&D 분야에서 일하는 석학급 외국 인력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에 참가한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5월에 시진핑 주석이 과학기술 자립화 실현을 천명한 후 중국은 더 많은 기술인력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선전=특별취재단 hhlee@@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中, 될성 부른 떡잎부터 먹는다
사회 사회일반 2018.08.09 17:10:09미국과 유럽 등이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차단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중국 기업투자회사(VC)가 다음 타깃으로 삼은 곳은 유망 스타트업이다. 중국은 올해 5월까지 미국의 유망 스타트업에 24억달러를 투자했다.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던 지난 2000년 이후 투자사례는 1,300여건에 이른다. 정보기술(IT)부터 헬스케어·제약·바이오기술·3D프린팅·로봇·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 집중됐다.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기술획득 등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린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특히 민간기업은 물론 지방정부 역시 모태펀드를 운용하며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를 공공연하게 유도할 정도로 민관이 합심해 기업 쇼핑에 나서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대기업에 대한 M&A를 금지하는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해당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지분투자를 하고 있다”며 “특히 지방정부의 모태펀드 출자자로 참여하며 해외 VC들과 함께 펀드를 꾸린 뒤 바이오와 반도체·AI 등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투자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 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중국의 AI 스타트업 투자액은 지난해 25억달러(약 2조6,700억원)까지 늘었다. 1위인 미국과의 격차는 15억달러(약 1조6,000억 원) 수준으로 빠르게 좁혀졌다. 대놓고 기술기업을 매입하기도 한다. 전 세계 기술기업 자산 인수를 위해 50억달러(약 5조8,625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나선 중국 VC업체 GSR벤처스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인터넷·생명공학(BT) 산업군에 속한 글로벌 업체 인수에 쓰이기 위해 조성됐다. 지난해 말 닛산자동차는 자동차 리튬이온전지사업 부문과 배터리 생산공장을 ‘GSR캐피털’에 양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스타트업과 협력해 경영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진일보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대표 유니콘 기업인 브이아이피키드(VIPKID)는 한국 어린이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와 콘텐츠 공유 및 지식재산권(IP) 협력을 목적으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국내 유아 및 초중고교생을 위한 영어교육 콘텐츠를 공동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중국의 한 대기업에서 글로벌 담당 임원으로 일하는 한국인 A씨는 “내수에 기반해 성장한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 남는 현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전 세계 주요 스타트업에 투자해 이들을 협력 파트너로 삼는 것”이라며 “인수가 아니더라도 투자회사와 기술 및 콘텐츠 제휴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 제고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중국 기업들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특허를 매입하는 주도면밀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중국 대표 휴대폰 제조사인 오포는 올해 초 인텔의 미국 특허 포트폴리오 37개를 구입한 데 이어 2월에도 샤프사의 통신 시스템, 모바일데스크 설비, 통신방법 분야 등 미국 특허 총 11건을 구입했다. 5월에는 영국 돌비연구소로부터 음성기술 및 영상기술 특허 240여건을 포함한 특허 포트폴리오 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오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특허 매입이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연봉 3~4배 준다는데…떠나는 韓인재 말릴 수 있나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9 17:09:17지난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자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국의 공이 절반 이상’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BOE가 급성장한 것은 LCD 시장을 선점한 한국 기업으로부터 고급인력을 대거 흡수한 덕이 컸기 때문이다. BOE는 지난 2003년 하이닉스의 LCD사업부 하이디스를 인수했고 이후에도 삼성·LG 등의 엔지니어를 수백명 이상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인력 흡수는 LCD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배터리·게임 등 주요 업종의 대중국 인력유출 규모가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임원이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로 이직한 일도 있었다. 문제는 중국으로 향하는 인재들을 무턱대고 말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기존 연봉의 3~4배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각종 복지도 최상급으로 보장한다”고 토로했다. 훨씬 나은 조건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이들을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재를 빼돌리는 중국을 탓하기보다 고급인재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우리의 인재경영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으로 참가한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연구부장은 “우리는 기업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연구개발 인력,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여전히 낮다”며 “인력이 곧 기술이라는 생각으로 고급인재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중국처럼 체계적인 인재 양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萬人계획·외국 인재 파격 지원…'고급 두뇌' 빨아들이는 中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8.09 17:08:18“핵심기술은 국가의 보배로 발전과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커다란 의의가 있다. 