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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살인자' 골다공증, 신약 쓰면 골절 위험 최대 75%까지 낮아져

◆골다공증 환자 100만명 시대…약물치료율 34%에 불과

50세이상 여성 유병률 37.5%

골절땐 기형·보행장애 뿐아니라

기저질환 악화 유발 생명까지 위협

고관절 골절 1년내 치명률 15.6%

유방암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인데

가벼운 질병여겨 의료이용률 낮아


#지난해부터 두 살배기 외손녀를 봐주고 있는 김현자(55·가명)씨. 손녀를 업어주려다 갑자기 허리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움직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며칠 쉬면 나아지려니 하는 생각에 버티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골다공증성 척추골절' 진단을 받았다.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낮아지고 뼈의 강도가 약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결여와 관련이 깊다. 에스트로겐은 뼈에서 무기질이나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는데, 폐경 이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뼈 파괴가 증가하고 빠른 뼈 손실을 초래한다. 폐경기를 겪은 65세 이상 여성은 대표적인 골다공증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대한골대사학회는 △60세 이상 △50세 이후 골절 경험 △체질량지수(BMI) 19kg/㎡ 미만 △40세 이후 키가 4cm 이상 감소 △가족력 △류마티스관절염·당뇨병 등 골소실 관련 질환 △스테로이드·갑상선호르몬제 등 특정 약물 복용 이력 △흡연·음주 등을 골다공증의 핵심적인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골밀도는 서서히 저하되기 때문에 대개 아무런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밀도 손실이 심해지면 기침 같은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정도로 약화된다. 김씨처럼 골절이 발생한 뒤에야 진단받는 경우도 많다. 병원에서는 골다공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골밀도검사를 시행한다. 주로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을 이용해 주요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척추와 고관절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한다. 같은 인종과 성별의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와 비교해 표준편차로 나타낸 골밀도점수(T-score)가 진단 기준이다. △골밀도점수가 -1.0 이상이면 정상 범위 △-2.5에서 -1.0 사이이면 골감소증(골다공증 전 단계) △-2.5 이하일 때 골다공증으로 진단된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며 ‘골다공증 환자 1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105만 4892명이 골다공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대한골대사학회가 발간한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팩트시트 2019'에 따르면 국내 50세 이상 인구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22.4%, 골감소증 유병률은 47.9%에 달했다. 50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37.5%로 남성(7.5%)보다 5배 가량 높았다. 여성은 연령이 10세 증가할 때마다 골다공증 유병률이 2배씩 증가해 70세 이상의 경우 68.5%까지 치솟았다.





골다골증은 삶의 질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대표적 질환이다. 특히 골다골증성 골절은 통증·기형·보행장애를 일으킬 뿐 아니라 합병증으로 인한 폐색전증·감염·기저질환 악화를 유발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골다공증을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골다공증 여성은 골밀도가 정상 범위인 경우에 비해 골절 위험이 1.7배, 척추골절 위험은 3.1배로 높아진다. 한번 골절이 일어나면 2차골절이 발생하기도 쉽다. 고령화로 국내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경우 1만 명당 223명, 남성은 74명 꼴로 발생했다. 고연령으로 갈수록 고관절 및 척추 골절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고관절 골절의 1년 내 치명률은 15.6%로 척추 골절(5.4%)보다도 3배 가량 높았다. 학회 조사 결과 50세 이상 고관절 골절 환자 5명 중 1명이 1년 이내 사망했다. 유방암 사망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절반 가량은 골절 이전의 기동능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고 치명률마저 높은 질병이지만 여전히 골다공증을 가벼운 질병으로 여겨 방치하는 이들이 많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골다공증 추정 인구 310만 9413명의 의료 이용률은 61%였다.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4명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 치료율은 33.5%였는데, 2년째 치료를 지속하는 비율은 21.5%까지 떨어진다.

최근에는 새로운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가 속속 도입되며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골흡수억제제 '비스포스포네이트'는 한달에 한번 복용하지만 적은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하거나 식도질환이 있는 경우 메스꺼움, 구토, 속쓰림 등 위장관계 불편감을 일으킨다. 장기간 투약할 경우 드물게 턱뼈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오면서 약물치료를 꺼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 국내 발매된 암젠의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는 6개월에 한번 피하주사하는 항체약물이다. 파골세포의 형성과 활성화, 생존에 필수적인 랭클(RANKL) 단백질과 결합함으로써 뼈의 파괴를 막는다. 60~90세의 폐경 후 골다공증 여성 약 7800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약물치료를 진행한 결과 위약대비 척추골절 위험을 68% 낮췄다. 또 고관절과 비척추 골절을 각각 40%, 2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장기 투약했을 때도 척추 및 고관절 부위의 골밀도가 각각 21.7%, 9.2%로 지속 증가했으며 신규 골절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됐다. 2020년에 출시된 '이베니티(성분명 로모소주맙)'는 한 달에 한번 투여하는 피하주사제다. 골형성을 저해하는 스클레로스틴(Sclerostin) 단백질을 표적함으로써 조골세포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파골세포의 활동을 감소시킨다. 골형성 촉진과 골흡수 억제의 이중작용 기전을 갖는 최초의 골다공증 치료제다. 골밀도점수가 -2.5에서 -3.5로 골절 위험이 높은 폐경 후 여성 718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투여 1년차에 요추(13.3%)와 고관절(6.8%), 대퇴 경부(5.2%) 골밀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베니티 1년 치료 후 프롤리아로 전환한 환자들은 위약에서 프롤리아로 전환한 환자보다 새로운 척추 골절 위험이 75%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하려면 국내 골다공증 치료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만 60~72세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료 골밀도검사를 만 54~66세 여성까지 총 4회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현장에서는 남성 대상의 골다공증 정책이 전무하고, 골다공증 치료제의 건강보험 지급조건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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