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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5G' 화웨이·'자율차' 바이두…'디지털 중화' 글로벌시장 위협한다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8.08.05 17:21:13중국 선전시 룽강구에 위치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본사. 한 직원이 차세대 초고속통신 ‘5G’ 전시관 천장에 붙은 TV 셋톱박스 모양의 제품을 가리켰다. 그는 “우리의 5G 통신장비”라며 “배터리 하나로 10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기지국”이라고 말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5G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4G인 롱텀에볼루션(LTE)은 도심의 높은 건물마다 큰 기지국을 두고 전봇대 등에 소형 장비를 설치해 통신을 지원하고 있다. 화웨이는 5G 시대에는 가로등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소형 5G 통신기기에 방범카메라까지 갖춘 ‘튜브스타’가 전봇대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비들이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산업을 움직일 핏줄이 된다. 화웨이 관계자는 “세상 모든 곳에서 집 안까지 5G 통신을 연결해줄 솔루션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5G 통신기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이 거스를 수 없는 경쟁력을 보유해 표준을 꿰차려 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005930)도 화웨이 못지않은 5G 통신장비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표준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표준은 기술력만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안전성과 성능 등이 두루 입증되고 기록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며 굴기를 공표한 것은 지난 2015년 5월. ‘7대 전략적 진흥계획’을 추진하던 중국은 산업정책을 ‘제조 2025’라는 고속열차에 올렸다.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로봇,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신소재 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게 골자다. 만물 연결(All things connected) 시대에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제조업과 시너지를 낼 ‘인터넷 플러스’ 정책도 밝혔다. 오는 2025년에 제3그룹(한국·영국·프랑스) 앞에 서고 2035년 제2그룹(독일·일본)의 선두를 선점해 2045년에는 세계 최강 산업 대국인 미국 위에 오르는 30년 대계다. 무서운 점은 중국 정부와 민간 거대 기업이 함께 세계 1위를 꿈꾸며 사생결단의 투지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단이 찾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알리바바의 베이징 연구개발(R&D)센터는 주변이 암흑에 잠길 때도 홀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후10시가 넘어서 퇴근하던 연구원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Nice is so hard)”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가 꼽는 최대의 경쟁자는 미국의 아마존.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2030년 AI 산업 시장 규모를 1조위안(약 17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는 AI 등 첨단산업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3년간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위가 된 화웨이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의 44%인 8만명, 지난해에는 매출의 15%(약 15조원)를 R&D에 쏟아부었다. 매출의 7%를 R&D에 투자한 삼성전자의 두 배다. 중국은 계획경제지만 기업은 냉혹한 자본주의로 움직인다. 야전침대를 두고 일하는 문화가 있던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성과 없는 직원 5%가 매년 잘려나간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연구부장은 “우리 국민에게는 아직도 중국은 짝퉁이나 만드는 국가라는 인식이 있다”며 “미래산업은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국내 협회 12곳에 한국(수준 100)과 중국(108), 미국(130), 일본(117)의 수준을 물은 결과 한국이 꼴찌였다. 특히 협회들은 5년 후에는 중국과 일본의 수준(113)이 같아지고 한국은 12개 분야 모두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고 답했다. 산업굴기의 종착점은 중국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는 ‘중화’(中華)다. 서구가 아닌 중국 표준을 만들겠다는 것.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벌써 이 같은 흐름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자율차 시장은 구글 웨이모나 우버 같은 글로벌 업체가 아닌 바이두와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등이 중심이다. 바이두가 지난해 구글의 운영체계와 비슷한 오픈소스 플랫폼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내놓자 다임러와 보쉬·포드·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여를 선언했다. 바이두와 함께 중국 시장에 맞는 기술을 차량에 담을 것이다. 심지어 4차 산업혁명의 혈맥인 통신장비 부분은 차이나 스탠더드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올해 중국 2위의 통신장비 업체 ZTE에 대해 북한·이란과 거래했다며 거래금지 명령을 내려 도산 위기로 밀어붙인 배경은 ‘차이나 스탠더드’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이 선을 넘을 경우 다음 타깃은 화웨이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교수는 “거대시장을 발판으로 표준을 만들고 나면 세계에서 미국 등과 누가 더 우수한지 표준 경쟁을 하자는 것”이라며 “미국이 벌이는 무역전쟁 이면에는 각종 규제로 글로벌 기업들을 몰아낸 후 자국 기업을 육성해 도전하는 중국을 눌러놓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전·베이징=구경우·서민준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세계 최초 인간 배아 편집 성공…20년후 '유전병 없는 아기' 출산
국제 경제·마켓 2018.08.05 17:18:18지난 1월 중국에서 최초로 체세포 핵치환 복제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복제 원숭이 두 마리가 태어났다. 복제양 돌리가 만들어진 지 22년 만이다. 원숭이들에는 ‘중화(中華)’의 한 글자씩을 따서 ‘중중(Zhong Zhong)’과 ‘화화(Hua Hu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중국이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 원숭이를 완벽하게 복제해냈다는 소식에 전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중국이 미국·일본 등 막강한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들을 제치고 최초의 원숭이 복제에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윤리적 논란마저 잠재우며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당국의 지원 덕분이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로 영장류 사육시설을 확충한 중국은 세계 영장류 연구의 핵심 국가로 주목을 받는다. 세계 실험용 원숭이 중 90%가 중국에서 키워지고 있다. 중국은 유전체학 기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퍼 카스9’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가위를 첨단화하는 데 성공한 중국에서는 이를 통해 일반 곰팡이 감염에 내성이 있는 밀, 근육이 강해진 개, 기름기가 적은 돼지를 생산한 데 이어 인간배아의 편집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퍼는 DNA 중 원하지 않는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그 자리를 바람직한 것으로 채워 넣는다.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이 우위를 점했던 이 기술에서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데 이어 저비용으로 상용화를 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크리스퍼 기술로 유전자 편집한 돼지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70만위안(한화 약 1억1,500만원)이 들지만 미국에서는 4~5배가 더 비싸진다. 