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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물고기가 알려준 급속 냉동식품

급속냉동법은 영하 40℃ 이하의 저온에서 단시간 내에 식품을 동결시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급속냉동하면 얼음 결정이 생성돼 식품의 세포나 조직, 맛의 손상 없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이 기술의 창시자는 다름 아닌 클래런스 버즈아이.

그는 지난 1923년 출장차 떠난 알래스카에서 한파에 얼어붙은 생선이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그는 뉴욕으로 돌아간 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공장 한구석을 빌려 연구실을 마련했다.

연구 장비라고는 단돈 7달러에 구입한 선풍기와 소금물통, 얼음조각밖에 없었지만 꾸준한 연구를 통해 비로소 지난 1925년 최초의 급속냉동기계 발명에 성공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뛰어난 발명품이 늘 그렇듯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버즈아이는 굴하지 않았고 특허 출원을 마친 후에도 연구를 계속해 보다 성능이 좋은 자동냉동기계를 발명했다. 그리고 이 기계를 홍보하기 위해 '제너럴 씨푸드'를 설립, 직접 냉동해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1927년부터는 냉동식품의 종류를 확대해 해산물뿐만 아니라 육류, 채소류 등도 추가했다. 그는 이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1929년에는 포스툼이 제너럴 씨푸드를 인수, 제너럴 푸즈로 상호를 변경하고 '버즈아이'를 냉동식품 브랜드로 상표 등록했다.

이렇게 버즈아이에 의해 개발된 급속냉동식품은 '식탁의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오늘날의 식품 산업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육류, 생선류를 비롯한 각종 식재료들을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신선도까지 유지한 채 말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요리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냉동식품의 탄생은 희소식을 넘어 구원의 메시지와도 같았다. 버즈아이의 급속냉동법은 우연한 관찰을 통한 창의적인 발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급속냉동법 개발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었지만 제너럴 푸즈에 모든 특허권을 팔고 얻은 수익으로 다시 연구에 몰두했다. 급속냉동법 개발만으로는 발명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결국 그는 이후 열적외선 램프,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용 전구 등을 발명했으며 자신이 발명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버즈아이는 지난 1956년 향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질 때까지 무려 250여건의 특허를 남겼다.

부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연구에만 몰두했던 버즈아이. 그는 가족들이 1년 365일 항상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급속냉동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우리는 무심코 그 고마움과 편리함을 지나쳐버리지만 급속 냉동식품은 바로 이 같은 한 발명가의 순수한 열망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탄생될 수 있었다.

글_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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