과학기술 지원, 금융정책 제도를 정비하고 인재를 선발해 첨단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기술혁신 역량과 기초연구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인재육성에 힘을 쏟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시 주석은 평소에도 “천하의 모든 인재를 뽑아 내 사람으로 쓰겠다”고 밝힐 만큼 집권 초기부터 인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 1990년대부터 막대한 자금을 들여 블랙홀처럼 자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인재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중국은 시진핑 시대 들어 자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 인재영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기술인재 육성정책은 덩샤오핑의 ‘백인계획(百人計劃)’에서 시작됐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중국 내 과학기술 인재의 싹이 마르자 덩샤오핑은 1980년대 중반부터 젊은이들에게 외국 유학을 대대적으로 허용하고 ‘매년 100명 이상의 해외 유학파를 고국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목표 아래 귀국 과학자들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했다. 백인계획의 성공은 보다 발전된 ‘천인계획(千人計劃)’으로 이어졌다. 2008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5~10년간 2,000여명의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해외에서 유학한 일류 과학자와 첨단기술 사업가들에게는 최대 15억원(15만달러)에 달하는 현금, 집과 정착금뿐 아니라 무료로 쓸 수 있는 사무실과 연구실도 제공됐다. 자녀들에게는 좋은 학교에 ‘패스트트랙’으로 입학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내 대학에서 연구에 대한 각종 지원이 삭감된 것이 중국에는 오히려 호재가 됐다. 건국 100주년인 오는 2049년까지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추구하는 시 주석은 2012년부터 백인계획과 천인계획을 계승·발전시킨 ‘만인계획(萬人計劃)’을 시행하며 과거 어느 지도자들보다도 인재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10년간 국가적 인재 1만명을 키운다는 목표와 함께 ‘노벨상 수상이 기대되는 과학자 100인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실제 중국은 2015년 투유유 중국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으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공부한 뒤 본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수는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27만3,000명에서 지난해에는 48만명으로 늘어났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를 주도해온 것은 이렇게 해외에서 들어온 중국의 고급인재들이다. 고향으로 회귀하는 바다거북을 뜻하는 ‘하이구이(海龜)’로 불리는 이들은 2009년에만도 중국 전역의 150개 창업단지에 8,000여개 기업을 설립하며 중국의 기술발전을 이끌고 있다. 韓은 中자본에 속수무책 뺏겨 글로벌 인재 쟁탈전 속수무책 중국의 ‘고급인재 모시기’는 자국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노벨상 수상자, 세계 일류대 박사학위 취득자 등이 중국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할 경우 5~10년 기간의 장기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비자는 무료일 뿐 아니라 최단 하루 만에 나오고 배우자·자녀에게도 발급된다. 제한이 많고 엄격한 중국 취업·이민제도에서는 파격적인 예외다. ‘중국판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가최고과학기술상도 외국인에게 개방됐다. 이 상의 상금 규모는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에 달한다. 베이징시는 3월 글로벌 인재의 출입국 편리화와 채용개방 등 인재유치를 위한 20개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모두 외국의 고급 두뇌를 중국으로 끌어모으려는 조치들이다. 그 결과 중국 내 외국인 고급인력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 국가외국전문가국(SAFEA)은 1980년대에 1만명도 되지 않던 중국 내 외국인 인재가 2016년 9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1년 이들의 출신국가는 21개국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73개국으로 늘어났다. 장젠궈 국가외국전문가국장은 “외국 인재가 국가 혁신전략의 필수자원”이라며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한 기회가 주어져 ‘브레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은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는커녕 중국의 전방위 인재 공세에 밀려 자국의 고급 두뇌를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는 실정이다. 비교할 수 없는 연봉과 처우를 제안받아 국내 기술인재들이 중국 기업으로 가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고급두뇌유출지수에서 한국이 63개국 중 54위, 해외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는 유인지수에서는 48위에 머물렀다는 점은 글로벌 인재 쟁탈전에서 무력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정부 주도 新경제 육성…외형 키운 기업들, 다시 원천기술 투자"
