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을 겪는 것은 필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만 약 2,150만명이 저 시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령화에 따라 이 숫자는 30년 내 두 배가 될 전망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는 이런 현실에 맞춰 스마트폰과 연계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2의 눈이 돼줄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로 이미 스마트폰에는 저 시력자들을 위한 기술들이 적용돼 있다. 애플은 텍스트 크기를 56폰트까지 키울 수 있도록 iOS를 프로그래밍 했으며 화면상의 글자를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도 지원한다. 메일 아이콘을 터치하면 앱이 '두 개의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라고 음성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시각장애인용 앱은 이외에도 다수다. 일례로 iOS용 LookTel Recognizer 앱은 물체인식 소프트웨어와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물의 정체를 파악해 알려준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자판기 속 음료수의 종류, 찬장 속 통조림의 종류를 알 수 있다.
다만 이런 앱들은 대개 인터넷에 접속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NFC 기술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물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휴대폰에 NFC 인식장치를 탑재하고, 물건에는 NFC 태그를 붙이면 된다. 사용자가 물건의 약 5㎝ 내에 휴대폰을 가져다대면 NFC 태그의 무선 메모리칩이 저장돼 있던 해당 물건의 OUTLOOK정보를 13.56㎒ 주파수로 전송한다.
NFC는 현재 조금씩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가을 출시된 구글의 전자지갑 '구글월렛(Google Wallet)'도 NFC로 신용카드 정보를 송신한다. 이 회사는 또 NFC를 기본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4.0도 내놓았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휴대폰 메이커들이 NFC 지원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NFC 태그의 단가는 몇 센트 단위로 떨어졌다.
특히 NFC 스펙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NFC포럼으로부터 NFC 관련 라이선스를 획득한 기업은 벌써 1,100개사에 이른다. 이중에는 시각장애인 관련 라이선스도 있다. 핀란드 VTT 국립기술연구센터는 약병에 NFC 태그를 채용, 약물 정보와 복용 방법에 대해 사용자가 녹음한 내용을 전송받을 수 있는 방식을 제시했고 프랑스의 한 식료품 기업은 NFC로 식품의 영양정보를 제공하는 씽크&고라는 회사의 기술을 시험운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NFC 활용도가 늘어나면 저 시력자들을 위한 앱들도 많아질 것이다. 이때는 어두운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읽어주는 앱도 나올 법 하다. 또한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인쇄물 브로슈어 대신 NFC 태그로 다운받을 수 있는 디지털 브로슈어를 도입한다면 저 시력자들이 예술품을 감상하는 꿈같은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STORY BY Corinne Iozzio
ILLUSTRATION BY Alison Seif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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