현재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인 국가자연과학기금은 42개 크리스퍼 관련 프로젝트에 2,300만위안 이상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다. 2015년에는 광저우 소재 중산(中山)대학의 준지우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최초로 인간배아를 편집하기도 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간 배아에서 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뒤 이를 자궁에 착상하면 ‘빈혈 없는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의 중국은 ‘유전병 없는 아기’ 출산에 있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도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4개 국가 중 하나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 대신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3세대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4곳 중 비상장사는 한국 기업 ‘툴젠’이 유일하다. 코스닥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특허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두 차례 고배를 마셨고 특허를 등록한 뒤 ‘테슬라’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서울대 등 많은 연구기관에서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성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생명윤리법 47조에 따른 유전자 치료 대상은 ‘유전질환, 암, 에이즈, 기타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으로 제한되며 이 역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 효과가 다른 것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만 임상 연구 허가가 가능하다. 연구 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생성하는 것과 배아의 유전자 치료가 금지돼 있는 셈이다. 이러한 규제와 시장 여건 때문에 한국이 주도했던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중국에 추월 당한 지 오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등록 사이트에 등록된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연구 314건 중 한국은 46건으로 미국(155건)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중국이 11건으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해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상업적 임상연구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실험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앞으로 20년 후에는 유전병 없는 아기를 낳기 위해 돈 싸들고 중국으로 달려가는 부부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
[창간기획-특별인터뷰]"트럼프, 美 중간선거 전 평양 전격 방문...2차 정상회담 가능성"
국제 정치·사회 2018.08.05 17:07:52미국 워싱턴DC 소재 아시아태평양 전문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여년 동안 미 의회와 정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다뤄온 자누지 회장은 맨스필드재단 본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 58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도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어 비핵화 플랜은 진전된 것은 없다”고 평가하면서 “현실적으로는 단계적 비핵화로 나아가되 북한의 핵물질 생산 완전중단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스필드 회장은 또 미중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에 대해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평화유지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한반도에 지배적 야망이 없지만 중국은 다른 야망을 품고 있다”고 경계하며 “한중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더라도 안보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해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에 별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에 대해 명확한 계획이 없는 것은 맞다. 아직 북한 비핵화에 의미 있는 발전은 없는 셈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지만 이는 언제든 다시 열 수 있으며, 북한이 이미 핵실험에 성공해 핵무기를 완성한 이 시점에 풍계리 폐쇄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 30여년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비핵화 실행에서 한꺼번에 모든 결정을 한 적은 없다. 1994년과 2005년에도 북한은 비핵화 의향을 보였지만 성사된 것은 없다. 북한 스스로도 향후 어떻게 변할지 단정할 수 없기에 단계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한국은 일단 북한이 안전함을 느끼고 이를 확신하도록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어떤가.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뉴욕이나 워싱턴DC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간 두 번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직 믿을 만한 정보는 없다. 김 위원장이 이제까지 1대1로 정상회담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뉴욕에서 여러 다른 정상들과 함께 만날 준비가 돼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김 위원장이 뉴욕에 오는 데는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6일 미 중간선거 이전에 북미는 물론 남북 간 관계 발전으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평양을 전격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하원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일들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 협의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이 북한 핵 문제를 경계하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현실적으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은 남한이 어찌할 수 없는 측면이다. 또 남북관계 발전 이상으로 북미관계 발전이 중요하다. 미국 없이 남북관계만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같이 갑시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한국·북한·미국이 모두 함께 가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겠는가. △‘일괄 타결’ 비핵화 방식은 물 건너갔다. 따라서 단계적 해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위험한 문제점을 먼저 해결하고 점차 다른 문제들도 풀어가는 것이다. 최우선으로 북한이 가진 모든 핵능력을 최단시일 내에 동결해야 한다.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쇄하고 핵물질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켜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도 제3국으로 이전 처분해야 한다. 북한은 오늘도 핵물질을 만들고 있다. -비핵화 협의가 무산될 경우 트럼프 정부가 대북 군사 옵션을 다시 꺼낼까. △6·12 북미 정상회담 전에는 대화가 잘 안 될 경우 무력사용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김 위원장을 만나고 악수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미국이 군사제재를 취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고 탄도미사일을 계속 쏘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으면 한국이 미국을 도와 대북 군사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임도 분명하다. -미국 의회나 정보기관에서 “중국이 미국에 최대의 도전이자 위협”이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에서는 30년 전 일본이 미국의 ‘최대 적’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 전에는 옛 소련이 있었고 2000년대 초반 9·11사태 이후에는 국제 테러리즘을 적으로 설정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라이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중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며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국이 강대국으로 커가면서 국제기구에 적극 참여하고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개방적으로 나서는 것도 미국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면서 주변국이 ‘중국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 대신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도록 외교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안보대결이나 무역전쟁 등이 일어나면 한국이 곤경에 처하곤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여러 강대국들 사이에 있다. 