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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폭탄 개발 야욕 못 버린 北...단서는 '리튬 가공 기술'에 있었다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北 영변 원자로 재가동했지만 기간 짧아

반감기 온 삼중수소 재고 보충 차원일듯

수소폭탄용 삼중수소 생산비용 비싸지만

'리튬-6','중수소' 융합반응으로도 확보가능

北, 리튬 가공해 수소탄 재료 얻는 연구 추진

文 '종전선언'카드로 비핵화 설득하지만

김정은 정권 핵개발 야욕 버리지 못한듯

수소탄 완성 위해 7차 핵실험 가능성 잠재

자칫 백두산화산 분출 대재앙 초래할 수도

유사시 수소폭탄 폭발을 가정한 가상의 이미지/유튜브 캡처




북한이 국제 제재 속에서도 핵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그 의도와 여파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원자탄, 증폭핵분열탄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폭탄을 개발하려는 수순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핵무기 보유량과 위력을 대폭 늘린 뒤 미국과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한층 고조시키는 계기를 제공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8월 27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였다. 보고서는 북한 평안북도 영변의 5메가와트(MW) 원자로에서 올해 7월초부터 냉각수 방출 등의 가동 징후가 나타났고 밝혔다. 영변 원자로가 2018년 12월 이후 약 2년 반만에 재가동한 것이다. 보고서는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이 올해 2월 중순부터 5개월간 가동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아울러 평안남도 강선에서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고농축우라늄(HEU)생산시설 증설 움직임이 있다는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위성사진분석결과가 지난 16일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해당 증설을 통해 북한은 고농축우라늄을 25%가량 더 생산할 수 있게 됐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연간 약 90kg 분량의 농축우라늄(표준 원자폭탄 약 4~6개 분량)을 제조할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석연찮은 영변 원자로 재가동 배경

핵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 영변 원자로의 재개동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해당 원자로는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영변 원자로는 가동시 나오는 열을 공기로 식히는 공랭식이다. 원자로를 식히면서 뜨거워진 공기는 냉각탑에서 식히는 구조였다. 그런데 냉각탑은 파괴된 상태다. 2차 북핵위기가 해소되고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처럼 냉각탑이 폭파된 상태에서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려다 보니 북한은 구룡강 물을 끌어 들여 억지로 원자로를 식히는 꼼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가동 방식이 아니므로 무기급 핵물질을 만들기 위한 ‘사용후 핵연료’를 얻기 위해 원자로를 정상 상황 때처럼 지속적으로 가동시키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억지로 영변 원자로를 가동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했다고 해도 무기급 핵물질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미스테리다. 국내의 한 핵 전문가는 “영변 원자로는 흑연감속로여서 플루토늄이 포함된 사용후 핵연료를 얻을 수 있지만 최소한 1년에서 1년반 가량은 원자로를 운전해야 (표준 원자폭탄 1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인) 6~10kg 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이 함유된 사용후 핵연료봉을 얻을 수 있다”며 “반면 이번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기간은 약 3개월 수준에 불과해 북한이 정말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늘리기 위한 핵활동이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연구센터 자료를 기준으로 도식화한 북한 주요 핵시설 위치/자유아시아방송(RFA)


이번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보다는 삼중수소(트리듐)을 얻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학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삼중수소는 수소폭탄의 핵심 재료다. 자연에 존재하는 수소의 원자핵은 중성자 없이 양성자 1개로 구성돼 있다. 수소의 동위원소(원자번호와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중성자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물질)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있다. 중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이뤄져 있으며 자연계에 미량 존재한다. 수소원자 6,000개당 약 1개의 중수소 원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 1개와 중성자 2개로 이뤄져 있다. 이 같은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삼중수소는 중수소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 중수소가 포함된 중수를 원자로의 냉각수로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원자로 속에서 날아다니는 중성자가 중수소와 결합해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수소폭탄의 주재료로 쓰이는 '삼중수소' 및 동위원인 수소, 중수소의 원자 구성 비교/이미지출처=박찬호 반핵의사회 운영위원 자료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한이 삼중수소를 얻으려 했다고 해도 영변 원자로 재가동 시간은 여전히 너무 짧다는 미스터리는 남는다. 삼중수소를 만들기 위한 중수소도 워낙 자연계에 미량을 존재하는 탓에 핵폭탄 수를 늘리기에 충분한 삼중수소를 얻으려면 상당한 기간 원자로를 돌려야 한다.

