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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해외진출 적극 지원 MENA 지역서 기회를 잡아라”

[INTERVIEW]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실은 자주 비어 있다. 김용환 행장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기회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코리아가 ‘대한민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금융 파트너’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김용환 행장을 인터뷰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위기 때 빛을 발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013년을 맞이하며 임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우리 기업 경영활동의 대외여건 악화가 예견되던 올해 초 특수은행장으로서 새롭게 각오를 다진 것이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72조 원의 여신을 공급해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공헌했지만 김 행장은 다시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뜻을 가진 사람은 언젠가는 그 일을 해내게 된다)의 마음가짐으로 대한민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금융 파트너가 되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렇다면 김용환 행장이 이끄는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품은 뜻, 목표는 무엇일까?

기자는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최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콘퍼런스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이 행사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주요 발주처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로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김용환 행장은 “이번 콘퍼런스는 변화하는 MENA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이 보다 다양해지고 확대될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수출입은행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단순 시공을 넘어 기획부터 건설, 운영, 지분투자까지 도맡는 투자 개발형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는 그야말로 중동 지역의 큰손들이 모두 모였다. 세계 최대 규모 담수설비를 보유한 SWCC, 세계 2위 석유화학 회사 SABIC, UAE 최대은행 NBAD, UAE 국영 에너지기업 TAQA, 이슬람개발은행 IsDB, 이집트 국영가스회사 EGAS 등 중동 지역 발주처와 금융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수은은 이 중 SWCC와 사우디 최초의 민자 방식 담수사업인 슈아이바 사업에 4억 6,000만 달러의 금융을 제공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김 행장은 “이번에 초대한 SWCC에서 앞으로 대형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SWCC와 우리 기업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수은이 적극적으로 금융을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SWCC 측에선 압둘라만 알 이브라함 회장이 직접 방문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60%, 가스 매장량의 45%를 차지하는 MENA는 한국 교역량 중 15.4%를 차지하는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지역”이라며 “MENA가 품고 있는 열사의 사막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KSP(Knowledge Sharing Program)과 맞춤형 지원을 통해 경제개발 계획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압둘라만 알 이브라함 회장은 “한국 기업들과 R&D 투자에 중점을 두고 ‘특허공유’ 등을 통한 동반성장 모델을 일구고 싶어 방한했다”고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국가 대부분이 경제성장에 따른 인구 증가와 소득수준 상승으로 물 소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은 관계자는 SWCC가 담수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경쟁우위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기업 중 기술이전이 가능한 곳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환 행장은 콘퍼런스 직전까지 MENA(중동·아프리카)지역 경제동향을 살피고 돌아왔다. 중동 지역은 우리 기업 해외 플랜트 수주의 57%(전체 648억 달러 중 369억 달러·해외건설협회 자료 기준)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UAE 같은 이 지역 국가들은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인프라 및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김 행장을 말한다. “원유 매장량 2위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중계무역 기지 겸 관광·금융 허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UAE, 2022 월드컵 개최 준비로 신규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카타르, 한국 기업이 수주해 최초의 대규모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요르단 등에서 사업발굴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동 시장 중에서 우리기업이 눈여겨볼 만한 나라는 어디일까? 김 행장이 설명한다. “쿠웨이트입니다. 석유 매장량 6위 국가로 최근 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 발주 계획(정유 플랜트 환경 개선 사업과 증설 프로젝트 등 8개 사업)을 발표했어요. 사우디의 대형 사업 발주가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주처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용환 행장은 MENA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성과를 여러 자료를 통해 소개했다. “2011년 중동 지역 오일과 가스 프로젝트의 47%를 우리 기업이 수주했습니다.” 우리 건설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원가 절감, 시공능력 제고, 엄격한 공기 준수, 철저한 현지화 전략 등으로 기술 집약적인 대형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이에 대한 현지의 긍정적인 평가를 김 행장이 숫자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는 또 “중국과 인도 등은 저임노동력을 앞세워 단순 건설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담수, 석유화학 플랜트, 초고층 빌딩 건설 같은 고부가 가치 기술과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활약하고 있는 중동 지역은 에너지 생산국들이 대부분이지만,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정부의 지원정책과 의지에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인 만큼 사업환경 리스크 관리, 정부지원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MENA 가운데 신흥 시장으로 자주 거론되는 지역은 이집트다.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에너지원 다양화를 위해 올해에만 13개의 프로젝트를 발주할 계획이다. 에너지 생산국가들이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의 역할이나 사업모델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 김 행장은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듯 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과거 단순히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설계·조달·시공 일괄공사) 역할을 수행해 오던 것에서 탈피해 투자자로서 직접 사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업운영자와 생산제품구매자로도 참여하고 있죠.” 이는 최근 한전, 삼성물산 등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UAE 등의 민자 발전 프로젝트에 개발자로 참여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세계 최대규모의 요르단 디젤발전소 건설에 참여한 한전의 경우, 이 프로젝트의 최대주주(60%)이기도 하다. 총 사업비 8억 달러 가운데 수은이 4억 2,700만 달러를 금융 지원했다. 발전소가 건설되면 한전은 사업개발과 발전소 운영, 정비를 통해 16억 달러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EPC시장의 과다 경쟁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극복하고 선진국형 건설 모델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수은은 이에 발맞춰 금융제공 규모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2007년 67억 달러에서 2012년 말 132억 달러로 2배 가까이 금융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김 행장은“우리 기업이 아직 기본설계 등 핵심분야에서 외부 의존도가 너무 높고, 인력과 자재 등도 주로 외국에서 공급받아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행장은 우리 기업들이 사업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개발자(Developer)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변화의 요구에 답해야 하는 실정이다. 해수 담수화 기술 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담수화 기술에는 역삼투압과 증발법이 있다. 두산 중공업은 증발법 부문에서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은 반면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근래 에너지 소비가 중시되고 기술집약 시대가 되면서 역삼투압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역삼투압 해수담수화 기술 수준, 전문 인력, 시설 인프라는 선진국 대비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핵심 기반 기술은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의 4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김용환 행장이 설명한 내부적인 요인 외에도 중동 시장에선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와 중국과 터키 같은 후발 주자와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 당연히 수익성은 저하된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전문가들은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 사업을 다변화 하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어느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까?

