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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정원-지원자 첫 역전...'정원미달' 도미노 온다

올 대입 지원자 1.5만여명 부족

2024년에는 12만명까지 늘어나

대학 자율 정원감축 정책 한계

전문-일반대 간 역할 재정립 등

정부가 고등교육 비전 제시해야





오는 9월 수시 원서모집을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원자가 정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가에는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데도 정원감축 노력을 게을리해 이번 입시에서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감축 유도 정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전문대와 일반대 간 역할 재정립, 지방대의 지역사회 기여방안 모색 등 고등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입 지원자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적은 정원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통계청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대입 가능 자원은 47만9,376명이다. 2019년 기준 대학입학 정원(고등교육법상 대학과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대학에서 원격대학 등 제외) 49만5,200명에서 1만5,824명이 모자란다. 입학정원이 현행 규모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오는 2024년에는 대입 가능 자원이 37만3,470명에 그쳐 미달 숫자가 12만명까지 늘어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올해 고3 학생은 약 45만명으로 수능 도입 이래 최저로 전망되지만 대학의 모집인원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권교체 이후 대학구조개혁 주체가 정부에서 대학으로 넘어가면서 정원감축 노력은 오히려 퇴보했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56만명이었던 대학입학 정원을 1주기(2015~2017년) 4만명, 2주기(2018~2020년) 5만명, 3주기(2021~2023년) 7만명 등 2023년까지 16만명 감축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을 발표했다. 일반대·전문대 등 298개 대학을 A∼E등급으로 나누고 A등급(10%)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 대학은 재정지원과 연계해 정원감축을 권고했는데 1주기 평가로 정원 약 4만6,000명이 줄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주기 사업이 정원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로 바뀌면서 등급 구분은 5단계에서 3단계로 줄고 평가 하위 36%만 감축 대상에 올랐다. 감축권고 인원도 기존 5만명에서 1만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1년 3주기 평가진단 때는 감축 권고를 아예 없애고 감축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과 함께 부실·비리대학을 가려내는 역할만 하겠다며 더 자율적 기조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학 정원감축 움직임은 사실상 사라졌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대입 정원은 48만470명으로 2018년의 48만4,775명 대비 4,305명 감소하는 데 그친다. 교육부가 2주기 평가 감축 목표로 삼은 1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이 기간 전문대 정원은 5,108명 감소했지만 4년제 일반대의 경우 오히려 정원은 803명 늘어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19년 8월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학혁신 지원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원감축 동력이 상실되면서 대학구조개편의 큰 그림은 자취를 감추고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던 재정지원금의 성격마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자발적 구조조정 대학에 연구개발(R&D)·교육·시설확대 등 대학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라며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수십억원을 지급했지만 지원금이 등록금과 연계되면서 취지가 퇴색됐다.

교육부가 정치권 압박에 굴복해 등록금 환불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에 혁신지원사업비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관여하는 구조조정을 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인위적인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조로 바뀌면서 방향성이 사라졌다”며 “대학에 주는 지원금도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물론 고용·경제발전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정원 감축에만 매달리며 구조개혁을 추구하는 것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기용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은 “1990년대 이후 대학설립만능주의에 따라 난립한 학교들이 정원을 감축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어차피 줄일 수밖에 없는 곳들”이라며 “국가가 돈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폐교하면 재산이 국고로 환수될 텐데 왜 대학이 정부의 기대만큼 정원을 줄이고 스스로 문을 닫겠느냐”고 꼬집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원만 가지고 문제를 볼 게 아니라 통폐합을 통해 대학과 정원을 같이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의 장기적 구조조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단편적으로 정원감축에만 매달리는 관행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고등교육 체제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비전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소장은 “교육당국이 구조개혁을 통해 최종적으로 달성하려는 고등교육체제의 모습이 무엇인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4년제 일반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처럼 공공 전문대학을 늘려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만 4년제 대학에 진학하도록 대학 간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대학 정원에 관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방향성은 제시해야 한다”면서 “교원임용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대 같은 목적형 대학은 줄여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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