따라서 이번의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은 핵 무기를 늘리기는 용도라기보다는 기존의 무기급 핵물질 재고량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다른 국내 핵 전문가는 “삼중수소는 (약 12년의) 반감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양이 줄어든다”며 “이번 영변 원자로 재가동 등은 반감기로 줄어드는 삼중수소 재고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해석이 맞다면 북한이 최소한 핵무기를 감축하거나 폐기해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게 된다.

북한 영변의 핵시설인 5MW급 원자로를 찍은 위성사진 영상/연합뉴스


◆원자로 재가동보다 위험한 우라늄 농축시설 증설

사실 핵전문가들이 북한 핵활동과 관련해 주목하는 것은 플루토늄 생산보다는 우라늄 생산 및 농축이다. 핵폭탄의 구조나 작동 원리 측면에서 볼 때 플루토늄보다는 고농축 우라늄을 기반으로 핵폭탄을 만드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에는 우라늄이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돼 있기 때문에 굳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원자로를 힘들게 가동을 통해 핵물질(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싼값에 우라늄을 채굴해 농축하는 방식으로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

2차 북핵위기가 6자 회담의 마라톤 협상을 통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던 2008년 2월 북한 핵시설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이 방북했다. 방북 후 헤커박사는 북한이 약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해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 쓰인다. 헤커 박사는 당시 북한의 원심분리기 수량 등의 여건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북한이 연간 20~4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19년 11월 5월 사진으로 배포된 이란 중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내의 원심분리기 모습. 과거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이 이란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국제사회는 의심하고 있다. /사진출처=이란 원자력에너지기구


헤커 박사의 방북후 5년 뒤인 2013년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약 두 배 가량 증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단순계산하자면 북한은 최대 4,000여개의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연간 40~8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세계2차 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수준의 ‘표준 원자폭탄’(TNT폭약 약 20킬로톤 폭발의 위력을 내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려면 보통 15~20kg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이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북한은 1년에 최소 1개에서 최대 5개 가량의 표준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북한은 현재 최대 약 100개 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학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최근 우라늄농축시설을 한층 더 증설하려고 한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핵 안보위기가 한층 심각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종전선언’ 추진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미 북한이 영변 원자로 재가동, 우라늄 농축시설 증설 움직임을 통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가 유효할 지는 미지수라는 게 국내외 대북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핵탄두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 해당 사진을 관영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이 수소폭탄이 아닌 증폭핵분열탄실험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AP 연합뉴스




◆김정은 정권, 수소폭탄 개발에 올인할까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물질을 충분히 확보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수소폭탄 완성에 주력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국내 전문가 및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2017년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수소폭탄 개발을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소폭탄이 아닌 ‘증폭핵분열탄’ 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완전히 버린다면 수소폭탄 완성을 위해 추가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내다봤다.