한국이 미중 간 균형자 역할을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평화유지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한국은 개방적이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가졌다. 한국의 장점들을 활용해 다른 중소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기구에서 무역·환경·개발 등 다자 간 이슈에서 위상을 높여야 한다.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중국 모두와 긴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보나. △한국이 중국과 더 가까운 무역관계를 맺는다 해도 미국이 우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최대무역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이웃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수많은 침략에도 독립 의지가 매우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안보 측면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더욱 가까운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지배적인 야망은 전혀 없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야망을 가졌을 수 있다. 중국이 한미동맹 관계 단절을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워싱턴DC=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창간기획-특별인터뷰]美 대북정책·제재안 입안에 핵심 역할...DJ정부때도 대북정책 조언
국제 정치·사회 2018.08.05 17:07:12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회장은 28년간 미국 정부와 의회·유엔 등에서 동아시아 관계 업무를 다뤄온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다섯 차례 방북해 평양과 개성 등을 찾았던 자누지 회장은 지난 2014년 맨스필드재단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국제앰네스티(AI) 미국 수석부회장을 지내며 북한과 미얀마·티베트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안보 및 국제관계로 석사학위를 받은 자누지 회장은 미 국무부 산하 정보기관인 INR에서 정치·군사 분야 애널리스트로 중국과 북한, 동남아 국가의 정보관리를 총괄하는 등 미 정부와 의회에서 동아시아 문제와 한반도 정책을 20년 가까이 다뤄왔다. 북한 인권문제뿐 아니라 중국 군사력 증강, 일본 외교정책 등에도 두루 정통한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청와대를 방문해 대북정책을 조언하는 등 한국과도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선캠프에서는 한반도정책팀장을 지냈으며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의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을 포함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10년 넘게 정책국장으로 활동하며 대북정책 및 제재안 입안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자누지 회장은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 ‘전략적 인내’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하자 “워싱턴이 대담하게 북한과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일찌감치 제안해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는 올 6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실무대화를 이끌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재단 석좌연구원으로 영입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재단의 연구역량을 강화했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국제관계학 펠로십을 수료한 그는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를 잘 풀려면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아주 중요한 만큼 한일이 더 친근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면 한다”며 “위안부·독도 문제 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여행·유학, 경제협력 등이 계속 활성화돼 양국의 적대감이 완화되고 협력의 장이 커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워싱턴DC=손철특파원 -
[두 얼굴의 중국자본]자국 이익 건드리면 무차별 보복...국제질서 뒤흔드는 차이나불링
국제 정치·사회 2018.08.02 17:57:31노르웨이산 연어는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설 만큼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노르웨이산 연어는 지난 2010년 중국인의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반체제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중국은 정치·외교적 단절을 선언하고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통제했다. 노르웨이산 연어의 시장 점유율은 30%로 떨어졌고 노르웨이의 수출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중국은 국가의 ‘핵심 이익’을 건드렸다고 판단하면 무차별적인 경제보복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자 경제보복 등의 압박을 가했다. 사드 보복으로 우리의 피해 규모는 지난해에만 최대 20조원에 달했고 경제성장률을 0.4%나 갉아먹었다는 분석도 있다. 우진훈 베이징 외국어대 교수는 “이 같은 보복으로 중국은 국제적으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이를 구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중국 내부에 강하다”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빈번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는 경제 보복으로 맞서기에 오히려 당할 수 있다는 내부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한발 물러서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어떤 국가라도 거대 경제력을 앞세워 굴복시킬 수 있었던 이전 사례와 달리 미국이라는 더 큰 적을 만나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눈치를 보면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커지는 경제력…비례하는 힘의 보복= 중국의 경제력이 커갈수록 힘의 보복도 빈번했다. 2010년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희토류 금속 수출 금지와 일본관광 자제, 도요타자동차 뇌물공여 혐의 조사 등 전방위로 압박했다. 중국의 보복으로 희토류 수입가격은 6개월간 10배가 뛰었고 네오디뮴·이테르븀 등의 희토류 가격은 10배나 폭등하며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탕슈문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속담에 ‘군자가 복수를 하는 데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는 의미의 고사가 있다. 서두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복수를 하고야 만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 혹은 약정한 국가들에 대해서도 자국의 국익에 반할 경우 매서운 보복을 가했다. 몽골이 대표적이다. 몽골 정부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의 입국을 허용하자 중국 정부는 곧바로 몽골과의 철도 건설, 광산 개발 등 금융 및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회담 등을 무기 연기했고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마다 통관비를 징수했다. 내몽골 지역 광산에 들어가는 전기도 끊어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몽골 정부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외국 항공사 36곳에 대만을 별도의 주권지역으로 표기하지 않거나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명칭 변경을 완료할 것을 요구해 모두 수용된 것처럼 중국은 민간 기업에도 보복을 앞세워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종교·문화 영역에도 ‘칼’= 근래 들어 중국은 종교·문화 등의 영역에서도 ‘칼’을 휘두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바티칸 교황청은 최근 중국에 주교 임명권을 양보했다. 임명권은 바티칸이 중국과의 오랜 수교협상에서도 절대 양보하지 않던 것인데 중국의 경제압박에 이를 내준 것이다. 지난 5월에는 호주산 와인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호주는 지난해 전년 대비 51% 늘어난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와인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이 표면적으로 꺼낸 이유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검증 및 인증 프로세스 도입. 