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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차상곤 "층간소음 해결 골든타임은 6개월···초기에 풀어야 감정싸움 안번지죠"

[층간소음 '1호 전문가'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우연히 피해자 모임 인터뷰 접하고

전문가 필요성 느끼고 연구 이어와

층간소음 갈등 80%는 감정의 문제

소리 문제로만 접근하면 해결 한계

2013년이후 살인사건도 27건 발생

아랫집에 먼저 양해 구하기 등 강조

제3자 입장서 상호 배려·이해 도와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오승현 기자




“정부를 비롯해 층간소음을 다루는 기관들은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책을 위층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오히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랫집에서 쥐고 있습니다.”

차상곤(사진)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최근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층간소음 갈등에서 진짜 소음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감정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차 소장은 이어 “소음 문제로만 접근하면 해결법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 ‘층간소음 1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석사·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07년부터 주거문화개선연구소를 설립해 각종 건축과 건축물 소음·진동을 연구하고 있다. 살인까지 부른다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에게 들어봤다.

<건축 전문가보다는 심리 상담사 입니다>

국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77.8%는 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주택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주택 유형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이상 층간소음 문제는 누구나 겪기 마련이다. 문제는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공적 기구나 마땅한 절차가 국내에서는 구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층간소음을 생활 문제 정도로 치부하면서 전문가도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층간소음은 이제 이웃 간의 분쟁을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부터 본격적인 층간소음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차 소장은 경험한 각종 사례를 근간으로 최근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를 편찬했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그의 활동들을 보면 ‘건축 전문가’보다는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심리 상담가’에 더 가깝다.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갈등 당사자들이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각종 소음 측정 장치를 통해 얻는 객관적인 자료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기 위한 것보다는 윗집과 아랫집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물로 쓰인다는 것이 차 소장의 설명이다.

그가 왜 이 길을 걷게 됐는지가 우선 궁금했다.

차 소장은 박사 과정에 들어오면서 층간소음과 관련된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층간소음 피해자 모임의 인터뷰 기사를 본 것을 계기로 ‘층간소음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신문에서 층간소음 피해자 모임 인터뷰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전문가가 없다고 느껴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층간소음 연구는 이렇게 시작됐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오승현 기자


<고가단지도 층간소음 문제 있어…‘골든타임’은 ‘6개월’>

차 소장에 따르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도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시공 또한 중요한 요인이지만 공동주택은 단 하나도 예외 없이 층간소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흡음재를 사용하더라도 생활 소음인 경량 충격음 정도만 완화할 뿐 ‘발망치’ 소리와 같은 중량 충격음은 완화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랫집이 위층의 소음이 계속해서 들리는 이른바 ‘귀트임’까지 경험하면 죽고 사는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이 차 소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가족끼리도 층간소음 피해자를 이해해주지 못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도 층간소음과 관련된 감정이 전이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층의 경우 ‘내 집’인데 편하게 있지 못하는 불편함과 더불어 아랫집에서 본인 또는 가족을 해코지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아랫집은 윗집을 ‘소음충(蟲)’이라 하고 위층은 반대로 아래층을 ‘예민충’이라고 하는 등 층간소음 갈등 상황이 장기화하기 마련이다.

차 소장은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6개월’을 제시했다. 그 기간을 넘기면 층간소음 갈등이 단순한 소음 문제보다는 감정싸움이 되기 일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갈등 초기 단계에서는 감정이 없고 단순히 소음 문제로만 바라본다”며 “초기에 접근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차 소장은 “6개월이 넘어가면 서로가 부딪히면서 신뢰를 상실해 감정이 상한 상태가 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윗집에서 바닥에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층간소음 갈등은 살인·살인미수·폭행 등 극단적인 사태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층간소음과 관련해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7건에 달한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오승현 기자


<제 3자·전문가로 해결…'보복 소음'은 안 돼>

차 소장이 맡은 일은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갈등 상황에 제3자의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당사자들끼리는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소음을 측정하고 그에 따른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또 층간소음이 무엇인지 등을 갈등 당사자들에게 알려줘 상호 간 이해를 돕는다. 그는 “이사 시 아이들과 함께 아랫집에 인사하거나 먼저 양해를 구하는 방법 등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며 “위층이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층간소음 문제가 완화되곤 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자구책으로 아랫집에서 ‘보복 소음’을 만드는 것에 대해 차 소장은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2개 파놓으라’는 말까지 있다”며 이 같은 보복 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이어 “처음에는 좋을지 몰라도 위층에서 또 다른 보복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상호 간 감정이 황폐해지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아래층에서 우퍼 스피커를 달아 귀신 소리, 아이 우는 소리와 같은 듣기 싫은 소리를 내거나 고무망치로 일정하게 두드리는 등 층간소음에 대한 보복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차 소장은 층간소음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에만 살아본 세대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층간소음을 생활 문제가 아닌 도덕적 문제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어린아이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며 “추후 이 아이들이 자라면 층간소음 문제를 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마지막으로 정부 등 곳곳에서 층간소음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층간소음의 문제를 윗집만 해결하면 되는 문제로 생각하면서 갈등이 더욱 악화하는 경우 또한 많다는 것이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사진=오승현 기자

◇ He is...

△1974년 경북 포항 △2004년 경기대 건축공학과 박사 △2007년~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 △2012년 환경부장관표창 △2013년~ 사단법인 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 회장 △2016년 국토교통부 NGO 정책자문단 자문위원 △2019년~ 경기도 환경분쟁 조정위원회 조정위원 △2020년~ 국토교통부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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