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가 팽창하는 역사적 과정을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에 도달했으면 합니다. 이런 인식 아래서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의 역사에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로 연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역사학자이자 ‘행동하는 일본의 양심’이라 불리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81)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진행된 ‘러일전쟁:기원과 개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러일전쟁에 관한 일본과 러시아, 한국의 자료를 전면적으로 조사했다. 지난 2009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지 1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돼 재출간됐다. 와다 교수는 “일본에서는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며 “일본 연구자들도 피하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일전쟁을 ‘제2의 조선전쟁’이라고 정의했다. 일본이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전쟁이라는 해석이다. 와다 교수는 “일본군은 러일전쟁 당시 중립을 선언한 대한제국의 영내에 침입해 진해만, 부산, 마산, 인천, 서울, 평양을 점령하고 대한제국 황제에게 사실상 보호국화를 강요하는 의정서에 조인하게 했다”며 “러일전쟁의 가장 큰 결과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말살하고 조선 전역을 식민지 지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각주를 2,402개나 넣을 만큼 사료를 철저하게 고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역사의 지류가 어떻게 러일전쟁으로 흘러가게 됐는지 밝히고 있다. 특히, 당시 러시아가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입증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고증하기 위해 러시아, 일본, 조선, 중국,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그리고 태국 등 9개국에서 700여명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와다 교수는 “한국과 일본, 러시아의 자료를 모두 분석해 러일전쟁의 역사를 정리한 건 이번이 최초”라며 “그동안 일본의 인식은 러일전쟁 발발 초기에 머물러 있는 반면, 러시아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역사로 간주해 정확한 역사적 고증이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표적 친한파 인사인 만큼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와다 교수는 “한국을 상대로 한 수출 규제 정책을 포함한 오늘날 일본의 대외정책은 반시대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며 “일본 젊은이들의 절망감을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이 러일전쟁에 대한 기록을 읽고 관련 논의 확대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결국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기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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