하지만 국제 전문가들은 다른 이유를 꼽는다. 호주 의회가 4월부터 ‘외국의 내정간섭 차단 법안’을 심의하는 데 반발해 호주를 상대로 무역보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 정계와 재계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두고 내정간섭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中 이중성=또 다른 중국 속담으로 도광양회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는 의미인데,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장에서 중국 언론들 사이에서 제기된 용어다. 미국과의 전면전에 ‘속도조절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중국의 민낯이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매기자 미국을 성토하며 바로 보복 관세로 맞섰던 중국이지만 최근에는 조용하다. 아직은 미국에 대항할 정치·경제력 측면에서 힘이 밀리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경계감이 커지면서 한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류펑 중국 난카이대 교수는 “최근의 변화는 중국이 ‘전략적 위축’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며 “지나친 자신감은 위험하고 지금 중국의 전략적 위축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적으로 인식되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위기감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보복을 일삼던 한국과 유럽연합(EU)에 먼저 손을 내밀며 우군으로 포석하기 위한 발걸음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주변국과의 동맹관계를 두텁게 하는 동시에 반미 전선을 넓혀 미국에 맞서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드 배치 문제로 확산된 반한감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최근 중국의 정부기관과 연구소 등을 방문했을 때 지난해와는 전혀 다르게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인지 우리를 적이 아닌 자신들 편으로 만들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세계는 지금 '기술먹튀' 中과 사생결단 소송전쟁 중
국제 정치·사회 2018.08.02 17:51:56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무차별적인 기술 탈취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으로 중국 자본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의 기술력을 빨아들이는 것은 물론, 경쟁사의 핵심 인력과 기술 빼돌리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각국은 ‘차이나 머니’ 투자에 대한 규제 강화와 소송전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차단 벽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뜻 손을 내미는 거대한 중국 자본을 손쉽게 끌어들였다가 기술 탈취라는 부메랑을 맞는 데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2일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3년간 중국계 자본이 추진해 온 40여 건의 첨단 기술기업 M&A에 제동을 걸었다. 그 규모만도 4,500억 달러(505조6,000억)에 달한다. 지난 1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송금기업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차단한 것을 비롯해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독일 당국이 기계장비·부품업체인 라이펠트메탈스피닝 인수를 거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1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중국구조개혁펀드(CSRF)가 현재 미국·유럽연합(EU)과 협상 중인 투자 건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수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첨단 기술 업들을 사들여 온 중국자본의 M&A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다. 손쉬운 중국 자본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던 각국 기업들이 자본을 앞세워 핵심기술을 탈취해 가는 중국의 민낯을 목도하면서 차이나 머니에 대한 경계를 높이게 된 것이다.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가 한국에 투자나 고용 창출은 하지 않은 채 자동차 생산기술을 빼가고 조기 철수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 예다. 중국의 기술 침해에 따른 각국 소송전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대만 UMC와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가 D램 반도체 특허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도 핵심 인력과 기술 빼돌기에 당했다며 이를 사주한 중국의 HLMC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선전·란저우 특별취재단 hhlee@@sedaily.com <서울경제·成大중국硏·전경련·산업硏 공동기획> -
[두 얼굴의 중국자본]헐값에 깔아주고 기술표준 강요...민낯 드러낸 中고속철굴기
국제 경제·마켓 2018.08.02 17:35:03인프라 투자를 명분으로 한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철도 인프라 수출 사업이다. 중국은 베이징~톈진 구간 첫 고속철의 테이프를 끊은 지난 2008년 이후 10여년 동안 ‘고속철 굴기’라는 선전과 함께 철도 인프라 수출에서 빠른 진전을 보여왔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 건설과 지역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한 고속철 수출 사업이 실상은 차이나머니를 전면에 내세워 전 세계 시장에 중국식 기술을 침투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서방 언론뿐 아니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같은 중화권 매체들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고속철 사업이 첫발을 뗀 후 중국이 전 세계 102개국에 1,430억달러에 달하는 고속철과 철도 관련 수주 계약을 맺으며 올 1·4분기 말 전 세계 고속철 시장의 66%를 장악하는 외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선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고속철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유럽 등 서방 기업들의 4분의3에 불과한 저가 수주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기술수출과 투자금 지원혜택 등까지 약속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은 결과다. 하지만 고속철 굴기 신화의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은 해외 순방 때마다 중국 고속철 도입 압박공세를 펴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세일즈 외교 행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 주석은 2014년 남미 방문 당시 이 지역 국가들과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남미대륙 횡단철도 건설에 합의했다. 리 총리는 태국·아프리카·남미·인도 등에서 사업협력 협정을 성사시켰다. 특히 중국은 중국 고속철을 전 세계 표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차이나머니를 동원한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그 결과 2015년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 의장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을 중국인으로 앉히며 국제 기술표준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을 강화했다. 중국 당국은 그해 ‘표준화 업무개혁 심화방안’까지 내놓으며 중국 고속철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차이나 스탠더드의 국제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당시 톈스훙 국가표준화위원회 주임은 “1988년 중국표준화법이 제정된 후 새로운 이정표”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굴기 중 하나로 상징되는 고속철 수출 사업은 이면에 가려졌던 중국의 민낯이 확인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태국의 경우 수도 방콕과 동북부 나콘라차시마를 연결하는 250㎞의 고속철 건설 사업이 지난해 사업 시작을 앞두고 계획 자체가 무한 연기됐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첫 고속철 수출 계약이던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도 2016년 착공식 이후 역시 사업비와 현지 토지 수용 등의 문제로 난관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2015년 시 주석 방미의 최대 성과물이던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구간 고속철 사업도 이듬해 미국 측의 계약 취소로 무산됐다. 2014년 멕시코에서 수주한 사업은 멕시코 정부가 입찰 과정의 불투명성을 내세워 프로젝트를 백지화했다. 