국제 경제·마켓 2018.08.09 17:03:52“중국 정부의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 등 신경제 분야 육성정책은 중국의 디지털 경제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외형을 키운 기업들이 다시 원천기술에 투자해 과학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룰 것입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 산하 중국전자상회(CECC)의 사무총장 역할을 맡는 펑리후이(45) 비서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AI·신경제 산업 분야의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CC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유사한 중국 공신부 산하 기관으로 알리바바·진둥닷컴·샤오미·화웨이 등 회원사 7,000여곳을 둔 중국 최대의 전자 산업 진흥기관이다. 회원사 매출이 중국 전자 분야 연간 매출액의 3분의1을 차지한다. 펑 비서장은 신기술 분야에서 한국보다 늦게 시동을 건 중국이 급성장을 이어가는 배경으로 중국 정부가 규제보다는 적극적인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전자상거래 협력 문제로 자주 만나는 한국 기업인들은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신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많은 규제를 어려움으로 지적하고는 하는데 중국 정부는 먼저 신기술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즉각 수정해 발전시키는 방식”이라며 “큰 위험 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신경제 분야에서 선도국으로 앞서가려면 이 같은 과감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2014년 이후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행정규제를 축소 철폐하며 지원에 나서면서 신경제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시장이 확대되고 양질의 정보기술(IT) 인력이 많이 배출된 것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특히 높은 성과를 낼 분야로 AI를 꼽으면서 “AI의 경우 원천기술과 지식은 아직 미국 등 선진국과 거리가 있지만 AI 응용 산업 분야는 이미 글로벌 선진국 수준”이라며 “정부가 지난해부터 AI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이는 만큼 AI 산업이 중국 신경제 영역에서 수년 내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펑 비서장은 “특히 대학·고등학교 등 단계별 교육기관에서 AI 수업 등이 잇따라 개설되며 관련 고학력 인재들이 대거 배출되고 있다”면서 “외형이 커진 AI 기업들이 원천기술에 투자해 과학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일대일로 통해 기술표준 선점…머지않은 과학 '팍스 시니카'
산업 IT 2018.08.09 17:02:08“한번 결정하면 꾸준히 추진하는 중국의 특징을 볼 때 ‘과학기술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도 앞으로 5~10년 뒤에는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중국과학자협회와 중국과학원 등 여러 통로로 우리도 중국과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김종선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KOSTEC) 센터장)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김종선 센터장은 지난 8일 국제전화를 통해 “중국이 상당한 투자펀드를 만들어 일대일로에 투자하며 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중국은 ‘과학기술 굴기’를 바탕으로 에너지·환경·정보기술(IT)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기술표준을 선점해 장비·기술·서비스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안~중앙아시아~유럽’의 육상과 ‘푸젠성~동남아~아프리카~유럽’의 해상에서 21세기판 실크로드를 구축해 투자와 경제교류를 가속화하려는 전략이다.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 해군기지 건설 등 인민해방군의 해외거점도 마련하고 있다. 중국군은 자주국방·패권확대는 물론 해양·우주항공 개발, 해외자원과 에너지 확보 등을 뒷받침하려 한다. 중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중 증가 속도, 연구원 수와 논문 수, 대학과 연구기관 성과, 특허 출원 건수에서 세계 1위로 발돋움했다. 서행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중국은 ‘R&D 슈퍼파워’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활발한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성장을 꾀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13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 혁신계획(2016~2020)’을 보면 과학기술 혁신과 투자, 글로벌 인재 유치, 기초·원천기술 확보로 제조·에너지·안전·국방 등 11개 분야 68개 과제를 집중 육성해 오는 2020년까지 혁신형 국가로 도약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지난 2001년 중국에 건너가 무선랜카드, 모바일게임, 통번역SW사업을 했던 고영화 한국혁신센터(KIC) 중국센터장은 국제통화에서 “중국은 과학기술 혁명으로 제2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며 “AI·블록체인·헬스케어·빅데이터 기반 기술기업이 많이 생기는데 제조업 경쟁력에서 2025년 일본, 2035년 독일, 2045년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김종선 KOSTEC 센터장은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주도형 발전전략을 표방한 시진핑 2기(지난해 10월)는 다양한 내부 기초기술을 사업화로 연결 지으며 외국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기술을 흡수해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며 “기초연구에서 기술이전, 기업 상용화까지 굉장히 강조하고 있고, 창업해 유니콘이 되겠다는 기류도 강하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인 중국은 다양한 시범사업을 벌여 경쟁에서 이긴 1·2등에게 자금과 시장을 몰아줘 세계적으로 키우고 과학기술 R&D 투자를 늘리고 드론 등 신산업을 시장에 맡겨 성장시키며 제도나 규제를 만들어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AI·5G·드론 등 韓 훌쩍 앞서가 과기 일대일로 10년내 위력 발휘 신남방정책과 연계 접점 찾아야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의 주요 거점 발전과 해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일대일로 과학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완성할 방침이다. 바이춘리 중국과학원 원장은 지난해 5월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지원과 서비스를 통해 이들 국가의 실제 문제 해결을 도울 것”이라며 “기후변화, 물 안정성 확보, 녹색에너지, 질병예방·재난 구호 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모래바람 방지 기술 등 다른 나라 기술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2개국이 중국과학원의 국제 과학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해 자문·인재훈련·과기협력·기술상업화에 주력하고 있고 중국과학원은 9개의 해외 과학기술 거점을 통해 기상측정 등 20여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KOSTEC에 따르면 중국과학원은 일대일로에 철도·전력·도로망과 거점 항구, 자유무역지대 건설 등을 추진할 때 과학기술로 뒷받침하는 ‘일대일로 과기지탱행동계획’에 나서고 있다. 