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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과 해외진출로 글로벌 패션제국 건설한다

포춘코리아 CEO 500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작은 옷가게로 시작해 연 매출 10조 원대 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박 회장은 적극적인 M&A로 저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US EXPANSION!’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중국에 이어 미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랜드그룹은 6월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LA호텔다운타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랜드 US홀딩스의 김병권 이사회 의장은 “이랜드가 중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해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랑스런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박 회장은 의류업체 콜렉티브 브랜드 인수전에 뛰어들며 교두보를 마련하려 했다. 인수전에선 프로야구단 LA다저스와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실패였다. 박 회장은 다시 올 5월 케이스위스 K-SWISS를 전격 인수하며 성공적으로 발판을 확보했다.

케이스위스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브랜드다. 세계 최초로 가죽 테니스화를 개발해 시장을 석권한바 있으며, 심플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 세계 각국에 두터운 애호가 층을 두고 있다. 박 회장은 케이스위스가 보유한 팔라디움, PLDM, OTZ 등 신발 브랜드 3개도 함께 인수했다. 이를 통해 이랜드는 미국 본토 운동화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구두에서 운동화까지 신발 라인업을 갖췄다. 이랜드는 2018년까지 K-SWISS 매출을 10억 달러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적극적인 M&A와 해외 진출. 이 두 가지가 박 회장이 이랜드를 키워온 주된 성장 동력이다.

위기를 기회로

박 회장은 ‘신화적 인물’이란 표현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은 경영인이다. 박 회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반이던 1975년 갑작스레 ‘근육무력증’이란 병을 얻었다. 근육이 점점 약해지며 최악의 경우 전신마비가 되는 병이다. 박 회장은 2년간 사투 끝에 병마를 이겨냈지만, 취업을 하기엔 입사 연령 제한에 걸렸다. 박 회장은 진로를 바꾸고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 이화여대 앞에 7㎡(2평)짜리 보세 매장 ‘잉글랜드’를 열고 사업을 시작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만큼 미적 감각이 높았던 탓인지, 박 회장이 선별해온 옷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잉글랜드가 성공하자 전국에서 분점 제의가 왔다. 박 회장은 1986년 잉글랜드를 이랜드로 바꾸며 법인으로 전환하고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가맹점을 확대했다. 패션업계에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한 첫 사례다. 이랜드 제품은 젊은 층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교복 자율화 이후 발랄한 캐주얼을 찾던 학생들 취향에 잘 맞았다. 중저가를 지향해 학부모들 마음에도 쏙 들었다.

이후 박 회장은 헌트, 언더우드, 브렌따노와 같은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법인 출범 원년이던 1986년 90개 가맹점에서 65억 원 매출을 기록한 이랜드는 7년 뒤인 1993년 2,000개 가맹점 매출 5,4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1994년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국내 최초 아울렛 매장인 ‘2001 아울렛’을 서울 영등포 당산동에 오픈하며 패션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백화점처럼 쾌적한 시설에서 재고 제품을 싸게 파는 아울렛은 중산층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994년 28억 원을 기록했던 아울렛 매출은 1995년에는 3개 매장 542억 원으로 급증했고, 1999년에는 3,000억 원에 육박하며 이랜드그룹의 주력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박 회장은 그 외에도 외식사업, 호텔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패션, 외식, 주택, 휴양, 오락으로 대표되는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때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또한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해 생산기지로 활용하며 세계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대기업이 중저가 패션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됐다. 판매가 줄어든 데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겹치며 생산 원가가 2배로 늘었다. 빚독촉에 시달리던 이랜드그룹은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박 회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8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8개로, 72개이던 사업부를 51개로 줄였다. 임직원은 3,600명에서 1,800명으로 절반 감축했다. 또 외자를 유치해 부채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중국 진출도 이 무렵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이랜드 주요 브랜드는 국내에서 대기업 브랜드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져 있었다. 박 회장은 이들 브랜드를 국내에서 다시 살리는 대신 해외진출을 선택했다.