중국 고속철 사업의 잇따른 무산은 저가 수주를 가능하게 한 중국식 자본 공세의 맹점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패권주의와 팽창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속철은 다른 경쟁사 대비 20% 이상의 가격 메리트가 있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남미 등 개발도상국에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여기에 해당 국가의 실질적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중국의 고속철 표준을 강요하며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중국식 신패권주의에 대한 반발도 크다. 서울경제신문의 창간기획 특별취재팀에 참가한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고속철 수출 사업 등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하나둘 문제점이 드러나며 적지 않은 반발을 받고 있다”면서 “고속철과 원자로 사업 등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이 같은 상황을 주목하며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두 얼굴의 중국자본]개도국 SOC에도 中 샤프파워... 스리랑카 등 '부채외교' 희생양
국제 정치·사회 2018.08.02 17:33:53#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 고대부터 고기잡이배가 모이는 항구였던 이곳은 이제 중국계 자본의 힘으로 컨테이너가 쌓이는 곳이 됐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임을 드러내듯 과다르항에서 일하는 총 1,000명의 직원 중 절반은 중국인이다. 과다르항을 상업 항구도시로 키우는 것은 파키스탄이 지난 1954년부터 품어온 꿈이지만 에흐산 말리크 파키스탄 기업협의회 최고경영자(CEO)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그는 “과다르항에서 나오는 수입 중 90%를 중국이 가져가기로 했다”며 “중국의 투자가 ‘게임체인저’인 것은 맞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암암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명 ‘샤프 파워(sharp power)’ 전략으로 전 세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자본 부족에 허덕이는 국가들에 손을 내민 뒤 중국식 정치·경제 발전 모델을 날카롭고 깊숙하게 심어놓는 중국의 국제 경제·외교 정책을 ‘샤프 파워’로 명명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투자를 앞세운 ‘부채외교’로 인프라 개발이 시급한 저개발국들을 포섭해 중국식 권위주의 발전 모델을 퍼뜨리는 한편 호주 등 선진국에는 자원개발 투자를 앞세워 상대국 정치권에 친중 기반을 넓혀왔다. 다만 중국의 샤프 파워 전략은 막대한 부채와 경제주권 침해 우려로 이어지며 개발도상국의 경계를 높이고 있는데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일대일로에 맞선 행동을 시작하고 있어 샤프 파워 전략이 변곡점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샤프 파워의 영향력은 최근 총선을 치른 캄보디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올해까지 33년간 장기 집권한 훈센 총리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폐간을 유도하고 제1야당을 해산시키는 등 노골적인 권위주의 야욕을 드러내왔지만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뒀다. 국민들이 독재자 훈 총리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중국의 투자지원 덕에 2010년 이후 꾸준히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온 경제 성과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과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으며 성장했던 캄보디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이들이 ODA를 줄이기 시작하자 중국 자본에 기대기 시작했다. 2016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 11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7억5,100만달러는 중국계 자본이었다. 중국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경제 성장도 없었다고 믿는 캄보디아 국민들은 친중국 정부의 권위주의 정치에도 관대하다. 지역 통합과 경제 발전을 앞세우며 일대일로를 따라 각국에 도로·철도·발전소를 짓는 중국이 ‘독재라도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중국식 개발 모델까지 함께 수출한 셈이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돼 각국으로 스며든 중국 자본이 어느덧 해당국의 경제는 물론 정치적 독립성마저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최대 8조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중국은 상대국이 인프라 건설 자금을 갚지 못하면 군사적·정치적 대가를 요구하며 입김을 행사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끌어 쓴 남태평양의 소국 바누아투에는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자금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지만 채무상환이 어려워지면서 항구 운영권을 99년 동안 중국 측에 넘겨야 했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총 62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인프라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은 재정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120억달러의 구제금융 요청을 해야 할 판이다.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차이나머니를 반기던 호주는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내정간섭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7월 샘 데스티에리 노동당 상원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계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정보를 건네준 혐의로 사임한 사건이다. 데스티에리 의원은 평소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을 옹호해왔다. 호주 정계에서는 올해 중국의 정치 간섭을 막기 위해 ‘내정간섭 금지법’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부채외교의 리스크가 부각되자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아프리카 각국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5월 친중 성향이 강했던 나집 라작 정권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중국에서 거액의 자금을 빌릴 여력도 없고 갚을 능력도 없다”며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인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중단시켰다. 아프리카에서도 인프라 지원을 앞세워 자원을 노리는 중국의 의도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케냐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결국 노리는 것은 아프리카의 자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변재현·박효정기자 humbleness@@sedaily.com -
[두 얼굴의 중국자본]유학생 가면 쓴 中산업스파이·위장취업 활개...'목표는 첨단기술'
사회 사회일반 2018.08.02 17:31:05지난 4월 중국은 투명망토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깜짝 놀랐다. 미 국방부가 듀크대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에게 수년째 지원해왔던 기술인데 중국의 손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기술은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범은 2008년 연구원으로 일했던 중국인 루오펑 리우였다. 그는 중국에 있던 동료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그들을 연구실로까지 초청해 사진도 스스럼없이 찍었다. 중국으로 귀국한 리우는 정부 지원으로 수백만달러의 투자를 받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까지 했지만 리우를 결국 기소하지는 못했다. 기술유출은 유학생에 국한하지 않는다. 위장취업해 기술을 훔쳐가는 사례 역시 줄지 않고 있다. 2010~2014년 IBM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쉬자창은 특허등록된 소스 코드를 복제해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에 넘기려다 호텔 현장에서 체포됐다. 중국 화중과기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유학생 출신 엔지니어였다. ◇늘어나는 유학생…그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유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인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11.7% 증가한 60만8,400명으로 조사됐다. 