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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사 밀집한 울산 달천농공단지 가보니]"수소차 훈풍...우리에겐 남의 일"

"자금도 사람도 판로도 막혀

어떻게 빠져 나갈지만 고민"

곳곳에 공장 매각·임대 플래카드

80곳중 6곳은 이미 문닫아

11일 울산 북구 달천농공단지의 한 공장. 문이 굳게 닫혀 있고 매매가 진행 중이다. /울산=장지승기자




“수소차를 만든다고 난리지만 우린 어떻게 잘 빠져나갈지 고민입니다.”

울산 북구에 위치한 달천농공단지를 찾은 날은 설 연휴를 막 끝낸 7일이었다. 농공단지 초입부터 ‘쿵쾅쿵쾅’ 들려오는 쇳소리에 귀가 멍할 정도다. 달천농공단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가까워 자동차부품 협력사들이 선호하지만 개별 부지가 좁고 건물이 낡아 2~3차 협력사들이 밀집한 곳이다.

이날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설 연휴로 보내기로 해 대부분의 1차 협력사들도 함께 쉬었다. 현대차와 협력사들은 실시간 공정으로 부품을 쌓아두지 않고 필요할 때 맞춰 생산, 조립하는 시스템이다. 원청이 쉬면 하청도 따라 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2~3차 밴드들은 사정이 다르다. 1차 밴드보다 좀 더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실시간 공정에 맞출 수 없다 보니 미리미리 물량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날 농공단지 이곳저곳의 공장들은 굳게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자동차 차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A협력사의 정모 대표는 “부품을 제시간에 딱딱 맞춰 만들어내는 곳은 1차 협력사 정도이고 2~3차는 사람을 많이 쓸 수 없어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일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시스템에 맞추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사람을 쉽게 뽑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근무시간을 조금씩 늘려 생산량을 맞춰왔는데 주 52시간이 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정 대표는 “이윤이 남아 월급을 무한정 많이 줄 수도 없고, 겨우겨우 맞춰 주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근무시간을 늘릴 수도 없으니 앞뒤가 다 막혔다”고 답답해했다. 현대차 생산직 월급을 100으로 보면 1차 협력사는 80 전후까지 되지만 2차 협력사로 넘어오면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근무여건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부품 업체에서 일하려는 사람 자체가 없다. 자금도 사람도 판로도 막힌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부품 공급망은 무너지고 있다.

달천농공단지 곳곳에는 ‘공장 매매 및 임대’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입주자 모임인 달천농공단지협의회 측에 따르면 80여개 업체 중 현재 6곳이 문을 닫았다. 울산에는 1차 협력업체가 34개, 2~3차가 430여개 있다. 규모가 조금 더 큰 인근 매곡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이외규 매곡산단협의회 회장은 “지금 이곳은 ‘출구전략’이 화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2차 한 곳이 1차에 공장을 팔았는데 값은 많이 못 받았지만 직원들 고용은 챙겨주고 나갔다”고 말했다.



2~3차 협력사 사장들은 요즘 1차 협력사에 회사를 팔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1차 협력사 입장에서는 원청 납품을 위한 부품수급이 막히지 않기 위해 부실을 감수하고 인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1차 협력사도 투자가 버거운 상황에서 하청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자동차부품 수도 내연기관이 3만여개인 반면 전기차는 1만9,000여개, 수소전기차는 2만4,000여개로 생태계가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1차 협력사가 부품 개발에 주력했다면 2~3차는 정해진 부품을 잘 만드는 ‘품질’에 방점을 찍어왔다. 이런 이유로 회사를 정리하는 2~3차 협력사가 늘고 있다.

11일 다시 만난 달천농공단지의 정 대표는 “올해 초 살짝 매각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곳도(1차) 힘들다며 조금 더 참아보라고만 하더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울산시중소기업협회와 함께 ‘최저임금 불복종’에 나섰다. 홍보를 위해 자료도 만들고 공장 인근에 플래카드도 붙였지만 지금은 포기했다. 정 대표는 “그렇게 해도 바뀌는 게 없다”며 “이제는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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