한랭·고온·다습한 기후와 황사에 견디는 고속 기관차, 습지·동토·사막에서 버티는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신소재와 첨단공법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선박과 비행기 제조·관제시스템이나 정보화 기술도 마찬가지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 북서쪽을 비롯 몽골,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북아프리카를 염두에 둔 절수·생태농업 기술, 녹색에너지와 저탄소 도시 기술, 홍수·가뭄·지진·전염병 등 자연재해 경보시스템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에너지 확보를 위해 지능형 채탄기나 로봇, 가스채굴장비를 개발하고 위성과 심해 기술상품화에 나서며 중의학과 서양 의학을 융합해 기술·제품·서비스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일대일로가 미국의 견제 속에 아프리카를 비롯한 스리랑카(항만), 말레이시아(철도), 네팔(수력발전소), 파키스탄(철도) 등에서 부채증가와 주권침해 우려로 난항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인제대 총장과 효성기술원장을 역임한 성창모 고려대 초빙교수는 “아프리카 일부 지식층으로부터 ‘중국을 몹시 싫어한다(hate)’는 말까지 들었지만 중국은 길게 내다보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다”면서 “칭화대만 해도 ‘2040~2050년 미국 스탠퍼드와 MIT를 앞서겠다’며 싱가포르 난양이공대를 배우자고 한다”고 전했다. 6~7년 전만 해도 한국의 신성장동력 보고서를 참고해 응용하던 중국이 이제는 AI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5G(5세대) 통신장비, 핀테크, 전기차, 배터리, 드론, 로봇, 태양광 등에서 훌쩍 앞서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성 교수는 “톈진대 공대 등에서 특강할 때 ‘實事求是(실사구시)’를 붙여놓고 연구·교육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싱가포르의 과기 혁신비결을 배우고 있다”며 “우리도 R&D에 많은 돈을 들여 논문을 쓰고 특허 내는 것을 뛰어넘어 일자리를 만들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중국 과학기술 전문가인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과학기술부가 중국제조 2025 등에 필요한 기초·원천 분야의 대규모 R&D를 매년 100여건 수행(국가중점기초연구발전기획)하는데 글로벌 트렌드를 꿰뚫어 목표를 제시하고 톱클래스로 자리매김하는 게 치밀하다”며 “기초·원천 분야에서 소규모 개인 과제로 버티는 한국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팍스시니카(Pax Sinica·중국의 세계지배)의 기반을 공산당 100주년인 2020년까지 닦으려고 하는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중심으로 일대일로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북방~일대일로~신남방’을 연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한반도 신경제지도·신남방·신북방과 일대일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4.미래 생태계 조성 질주하는 中]"카트·계산대도 필요없다"…新유통혁명이 만드는 '빈손 쇼핑'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8.08.07 17:07:43중국 베이징의 한국인 거주지로 알려진 왕징 지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스리바오. 목적지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신(新)유통 오프라인 마켓인 ‘허마셴성’이다. 지하 1층의 매장 입구로 들어선 취재단의 시야에 학교 운동장처럼 뻥 뚫린 넓은 공간에 잘 포장된 색색의 채소가 진열된 모습이 들어왔다. “한국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마트 입구에 마치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듯 밀려 있는 계산대와 카트로 뒤엉켰던 고객들의 줄이 없잖아요.” 서울경제신문 취재단으로 함께 베이징을 방문한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의 설명에 그제야 매장이 이렇게 쾌적한 이유를 깨달았다. 허마셴성에서는 한국의 대형마트 매장을 뒤덮는 쇼핑카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쇼핑객이 채소 판매대의 상추 가격 표시판에 화웨이 스마트폰을 들이대자 곧바로 가격과 함께 수확일자·조리법이 뜬다. 전자식 가격판에는 시기·기간마다 바뀌는 가격이 바로 반영된다. 쇼핑객은 QR코드를 찍고 알리페이로 결제하더니 물건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곧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분주한 발놀림으로 나타났다. 직원은 단말기를 확인한 뒤 주문된 제품을 바구니에 담아 매장 한편에 있는 컨베이어벨트에 걸었다. 주문품이 담긴 바구니는 천장에 연결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포장돼 고객의 집으로 배송된다. 3㎞ 이내에 거주하는 고객일 경우 30분 만에 집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알리바바 오프라인 마켓 허마셴성 QR코드 찍고 페이 결제하면 직원이 포장해 30분내 집으로 커피숍선 “노캐시, QR코드 스캔” 이곳에서는 쇼핑카트가 부딪히거나 계산을 위한 긴 줄로 짜증을 낼 일도, 산 제품을 박스로 포장하는 수고도 필요 없다. 쇼핑객들은 하나같이 빈손이다. 고객들은 허마센셩의 앱을 통해서도 매장에 있는 모든 식재료와 음식을 받을 수 있다. 허마센셩은 대형마트이자 물류창고다.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알리바바를 통해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취재단의 일원인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연구부장은 “정말 사람들이 돈을 쓰기 편하게 혁신했다”며 “우리 같았으면 유통혁명을 말하기 전에 마트 계산직원을 없앤 것부터 문제 삼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건물 1층의 유니클로 매장 뒤로 돌아가자 헬멧을 쓴 직원 수십 명이 배달품을 오토바이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고 있다. 계산직원이 없어진 대신 주문된 상품을 패키징하고 배송하는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혁신을 이룬 허마셴성의 ㎡당 매출액은 6만위안(약 1,000만원)으로 현지 백화점(1만위안)의 6배에 달한다. 알리바바는 전국 30여개인 허마셴성 매장을 내년까지 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의 유통혁명은 알리바바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창업기업들이 밀집한 선전 난산지구의 ‘러킨(LucKin) 커피’ 매장에서는 주문을 하자마자 “노 캐시, 싸오”라는 말이 돌아왔다. ‘싸오’는 ‘QR코드를 스캔하라’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 탕웨이의 입간판이 세워진 카운터 옆에는 음료가 담긴 종이봉투가 빼곡하게 줄을 서 있다.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주문과 수령시간·결제를 해놓은 것이다. 