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가속기 활용기술 사업화

A SPEARHEAD OF THE CREATIVE ECONOMY

미국, 독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기존 세계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물질을 통해 활로를 찾는 작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를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기가 하나 있다. 바로 가속기다.

가속기는 단적으로 말해 기초과학연구용 장비다. 아니 그랬었다.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를 발견해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역시 가속기의 일종이다.

이랬던 가속기가 현재는 의약품에서부터 식품, 전자제품, 자동차, 항공기, 원자력 등 다양한 산업군에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매김했다. 가속기를 이용해 경쟁력 높은 산업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고서는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 또한 최근 포항에 제4세대 방사성가속기 건설을 시작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원형가속기선형가속기를 결합시킨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가속기 분야의 글로벌 선도연구기관인 캐나다 국립입자핵물리연구소(TRIUMF, 트라이엄프)와 미 국립페르미가속기연구소(Fermi Lab, 페르미랩)의 사례를 통해 가속기를 이용한 기술 사업화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트라이엄프, 희귀 동위원소 창조자

“트라이엄프의 가속기와 수많은 연구시설은 세계 기초과학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인류복지 증진을 위한 치료법과 약물을 개발해내면서 존재가치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리아 머밍가 트라이엄프 가속기 부문장은 가속기와 연구시설을 활용해 핵물리학, 생명의료과학, 지구물리학, 재료과학 등의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가속기 보유국들은 이제 트라이엄프와 마찬가지로 산업분야에서의 성과 창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라이엄프는 가속기를 통해 창출된 기술이 기술이전료 수입 확대로 이어지면서 장비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트라이엄프는 세계적 규모의 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cyclotron)’과 세계 5대 초전도 고주파관 제작기술을 보유한 세계적 입자핵물리연구소다. 1968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등 3개 대학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출범했다. 현재는 참여대학이 18개로 늘어난 상태지만 정부지원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구자와 스태프를 포함해 450여명이 소속돼 있다.

연구성과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국제저널에 1,100회 이상 논문을 게재했고, 10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수행 프로젝트 중 50개 이상이 국제프로젝트다.

이 같은 명성이 국내에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건설을 추진 중인 중이온가속기와 관련해 초전도 고주파관 제작기술을 전수받고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부터다.

트라이엄프는 현재 2014년 가동을 목표로 3개의 빔을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초전도 가속기 ‘아리엘(ARIEL)’을 건설 중이다. 아리엘에 적용된 기술들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에도 접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아이삭Ⅰ(ISACⅠ)’, ‘아이삭Ⅱ(ISACⅡ)’ 등 희귀 동위원소 창출시스템과 응용연구 시스템을 동시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힘입어 가속기로 생성해낸 희귀동위원소를 활용하는 기술사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6개 기업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협력관계를 맺었다.

일례로 캐나다의 생명과학기업 MDS 노르디온과 협력, 암 치료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트라이엄프가 생산한 암 치료용 동위원소가 전 세계 갑상선암·전립선암 환자 250만명에게 공급되고 있으며, 연간 로열티 수입이 140만 달러에 이른다.

제임스 하론 트라이엄프 기술사업화 센터장은 “로열티 수입 등이 확대되면서 캐나다 정부가 2015년 3월까지 활용할 자금으로 지원한 1,500만 달러를 2017년까지 쓸 수 있을 정도”라며 “기술사업화센터는 트라이엄프의 연간 재정분담비율을 현재의 3%에서 6%까지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팀 메이어 박사도 “트라이엄프의 가속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삭 내 연구시설인 타이탄, 타이그레스 등은 연중 쉬는 날이 없을 만큼 많은 국내외 연구자들이 찾고 있다”며 “덕분에 사이클로트론의 연간 가동률이 94%에 육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자 속 양성자를 가속해 중이온 타깃과 충돌시키는 트라이엄프의 빔 생성 방식을 ‘온라인 동위원소 분리(ISOL)’라 부르는데 중이온을 가속해 탄소(C) 등의 가벼운 이온과 충돌시키는 ‘비행 입사빔 분열(IF)’ 방식과 구분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구축되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두 가지 방식의 장점을 혼용해 빔을 생성하게 된다.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차혁진 박사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와 전자를 포함한 중이온 전체를 가속할 수 있다”며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가벼운 전자가속기에서 의료용 양성자 가속기를 포괄하는 폭넓은 연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페르미랩, 기초과학 선도자

페르미랩은 미국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60㎞ 거리에 위치한 바타비아에 둥지를 틀고 있다.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 연구소에는 1,70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36㎢의 부지에 가속기를 필두로 다양한 연구시설이 조성돼있다. 현재 전 세계 4,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세계 3대 가속기인 페르미가속기를 활용한 공동 연구에 한창이다.



