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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는 못잡고...서민 옥죄다 결국 무인도까지 부동산 규제하냐"

갭투자 잡겠다고 전세 끼고 내 집 마련 길 원천 봉쇄

3억 넘는 아파트 사면 기존 전세대출 바로 토해내야

저금리로 전셋값 뛰는데 서민대출 막은 황당한 상황





# 인천 서구 가정동에 25평 구축아파트를 매입하려던 A씨는 이곳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20년간 1억원이 오른 아파트의 현재 가격은 1억5,500만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하려 했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돼 디딤돌대출 등 다른 수단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세대출 규제..경기·인천 지역 하룻밤 새 '날벼락'
A씨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이 신흥부촌으로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라면서 “디딤돌대출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지만 평생 1억원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난이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부동산 쇼핑’에 나선 현금부자는 제재하지 못한 채 사실상 수도권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엉뚱한 서민들의 시름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6·17부동산대책 중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됨에 따라 전세대출을 받아 전셋집에 살던 사람이 다른 집을 전세 끼고 산 뒤 이후 돈을 모아 입주하는 식의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졌다. ‘9억원 초과’였던 기존 회수 기준도 ‘3억원 초과’로 대폭 강화되면서 은행 창구에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인천 지역의 전세대출 수요자들은 하룻밤 새 ‘날벼락’을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탁상행정' 비판 쏟아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하루만인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 지역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는 전세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30~40대 직장인들이 줄을 이었다. 상담을 받은 직장인 A씨는 “서울에서 전세로 살다가 송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계획이었는데 전세자금대출이 회수될 뿐만 아니라 인천 연수구까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돼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 대책이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라’는 게 아니냐”며 “송도의 경우 3억원 이하 아파트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빼앗긴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 상담에 나선 은행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관계부처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대출 유관부서에서 확실히 해석을 받아 매뉴얼을 만들기까지 답변을 확정적으로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6·17부동산 대책으로 무인도인 인천 실미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인터텟 커뮤니티 등에서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을 캡쳐해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규제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전날 정오 기준으로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만 12건이 올라왔고 청원 동의자 합계는 3만 1,649명에 달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지역 은행영업점과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대출규제에 따른 상담 고객이 줄을 이었다.

인천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았던 L씨는 “일부 신축아파트 단지가 과열 조짐을 보인다고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해버렸다”며 “인천은 ‘구’나 ‘동’ 단위로 규제를 묶어서도 안 되는 곳인데,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 주택가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K씨는 “같은 단원구에서도 아파트와 주택가 지역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서민들·신혼부부들의 자금이라고 해봐야 1,000만~2,000만원으로 빌라 구입에 나서는 분들이 많은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대출이 묶여버려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무인도 '실미도'도 규제지역 지정..비판 넘어 조롱
조정대상지역에 무인도인 실미도가 포함된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인천의 섬 지역인 강화군과 옹진군은 규제지역에서 제외됐지만 실미도가 속한 중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국토교통부가 전날 발표한 부동산대책 발표 자료에도 지도상에 실미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표시돼 있자 네티즌들은 “도대체 규제지역 지정 기준이 뭐냐” “실미도에 투자하려 했는데 규제지역이라 못하겠다”“역대급 탁상행정의 견본”이라는 등 정부의 무차별적인 규제지역 지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송종호·박윤선·빈난새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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