점심시간이면 주문과 계산을 하려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는 한국 커피 매장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현지 재래시장에서는 복숭아 하나를 계산할 때도 QR코드로 한다. 알리페이의 수수료율은 최대 2%가량인 한국의 카드사와 달리 0.5% 수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은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과 현금 결제로 인한 소득탈루로 생기는 지하경제 문제를 양지로 끌어냈다. 중국은 1980~1990년대생, 4억5,000만명에 달하는 일명 ‘소황제’의 성장과 내수 소비를 촉진하는 정부의 전략이 합쳐지면서 오는 2030년 소비시장 규모가 15조달러(약 1경7,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내수가 도맡는다. 거대 내수시장을 겨냥한 중국의 신유통 혁신이 향하는 것은 금융이다. 중국 ICT 기업들은 고객 수억 명의 생활을 일일이 빅데이터로 쌓고 다시 판매에 반영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유통과 자산관리·신용대출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2015년 이후 유통과 금융을 규제로 꽁꽁 묶어놓은 지난 3년 동안 중국 기업들은 ICT 혁신으로 판을 바꿔 미래 소비에 걸맞은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ICT로 금융·유통 생태계 대혁신 韓 서비스시장 열면 잠식 불보듯 이대로라면 앞으로 타결될 한중 FTA의 금융·서비스협정이 한국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FTA는 중국 기업에 한국 기업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내국민대우(NT)와 최혜국대우(MFN)를 보장하고 시장접근(MA)을 제한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 요건이 충족되면 상대국에서 허용·거래되는 신금융 서비스도 허용해야 한다. 엄 실장은 “지금 수준으로 볼 때 서비스시장과 금융시장이 개방되기를 누가 더 바라겠느냐”며 “중국과 한국, 어느 기업이 더 경쟁력 있는지 보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베이징·선전=구경우·서민준기자 bluesquare@@sedaily.com -
[4.미래 생태계 조성 질주하는 中]대기업, 5만개 창업 지원·사내벤처 200개…유니콘 탯줄된 '혁신의 낙수'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7 17:07:38중국 대표기업인 화웨이의 선전 캠퍼스 전시관 벽면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협력사 로고가 새겨져 있다. 상생을 과시하기 위한 ‘쇼잉(showing)’이겠거니 생각하는 기자에게 케빈 리 화웨이 매니저는 “이들 벤처기업은 단순한 협력사가 아니라 화웨이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인즉 이렇다. 화웨이는 5G와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가령 ‘도시 치안과 안전 개선의 솔루션을 마련해달라’는 공공기관의 요청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 제조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에 화웨이는 기존에 협력체계를 맺어놓은 하드웨어 업체들과 함께 사업에 진출한다. 대기업이 신시장에 진출하고 벤처기업들이 판로 개척을 뒷받침하는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화웨이의 사례는 대기업이 이끄는 중국 ‘혁신·창업 생태계’의 단면에 불과하다. 중국 대기업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든든한 ‘젖줄’ 역할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5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레전드캐피털이다. 중국 최대 벤처캐피털(VC)이자 컴퓨터 제조 대기업 레노버그룹의 자회사인 이 회사는 인공지능(AI)·바이오헬스부터 화장품, 양계장 운영 회사까지 혁신의 싹이 보이는 기업이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정보기술(IT) 공룡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설립 3년 차인 AI 스타트업 ‘상탕커지’에 8,000억여원을 투자해 주목받기도 했다. 상탕커지는 알리바바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올해 기업가치가 45억달러(약 5조원)를 넘어섰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정부의 모태펀드 지원만 바라보는 한국의 실정과 대비된다. 레전드캐피털 5조 펀드 통해 투자 화웨이, 수백개 협력사와 시장개척 텐센트, 25개 도시서 창업가 지원 스타트업 젖줄 대기업이 혁신 확산 중국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자재 조달과 투자 연결,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인큐베이팅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에서는 정부나 비영리기관이 주로 담당하는 일이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부터 전국 25개 도시에 오픈 플랫폼인 ‘중창공간’을 만들어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배출된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총 900억위안(약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알리바바의 인큐베이션센터는 지금까지 5만여개의 창업팀을 지원했다. 대기업의 사내 벤처 분사, 이른바 스핀오프도 활발하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2012~2013년 직원 2만6,000명을 해고해 이들을 본사에서 분사한 창업회사로 보냈다. 하이얼이 이렇게 성사시킨 스핀오프는 지금까지 200여곳에 이른다. 중국 경제연구기관 종합개발연구원의 증진 박사는 “중국은 혁신·창업 생태계를 민간이 주도하고 특히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한다”며 “대기업은 단순히 부(富)를 전파하는 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혁신을 확산시킨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의 낙수효과’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대기업 낙수효과가 어떻게 가능한지는 중국 최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잉단을 만든 코고바이 관계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코고바이는 하드웨어 전자상거래 분야의 대기업이다. 이완화 코고바이 매니저는 “잉단 설립은 어떻게 하드웨어 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시에 모회사 사업인 부품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익과 이윤 극대화라는 사익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찾은 답이 바로 스타트업 지원이며 이것이 오늘날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中정부 규제 없는 개방정책 원동력 韓은 ‘대기업=통제 대상’ 옥죄기만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개방적인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에는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막는 규제가 딱히 없다. 