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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인공위성

저렴한 네트워크형 인공위성이 우주공간의 민주적 이용을 독려한다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로버트 트윅스 교수와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CalPoly) 조르디 푸익수아리 교수는 인공위성의 새 표준을 제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폭과 높이가 10㎝ 정도 되는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CubeSat)'을 통해서다.

이 정도 크기로도 우주공간에서의 제한적인 실험, 예컨대 기상관측이나 지구 촬영과 같은 임무에 필요한 컴퓨터 마더보드와 여타 부품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 큐브샛의 최대 장점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 우주실험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크기가 작기 때문에 다른 우주발사프로젝트에 곁다리로 끼어 넣어 발사비용을 대폭 낮출 수도 있다.

설계를 마친 뒤 푸익수아리 교수는 위성을 정기적으로 발사하는 미 국가정찰국(NRO), 국방부 우주실험프로그램(DoD STP), 미 항공우주국(NASA) 등 3개 기관과 접촉했다. 가급적 많은 큐브샛을 발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CalPoly 항공우주공학과에서는 큐브샛들을 일일이 테스트해 이것이 로켓발사 과정에서 흔들려 부서지면서 파편이 튀지 않는다는 것을 NASA에 보증하는 새로운 위성 기술표준 개발 정보센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스탠퍼드대학과 함께 온라인 포럼(cubesat.org)을 구축, 논의 중인 모든 기술표준을 업데이 트했다.

두 교수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50여대의 큐브샛이 발사된 것이다.

2003년에는 지원금 중 10만 달러를 들여 러시아의 드네프르(Dnepr) 로켓을 통해 큐브샛을 발사했으며 2009년 12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 X의 팰콘9 로켓 발사 때도 6대의 큐브샛이 함께 우주로 보내졌다. 지금껏 100여개 학교에서 큐브셋이 제작됐는데 실제 발사가 자주 이뤄지면서 한 대학원생은 학부 1학년 때 개발에 참여, 학부 졸업 전 자신의 큐브샛이 발사되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올해 역시 최소 3대의 로켓에 큐브샛이 실릴 예정이다.

큐브샛은 스프링이 내장된 전용 컨테이너 'P-POD'에 3개씩 넣어 발사된다. 푸익수아리 교수팀이 개발한 P-POD는 발사체 속에서 우주로 분출되는 순간 뚜껑이 개방되며 스프링의 힘으로 큐브샛을 궤도에 올린다. 이후 큐브샛은 태양전지에 의해 동력을 공급받아 지상에 정보를 전송하게 된다.

지난해 CalPoly의 대학원생 롤랜드 코엘호는 큐브샛 발사 전 점검을 하고 있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 발사장의 안전관 리관이 다가와 놀랍다는 듯 물었다.

"위성을 운반하려면 군용차량 호송이 필요하지 않나요?"

코엘호는 이렇게 답했다. "큐브샛은 제 자동차 트렁크에도 들어갑니다."

푸익수아리 교수에 의하면 발사된 큐브샛의 상당수가 아직도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 배터리 수명이 남아있는 경우 아마추어무선(HAM) 기사들이 이들의 전파를 수신, 제작한 학교측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향후 큐브샛은 더 야심찬 계획에 투입될 전망이다. 미 공군이 2대의 큐브샛을 네트워킹해 세계 최초로 지구 대기 상태를 실시간 관측하는 우주기상관측시스템 운용 계획을 갖고 있는 것. 또 버몬트기술대학 칼 브랜든 박사는 지구 궤도를 넘어 달까지 보낼 수 있는 이온추진식 큐브샛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작년 푸익수아리 교수는 미국 정부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큐브샛을 제조해주는 타이벡(Tyvak)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스탠퍼드대학 앤드류 칼만 교수는 펌프킨(Pumpkin)이라는 큐브샛 구성품 제조업체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펌프킨은 대학, 정부, 비영리 기구 등 100 여개 이상의 조직에 큐브샛 키트를 판매했다.

칼만 교수는 사람들이 큐브샛을 '1회용 위성'처럼 여기게 되면 누구나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들로 큐브샛을 제작, 수십 수백대의 큐브샛을 발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고 말한다.

현재 큐브샛의 제작비는 10만 달러다. 그리고 팰콘9 로켓 같은 발사체에 큐브샛을 실을 자리를 마련하려면 약 25만 달러가 들어간다. 비싸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항공우주 산업계에서 이 정도는 푼돈이다. 이 같은 저렴한 가격 덕택에 큐브샛은 손실에 대해 큰 부담이 없다.

실제로 작년 3월 NASA의 글로리 위성과 큐브샛 3대를 싣고 발사된 로켓이 바다에 추락한 적이 있다. 사고를 지켜본 코엘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그저 화가 났을 뿐이지만 NASA는 4억 달러짜리 위성을 잃었죠."

1,000억분의 1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 향후 1년 동안 우주 쓰레기에 피격 당할 확률.










큐브샛 발사 준비 과정
큐브샛 제작 지침에는 위성의 크기를 10×10×11㎝, 중량은 1.3㎏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큐브샛은 P–POD 컨테이너에서 배출되기 전까지 어떤 종류의 동력도 제공돼서는 안되며 완벽히 비활성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자칫 큐브샛의 오작동에 의해 로켓의 메인 화물이나 유도시스템 전자장치에 혼선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작팀은 반드시 정확한 폐기 계획, 다시 말해 큐브샛이 우주쓰레기로 남지 않고 발사 후 5년 내에 대기권에 재돌입해 제거시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사되지도 못하고 폐기처분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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