유학생 못지않게 귀국 인원 역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유학생의 귀국 인원수는 전년 대비 11.2% 늘어난 48만900명에 달했고, 특히 석·박사 학위 취득자는 22만7,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한술 더 떠 중국 주요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매년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대학의 졸업식 현장을 직접 찾아 인재채용에 나설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한다. 중국 최대 교육업체의 임원 A씨는 “매년 4~6월이면 하버드·예일·옥스퍼드대 등 미국과 영국·호주 등 전 세계 수십개국을 돌아다니며 중국인 출신 졸업생을 직접 면접하고 선발하는 프로그램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에 남지 않고 모국으로 돌아오는 인재들이 늘어난 것은 이처럼 현지 기업들의 적극적인 인재 모시기 관행이 자리 잡은 결과”라고 말했다. 대만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지방법원은 지난해 중국 유학생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2011년 중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래 중국 유학생이 스파이 혐의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2012년에 대만 정치대학에 입학한 중국 유학생 저우훙쉬(29)는 중국에서 대만정책을 담당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지시를 받은 뒤 여러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하고 외교부 관리들을 매수해 기밀자료를 수집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적은 첨단기술…중국, 2개의 플랜 가동=유학생부터 위장취업 수법까지 동원한 중국의 기술탈취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미국 등 주변 국가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기관 고위당국자 출신인 미셀 반 클립은 올해 초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중국이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첨단기술을 훔쳐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 마이클 웨셀 위원장은 중국이 2016년 중국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4,000명의 재외 전문가를 모집하기 위해 ‘111계획’, ‘1,000명계획’ 등 두 개의 플랜을 가동했다고 전했다. 웨셀 위원장에 따르면 기계학습 연구를 하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분교의 인공지능연구소(BAIR) 직원 중 20%가 중국인이며 메릴랜드대 빙연구그룹의 박사과정 수료 연구자 38명과 대학원생 중 30명이 중국 출신자였다. 중국의 기술탈취가 늘자 미국도 장벽을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계 연구개발자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다. 중국 출신의 대학원생, 박사후과정 연구원 등이 미국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술 스파이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자 발급 제한 등을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마이크로칩,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중국제조2025’에 포함된 분야에 대한 참여 제한도 고려하고 있다./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창간기획] 2000년대 印 고속성장 발판 다져...'트럼프 보호무역주의 반대' 성명도 주도
국제 경제·마켓 2018.08.02 16:58:37인도 콜카타 출신의 카우식 바수(66) 교수는 인도의 명문 델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 정경대(LSE)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수 교수는 석사 취득 이후 가업을 이으려 법학 공부를 하기로 부친과 약속했지만 인도 출신의 첫 노벨경제학상 수상자(1998년)이자 ‘빈곤의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마르티아 센 교수를 만나 경제학이라는 한 우물을 파기로 했다. 바수 교수는 레딩대와 델리대 등에서 강의를 하다 미 MIT와 하버드·프린스턴대·LSE 등에서 방문학자로 활약하며 명성을 쌓았고 코넬대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부인인 알라카 역시 코넬대 개발사회학 교수로 있다. 바수 교수는 이후 인도 정부의 수석경제자문관으로 2000년대 인도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 데 발판을 놓았으며 2012년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선임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에 조타수 역할을 했다. 특히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들이 외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사전 준비를 강하게 촉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세계은행에서 퇴임한 후 지난해 3년 임기의 국제경제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바수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의 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뉴욕 포드햄대, 인도 공대 등 5곳에서 명예박사를 받은 그는 폴 로머 뉴욕대 교수,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등과 함께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석학이다. 스승인 센 교수의 겸손과 인자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바수 교수는 “제자들 가운데서도 한국 학생은 단연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고 칭찬하며 “한국 학생들이 매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세계의 위대한 철학자들 중 게으른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충고했다. /뉴욕=손철특파원 -
[창간기획] "美, 파괴력 큰 무역분쟁 오래 안끌것...韓은 혁신해야 불평등 해소"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8.08.02 16:55:47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 석학 카우식 바수 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한다면 미 경제는 지난 1930년대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장기 침체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를 역임했던 바수 교수는 창간 58주년을 맞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 정부에도 무역전쟁이 세계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파괴적’이라는 점을 잘 아는 인사들이 많다”며 “양국의 무역분쟁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경제 역시 정부와 의회·언론의 견제 작용에 힘입어 정책 노선이 바뀐다면 심각한 불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폈다.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바수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노동수요 감소에 직면한 한국은 과거에 경험한 것과 같은 창조와 혁신을 지속해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혁신 없이 불평등이 확대된다면 경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공황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다. △지금의 무역전쟁이 대공황을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1930년대부터 심각한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쌓아왔다. 다만 무역전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시작된 것과 같은 장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여파는 미중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얼마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 △내 예상으로는 주요2개국(G2)의 무역분쟁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미국은 시민사회가 강하고 전문가들이 많은 나라다. 트럼프 정부에도 무역전쟁이 세계는 물론 미국 경제에 파괴적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역전쟁의 와중에 중국보다는 미국의 경기후퇴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전례가 있다. 20세기 초만 해도 아르헨티나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1920년대 들어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혐오증과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1930년 우파 국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다. 