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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논란 ‘생명 대 생명의 구도’서 접점 찾길
사회 사회일반 2018.07.12 10:48:55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지난 5월24일 공개변론 이후 핫이슈로 떠오른 낙태죄 폐지 논란에 대한 헌재의 최종결정이 이르면 다음달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재판관 과반수의 9월 임기만료 전에 낙태죄 등 미뤄졌던 주요 사건에 대해 집중심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성계도 광화문 시위 등 뜨거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헌재는 지난 2012년 낙태죄 헌법 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다수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태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가열되는 찬반 논란 속에서 이번엔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엄마 삶부터 살려야” vs “태아 생명권 보장… 낙태는 태아 죽이는 행위”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 5월 헌재 공개 변론에서는 이 형법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 청구인 측과 법무부 등 이해관계인이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청구인측은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뒷전일 수 없는, 헌법상의 기본권임을 강조했다. 낙태죄 조항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과 함께 평등권과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임신으로 일과 학업, 꿈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 여성의 인생은 누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반면에 법무부 등 낙태죄 폐지 반대 측은 태아도 생명체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생명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 의무를 고려할 때 낙태 허용범위는 모자보건법 개정이라는 입법권자의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고 낙태죄 자체를 위헌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하며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태아 생명권에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어져 또 다른 위헌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낙태죄 실효성을 놓고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청구인 측은 연간 낙태 건수는 17만건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낙태죄로 기소되는 건수는 연간 10여건에 그쳐 사실상 낙태죄가 사문화된 현실을 지적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측은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며 형사처벌 조항이 낙태를 자제하는 심리적 효과를 내는 등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난임 시술 때 ‘선택 유산’은 합법인데… “낙태 허용범위 확대” 목소리 커진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 구도에서 보면 낙태죄 논란은 이미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된다. ‘낙태’ 대신 ‘임신중단’이라는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생명권’ 앞에서 ‘자기결정권’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낙태의 기로에 선 여성들이 낙태를 하려면 ‘고비용 고위험’에 내몰리게 되고 출산을 선택하게 되면 ‘사람답게 제대로 된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강간, 유전 질환 등 예외적으로만 허용된 법 조항 때문에 낙태를 하기 위해선 ‘제한된 범법행위의 길’을 찾아 많은 비용과 건강상의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사회의 시선은 절대 곱지 않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상황에서 산모와 태아는 사회적 외면을 당하고 심지어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 취급을 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현실의 법적용과 처벌에서도 모순된 상황이 발행하고 있다. 시험관아기, 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시술로 둘 이상의 태아가 임신되는 경우 임신 유지를 위해 태아 중 일부를 인공 유산시키는 ‘선택 낙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난임 시술에 의한 임신이란 점만 다를 뿐 낙태와 다를 바 없는데 ‘선택 낙태’는 합법적으로 할 수 있고 일반 낙태는 불법으로 규정돼 처벌받는다. 복지부는 지난해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 적용을 시작하며 ‘선택 유산’을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으로 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선택 유산 등 난임 시술에 정부가 수백억을 지원하면서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제 낙태죄 논란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이 아닌 우선권을 설정할 수 없는 ‘생명 대 생명의 구도’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진성 헌재소장도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있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이 했듯 일정 기간 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재판관들도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임신 초기 단계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태아와 여성의 ‘생명 대 생명의 구도’라는 접근으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정법기자gblee@@sedaily.com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낙태죄 폐지-반대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8.06.07 17:26:40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 당사자인 여성과 의료진에게 죄를 묻는 낙태죄의 폐지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은 낙태한 임부를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 등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한 해 낙태 수술 건수는 16만건(2010년 기준)에 이르지만 실제 적발하기 쉽지 않아 낙태죄 사문화 논란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여성·시민단체의 강력한 폐지 주장에도 법무부는 지난달 말 6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재개된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에서 낙태 급증을 막기 위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폐지 찬성 측은 여성이 민주시민의 기본권인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외면한 낙태죄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현재도 건강문제·성폭력 등에 의한 임신은 합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생명 존중 차원에서 낙태죄가 존속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954년 제정된 형법 제269조 및 270조에서는 ‘낙태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와 같은 맥락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낙태가 시행됐을 때 형법에 따라 처벌의 대상자가 의료인이나 엄마가 되기 때문에 수많은 여성은 이에 대해 불편해하며 지난해부터 ‘낙태죄 폐지’라는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즉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도 