또한 페르미랩의 본부 건물 서쪽 인근지역에는 전자보다 200배 무거운 ‘뮤온(muon)’ 소립자의 성질을 증명하기 위한 ‘뮤온 g-2 실험’을 위해 뉴욕의 브루크해븐국립연구소(BNL)에서 이전 중인 입자 저장 링을 설치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페르미랩은 직경 15m의 마그네틱 링을 바다와 강, 도로 등을 거쳐 이곳까지 이동 설치할 예정이다.

커트 러셀먼 페르미랩 홍보팀장은 “뮤온 g-2 실험을 위해서는 고강도 빔이 반드시 필요한데 BNL의 링을 이전 설치해 비용절감을 꾀하려는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페르미랩을 필두로 BNL과 미국 대학들, 9개 국제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국제 공조 속에 추진된다”고 전했다.

페르미랩은 별도의 기술국을 두고 가속기의 가속관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의 연구개발과 검증, 테스트, 제작 등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이곳의 초전도 가속관은 우리나라가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부품으로 손꼽힌다.

최근 페르미랩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차세대 양성자가속기 건설이다. ‘프로젝트-X’로 명명된 이 사업의 목표는 오는 2021년까지 차세대 양성자가속기 건설을 완료하는 것. 이후 고강도 양성자 빔을 타깃에 충돌시켜 생성되는 중성미자(neutrino), k중간자, 뮤온 등을 활용한 연구를 수행한다.

이와 관련해 페르미 일리노이 가속기연구센터(IARC) 로버트 게파트 센터장은 “프로젝트-X와 한국의 중이온가속기 건설사업은 유사점이 많아 양 연구소가 상호 협력키로 MOU를 체결했다”며 “연구시간 단축, 비용절감 등 상호협력에 따른 많은 이점이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페르미랩의 연구현장은 연중 내내 지역 학생들과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찾아오는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연간 1만7,000여명의 학생들이 페르미랩 활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연간 2만여명이 페르미랩 연구자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는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핵물리, 천체물리, 원자력, 생물, 의학, 원자, 고체물리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다목적 연구 시설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설치를 위해 2010년 3월 개념설계에 착수했으며 총 4,604억원을 투입해 2016년 말부터 초전도 가속기 시운전에 돌입해 2018년 가속기 구축을 완료한다는 게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의 로드맵이다.

작동 메커니즘은 이렇다. 수소, 헬륨 등 실험대상 원소의 중이온을 전기장을 이용해 광속에 가깝게 빠른 속도로 가속시킨다. 그리고 가속된 중이온을 다른 표적 원자핵과 충돌시키면 희귀 방사성 동위원소가 대량으로 생성된다.

바로 이 입자들을 이용해 새로운 원소를 만들 수도, 원자핵이나 소립자를 관찰해 물질의 성질을 연구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원자보다도 작은 펨토(1,000조분의 1) 단위의 세계를 탐구하는 거대 과학장비라 할 수 있다.

성능은 빔에너지 200MeV/u, 빔출력 400㎾급으로 현재 운영 또는 건설 중인 가속기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빔의 세기가 세계에서 가장 강할 뿐만 아니라 원자번호 1번인 수소의 양성자부터 원자번호 92번 우라늄까지 주기율표 내의 모든 중이온을 가속시킬 수 있어 폭넓은 범위의 연구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세계 최초로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결합된 형태로 설계됐다. 때문에 원형가속기에서 생성된 희귀 동위원소를 선형가속기에서 재차 충돌시켜 한층 희귀한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포항, 경주, 기장 등에 구축됐거나 건설예정인 가속기들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먼저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한 후 방향을 바꿀 때 발생하는 방사광을 이용해 물질의 정적 구조를 분석하는 장치다. 생명, 재료, 화학, 물리, 기계, 반도체, 응용과학분야에서 활용된다. 미시세계를 관찰하는 초정밀 현미경인 셈이다. 다만 중이온가속기가 원자 구조를 변화시켜 새로운 물질을 창조할 수 있는 반면 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구조 변환이 불가능하다.

경주 양성자가속기의 경우 가속한 양성자를 물질에 조사해 물질을 변화시키거나 중성자를 생산하는 장비다. 의료용, 산업용 동위원소 생산과 전력반도체를 제조가 가능하다. 중이온가속기와 기본 원리는 유사하지만 에너지가 낮아 주기율표상 생성 가능한 희귀 동위원소 영역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기장의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등 중입자의 원자를 가속시켜 암세포에 쏘이는 장치다. 암치료 등 의료 목적으로 특화시켜 개발된 것으로 연구가 아닌 치료용 장비다.



원형가속기 입자를 고진공 원형궤도에서 가속하는 가속기. 이와 달리 선형가속기는 고진공 직선궤도에서 입자를 가속한다.
K중간자 (K meson) 핵자와 핵자의 충돌이나 핵자와 π중간자가 충돌하면서 생긴다. 여기서 핵자(nucleon)는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원자핵의 기본입자, 중간자(meson)는 전자보다 무겁고 양성자보다 가벼운 질량의 소립자를 뜻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