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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벼랑 끝에 선 LH 주도 공급대책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수용 방식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

정치구도 따른 비효율 택지개발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와

LH사태, 문제점 돌아볼 기회되길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몇 년 전 필자는 대학원 연구실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과 연구실 내 잡일이나 연구 부담의 배분과 관련해 이전에 겪지 못했던 갈등이 커져 무척 마음고생을 했었다. 한 졸업생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권해줬다. 핵심은 지금 20~30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예민한 공정함의 척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립을 가장 우선하는 정책적 목표를 강조해왔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로 인해 더욱 예민해진 불공정함에 대한 불만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걷잡을 수 없는 공분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 이번 광명시흥신도시 투기 사태다.

“이번 신도시 지정을 미리 알고 투자를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변명이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광명시흥지구의 지난한 역사 때문인 것 같다. 광명시흥지구의 운명은 정권에 따라 갈팡질팡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침체된 주택 시장에서 공공 택지 구조 조정의 대표 주자가 됐다. 이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3기 신도시의 리스트가 늘어날 때마다 대상지로 회자되더니 결국 이번 변 신임 장관의 선택으로 3기 신도시로 확정됐다. 광명시흥지구는 철마다 사장이 바뀌는 공기업 주도의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이 얼마나 정치적인 구도에서 비효율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변 장관의 무리한 선택이 없었더라면 구역별로 나누어진 환지 방식 위주의 민간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던 곳이다.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 땅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발언 역시 공공 주도 정비 사업으로 토지 소유주의 수익률을 함께 보장해주겠다는 유화책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 현 정부 및 여당은 공공복리를 위한 사유재산권의 제약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이들은 서울시 동자동 쪽방촌의 공공 직접 시행 재개발 진행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극히 편향적이고 이념적인 시각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치적 갈라치기에 기초한 국민적 갈등을 연료로 버텨왔다. 그런 이념적인 싸움은 실행 주체의 선명성과 도덕성을 강요한다. 이번 사건으로 그런 버팀목이 무너졌다. 결국 편협한 공정성을 앞세워 부동산 시장에서 키워진 생산적이지 못한 정서가 결국은 현 정부에 파괴적인 부메랑이 된 듯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본질이 무엇일까. 파렴치한 몇몇 공기업 직원과 관련 공무원들의 투기에 대한 엄벌 및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제도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제적으로 사회주의국가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공기업이 독점하는, 그것도 수용 방식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는 개발 방식에 그 근원이 있다.

과거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대규모 그리고 속도전의 주택 공급이 필요할 때도 공영 개발 방식의 신도시에는 많은 비판이 있어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민간을 택지 개발의 주체로 포함하고 환지 방식을 수용하는 도시개발법에 기초한 시도들도 이뤄지고 있었다.

공기업은 화수분이 아니다.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공기업에 기대어 비합리적인 선택들이 누적되면 결국 그 부작용은 국민들에게 짊어지기 힘든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공공 주도의 독점적인 수용 방식에 기초한 개발 방식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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