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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든 우리 일상도…시들지 않는 저 꽃처럼 다시 활짝 필거야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구슬로 조각한 '루브르의 장미'

깨지기 쉬운 '유리벽돌과 계단'

국제갤러리서 1월말까지 전시

장 미셸 오토니엘의 ‘루브르의 장미’ 연작과 새롭게 제작한 조각 등을 선보인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장 미셸 오토니엘의 ‘루브르의 장미’ /사진제공=국제갤러리


2019년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준공 30주년을 앞두고 기념 전시를 준비하던 박물관 측은 프랑스의 국가대표급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에게 몇 가지 작업을 의뢰했다. 하나는 루브르의 소장 작품 속 꽃의 의미를 정리한 일종의 식물 표본집 제작이었다. 박물관이 문 닫은 저녁 시간에 호젓하게 5,000여 소장품을 살피던 오토니엘은 17세기 바로크회화의 대표작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가 이탈리아 태생의 왕비 마리 디 메디치와 국왕 앙리 4세의 결혼을 그린 연작들을 보며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화려한 결혼식 그림에서 특히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 위에 떨어진 장미 한 송이가 작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랑과 권력을 의미하는 장미는 루브르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했다.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오토니엘은 자신의 기존 어법을 유지하되 금박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잉크로 꽃을 표현한 6점의 ‘루브르의 장미’ 연작을 제작했고 이는 이례적으로 루브르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이 됐다.

이 귀한 작품들이 한국에 왔다.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내년 1월 말까지 열리는 오토니엘 개인전을 위해서다. 전시장에는 ‘루브르의 장미’를 조각으로 구현하면서 분홍색으로 생동감을 더한 거울 유리 조각 3점과 육중한 스테인레스 구슬에 검은색 파우더를 코팅해 빛을 반사하지 않는 또 다른 조각이 상반된 분위기로 대구를 이루며 함께 놓였다.

장 미셸 오토니엘의 ‘프레셔스 스톤월’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과 함께 깨지기 쉬운 벽돌 연작의 신작도 선보였다. 오토니엘은 지난 2010년 인도를 여행하다 만난 수공예가의 장인정신에 감동을 받아 유리공예를 협업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집을 짓기 전 땅에 벽돌더미를 수북이 쌓아두는 인도 현지의 관습을 가슴에 새겼다. 그에게 벽돌은 인류와 함께해 온 원시적이고 보편적 재료였고, 유리로 만든 벽돌은 깨지기 쉬운 찰나를 의미하는 소재가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영상으로 전시를 소개한 오토니엘은 “8개월 전 파리가 락다운 됐을 때 홀로 머무르며 벽돌 작품을 고안했다. 내가 예술을 사랑하게 해 준 미니멀리즘 작가 도널드 저드와 칼 안드레가 떠올랐고 왜 예술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작업했다”면서 “서로 다른 두 색이 결합해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제단과 같은 형태이면서, 불꽃처럼 관객뿐만 아니라 벽도 비춘다”고 말했다. 노란색과 파란색, 또는 밝기가 다른 파란색의 유리 벽돌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듯 맞댄 형태의 벽돌 작업은 타인과의 거리유지가 불가피한 코로나 시대의 자화상인 듯하다. 벽돌을 의인화 해 보는 순간, 서로가 있기에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기도 한다. 작품 제목은 ‘프레셔스 스톤월(Precious Stonewall)’. 지난 1969년 뉴욕 동성애 커뮤니티가 미국 경찰에 저항한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2006년에 성소수자임을 밝힌 작가는 소수자 인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장 미셸 오토니엘의 신작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과 ‘천국으로의 계단’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전시장 한가운데는 하늘빛 밝은 파랑부터 검은빛 심해의 푸른색까지 다양한 유리벽돌을 쌓아 계단 형태로 만든 ‘천국으로의 계단(Stairs to Paradise)’이 놓여있다. 작가는 “희망의 메시지와 재생에 대한 소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면서 공감하는 명상의 시간을 제안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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