그 후 극우 정부가 무역장벽을 세우고 관세를 거의 100%까지 인상해 아르헨티나의 생산성은 급감했으며 이후 경제는 수십년간의 하락세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미국이 계속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한다면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이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분쟁의 와중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 혁파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가. △트럼프 정부가 그간 내놓은 경제정책은 국민 건강에 많은 설탕을 쓰는 것과 같다. 감세와 규제 완화는 많은 설탕을 소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고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런 정책을 지속한다면 재정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당(糖)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 결국에는 우리 건강을 망치는 것처럼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일찍 꺾일 수 있다고 보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1~2년 더 지속되다 오는 2020년 무렵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데. △전반적으로 나는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 정부나 의회·언론 등을 통해 현명한 판단이 힘을 얻어가면서 미국이 최근의 정책들을 뒤집어 심각한 불황을 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과거의 경험에서 계속 배우고 개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1987년을 돌아보기 바란다. 당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수준에 이르렀고 곧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미국이 전 세계로부터 최고의 인력들과 상품 및 서비스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세계화를 통해 구축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로 치닫기 전에 지난 역사를 기억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정책으로 신흥국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은 신흥국들에 매우 어려운 시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연준은 통화정책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본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저금리 파티를 벌여왔다. 저금리는 매력적이지만 결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럴 때 앞장서서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지속하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이 시기를 유럽연합(EU)·캐나다·한국과 같은 다른 경제권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전환점으로 삼는다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더 발전하기 위한 조언을 듣고 싶다. △미국 금리 인상이나 트럼프발 무역전쟁 등 때문에 지금은 모든 국가에 어려운 시기다. 중요한 점은 좋든 싫든 세계화가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현시대에서 세계화는 ‘중력’ 같은 존재다. 중력이 사물을 떨어뜨린다고 한탄하는 게 어리석은 것처럼 세계화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국은 노동수요 감소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동시에 GDP 대비 임금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AI)과 로봇이 할 수 없는 보다 창의적인 일이나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와 혁신에 한국은 성공한 경험이 있다. 혁신이 지속되지 못하면 불평등이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이타카(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서경펠로·전문가 창간설문]"한은 내년 기준금리 美보다 느리게 올려야" 82%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1 17:09:52서울경제신문 펠로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현재 연 1.5%인 기준금리를 하반기 중 한 차례 올려 1.75%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 펠로와 전문가 50명 중 66%는 ‘0.25%포인트 인상’을, 30%는 ‘동결’을 선택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금리 인상 요인과 동결 요인이 혼재돼 있다. 올 상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하반기에도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지만 아직까지는 하반기 두 차례 인상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시장 예상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미국의 2·4분기 성장률 4.1%는 경이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고용도 완전고용 수준을 달성한 상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할 경우 한미 간 금리 차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후퇴 국면에 들어섰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고용 쇼크와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 인상이 후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되 경제상황을 감안해 그 속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경펠로와 전문가들은 ‘내년도 한은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 82%가 ‘미국보다는 느리게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과 같은 속도로 올려야 한다(12%)’ ‘동결해야 한다(6%)’는 소수에 그쳤다. 내년도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가 세 차례로 예고된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은 한두 차례로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서경펠로·전문가 창간설문]"종부세 개편 맞춰 거래세 내려야" 66%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1 17:09:12정부는 과세표준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1~0.5%포인트 올리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재 80%에서 오는 2020년 90%까지 인상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거래세 인하가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부세 개편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한 질문에 설문 응답자의 3분의2에 해당하는 66%는 ‘거래세 인하’를 꼽았다. 부동산 거래세와 보유세의 균형이 필요한 만큼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은 곧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권고안을 제시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역시 하반기 중 부동산 취득·보유·양도와 관련한 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거래세가 낮아질 여지는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거래세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중앙과 지방의 재원 배분 등 보다 큰 논의가 필요하다. 공시가격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도 31.9%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실재 거래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올려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시 가격이 높아지면 노령연금 수급 조건이나 재건축 부담금 등 연동되는 분야가 60여개에 달해 서민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보통’이 53.1%로 과반수지만 과도(매우 과도 포함)하다는 응답도 30.6%에 달했다. 반면 부족하다는 의견은 16.3%였다.