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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덕후에서 CEO가 되기까지… “나는 덕업일치의 끝판왕입니다”

전 세계 20명뿐인 국내 첫 레고공인작가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

취미를 일로 삼은 ‘덕업일치’의 대명사…정교하고 창조적인 작업으로 극찬


“단순히 취미를 직업으로 가졌다는 호기심의 대상에서 이제는 예술가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도 작품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지 않거든요.”

한국 최초 ‘레고공인작가(LEGO Certified Professional·LCP)’인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는 ‘덕질(취미)’을 직업으로 가진 ‘덕업일치’의 대명사로 자주 소개돼왔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했고 첫 직장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 레고 블록을 쌓아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생활을 과감히 접고 대학 시절부터 취미로 하던 레고 브릭아티스트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KAIST 재학 시절 만든 레고 동호회 ‘브릭인사이드’를 18년째 운영해오고 있고 지난 2008년에는 하비앤토이를 설립했다. 브릭인사이드는 레고 동호회 중 국내 최대 회원 수를 자랑한다.

레고공인작가는 전 세계에 20여명밖에 없을 정도로 본사의 심사가 수년간 진행되는 등 타이틀을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로 알려져 있다. 그를 경기도 부천 하비앤토이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자기소개 부탁 드린다.

“국내 최초 레고공인작가인 김성완이라고 한다. 레고가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취미를 넘어 예술의 경지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레고를 소재로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 이렇게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의뢰를 받아 레고작품을 만드는 작가니깐. 글, 그림, 음악 등 모든 작가들이 그러하듯 수정 작업 같은 것도 비일비재하고, 특히 기간이 정해진 작업이다 보니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때로는 밤샘 작업도 하고 있다. 취미로 만들 때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프로 작가로서의 레고 작업은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 이 점이 취미와 아티스트 작가로서 레고를 대하는 가장 다른 부분이다.”

-본인은 레고공인작가이고 하비앤토이는 당신이 이끄는 스타트업인데 기업으로서 이익은 어떻게 남기나.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나를 포함해 총 5명의 직원이 작업을 해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지금은 나 혼자만 남았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고 의뢰가 들어왔을 테지만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회가 사실상 열리지 않다 보니 잠시 직원들과의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레고공인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레고공인작가 타이틀을 힘겹게 얻었는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타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사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인데 일종의 작품의 세계이니 정부 차원의 지원 같은 것은 없나.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우리나라 전통 칼을 만드는 장인들이 나왔다. 그분들을 조명해주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장인의 명맥은 끊기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작가의 작품을 인정해주는 분야는 사실 ‘그림’ 정도”라며 “레고 작품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레고 작가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조명해주고 전시회 기회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 작품이 화제를 받았다.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1라인을 레고로 표현했다. 삼성전자 평택 1라인 모형은 1만5,000개의 블록으로 공조 시스템부터 반도체 설비, 웨이퍼, OHT(Overhead Hoist Transport)와 같은 자동화 시스템까지 클린룸의 내부 모습을 세밀하게 구현했다. ”



-삼성전자 출신이라 기회가 주어진 것인가.(하하)

“제일기획 담당자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연락을 주신 것으로 들었다. 레고공인작가로 활동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믿음이 있으셨는지 연락을 주셔서 만들게 됐다.”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레고를 통해 공장 모형을 구현해냈다. 하지만 공장의 기계 배치 등이 전부 다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는 없었다. 통상 내부 임직원용으로 모형이 제작됐기 때문이지. 그런데 삼성전자 공장만 만든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LG전자·두산과도 작업을 했다. 같은 건축 모형이더라도 레고로 표현한다면 재미도 있을뿐더러 이해도 쉽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당신을 말할 때 ‘디오라마’를 빼놓을 수 없는데.

**디오라마는 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풍경, 도시 경관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나의 대표적인 디오라마 작품이 스타워즈 ‘트렌치 런’이다. 이 작품은 하비앤토이 직원들과 함께 6개월간 만들었다. 8만여개에 가까운 레고 브릭이 투입됐고 발광다이오드(LED) 작업도 추가돼 영화 속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고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지금까지는 스타워즈처럼 영화 작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이런 것들은 보통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들이었다. 이제부터는 창작품으로 주제를 선정해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대중에게 친숙한 고양이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고양이만 표현해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박제 동물’의 이미지만 남게 된다.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고양이 작품에는 인간의 신체, 로봇청소기, 라디에이터 등 집 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담겨 있다. 고양이와 인간의 교집합을 작품에 반영한 것이다.”



-고양이의 어떤 면에 끌린 것인지.

“레고 작품을 통해 웃음을 주고 싶다. 레고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취미이기 때문에 레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남녀노소가 와서 편하고 즐겁게 보고 가야 한다. 일반 예술작품처럼 진지하게 감상하거나 봐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작품이 아니라 딱 보고 웃음을 전달하는 게 포인트다. 사람들이 보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하)”

-아무래도 레고를 활용한 작가 세계가 아직까진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유튜브 채널 개설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열심히 작업만 해왔다면 이제는 비대면이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유뷰트 방송장비는 다 갖춰놨다. 중국은 한국보다 레고가 늦게 들어왔는데도 전시회 등 레고 시장이 더욱 활발하다. 아직 한국은 브릭아티스트에 대한 개념이 낮아 전시회에 출품해도 다른 분야의 작가처럼 수익을 얻을 수 없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아직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꼭 준비하는 유튜브 방송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좋은 결과가 되길 응원한다.

“예전에 만화는 공부 안 하는 애들이 보는 거였지만 지금은 성인들 중 웹툰을 안 보는 사람이 없다. 레고 역시 공부 안 하는 애들이 하는 취미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직 장난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좀 더 레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작품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 그런 후에 브릭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선진국인 해외에 진출해 한국 레고 작품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다.”

-오늘 대표님을 만난다고 하니 지인이 이런 질문을 대신 해달라고 하더라. 레고는 아이의 지능발달에 진짜 도움이 될까?

“만지는 것을 많이 하는 게 지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이 레고다. 레고는 한번 만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새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다른 모양으로 또 만들 수 있고 새 제품을 사서 조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레고를 만지고 노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지능발달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과외를 받는다. 공부만 해서 다 서울대 가는 것 아니고 서울대 가도 다 성공하는 게 아닌데,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취미를 일로 승화시킨 속칭 ‘덕업일치’의 대명사이신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 드린다.

“지금 하는 일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레고가 아니더라도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하는 일이 평생직업이 될 수 없는 사회가 된 만큼 도전해도 좋다. 자기한테 맞는 일인지, 재미있고 끈질기게 탐구할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는 자세, 사회의 분위기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박형윤 기자 manis@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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