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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Ⅱ] 빛 보다 빠른 중성미자, 그 후…

12월호 마감으로 분주했던 지난 11월 중순, 편집부로 한 통의 중대한 메일이 날아들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중성미자 진동 프로젝트인 ‘오페라(OPERA)’ 실험의 한국팀 대표 경상대 고에너지 물리연구팀의 윤천실 박사에게서였다.

윤 박사는 지난 9월 말 발표됐던 CERN의 ‘빛 보다 빠른 중성미자(neutrino)’ 실험결과와 관련 추가 보완실험에서도 그와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730㎞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 사소 실험실까지 중성미자를 발사한 결과, 중성미자가 빛 보다 빠르게 이동했다.”

지난 9월 23일 있었던 CERN의 이 같은 발표로 전 세계 물리학계는 한바탕 술렁였다. 이는 빛 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정면 배치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현대과학은 일대 변혁을 피 할 수 없게 된다.

당시 학계에서는 대체로 이 같은 결과를 쉽사리 믿지 못했다. 다수의 학자들은 일단 후속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신중을 기했고, 윤 박사를 포함한 오페라 연구진 역시 재실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중성미자, 또 빛 보다 빨리 달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간) CERN은 10월 22일부터 11월 7일까지 추가 보완실험을 진행한 결과, 9월 발표한 내용과 일치한 결과를 얻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윤 박사는 “CERN에서 특별히 만든 시간폭이 3나노초 (㎱, 1㎱는 10억분의 1초) 정도로 매우 짧은 양성자 빔을 사용해 추가 보완실험을 실시했다”며 “추가 실험에서도 중성 미자가 빛 보다 62.1(±3.7) 나노초 빠르게 도착, 앞선 논문의 결과와 일치했다”고 전했다. 이 실험에서 얻은 중성미자의 반응수는 총 20개다.

아울러 윤 박사는 “이번 실험은 재실험이 아니라 지난 실험 방법에 대한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보완실험에 가깝다”며 “9월 아카이브(ArXiv.org)에 발표된 논문 의 통계적 분석 방법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계통 오차 (systematic error)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윤 박사의 신중론은 앞으로 CERN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야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오페라팀의 공식 입장과도 일치한다.

참고로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미노스(MINOS) 실험에서는 이미 재측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노스는 중성미자를 일리노이주 바타비아에 있는 페르미가속기연구소에서 미네소타주 수단 광산으로 발사하며 이동 거리는 735㎞로 오페라 실험과 유사하다.

아인슈타인은 틀렸다?
한편, 이번 결과로 또 다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뒤집고 상상 속 시간여행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극적 관측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절대적으로 불변하는 빛의 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물질들은 하나의 시공간 구조로 통합돼 있으며, 질량을 가진 그 어떤 물질도 질량이 0인 빛 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만약 무언가가 빛의 속도 이상으로 운동한다면? 그때는 더 이상 고정된 공간이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일 경우 시간은 흐르지 않고,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은 거꾸로 흐르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직 이론일 뿐이다. 윤 박사 역시 1차 실험 결과가 발표됐던 당시부터 줄곧 “이번 결과가 사실로 확증되더라도 당분간 일상생활에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즉 시간여행이나 타임머신은 이번 결과와 별개의 문제이며 아직 너무 성급한 얘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CERN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오페라 실험과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경우 우리는 어떤 변화를 목도하게 될까. 윤 박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자연과 우주를 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질 거예요. 그리고 기존의 물리를 넘어서는 우주론과 소립자물리학에서도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1차 실험의 오류 수정


이번에 CERN 오페라팀은 1차 실험을 면밀히 검증, 일부 오류를 바로 잡기도 했다. 논문 발표 후 외부의 코멘트들을 참조, 내부적으로 분석한 뒤 수정된 내용을 담은 최종 논문을 11월 17일 저녁 ‘고에너지 물리학 저널(JHEP)’에 투고하고 18일 아카이브에도 올렸다.

윤 박사는 “수정된 사항은 주로 지구 자전에 의한 빛의 속력을 보정하는 것이었다”며 “지구 공전 효과나 CERN과 이탈리아 그란 사소 실험실의 지역차에 의한 일반상대론적인 효과 등은 무시할 정도로 작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차 실험에서 사용한 중성미자 1만6,111개 중에서 1만5,223개의 클린 이벤트(clean event)만을 선별, 분석했으며 CERN에서 그란 사소 실험실까지 730㎞의 거리를 중성미자가 빛 보다 57.8(±7.8) 나노초 빨리 도착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중성미자가 빛 보다 10만분의 2.37배 빠르다는 의미다.

당초 오페라팀은 1차 발표에서 중성미자가 빛 보다 60.7(±6.9) 나노초 먼저 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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