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경기 침체와 임대료 인상 등을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보유세를 올린 만큼 임대료에 전가되거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 소비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을 매매해 차익을 거두지도 않은 상태에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이번 개편안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경제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서경펠로·전문가 창간설문]"최저임금이 고용쇼크 불러...2년간 29% 인상은 부적절" 80%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1 17:08:27기업의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하며 18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제조업 투자심리는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는 등 곳곳에서 경기 하강 신호가 나타나는데도 정부는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추면서도 “3% 성장경로를 회복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최저임금 급등이 고용 한파의 원인이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 최저임금을 다시 10.9%나 올렸다. 이를 바라보는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와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하고 냉정했다. 진보 성향 전문가들도 다수 포함된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90%는 우리 경기를 침체 또는 후퇴기라고 진단했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80%에 달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8주년을 맞아 서경 펠로와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는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의 긍정적인 경기 평가와 낙관적인 성장 전망과 달리 전문가들은 현실을 훨씬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이대로는 안 된다’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도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자릿수로 올린 정부에 질책을 쏟아냈다. 2년간 누적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38%에 달했고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42%로 10명 중 8명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보통 수준이라는 평가는 12%, 적절하다는 8%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혹평을 내놓은 이유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4.6%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을 꼽았으며 ‘취약계층 고용축소(37.8%)’와 ‘물가상승(13.5%)’이 뒤를 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으로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정작 정책 수혜 대상은 경영부담을 느끼거나 일자리에서 쫓겨난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대책과 일자리 정책 등 모두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최저임금 의존을 낮추고 복지증세나 갑질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는 고용쇼크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서 원인을 찾았다. 최근 5개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 안팎에 그친 원인에 대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은 응답이 30.8%로 가장 많았고 ‘경직적인 노동시장(23.9%)’과 ‘산업구조 변화(14.5%)’ ‘생산인구 감소(11.1%)’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고용부진의 이유를 날씨에서 찾기도 했지만 기후가 원인이라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최저임금 속도를 보다 완만히 하고 업종과 지역에 따라 차등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장관도 “소득주도 성장과는 확실히 결별하되 최저임금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에서 응답자의 60%가 ‘후퇴기’, 30%는 ‘침체기’라고 답했다. 회복기나 호황기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에 불과했다. 정부가 매달 경제동향을 통해 ‘회복 흐름’이라고 밝힌 것과 정반대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경기 불안감은 성장률 전망에 그대로 반영됐다. 응답자의 절반에 달하는 46%가 2.8% 성장을 예상했고 2.7%가 22%로 뒤를 이었다. 정부의 예측과 같은 2.9%는 20%에 그쳤다. 응답자의 76%가 2.8% 이하 성장을 내다보며 우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어두워지는 경기전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와 분배 등 사회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규제와 노동, 교육개혁이 이보다 앞서거나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정책 간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성과는 나지 않고 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노동시장 개혁과 사회안전망의 정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구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 집중력 해소와 기술탈취 방지 등 경제구조를 바꾸는 정책 없이는 소득주도 성장도, 혁신성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서경펠로·전문가 창간설문] "韓, 반도체 등 이르면 2022년 우위 잃어"
경제 · 금융 정책 2018.08.01 17:06:33올 2·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1조6,1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5조5,739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2016년 이후 반도체는 호황이지만 고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내세워 ‘메이드 인 차이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는 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에 빗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인텔과 마이크론을 앞세운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술우위를 다지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샌디스크 인수를 불허하며 후발 주자들에 대한 견제도 강화하고 있다.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첨단 산업분야 우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서울경제신문의 창간 58주년 설문조사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2022년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가 반도체 등 ICT 분야의 산업경쟁력에서 우리나라를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우리가 왕좌를 놓칠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8%가 ‘2022~2025년’이라고 답했다. ‘2025~2030년’이라는 응답은 26%로 뒤를 이었다. ‘2030년 이후’라는 응답은 16%였는데 ‘2020~2021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20%나 됐다. 이는 한국 경제가 혁신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에 기대 한 달에 500억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낼 수 있는 지금이 산업구조 개편의 적기라는 얘기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거꾸로 산업경쟁력의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이들이 32%로 가장 많았다.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기 살리기→투자 확대→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규제 완화 다음으로는 ‘교육시스템 개혁(22%)’과 ‘전문인력 양성(12%)’ 등이 꼽혔다.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재공급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도 과제다. 과거와 달리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이는 정부 주도의 혁신보다는 기업과 산업 중심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만 R&D에 19조3,927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나 그에 따른 특허 확보는 사실상 부족하다. ‘노동개혁’이 해답이라는 이들은 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제조 2025’에 대응하는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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