덕분에 알리바바는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업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텐센트가 지난해 7월 중국의 최대 음악 애플리케이션 차이나뮤직을 인수할 때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제 적용을 검토했으나 ‘일단 투자 효과를 지켜보자’며 인수합병을 용인했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막는 규제들이 빽빽하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금지하고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까지 확보해야 하는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에 동참한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기업의 경영·투자 활동을 옥죄지 않고 선순환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다”면서 “우리는 ‘대기업은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이들의 혁신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전·베이징=서민준·구경우기자 morandol@@sedaily.com -
[4.미래 생태계 조성 질주하는 中]초등학교부터 '공교육+창업교육'…대학생엔 창업 휴학도
국제 기업 2018.08.07 17:07:35베이징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하이뎬 거리에 위치한 창업교육기관 중관춘학원(Z-PARK). 취재단을 맞이한 장궈칭 이사장은 “창업의 시작은 창의”라는 말과 함께 창업센터의 공기청정기 위에 올려진 화분을 가리켰다. 화분을 필터처럼 이용한 공기청정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탁자 위에 놓인 정수기는 공기 중 습도가 30%를 초과하면 습기를 빨아들여 정화해 음용이 가능한 물을 만들어내는 제습기 겸 정수기다. QR코드를 스캔하자 ‘웨이뎬닷컴’이라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속 9ℓ짜리 제습기 겸 정수기가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가격은 1만1,800위안(약 195만원). 장 이사장은 “비싸지만 하루 9명이 먹을 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분 필터 공기청정기, 제습 겸 정수기 등 소개해준 제품은 모두 중관춘에서 창업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다. 장 이사장은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물론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절차를 모두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중관춘 내 창업교육은 소학교(초등학교)부터 이뤄진다. 창의와 창신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창업교육에서 활용도가 높은 코딩은 초중고 70시간의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창업교육을 받는 중국 학생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프런티어로 자라난다. 중국 정부의 임대비 및 복지시설 지원 등을 받는 창업 지역이 중관춘 창업자마을(創客小鎭)에 이어 항저우 드림타운 등으로 확산되면서 베이징·상하이·선전·항저우 등 일선급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내 창업 인재교육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창업교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교육과의 연계 시스템이 잘 짜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는 중관춘에 밀집된 대학 교육 인프라와 창업자마을의 연계사업을 벌인다. 대학생들에게 창업 휴학을 허용할 뿐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교육과 종잣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호평을 받는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정부 차원의 창업교육을 발판으로 창업 후 5년 내에 기업가치 100억달러를 넘는 ‘슈퍼 유니콘’ 기업들의 탄생이 결정된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창업자 액셀러레이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시진·구경우기자 see1205@@sedaily.com -
[4.미래 생태계 조성 질주하는 中]초고속 궤도 탄 '블록체인 굴기'
블록체인 정책 2018.08.07 17:07:32지난 4월 중국 항저우시에 축구장 크기의 첨단산업단지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항저우 블록체인 인더스트리얼 파크’. 오직 블록체인 기업만을 위해 조성된 산업단지다. 시는 산업단지를 열면서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기업 투자 전용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재원의 30%는 시 정부가 댄다. 블록체인 육성에 나선 중국 지방정부는 항저우뿐만이 아니다. 중국 난징 역시 지난달 100억위안 규모의 블록체인 투자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했으며 선전도 약 9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투자펀드를 운용할 방침이다. 중국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각 지방정부의 협조 아래 소득세 환급 등 세제혜택부터 입주공간, 입주 및 이주지원금 등을 받으며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지방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의 배후에는 물론 중국 정부가 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CMIIT)는 이미 2016년 ‘중국 블록체인 기술과 응용발전 백서’를 발간해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같은 해 12월 국무원은 ‘제13차 5개년 국가정보화규획(2015~2020)’에 블록체인을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함께 중점 육성해야 할 기술로 포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 중국 과학아카데미 연례총회 개막연설에서 “과학과 산업 혁신이 만든 새 국면은 세계의 경제구조와 산업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며 “중국은 과학과 혁신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AI·양자정보 등과 함께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하며 블록체인이 세계 경제와 산업 패권을 쥐기 위한 핵심 도구 중 하나임을 분명히 했다. 항저우와 선전 등의 적극적인 지원은 중앙정부의 ‘블록체인 굴기’ 의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인 셈이다. 