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na Easton
글로벌한 여성의 권리를 얘기할 때마다 영화 ‘메리 포핀스 Marry Poppins’의 뱅크스 Banks가 생각난다. 영국 가장인 뱅크스는 부인 뱅크스가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띠를 어깨에 두르고 현관입구를 활보하는 것을 꾹 참는다. 단, 저녁식사는 6시 정각에 준비돼야 하고, 여자들의 시답잖은 문제가 제국을 다스리는 남자의 막중한 임무를 방해해선 안 된다.
핵 무장 폭군과 경제 붕괴 문제로 점철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소프트파워의 중심인 여성 문제는 아직 글로벌 리더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만큼은 여성 문제를 제대로 접근한다. 힐러리는 여성의 지위와 국가경제는 운명을 같이한다고 주장해왔다. 여성에 대한 법적·문화적 차별이 “경제를 후퇴시킨다”는 것이다.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CEO 정상회의(환태평양 21개국 정·재계 대표들의 모임) 중 무대 위에서 가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이같이 말했다.
힐러리는 지난 10년간 늘 그랬듯이 외무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비공개적으로 같은 주장을 해왔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국내총생산(GDP)과 더불어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점점 더 많이 입증되자 최근에서야 사람들은 힐러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격차가 축소되면 중국,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한국 등 여러 APEC 국가의 1인당 소득이 14% 증가할 수 있다. “유로 존에선 13% 증가할 것이며, 이는 EU 국가들에게 필요한 일이다”라고 힐러리는 덧붙인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인베스트먼트 리서치(AIR)의 파트너이자 공동 대표인 캐시 마쓰이 Kathy Matsui에 따르면, 파키스탄이나 나이지리아처럼 성별 격차가 큰 국가들은 경기침체를 겪는다. 반면, 중국처럼 여성의 경제·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는 “성장 혜택”을 누린다. 마쓰이의 연구는 여성 노동력의 감소로 일본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었다는 점도 보여준다.
선진국에선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여성이 수장인 기업이 13개밖에 없다고 한탄하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빈국에선 여성들이 종종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거나 교육이나 대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보다 절약을 잘하고, 이는 빈국에서 특히 중요하다. 소득을 자녀 건강이나 교육 부문에 지출하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경제가 발전한다.
매킨지 설문조사 결과, 주요 미국 기업들은 개도국에서의 여성에 대한 투자가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1만 여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여성 기업가들을 교육시킨다. 코카콜라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까지 500만 명의 여성 기업가를 후원한다. 월마트도 전 세계적으로 여성 소유 기업으로부터 상품 구매를 2배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 담당자들도 해외 사업부문에서 여성들을 고용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토종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여성 인력을 활용하길 원한다”고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GE 부사장 존 라이스 John Rice는 말한다.
1995년 당시 영부인이었던 힐러리는 베이징 연설에서 “여성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지 않는다면 여성은 완전한 존엄성을 얻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콩고에서 강간이 전쟁무기로 사용된다거나 캄보디아의 끔찍한 성 매매를 진술한 소말리 맘 Somaly Mam의 자서전만 봐도 힐러리의 말이 아직도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여성에게는 노동력이 있다. 따라서 미 국무장관으로서 힐러리가 여성 권한을 도덕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으로 접근한 것은 현명해 보인다. 자수성가한 여성 기업가들이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힐러리의 주장이 확실히 동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리비아 같은 국가에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이곳 여성들은 아랍의 봄 Arab‘s Spring *역주: 2010년 12월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으로 여성들도 경제력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슬람 근본주의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지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중동이야말로 여성 노동력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지역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동에서 여권이 신장되면 평균 가계소득은 최대 25%까지 증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