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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사라진 지구

코로나물질방출(CME)에 의해 날아온 플라즈마 입자들이 지구와 충돌하면 전력망이 붕괴될 수 있다. 이렇게 전기가 사라진 현대문명은 그야말로 지옥으로 변한다. 과연 CME가 초래할 재앙은 무엇이며 이의 발생은 어떻게 탐지할 수 있을까.

CME 발생
태양은 주기적으로 CME를 일으킨다. 지구는 매년 30여회의 CME 공격을 받지만 대다수 플라즈마 입자는 대기(大氣)와 부딪혀 튕겨지므로 큰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대기를 뚫고 지구를 직격하는 대형 CME는 10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한다.

지구 돌격
CME의 속도는 최대시속 1,000만㎞다. 이르면 18시간만에 지구에 도달한다. 지구 도달 전 CME는 충격파를 일으켜 인공위성을 고장 내고, 고에너지 양성자 방사능을 뿜어내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비행사들의 암 발병률을 높인다.

지구 충돌
CME와 지구 전자기장의 충돌방식에 따라 파괴력이 결정된다. CME의 전자기장과 지구의 전자기장이 평행을 이루면 지구는 CME를 물리칠 수도 있다.

반면 반대방향으로 정렬되면 두 전자기장이 연결되면서 CME의 플라즈마 입자가 대기로 유입된다.

전류량 급등
대전된 플라즈마 입자는 전자기유도에 의해 지표면 속에 전류를 흐르게 만든다. 이를 지전류(地電流)라 한다. 전선 근처에 자석이 있으면 전선에 전류를 흐르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이로 인해 송전선의 전류량도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데 그 여파로 변압기 내부의 구리 부품들이 녹아내리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

CME 관측시스템

STEREO*
NASA는 스테레오 (STEREO) 위성 2대를 태양의 양쪽에 배치, 이들이 촬영한 영상을 합쳐 태양 전체의 표면을 관측 중이다. 이렇게 CME도 관측된다.
경고시간: 24~48시간 전

SOHO*
소호(SOHO) 태양관측위성은 자신의 관측 데이터와 스테레오 위성의 자료를 합쳐 태양의 3D 모델을 만든다. 오차범위 7시간 내에서 CME의 예측이 가능하다.
경고시간: 24~48시간 전

ACE*
1997년 발사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ACE 위성은 CME의 구성물질을 분석, 지구 전력망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다.
경고시간: 1시간 전

SDO
작년 발사된 NASA의 태양역학관측위성(SDO)은 태양 자기장을 모니터링하고 우주기후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CME 경고 불가

WIND
감마선 폭발 감지기와 3D 플라즈마 분석기를 장착한 NASA의 윈드(WIND) 위성은 지구로 유입된 CME가 지구 자기장에 미칠 영향의 예측을 돕는다.
CME 경고 불가

피해 예방

변압기 신속 교체
기존 변압기는 제작에 수년이 걸리며 무게도 100톤이나 된다. 하지만 미 국토안보부(DHS) 자금을 지원받는 변압기 복구 프로젝트 'RecX'에서는 비상상황에서 트럭에 싣고 이동해 며칠 만에 설치할 수 있는 응급 변압기를 개발 중이다.

RecX팀의 최종 목표는 한층 작고 가벼워 헬리콥터 수송까지 가능한 솔리드스테이트 방식의 변압기 개발이다.

전류량 상승 방지
전기공학자 존 카펜만이 개발한 중립 축전기(Neutral Capacitor)와 우회 기기는 간단한 축전기를 이용, CME의 전자기유도에 의해 변압기 내로 직류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이 기기에는 폭풍, 나뭇가지, 조류 등에 의해 정상적 전력망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류를 지면으로 흘려주는 신속 우회 회로 또는 진공튜브를 갖추고 있다.

카펜만은 이런 장비 5,000대만 있으면 미국 전역의 전력망을 CME에서 방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CME와 문명 붕괴

정전
1989년의 태양폭풍은 캐나다 퀘백의 전력망을 붕괴시켜 수백만 명이 정전의 고통을 당했다. 이보다 더 큰 규모의 태양폭풍이라면 수억 명이 전기 없이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교통 마비
백업 전력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교통 신호등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전기 없이는 주유소의 펌프가 작동하지 못해 주유도 불가능해진다.

2003년 미국 북동부 정전 사태 때는 뉴욕 지하철이 멈춰서며 40만명의 발이 묶인 적도 있다.

통신 투절
CME의 전자기유도와 지전류는 유·무선망이 모두 마비될 수 있다. 백업시스템이 있기는 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며칠에 불과하다.

의료 대란
정전 후 교통망 마비로 연료공급이 차단되면 병원의 비상발전기는 길게는 몇 주, 짧게는 며칠 만에 작동을 멈춘다.

이때는 환기장치는 물론 심폐기 등 주요 의료장비들이 고철로 변한다. 또한 인슐린을 포함해 냉장보관 해야 하는 모든 약품이 변질된다.

식수 오염
정전으로 아파트와 주택의 급수펌프가 멈춰 수백만 명이 식수난을 겪는다. 물이 나오더라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수장 급수펌프가 멈추면 물이 역류해 박테리아에 오염되는 탓이다.

끓여 먹는 것 조차 전기 없이는 어렵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백업 디젤발전기와 배터리의 수명은 한 달 정도다.

그 이후에는 냉각수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고 노심용융이 일어나 방사능이 누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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