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 24시] ‘해양국가’ 일본과 한일관계 미래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中 견제·美 쇠퇴 불안 휩싸인 일본에

한일관계 악화, 군사대국화 명분 줘

韓, 인기 영합 외교정책서 벗어나

양국관계 개선·협력방향 제시할 때





‘일본의 해양 국가화’라는 주제에 대해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섬나라인 일본의 해양 국가화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니 새삼스럽게 무슨 얘기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의 정체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눠 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리고 지정학에서도 국가의 지리적 환경에 기초해 대륙 국가, 해양 국가 두 가지로 나눠 볼 때 해양 국가는 대체로 국토의 전체 또는 대부분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지리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지리적인 조건뿐 아니라 역사적인 경험과 시대적 세계관 등에 의해서도 영향·제한을 받는다. 예컨대 일본에서 ‘백촌강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전해오고 임진왜란과 같은 침략 전쟁이나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를 추진했던 배경 중 하나에는 일본이 스스로 동북아시아 및 동아시아 대륙을 세계의 전부 또는 중심으로 알고 섬나라임에도 그 대륙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륙 국가적 인식은 패전과 전후의 통상 국가화, 그리고 탈냉전기의 국제 평화 유지 활동 참여나 열린 지역주의의 추구 등으로 조금씩 변화를 보여왔는데, 최근 제시되는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은 일본이 좀 더 본격적으로 해양 국가적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 배경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 번째 배경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다. 경제성장 지속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는 ‘해경법’ 개정에서 보듯 해양 강국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그 영향의 하나가 일본과 갈수록 첨예해지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이다. 즉, 일본 내에서 중국과의 ‘회색 지대’ 분쟁 우려가 고조되는 데서 알 수 있듯 중일 관계의 악화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일본도 해양 국가화 또는 해양 강국화를 추구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경계는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주변사태법’이 이미 지난 1990년대 말에 성립됐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오래된 것이다. 최근 회자되는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도 이런 중국 견제적 측면이 있다.



둘째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그에 따른 불안감이다. 전후 일본의 외교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가장 중추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유지돼왔는데 최근 들어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동맹 관계가 불안정한 측면을 드러내자 이에 대한 다양한 보완적 장치들이 제시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과 연관된 ‘쿼드’나 영국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등이 그 예다. 또한 기존 미일 관계 속에서는 일본의 역할이 좀 더 증대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도입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따라 국제적인 평화 유지 활동 등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한일 관계의 악화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징용자·위안부 문제 등과 같은 역사 인식 문제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심각성은 갈등이 안보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2018년 말의 초계기 사건이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다. 한 때는 ‘준동맹’ 차원에서 정상회담과 장관급 회담의 개최가 수시로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셔틀 외교’까지 추진했던 한일 관계가 이렇게 변화한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상호 불신을 심화시키는 관계 악화가 일본이 한국의 안보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대륙 국가적 이해 당사자가 아닌 자신의 안보를 위해 방어적 해양 국가화의 길로 유도하는 구조적 연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한일 관계의 악화는 일본의 해양 국가화 또는 종전의 표현를 빌리면 군사 대국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딜레마를 한국에 안긴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미중 대립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열린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공동 목표를 위해 미국의 쇠퇴에 대응하고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완화시키며 한일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무궁무진할 것인데 서로 귀를 막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밝은 미래를 향해 보다 열린 사고로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양국 정부에 촉구한다. 대중에게만 영합하지 않고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르게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