낙태를 법에 저촉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제도나 인식 개선에 대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 그냥 정치적 시류를 타고 낙태법의 폐지를 주장하거나, 그것이 여성 자기결정권의 확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많은 아쉬움이 앞서 몇 가지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단 낙태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의 인식 개선이나 정부의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들을 함께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낙태법이 여성들을 모두 불법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모자보건법 제14조 의해 형법 제269조의 구성요건에 대한 예외적 허용조건이 제시돼, 예를 들어 강간이나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는 등의 위기사항에 대해서는 낙태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둘째, 낙태죄 폐지 주장에 앞서 남성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즉 태아와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제도화하고 정책에 반영해 임신이라는 인생 여정의 매우 중요한 사건을 여성이 혼자 떠맡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낙태죄가 폐지됐을 때 남성의 책임은 더욱 물기 어려워지며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여성과 남성’의 권력관계에서 여성을 더 자유롭지 못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점차 다양해지는 가족형태 내에서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용납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출산과 육아가 정상적인 기혼부부라는 울타리에서 이뤄지는데 이외에도 비혼 가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그러한 상황들에 대해 사회가 더 유연하게 수용할 준비가 돼야 할 것이다. 미혼모로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인생의 낙오자처럼 인식되지 않는 주변의 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라가 그 아이들을 다 키워줄 준비가 돼 있다면 낙태를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는 비단 문 대통령의 ‘저출산 문제 극복 방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는 여성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같이 부담해야 할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 돕는 나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낙태죄를 다시 폐지하자고 외치기 전에 사회적·경제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다양한 정책들을 먼저 적용해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에서 해마다 진행돼온 ‘생명대행진(March of Life )’의 2018년 구호는 ‘사랑이 생명을 구한다(Love Saves Lives)’였다. 어렵고 고민되는 상황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희생적인 결정이 담긴 사랑만이 생명을 살리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이런 찬반 논란을 할 수 있는 것도,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글을 쓰고 또 읽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우리가 낙태당하지 않고, 수정아로부터 뱃속에서 제거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낙태죄 폐지-찬성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8.06.07 17:26:38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 당사자인 여성과 의료진에게 죄를 묻는 낙태죄의 폐지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은 낙태한 임부를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 등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한 해 낙태 수술 건수는 16만건(2010년 기준)에 이르지만 실제 적발하기 쉽지 않아 낙태죄 사문화 논란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여성·시민단체의 강력한 폐지 주장에도 법무부는 지난달 말 6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재개된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에서 낙태 급증을 막기 위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폐지 찬성 측은 여성이 민주시민의 기본권인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외면한 낙태죄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현재도 건강문제·성폭력 등에 의한 임신은 합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생명 존중 차원에서 낙태죄가 존속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한국 사회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낙태죄 폐지 논쟁에 있어 기본 프레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비가 그것이다. 이처럼 두 개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것 같은 대칭구조는 해당 논쟁을 처음부터 인간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는 것 같은 편파성을 싣게 했다. 이미 ‘낙태(落胎)’라는 용어 그 자체가 부정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언급한 바와 같이 낙태보다는 ‘임신중절’ 혹은 ‘임신중단’이 보다 적절한 용어로 보인다. 만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또는 임신을 원했는데 상황이 너무나 어려워져서 임신상태를 지속해 출산 및 양육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로 접근한다면 그 부정성의 무게는 현저히 달라진다.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실직·가계파산으로 자신들의 하루하루 일상도 꾸려가기 벅찬 사람들에게, 아니면 사랑한 사람이 변심해 떠나고 혼자 남겨진 사람들에게 법률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아무런 대안의 여지도 없이 출산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자보건법·형법 등 여러 법률의 강력한 제재 아래 출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규정한 국가와 사회는 어떠한 이유로든 임신을 하면 출산밖에 출구가 없는 여성들에게 어떤 대책들을 제시해왔나. 부모(때에 따라서는 부 또는 모 혼자)가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애당초 만들 계획도 없이 애 낳기만을 법률로 강요한 국가는 왜 처벌받지 않는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임신을 중단하지 않고 출산한 여성에 대해 사회구성원이 무례하게 행하는 터부와 낙인은 왜 문제 삼지 않는가. 여성은 임신을 중단하면 법적으로 처벌받고 미혼모가 임신을 지속해 출산과 양육을 하게 되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임신이라는 공동행위의 다른 축인 남성은 법적 처벌과 사회적 비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성별로 불평등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임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낙태죄 논쟁은 우리 사회가 유독 여성에게 얼마나 혹독한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20년 넘는 낙태죄 논쟁의 역사 속에 국가와 남성의 책임과 책임 부재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직 여성에게만, 혹은 여성에 대한 단죄와 혐오만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재생산돼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세계적으로 임신중절 합법화가 대세이며 처벌로 강제하기보다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예방교육 조치가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0%가 12주, 18주, 24주 등 시기별 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88%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도 지난 5월25일 헌법 개정 국민투표로 임신중절을 허용하면서 임신 주기별로 다른 중절 기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 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8명꼴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고 국내에서도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본다. 