증폭핵분열탄은 과거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약 15킬로톤 위력)보다 약 3~10배 가량 강한 50~150킬로톤의 위력을 내지만 수소폭탄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이 1952년 최초로 개발해 실험했던 수소폭탄인 일명 ‘마이크(Mike)’는 무려 15메가톤의 위력을 냈다. 국내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그동안 수십기 이상의 핵탄두를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사시 핵탄두를 실어 미국 본토로 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최대 수십기에서 백여기 정도 보유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핵능력에는 크게 못미친다”며 “따라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핵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위력의 수소폭탄을 제조하려할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삼중수소와 중수소 등을 황용한 핵융합 반응의 원리 이미지. 핵융합시 중성자(헬륨)과 중성자 및 에너지 등이 방출된다. /이미지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나선다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 없이 지난 4차 및 6차 핵실험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으로도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추정을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추가 핵실험 (7차 핵실험)을 해야 수소폭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4차 , 6차 핵실험으로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실험이 수소폭탄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을 위한 실험이었다면 해당 데이터만으로는 수소폭탄을 만들기엔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폭탄은 둘 다 핵융합 원리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폭탄의 메커니즘은 상반된다. 일반적으로 증폭핵분열탄은 ‘핵융합→핵분열’의 순서로 폭발을 일으킨다. 즉, 폭탄 내에서 핵융합 반응이 먼저 일어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중성자와 에너지로 핵분열을 일으킴으로써 일반 원자폭탄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내는 것이다. 반면 수소폭탄은 보통 ‘핵분열→핵융합’의 순서로 폭발한다. 폭탄 내부에 작은 원자탄을 장치해 폭발시키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중성자와 에너지로 원자를 융합시켜 에너지를 낸다. 이처럼 폭탄 작동 기전이 상반되는데다가 폭발의 위력도 수소폭탄이 훨씬 높기 때문에 북한이 제대로 된 수소폭탄을 완성하려면 시뮬레이션이 아닌 핵실험을 추가로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계 최초 수소폭탄 미국 'Ivy Mike'의 핵실험 장면/사진출처=atomicarchive닷컴


◆북한의 수소폭탄 제조 역량은

그렇다면 북한은 수소폭탄을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까. 기술적 수준과 재료 확보 등의 여건상 아직은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이나 증폭핵분열탄보다 더 높은 난도의 기술을 갖는데다가 실용화할 만큼 경량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직 북한이 관련 기술을 완성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조차도 1953년 첫 수소폭탄 ‘마이크’를 개발했지만 이를 곧바로 실용화하진 못했다. 해당 수소폭탄의 무게가 무려 50톤에 달할 정도로 무겁고, 약 7.5m의 높이에 달할 정도로 크기도 커서 미사일의 탄두로 탑재할 수 없었다. 미국조차도 마이크 개발 이후 추가로 몇 차례의 핵실험을 더 실시한 후에야 실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수소폭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소폭탄 제작의 기술적 난도가 왜 높은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작동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소폭탄의 기반이 되는 핵융합은 고온, 고압에서 원자들이 충돌해 각각의 원자가 가진 전자가 떨어져 나가고 알몸처럼 핵만 남은 원자들이 결합하는 과정을 뜻한다. 원자 핵들이 이처럼 한 몸처럼 결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질량(주로 원자핵의 중성자)이 소실되는 데 이렇게 소실된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돼 방출된다. 핵융합의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이다. 태양 내부의 수소 원자가 고온·고압에서 융합하면서 높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수소폭탄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를 주재료로 이용해 융합 메커니즘을 일으켜 높은 에너지와 중성자 등을 방출하는 무기다. 수소 및 그 동위원소중 핵융합을 쉽게 일으키는 것의 순서를 나열하면 삼중수소가 가장 쉽고, 그 다음이 중수소, 그리고 마지막이 일반 수소다. 따라서 수소폭탄의 주재료로 일반 수소나 중수소가 아닌 삼중수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아서 원자로 가동 등의 인공적 공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인공적 공법으로는 중수소가 포함된 중수를 원자로의 냉각수로 넣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원자로 속에서 날아다니는 중성자가 중수소와 결합해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는 이유도 삼중수소를 얻기 위한 절차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법에는 난제가 있다. 일단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므로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나마도 이렇게 원자로를 가동해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극히 미량이다. 수소폭탄 제조에 충분한 양의 삼중수소를 생산하려면 원자로를 장기간 가동해야 하는데 국제제재로 경제난에 처한 북한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리튭-6와 중수소(H-2)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 과정 이미지. 이 같은 핵융합을 통해 알파입자(He-4)와 중성자, 에너지 등이 방출된다. /이미지출처=위키피디아 사이트


