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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정재일 "바로크·트로트 뒤섞인 정체불명 곡, 영화 속 괴상한 분위기 담고싶었죠"

■700만 눈앞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

빈부격차 묘사 등 이야기 전개따라

음악 멜로디도 상승·하강 반복

엔딩 크레디트 때 나온 '소주한잔'

어딘지 모를 쓸쓸함에 술생각 났으면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




“처음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읽고 쉴새 없이 몰아치는 치밀하고 괴상한 이야기에 압도당했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곡가 정재일(37·사진)은 8일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완벽한 영화에 음악이 민폐가 되면 어쩌나 싶어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중음악과 국악·클래식을 넘나드는 ‘전방위 뮤지션’인 정 감독이 봉준호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것은 지난 2017년 ‘옥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누적 관객 650만을 돌파한 ‘기생충’은 블랙 코미디와 공포, 스릴러와 재난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수시로 오가는 영화다. 정 감독은 음악의 여러 분야를 종횡으로 누비는 ‘크로스 오버’를 통해 역량을 쌓은 뮤지션답게 한두 마디로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선율과 멜로디로 영화에 활기를 입힌다.

그는 “바흐의 바로크 음악부터 펜데레츠키와 같은 현대음악까지 현악으로 낼 수 있는 수많은 소리를 실험하면서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아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계급의 격차를 수직적인 이미지로 묘사한 영화인 만큼 음악 역시 이야기 전개에 따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구조로 설계했다”며 “백수 가족이 하나둘씩 부잣집에 취업하는 모습을 그릴 때는 음악의 키도 점점 올라가는 반면 중후반부에 주인공이 ‘물바다’에 내몰리는 대목에서는 착 가라앉는 듯한 인물의 절망을 멜로디에 담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얼핏 들으면 바로크인데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면 낭만파인지 트로트인지 헷갈리는 곡도 있고 모차르트·슈베르트와 집시음악의 느낌이 뒤섞인 곡도 있다”며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정체불명’을 콘셉트로 한 곡들”이라고 전했다.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정 감독은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곡인 ‘소주 한잔’에 대해서도 특별한 애정을 표했다. 이 곡은 정 감독이 작곡하고 가사는 봉 감독이 직접 썼다. 노래는 영화에 백수 가족의 장남으로 출연한 배우 최우식이 불렀다. 정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 소주 한잔 하고 싶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 봉 감독의 바람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밝고 경쾌하지만 어딘지 쓸쓸한 음악을 떠올렸다”며 “지방의 삼류 술집에서 일하는 밴드가 숙취에 시달리면서 연주하는 블루스 음악의 느낌을 내보자는 마음으로 작곡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봉준호라는 연출자에 대해서는 “인내심이 강한 분이자 사려 깊게 듣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날카롭고 정확하게, 때로는 괴상하게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분”이라며 “이런 특징은 위대한 연출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저) 고마운 분”이라는 말로 거듭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2001년 ‘꽃섬’을 시작으로 벌써 8편의 영화에 음악가로 참여한 정재일은 영화음악에 대한 나름의 소신도 들려줬다. 그는 “영화에서는 음악이 정말 엉망진창인데도 화면과 찰떡궁합인 멜로디가 있는가 하면 그 자체로는 매우 아름다운데 화면과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며 “감독이나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헤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위에 자기만의 색깔을 덧씌우는 것이 영화음악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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