김 행장은 말한다.“아시아는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의 27%를 차지하는 곳으로, 중동에 이은 두 번째 시장입니다. 이 중 베트남은 건설 수주액이 35억 달러(2011년 기준)에 달합니다.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과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플랜트 시장을 둘러싼 한·중·일 3개국의 국가대항전이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의 경우 자국 금융기관들의 막대한 자금과 정부의 외환보유고 지원까지 받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은의 역할이 더 강조되는 대목이다.

MENA 국가들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 새로운 도약을 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대처로 수은은 인프라건설, IT 복합형 프로젝트 발전과 IT 융합형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 등을 적극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김용환 행장은 이를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해외 융·복합형 프로젝트 발굴’이라 표현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금융기법도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PF 전문지인 PFI로부터 ‘2012 올해의 ECA?로 선정됐다.

김 행장은 이에 대해 “고객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을 제공한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선금융 후발주 형태로 발주가 추진되는 해외 프로젝트 추세에 발맞춰 우리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초기부터 전문화, 구조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은은 2011년 12월 ‘글로벌 패스(Global Pass)’라는 상생발전 프로그램을 도입해 40개 주요 수출기업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조 1,161억 원의 상생금융을 제공했다.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난 36년간 수은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진출 안착을 도우며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수은의 소중한 자산을 이제 중소·중견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 제공을 위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행장은 ‘혁신적 수출신용기관(Innovative ECA)’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행장은 “올해도 상생 프로그램 대상을 2~3차 협력사로 확산시켜 1조 3,000억 원의 상생금융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간 글로벌 협력관계 형성에 촉매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중소·중견 기업을 돕는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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