다수결 원칙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사회에서 낙태죄 폐지만 예외일 이유는 없다. 여성에게도 동등한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대우를 허용하라. 민주시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자기결정권은 물론 불법 낙태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건강권, 자아존중 권리 침해에 국가는 이제 법률로 답해야 한다. 피임교육 체계화, 임신 초기 상담 내실화,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문화 활성화가 정책적으로 수반됨을 전제로 해 낙태죄는 2018년 폐지가 답이다. -
[낙태죄 헌법소원 공개변론]"女 결정권 침해" vs "태아 보호는 국가 의무"
사회 사회일반 2018.05.24 17:14:09“우리나라 형법·민법에도 완전한 인간과 태아를 구분하는데다 다른 나라 대부분도 24주 이후 태아에만 생명체로서 의미를 부여합니다.”(헌법소원 심판 청구인 측 대리인) “우리나라는 이미 예외적인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국가가 태아 생명권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위헌 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법무부 측 대리인) 24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11년 11월10일 이후 두 번째로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렸다.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인 만큼 양측은 각자 탄탄한 논리로 변론을 펼쳤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임신·출산은 여성 생애에 강력한 영향이 있는데 낙태죄의 존재로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측 대리인은 “생명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 의무를 고려할 때 낙태는 헌법이 아닌 입법재량권으로 다뤄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청구인 측이 낙태 허용기준으로 주장한 ‘임신 12주 이내’의 당위성 여부였다. 청구인 측은 “임신 12주까지는 태아의 모체 의존도가 높지만 이후에는 독자 생존성이 높아 구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발달의 연속성은 생명의 특징인데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를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낙태죄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형사처벌 건수가 적고 예외적인 낙태가 허용되는 부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구인 측 대리인들은 “형법이 범죄로 규정하면서 여성들이 위험한 수술에 노출됐다”며 “임신·출산은 여성만 가능한데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예외 사유만 적용해도 낙태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지난해 2월 청구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명의 헌재 재판관 가운데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한 6명이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낙태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이 헌재소장과 재판관 4명이 퇴임하는 오는 9월 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여가부, 헌재에 낙태죄 재검토 의견서 제출
사회 사회일반 2018.05.23 15:27:44여성가족부가 헌법재판소에 여성의 기본권 중 건강권을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23일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헌재에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며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이 규정하는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이러한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낙태죄는 의도한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기보다 악용되고 오작동하고 있어 적정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형법과는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임신중절을 더 폭넓게 허용한다”며 “임부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을 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낙태죄와 관련해 여가부가 낙태죄 폐지 또는 규제 완화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의사 A씨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24일 열 예정이다./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
대학교수 96명, 헌재에 낙태죄 폐지 반대 탄원
사회 사회일반 2018.05.08 19:31:55대학교수 96명이 8일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오는 24일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을 앞두고서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교수 모임’은 탄원서에서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이루어지는 수정란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는 인간 생명체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미명아래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생명을 경시하는 죽음의 풍조를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임은 “이 세상의 그 어떠한 것도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면서도 “자녀를 임신, 출산, 양육하면서 주어지는 부담의 대부분을 산모 개인에게 짐 지우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태아의 존엄 또는 생명권만을 내세워 산모의 낙태 선택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임은 이어 “어려운 여건에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는 산모의 두려움과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마련하여 산모들에게 ‘출산의 행복(출산권)’과 양육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임 대표인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어린 생명의 보호와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낙태죄 폐지 주장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269조1항),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등이 부녀의 승낙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270조1항)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의사 A씨는 지난해 2월 이들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형법 270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합헌론과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론이 4대4로 갈려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미달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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