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원가 1,193원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37배에 달하는 가격인 4만4,562원에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만 42조원에 달해 유례없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계약하면서 모든 분쟁에 대해 비밀을 유지한다고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옵서버는 생물공학자·영국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회분 원가는 76펜스(약 1,193원)에 불과하지만 화이자는 이를 22파운드(약 3만4,562원)에 팔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1억8,900만회분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같은 비밀유지 조항에 합의했고, 이 비밀 계약을 통해 화이자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이자 측은 이같은 지적에 “옵서버가 추정한 원가에는 연구·유통 등 기타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백신의 세전 이익률은 20% 초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화이자의 비리를 파헤쳐온 미국 소비자권리보호단체 ‘퍼블릭시티즌’은 “화이자 계약에는 ‘비밀의 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퍼블릭시티즌은 화이자와 콜롬비아·브라질 등 세계 각국과의 계약서를 토대로 ‘화이자 권력’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에는 백신 공급이 지연돼도 화이자에 책임을 묻지 못하고, 허락 없이 백신을 기부하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퍼블릭시티즌은 “선진국 중 화이자와 비밀유지 조항에 합의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며 “영국이 화이자와 비밀유지 조항에 합의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