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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공사장 옆 공터 수놓은 116개 컨테이너..언더스탠드에비뉴, 성수동 거리 새 명소로

다채로운 색과 구조의 컨테이너들로 구성된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성수동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송은석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거리에는 새 건물을 짓는 공사장들이 널려 있다. 낡은 공장, 건물들이 있던 자리가 속속 새 건물들로 다시 채워지는 중이다. 이와 함께 과거 뚝섬 경마장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대형공원 서울숲 주변에 고급 주상복합 단지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성수동은 신흥 부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상 1~3층 높이의 컨테이너 116개로 구성된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이러한 도시의 변화 과정에서 생겨난 건축물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서울숲 주변 고급 주상복합 단지 공사장 2곳 사이의 길이 120여m, 폭 30여m 공간에 지난 2016년 4월 완공됐다. 당시 공사가 예정된 상업지역 사이 공터를 청년층의 창업 지원, 다문화가정 청소년 직업 훈련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자립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민간단체(사단법인 아르콘)의 아이디어와 롯데면세점의 사회공헌기금 기부, 성동구청의 지원이 결실을 이뤄낸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아르콘이 신한은행과 함께 청년 창업 지원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 옆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주상복합단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건물 모습. /송은석기자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공사장은 정리되지 않은 모습과 삭막한 분위기로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다채로운 색과 구조의 컨테이너들로 공사장 옆 공간을 도시의 명소로 변신시킨 사례로 주목받는다. 2017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해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도시 변화 과정서 탄생하다

주상복합 공사장 사이 공터 활용

민간단체·기업·구청 협업 통해

청년창업 등 공공 공간으로 변신



언더스탠드에비뉴에는 현대 건축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하나는 컨테이너의 활용이다. 2011년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연 상업시설 박스파크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서울 도봉구 창동의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창동61, 광진구 자양동의 상업시설 커먼그라운드 등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축물이 늘어나고 있다. 정형화된 기존 건축물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쉽게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컨테이너 건축물의 장점으로 꼽힌다.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메타의 우의정 대표와 이상진 소장은 실제로 망망대해를 누비던 중고 해상 컨테이너를 사용하려고 했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녹이 슬고 찌그러진 모습으로 산업역군을 상징하는 해상 컨테이너 특유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관·비용·안전 등의 문제 때문에 화물이 적재된 적이 없는 새 해상 컨테이너, 육상에서 건물로 사용되기 위해 컨테이너 모양으로 제작된 모듈러 컨테이너가 주로 사용됐다.



해상 컨테이너 한 개의 내부 면적은 약 30㎡(9평)다. 컨테이너 내부 공간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컨테이너의 벽이 유지되는 한 면적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면적을 넓히기 위해 벽을 뜯어내면 컨테이너가 무너지지 않도록 내부를 철골 기둥, 보 등으로 보강해야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듈러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것이 더 공사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컨테이너 건축물에 해상 컨테이너보다 모듈러 컨테이너가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언더스탠드에비뉴 중앙 보행로에 햇빛을 가려주는 차광막과 보행자가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다./송은석기자


●현대 건축 트렌드 고스란히

‘리좀’ 구조 적용해 중심없이 배치

컨테이너 사이엔 보행로·빈 공간

사용자가 자연스레 채워가며 조화



언더스탠드에비뉴에 반영된 또 다른 현대 건축의 트렌드는 탈(脫 )중심·구조·영역을 지향하는 방식의 컨테이너 배치다. 116개 컨테이너는 중심이 정해져 있지 않은 ‘리좀(Rhizome)’ 구조에 따라 배치됐다. 잔디밭의 경우 중심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부 잔디가 없어지거나 새로 더해져도 어색함이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 대표는 “과거에는 뿌리·줄기·잎으로 이뤄진 식물의 구조처럼 건축물에 정면에 해당하는 파사드(Facade)와 측면, 배면이 정해진 구조가 주로 사용됐지만 현대 건축에서는 건축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하는 리좀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더스탠드에비뉴에는 중앙의 보행로를 비롯해 컨테이너들 사이에 빈 공간이 마련됐다. 건축가가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채워질 수 있도록 남겨 놓은 영역이다. 보행로 또는 그 공간에 접해 있는 컨테이너의 마당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 올여름 중앙의 보행로 위로 걸려 있는 차광막이 햇볕을 가려주면서 컨테이너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가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의도했던 모습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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