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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소프트웨어 인력 7,000명 부족···이대론 車산업 사라질 수도” [청론직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GM등 돈 벌 때 구조조정, 우린 못해…투자 10년 뒤처져

현대차 R&D 폭스바겐의 3분의 1, 정부 육성 의지도 차이

국내 배터리3사 확실한데 완성차 기업 새로 진출은 중복

협력으로 파이 키워야…4대 그룹 힘 합치면 ‘드림카’ 가능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차 주도권을 잡으려면 국내 4대 그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이호재 기자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이호재 기자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 매출 27조 3,909억 원, 영업이익 1조 6,566억 원의 실적을 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2%, 91.8% 증가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분기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분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터진 것을 고려하면 위기 대처 능력도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현대차가 격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권을 굳건하게 지킬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현대차는 물론이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몇 년 안에 다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등과 비교해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10년은 뒤처졌다”며 소프트웨어 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배터리, 통신, 전기전자장치(전장)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현대차·삼성·LG·SK 등 4대 그룹이 힘을 합친다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현안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당시 첫 번째 과제가 시스템온칩(Soc), 즉 차량용 반도체였다. 당시에도 이미 국내 개발은 돼 있었다. 문제는 아무도 써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독일 인피니언으로부터 100% 수입해 썼다. 새로 개발된 제품을 곧바로 적용하는 부담이 컸다. 이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짓는 데 20조 원가량 든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아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므로 하지 않는 게 좋다.

-차량용 반도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부와 업계 관계자가 모여 미래차를 놓고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 가장 급한 제품이 뭔지 알아봤더니 전력 반도체였다. 시급히 국산화하고 양산해야 한다는 것이 회의 결론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지나니까 삼성전자가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국내 반도체 회사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바뀌었다. 국내 업계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

△많이 부족하다. 차 산업이 정점을 찍은 시기는 2014년이다. 당시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800만 대를 팔았다. 2007년의 400만 대에서 두 배로 성장했다. 많은 사람이 “현대차가 세계 1위가 되고 한국 차가 미래차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 준비를 서둘렀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2015년 이후 현대차 판매가 800만 대를 밑돌면서 꺾이기 시작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줄곧 내리막이었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생산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우리가 전기차 동력 전달 체계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본격 생산한 것은 2018년부터다. 미래차를 잘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부품이다. 좋은 부품 기업이 있어야 한다. 부품 기업 사장들에게 물어보면 미래차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내연기관차가 끝나간다는 것은 알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차 기업과 부품 기업 간에 정보 공유가 없는 상태에서 미래차를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다.

-부품 기업 상황이 심각한가.

△차 부품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4,700개가 있다. 이 가운데 1차 협력 기업이 824개다. 지난해 1차 협력 기업 중에서 80개가 사라졌다. 모두 한국GM이 있는 서울·인천, 르노삼성이 있는 부산·경남 소재 기업들이다. 완성차 회사가 흔들리면 협력 기업은 도산한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미래차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부품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래차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움직이는 차다. 차 부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장 부품에는 반도체가 상당 부분 들어가고 이 반도체는 모두 소프트웨어로 구동된다. 차 시스템도 소프트웨어가 움직인다. 미래차로 나아가려면 소프트웨어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의 차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충분히 확보했나.



△몇 년 전 GM·포드·폭스바겐 등 유수의 해외 차 기업들이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실적이 좋았던 이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 때가 구조 조정 적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GM의 경우 미래차 인력 확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기존 직원은 명예퇴직으로 돈을 줘서 내보냈고 재교육이 가능한 직원에게는 전기차·자율차 쪽으로 재교육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쪽 신규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이를 통해 GM은 직원의 40%를 입사 5년 차 이하로 구성할 수 있었다.

-우리 기업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인력 자체가 부족하지만 그나마도 대거 게임 쪽에 있다. 차 분야에는 1,000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는 차 소프트웨어 인력이 2만 명을 넘는다. 차 생산 규모는 미국이 1년에 1,000만 대, 우리가 400만 대(국내)다. 생산 규모가 미국의 40%니까 소프트웨어 인력도 산술적으로는 8,000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7,000명이 부족한 셈이다.

-단기간에 7,000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차 소프트웨어는 일반 게임과 달라서 최소한 4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학 학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며 석·박사 과정도 있어야 한다.

-인력 외에 또 무엇이 중요한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다.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한 후 R&D 투자가 줄어들었다. 부품 기업의 경우 현대차가 설계도부터 제공하니까 R&D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 현대차의 R&D 투자는 폭스바겐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의 육성 의지에서도 격차가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기차 인프라 보조금, 인프라 개발 등에 20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차 산업 지원 필요성을 얘기하면 일부 전문가는 자금을 지원하면 모두 현대차에 가는 것 아니냐며 특혜 시비에 휘말리까 봐 걱정한다. 지원은 꾸준히 해야 되는데 담당하는 공무원은 2년도 되지 않아 바뀐다. 정책이 표류하는 이유다.

-내연기관차에서 미래차로 바뀌면 필요한 인력이 줄어드는데 완성차 노조도 구조 조정 필요성을 알고 있는가.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차 가운데 10%를 전기차로 바꾸면 17%의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전기차 비중이 20%가 되면 30%의 인력이 없어도 된다. 노조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노조는 앞으로 5년 동안 전기차 생산 비중을 20%까지 올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때 생기는 인력 감축 압박은 정년퇴직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차 노조가 인력 구조 조정의 불가피성을 알면서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정년 연장 요구는 버리는 카드다. 완성차 노조는 사측이 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 타협할 것이다.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생산 인력에 대한 전환 교육의 필요성이 거론되는데.

△노조도 전환 교육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GM의 경우 고교를 졸업한 뒤 생산직으로 입사하면 연봉이 2만 5,000달러 수준이다. 입사 후 교육은 6개월·2년·4년 등 세 가지 트랙이 있다. 각각 교육을 이수하면 어떤 업무를 하는지, 평균임금은 얼마인지 등이 정해진다. 메리 배라 GM 회장부터 고교 졸업 후 생산직으로 들어간 뒤 사내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원을 거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도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LG·SK·삼성 등이 이미 배터리 시장에 진입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폭스바겐·GM 등 외국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생산 계획을 밝혔고 현대차도 그럴 생각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차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었다. 앞으로 배터리만큼은 가격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 3개 대기업이 진입한 분야에 현대차마저 가세하는 것은 중복이다. 협상을 잘해서 중복을 피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수준의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통신·전장 분야의 초일류 기업이 있다. 이들이 협력하면 한국이 미래차 선도 국가가 될 수 있지 않나.

△정부가 2015년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대기업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한 적이 있다. 서울·대구·광주 등 세 곳에 사무국까지 뒀는데도 아무도 모이지 않았다.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17개가 어떤 식으로든 차 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울산에 현대차의 최대 공장과 삼성SDI 배터리 공장이 있지만 현대차가 삼성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파이를 키워서 나눠 먹어야 하는데 있는 파이를 독차지할 생각만 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대화하면 ‘드림카’를 만들 수 있는데 안타깝다.

He is…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 국민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엔 다국적기업경영국(TCMD)과 미 남가주대 경제학과 객원연구원으로 연수했다.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뒤 현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연구위원과 호서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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