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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의 배신…20일새 40% 급락한 '유럽 게임 대장株'

CD프로젝트 12월 4일 대비 39.3% 급락

신작 '사이버펑크 2077' 기대감 힘입어

유비소프트 제치고 EU 게임주 1위 등극했지만

버그·콘솔최적화 문제 겹치며 주가 급락

기존 '장인 정신' 이미지 '원게임 리스크'로 변질

/사진제공=CD프로젝트




올해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사이버펑크 2077’이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성으로 도마에 오르면서 개발사인 CD프로젝트(CD Projekt)의 주가가 20일 사이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CD프로젝트는 한때 유럽 게임사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게임 섹터에서 주목을 받은 종목이다. 시가총액도 270억 7,600만 즈워티(약 8조 800억 원)에 달해 한국조선해양(7조 6,400억 원)이나 우리금융지주(7조 3,300억 원)보다 크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CD프로젝트가 안고 있던 ‘원 게임 리스크’가 부각됐다고 보고 있다.

'유럽 게임 대장주'의 굴욕
지난 23일(현지 시간) 폴란드 증권거래소에서 CD프로젝트는 269즈워티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종가(443즈워티)에 비해 39.3% 하락한 액수다.

CD프로젝트는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279.50즈워티에 마감했던 CD프로젝트는 지난 8월 460.80즈워티까지 올랐다. 이에 힘입어 지난 5월엔 유비소프트를 제치고 유럽 게임사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CD프로젝트가 8년간 약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들여 개발한 사이버펑크 2077이 연내 출시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CD프로젝트가 대표작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를 통해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품질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만큼 사이버펑크 2077 역시 수준급의 작품성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CD프로젝트는 사이버펑크 2077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에서도 CD프로젝트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국내 증권사 중엔 폴란드 주식 거래를 지원하는 곳이 없다. 따라서 각 증권사 해외주식 데스크에 문의해 미국에 상장된 CD프로젝트 주식 예탁증서(ADR) 등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희 회사는 폴란드 주식 매매를 지원하지 않아서 미국에 있는 ADR을 추천했다”며 “지난해에도 CD프로젝트 주식을 찾는 분들이 없진 않았는데 올해는 그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사이버펑크 2077 인게임 자료 화면./사진제공=CD프로젝트




그러나 지난 10일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된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CD프로젝트의 주가도 급락했다. 엔진 오류, 화면 암전 등 각종 문제가 나타나면서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4나 엑스박스원 등 콘솔로는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취급하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선 사이버펑크 2077을 환불하고 PS스토어에서 게임을 삭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유럽 게임사 시가총액 1위’ 타이틀은 유비소프트에게 반납해야 했다.

신뢰 깨진 ‘장인 정신’…‘원 게임 리스크’로 돌아왔다
CD프로젝트의 주가가 급락한 원인은 신작에 대한 실망감, 그간 구축해온 장인 정신 이미지의 훼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이를 ‘원 게임 리스크’로 설명하고 있다. 사이버펑크 2077과 ‘더 위쳐’ 시리즈를 제외하면 자체 제작 IP가 없기 때문이다.

원 게임 리스크란 특정 게임사가 보유한 지식재산(IP)이 적어 발생하는 경영·재무상 위험을 말한다. 예컨대 기존에 ‘캐시 카우’ IP를 많이 구축한 게임사라면, 신작이 부진해도 주가가 받는 타격이 비교적 작을 수 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분산이다.

그러나 주력 IP를 몇 보유하지 않은 게임사의 경우 신작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주가는 물론이고 실적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는 단일 IP를 보유하는 기업에 다른 게임주보다 낮은 적정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부여한다. 똑같이 1,000억 원의 순이익을 낸다고 해도 IP가 다양하지 않은 게임사에 대해선 비교적 낮은 적정 주가를 책정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펄어비스가 주요 사례로 거론되곤 했다. 매출 상당수를 ‘검은사막’ IP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신한금융투자는 당시 신작 출시가 지연되자 “원 게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목표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을 게임 평균인 15배에서 12배로 조정한다”며 펄어비스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20% 낮추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섀도우아레나’나 ‘붉은사막’ 등의 신규 IP를 통해 원 게임 리스크를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D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사이버펑크 2077의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이유다. 원 게임 리스크가 ‘장인 정신’으로 정당화돼왔기 때문이다. IP를 많이 보유하지 못한 것은 게임 하나하나를 공들여 개발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사이버펑크 2077의 신작 효과가 극대화됐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이버펑크 2077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장인 정신’ 스토리가 정당성을 잃고 CD프로젝트가 내재적으로 안고 있던 원 게임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CD프로젝트는 단기적으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지표가 20배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다”며 “주력 IP를 하나만 보유하고 있던 회사에는 조금 과도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인데 그만큼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많이 반영됐던 것이다. 그러나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다 보니 적정 밸류에이션 멀티플 수준으로 주가가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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