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가습기 살균제, 옥시 '유죄' SK케미칼 '무죄' 왜?

檢 실험보고서·전문가 증인신문

법원 "SK·애경 성분, 옥시와 달리

유해성 인과관계 입증안돼" 판단

CMIT·MIT '무죄', PHMG·PGH '유죄'


서울중앙지법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지난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12일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다른 제조사들이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것과 상반된 결과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였다. 반면 앞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것이 신 전 대표의 혐의였다.

이번에 재판부가 주목한 두 사건 가습기 살균제의 핵심적인 차이는 ‘성분’이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한 제품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었다. 옥시 등이 만든 제품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다.

법원 "CMIT·MIT-폐 질환 인과관계 입증 안 돼"


서울중앙지법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지난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12일 안 전 대표가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이 폐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말단 기관지 중심으로 광범위한 폐 손상을 겪게 됐으며 이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집중했다. 판단은 검찰이 제출한 실험 보고서 내용, 보고서를 작성한 의사나 과학자 등의 증인신문 내용을 종합해 이뤄졌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험과 역학조사 결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연구 결과, 환경부 실험 결과 등을 판단 근거로 언급했다. 해당 실험들은 대체로 동물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CMIT·MIT 성분의 영향에 대해 “폐섬유 악화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상부 호흡기에의 영향은 관찰됐으나 폐로의 영향은 미미했다”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렵다” 등 전반적으로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법원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 판단한 결과"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지난 2017년 7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과관계 언급과 함께 재판부는 PHMG·PGH 성분에 관한 설명도 했다. 재판부는 질본의 동물실험 결과 CMIT·MIT 성분과 달리 PHMG는 “명백히 위해”한 것으로 도출됐다고 판시했다. 또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번 유죄판결을 받은 PHMG·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는 유해성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번 판단은 철저히 선고 전까지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내려진 것임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향후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번 판결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으나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 사법의 범위, 원칙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항소한다는 檢 "동물 실험과 인체의 차이 간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번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법원은 동물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전문가들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심사한 피해 판정 결과를 부정했다”며 “법원의 판결들에 대해 모두 항소를 제기해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SK케미칼이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독성 수치를 숨기고 허위 기재한 사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실험 보고서 제목을 조작하기까지 한 사실 등이 입증됐음에도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원료 공급 업체의 형사책임은 모두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단체 역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법부의 기만”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조순미 씨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제품을 쓰고 사망에 이르거나 지금까지 투병 중인 피해자들은 과연 무슨 제품을 어떻게 썼다는 것이냐”며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벌을 받도록 다시 노력하겠다”고 울먹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