美 제치고 관련 특허 압도적 1위 한국 기술수준보다 40%나 앞서 효과는 이미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특허청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블록체인 기술특허 출원 수에서 2016년을 기점으로 기존 1위 국가인 미국을 두 배 가까운 수치로 압도하고 있다. 누적 건수에서 미국을 제치는 것도 시간문제다. 기술 수준 역시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은 이미 140으로 40%가량 우위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관련 인재 역시 풍부하다. 중국 블록체인응용연구센터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협의회 중국센터’ 등 20개의 조직이 만들어졌으며 이 중 ‘중국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연구센터’ 한곳에서 배출된 교육훈련생만도 지금까지 1,000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는 일반인들의 투기 차원에 국한된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와 발행을 통제한다고 해서 개발을 못하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미 퀀텀 등 중국에서 개발한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갖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 시가총액 순위 4위의 비트코인캐시, 14위 네오, 22위 큐텀 등은 모두 중국인 개발자들이 개발한 프로젝트다. 반면 한국의 블록체인 육성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거래제한, 블록체인 기술 육성이라는 큰 기조에서는 중국을 따라가면서도 실제 중국의 통 큰 육성책을 쫓아가지는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통계청이 이달 초에야 블록체인 산업의 업종분류를 확정해 국내에는 블록체인 산업 통계조차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기술개발 예산은 올해 1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연구인력이 없어 6년간 25억원짜리 과제가 유찰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中의 자신감…"美, 화웨이 배제땐 200억弗 더 들 것"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5 18:07:36“미국의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를 배제하고 5G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하면 20~30%의 비용이 더 들 것입니다.” 중국 화웨이의 조 켈리 국제미디어사무부 부사장은 자사의 5G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북미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화웨이의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켈리 부사장은 “이런 추가 비용이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의 최강자로 통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8%로 1위다. 특히 초고속 스마트폰 통신은 물론 사물인터넷(IoT)·스마트헬스케어 등 다양한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될 5G 분야에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선전시의 화웨이 본사에서 만난 켈리 부사장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견제’를 의식한듯 인터뷰 내내 어조와 표현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5G 분야에서도 훌륭한 경쟁자이자 협력사”라고 치켜세웠다. “우리는 케이크를 자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케이크를 만들고자 한다”고도 했다. 세계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고객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는 얘기다. 하지만 화웨이의 경쟁력과 미래를 논하는 대목에서는 야심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 기업을 겨냥해 화웨이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내년에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첫 회사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럴 것으로 믿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KT가 올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기술을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시범(pre-trial) 서비스였을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많은 업체가 5G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는 2020년까지 상용화에 성공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켈리 부사장은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지국부터 단말기, 칩셋까지 ‘엔드 투 엔드(end-to-end)’로 5G 제품을 개발한 회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5G 통합 솔루션은 시장에서 큰 메리트다. 통신사 등 고객사 입장에서는 ‘원스톱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다 각 요소 간 호환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할 수 있어 품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통합 솔루션이 가능한 회사로 꼽힌다. 화웨이는 그러나 삼성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의식해 ‘우리가 유일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런 화웨이에도 약점이 있으니 바로 보안 문제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회사이며 화웨이 장비를 통해 중요 정보를 빼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켈리 부사장은 “보안 리스크는 실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 170여개의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어떤 보안 문제도 발견된 적이 없다”며 “보안 의혹은 사실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국가 간 문제에 기반한 의심(Country origin)이어서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에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사실 근거 없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화웨이에는 어떠한 외부 리더십(External leadership)도 개입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켈리 부사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보안 리스크 해소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듯 화웨이와의 인터뷰 이후인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화웨이 사이버평가센터는 ‘화웨이 통신장비가 보안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선전=서민준·구경우기자 morandol@@sedaily.com -
