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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 개혁 프로젝트

창의적 과학자를 키워내는 최선의 과학교육 기법은 무엇일까

by Matthew Yglesias

1439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는 유럽 최초로 금속활자 인쇄술을 개발했다. 이 같은 정보 기술 혁명은 당시의 대학교육 시스템을 붕괴시킬 뻔 했다. 그때만 해도 책은 필사에 의해 제작됐기에 매우 부유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었으며 대학생들은 오직 강사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을 듣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즉 금속활자 인쇄술로 책 값이 저렴해지면 강사를 활용한 강의는 그 명맥을 잇기 어려울 듯 했다. 사실 강사를 의미하는 영어 ‘lecturer’도 ‘읽는다’는 의미의 라틴어 ‘legere’를 어원으로 한다.

하지만 5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게다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식전달에 필요한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졌음에도 강의는 여전히 대학교육의 전형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혁명의 효용성을 온전히 수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했듯이 인터넷을 통해 대학교육 시스템의 혁명적 진보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비책을 찾으려면 금속활자 인쇄술과 인터넷에도 불구하고 강사와 강의실이 이제껏 살아남은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일단 가장 명백한 이유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를 즐긴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운동을 배우기 위해 헬스 클럽에 다니고 논문을 읽기 위해 정기적으로 학회에 나가며 사람을 보고 직접 거래하고자 수천 ㎞ 떨어진 곳까지 항공기를 타고 날아간다. 또한 우리는 책과 인터넷보다는 사람에게 직접 배울 때 더 높은 학습효과를 얻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어떤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 그룹이 명문대학이라면 직업적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일례로 MIT와 옥스퍼드, 서울대에 입학하면 해당대학이 지닌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누리면서 우수인재라는 사회적 평가를 함께 얻게 된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현 시스템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에 의해 배우는 점도 많아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획기적 연구성과를 도출하는 일부 학생들 덕분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 탓에 기존 교육시스템은 상당히 보수적이며 변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과 대학을 비교해 설명하자면 기업의 경우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제품 및 서비스의 혁신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대학은, 특히 일류대학은 더 많은 학생들을 선발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들은 교육이라는 상품과 특권을 동시에 팔고 있는데 이를 누리는 사람이 많으면 더 이상 특권이 될 수 없는 탓이다. 따라서 대학의 특권이 커질수록 학생 선발은 더 까다로워진다.

이 점에서 우리가 고품질 학습의 기회를 넓히고자 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학위가 필요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배웠는지를 배제한 채 어떤 지식과 기술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인증해주는 그런 학위 말이다.

학위 인증이 이렇게 바뀌어야 대학도 비로소 변화를 두려워 않고 지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나설 것이다.

대학에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선봉장으로는 과학 교육자들이 제격이다. 문학이나 역사학 이론과 달리 과학 연구는 대다수 사람들이 동의하는 객관적·합리적 결론 도출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과학 교육자들이 디지털 교육시스템 도입을 주도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지닌 필연적 숙명일지도 모른다. 제한된 숫자의 학생을 연구실에서 직접 가르치는 기존 과학교육은 소수 일류대학들의 특권을 보장해주는 훌륭한 도구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유기화학과 천문학의 전문성을 평가할 보편타당한 표준의 확립은 결코 쉽지 않다. 교육기관과 이들의 관리감독을 담당 중인 정부 당국자들 역시 오히려 지금보다 강력한 역할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일단 표준이 세워지고 교육과 학위 수여를 분리시킨다면 대학들은 시험과 학위 수여가 아닌 교육 자체에 모든 초점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우리에게 한층 광범위한 교육학적 접근 기회를 준다. 학위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지식수준과 전문성을 입증한다면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전문 토론그룹 활동, 그리고 독학을 통해서도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시스템 혁신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플의 교육서비스 ‘아이튠즈 U’, 유명대학들이 운용 중인 온라인 개방학습프로그램 ‘오픈코스웨어(OCW)’는 도입 초기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은 일종의 지식나눔 서비스일 뿐 잠재력이 큰 학생들에게조차 실제 연구기회는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교육과 학위 수여의 분리는 자칫 과학 교육을 과학 전문가 양성 교육으로 치닫게 하면서 인성교육의 부재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교육의 기회와 접근성은 넓히면서 인성·교양·창의력을 강화시켜줄 인문교육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지 않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대학은 다양한 경험과 이해를 추구하는 장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적의 대안을 발견하기까지는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들은 분명히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또한 실험을 할 때는 가급적 경제적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자의 육성은 기업의 제품 개발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3·4대 대통령을 지낸 정치가이자 교육자인 토머스 제퍼슨은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를 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음에 실망해 스스로 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전인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문적 발전을 위한 수학과 물리학 교육, 일반 대중의 보건과 삶의 질 개선을 꾀할 수 있는 전문교육을 넘어 교육과정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그릇된 행동양식을 교정하며 타의 모범이 되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상론을 펼쳤다.

지금까지 언급한 부분을 현실화하려면 앞으로 무수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자와 정책 결정자들이 인터넷을 상업적 논리가 아닌 인본주의적 이상과 결부시킨다면 과학과 전인교육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생산한 지식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확장할 경우 인류가 지닌 지식의 총합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특히 이는 일자리를 얻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닌 순수한 학문적 열정과 지식 욕구의 충족을 위해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늘려 놓게 되며 그로 인한 혜택은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인터넷이나 금속활자 인쇄술과 마찬가지로 과학 또한 사람들에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도구의 하나다. 이런 진리의 추구는 단순히 천문학자나 공학자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함을 전해준다.

매튜 이글레시아스 미국 진보행동기금센터(CAPAF) 회원, ‘모래 속의 머리(Heads in the Sand)’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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