따라서 핵전문가들은 또 다른 인공적 공법에 주목해왔다. 리튬(Li)의 동위원소인 리튬-6(Li-6)를 중성자와 반응시켜 삼중수소를 얻는 기법이다. 우선 Li-6와 중수소가 결합된 고체화합물과 원자폭탄 등을 주요 재료로 삼아 수소폭탄을 제조한다. 이렇게 제조된 수소폭탄 내부에 기폭장치 등을 통해 폭발을 일으키면 원자폭탄이 핵분열 방식으로 폭발하는 과정에서 중성자가 발생하고 이 중성자가 Li-6와 반응하면서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즉, 원자로를 가동해 비싸고 어렵게 삼중수소를 제조하지 않아도 수소폭탄 내부에서 물리·화학적 반응을 통해 자연스럽게 삼중수소가 생성되는 셈이다. 이렇게 발생한 삼중수소는 수소폭탄 내부의 Li-6·중수소의 고체화합물중 중수소와 반응해 핵융합반응을 일으킨다. 이 핵융학반응을 통해 알파 입자(He-4)와 중성자 및 대량의 에너지가 발생해 엄청난 살상력과 파괴력을 일으키는 게 바로 수소폭탄의 메커니즘이다.

마침 북한에는 비교적 리튬이 풍부히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리튬을 가공해 Li-6를 만들고, 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해내는 기술을 개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015년 작성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능력’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03~2007년 추진했던 ‘제 2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천연 리튬에서 Li-6를 분리하는 연구 과제를 정했다. 또한 2010년부터 3년간 추진된 단기 과학기술발전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황화수소-물에 의한 중수 농축’연구과제를 담았다.

지난 9월 25일 스페인 라 팔마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류 대재앙 ‘백두산 폭발’ 촉발 우려

이처럼 수소폭탄 주재료의 재조 및 농축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그간의 정황과 최근 영변 발전소 재가동 등의 정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여전히 수소폭탄 완성 등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으며,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의지는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을 통해 수소폭탄을 개발한다면 이를 ICBM에 탑재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 출신의 우리 군 예비역 장성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완성한다면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미국을 압박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거나, (한반도와 관련한) 미국 군축을 압박하고, 유사시 미군의 지원세력이 한반도로 전개되는 것을 억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대한 미군의 안보공약 이행 가능성이 약화되면 그만큼 남한 정부가 북한의 강압전술에 더욱 굴종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의 한 북한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 추진의 메시지를 다시 던지면서 북미간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려 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제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대북전문가들 대부분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마음을 바꾸도록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외교적 대화의 노력은 계속 해야겠지만 비핵화가 좌절될 경우에 대비해 외교적 경제적 대북제재를 지속함으로써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유지하는데 드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25일 스페인 라 팔마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을 멀리서 한 남성이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7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핵위협을 넘어선 전지구적 지질학적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바로 백두산 화산 분출이다. 지질학 연구자들은 북한이 그간 6차례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여파로 크고 작은 지진이 (인공적으로) 유도돼 해당 지역 일대의 지각 구조가 상당히 연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가로 핵실험이 계속된다면 지각에 스트레스가 싸여 그만큼 더 큰 지진이 유도될 가능성이 있고 대규모 지진이 계속된다면 자칫 백두산 화산 분출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백두산이 대규모 분출을 일으킨다면 막대한 양의 화산재 등이 상공으로 퍼져 지구적 차원의 기온변화를 수반할 우려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여러 정권에 걸쳐) 북한에 지질공동연구와 백두산화산 공동조사 가능성을 타진해왔지만 북측의 반응이 차가왔던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를 현 정부에서도 타결하기 어렵다면 차기 정부에서라도 성사시킬 수 있도록 외교적·학술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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