[창간기획] 중국은 대체…초라한 한국 기술의 민낯
산업 기업 2018.08.05 17:22:50지난달 29일 오후 중국 선전에 위치한 선전베이 스포츠스타디움. 장내 아나운서가 우렁찬 목소리로 경기 시작을 알리자 로봇과 드론이 스타디움 한복판에 별도로 마련된 사각형의 그라운드를 쉴 새 없이 누비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드론 기업인 중국 DJI가 주최한 ‘제4회 로보마스터 대회’에서 무수한 경쟁자를 누르고 결승에 오른 남중국공과대학팀과 중국 동북대학팀이 각자 보유한 로봇 6대와 드론 한 대로 상대를 향해 탁구공 크기의 탄환을 연신 쏘아댔다. 그라운드 옆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헤드셋을 낀 대학생 엔지니어들이 능숙하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손수 제작한 로봇과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약 30분의 격전 끝에 우승한 남중국공과대팀의 주장 원휘첸(22)씨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멋진 기술로 구현해 실전에 적용해보니 뛰어난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부풀어 올랐다”며 기뻐했다. 이 대회는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DJI가 인재 육성 차원에서 지난 2015년부터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개최하고 있는 대학생 로봇·드론 경연이다. 양슈오(29) DJI 로보마스터 총괄 엔지니어는 “대회에 참가하거나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입사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들을 뽑다 보니 결과적으로 로보마스터 출신 가운데 50명 정도가 현재 DJI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회에 참가한 200팀 가운데 중국 소재 대학교는 총 188곳.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임을 감안하더라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나 다름없는 드론 분야에 대한 현지 청년들의 관심과 열기를 그대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캐나다·싱가포르 등 중국 이외의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대회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회 현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없다. 2015년 이후 4회째 대회가 열리는 동안 국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팀은 단 한 곳도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드론 산업의 답답한 현실과 암담한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후발 주자였던 중국이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드론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하게 된 배경으로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지목한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비행 승인을 얻을 수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허가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절차 역시 까다롭다. 한국에서는 ‘인구밀집 지역’으로 분류되는 구역에서는 원천적으로 비행을 금지한다. 반면 중국은 인구과밀 지역이라도 신고 절차를 통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야간 비행을 하려면 최장 90일 동안 당국의 허가를 기다려야 하고 촬영 허가(국방부)와 비행 허가(국토교통부)를 이중으로 받아야 한다. 내수 규모의 한계와 늦은 시장 진입에 정부의 ‘거미줄 규제’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드론 산업은 영세 사업장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드론 업체로 등록된 국내 회사는 1,200개가 넘지만 수익을 남기는 곳은 20~30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은 빠른 속도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세계 1위인 DJI의 매출은 2010년 300만위안에서 2017년 180억위안(약 3조원)으로 6,000배나 뛰어올랐다. 시장 점유율 3위인 미국 업체 3D로보틱스는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DJI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드론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DJI 외에도 이항·하워·워케라 등 견실한 후발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해 산업 생태계를 굳건히 떠받치고 있다. 애초 군사적 용도로 개발된 드론이 농업, 교통 측량,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보이면서 전체 시장 규모(상업용·군사용 합계)는 2014년 64억달러에서 2023년 115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드론 산업이 성장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선(先)허용-후(後)보완’이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를 육성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는 중국이 드론 산업의 선두 주자였던 미국과 프랑스를 누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정부의 신산업 친화적인 정책 아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드론뿐만이 아니다. ‘의료 후진국’이라는 오명에 시달리던 중국은 2015년 이후 단계적으로 원격 진료를 허용하고 주요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지금은 1억명 이상의 환자가 스마트폰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원격의료 허용 조항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만 자는 탓에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는 형국이다. /선전=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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