내수에서 수출로

1994년 상하이에 생산지사를 설립하며 중국에 발을 디딘 박 회장은 1996년부터 중국 내 판매에 들어갔다. 이랜드를 시작으로 스코필드, 이랜드 키즈 등 자체 브랜드를 중국 현지에 론칭했다. 또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도 적극 인수하며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박 회장은 치밀하게 중국을 공부했다. 초창기 중국 사업에 가담했던 임직원들은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고 6개월간 중국 200여 개 도시를 훑으며 시장 조사를 했다. 박 회장은 요즘도 매년 10회 이상 중국 외곽지역을 찾는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장수하지 못한 경험을 살려, 중국에서는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최고급 백화점에만 입점시키고, 매장 인테리어에도 적극 투자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탈리아 등 섬유선진국에서 만드는 원사와 원단만 사용했다. 중국에서 스코필드 여성 정장 한 벌 값은 대졸 신입사원 한 달 월급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 현지화에도 각별한 노력을 들였다. 이랜드는 한국 직원들에게 현지인과 같은 지역에 거주토록 했다. 자녀들도 외국인학교가 아닌 인민학교에 보내도록 했다. 또 수익 중 10%를 매년 사회에 환원하며 현지 장학사업, 불우이웃 지원, 교육사업 등에 기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이랜드는 ‘중화 자선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중화 자선상은 중국 내 사회 공헌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이랜드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화, 고급화로 공략한 중국 시장은 쑥쑥 자랐다. 1997년 25억 원이던 중국 내 패션사업 연 매출은 2005년 1,388억 원, 2010년 1조1,649억 원으로 성장했고 2012년 2조 원을 넘었다. 지난해 중국 패션사업 매출은 처음으로 국내 패션사업 매출을 따라잡았다. 작년 국내 매출은 2조 원이다.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랜드 제품 브랜드는 현재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내의, 스포츠패션 등 30개에 달한다. 매장도 중국 231개 도시의 1,200곳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해 있고 직영점만 6,000개에 이른다.

패션에서 사업 다각화로

박 회장이 짧은 시간 안에 그룹을 키울 수 있던 건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저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995년 뉴설악호텔(현 설악산켄싱턴스타호텔)을 인수한 이후 2003년부터 본격적인 기업인수에 나섰다. 패션업체 데코, 유통업체 뉴코아,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 부문 등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박 회장이 인수한 기업은 20개에 이른다. 2006년에는 한국까르푸를 1조7,500억 원에 인수하며 그룹 덩치를 비약적으로 키웠다.

하지만 인수 당시 차입했던 대출금 이자를 갚는 데 허덕이다가 결국 2년 뒤 삼성테스코에 재매각했다. 이후 잠시 내실을 다졌던 박 회장은 2009년부터 다시 기업인수에 들어갔다. 2009년 한국콘도, 2010년 동아백화점, C&우방랜드, 2011년 엘칸토(200억 원) 등을 사들였다.

해외 브랜드와 기업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시켜 갔다. 1995년 영국의 글로버럴을 인수했고, 2010년에는 이탈리아 제화업체 라리오와 영국 캐시미어업체 피터스콧, 영국 스카프 업체 록캐런 오브 스코틀랜드를 매입했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가방업체 만다리나덕을 2012년에는 이탈리아 여성가방업체 코치넬리를 사들였다. 유럽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이들 기업의 영업 실적도 신통치는 않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이들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중국 내 매출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에 유럽 브랜드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며 “시장이 안착되면 본격적으로 실적이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유럽 브랜드는 유럽 경기가 회복된 이후 이랜드가 유럽을 공략하는 든든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영국 등 10개국에 진출해 1만 개 매장을 두고 있다.

박 회장은 패션 브랜드 외에도 외식과 레저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이판의 유명 골프장인 코랄 오션 포인트 리조트 클럽 Coral Ocean Point Resort Club과 중국 계림호텔을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와 고급 커피 전문점 카페루고도 중국에 론칭해 외식사업에 진출했다. 4년 안에 애슐리와 카페루고 매장을 각 200개, 1,000개 열어 300조 원 규모의 중국 외식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은 외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이랜드 측은 중국 외식시장의 잠재력이 패션보다 훨씬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계림호텔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중국 내에서 호텔 체인망 10개를 구축해 한국과 중국, 사이판을 잇는 관광벨트를 만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회장은 중국 내 외식과 레저 문화 사업을 2016년까지 3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패션사업까지 포함해 연 매출 10조 원을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랜드가 추진해온 M&A는 사업 간 시너지를 노릴 뿐 아니라 지역 간 효과도 고려하고 있다. 케이스위스를 인수한 것도 중국 시장 확대와 미국 시장 진출을 동시에 겨냥한 노림수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에서 뉴발란스와 나이키골프 브랜드의 판권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케이스위스를 더해 스포츠 브랜드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흔히 ‘모판론’으로 비유된다. 한국 내수시장이 모판이라면, 중국은 본격적인 수확을 거두는 논이다. 이 같은 경영방식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전까지 한국을 거점 삼아 중국으로 진출했다면, 이제는 중국을 거점 삼아 유럽과 미국으로 뻗어가려 하고 있다. 이것이 케이스위스 인수에 담긴 박 회장의 복안이다. 패션 사업도 이 같은 순차를 밟아가고 있다. 박 회장은 이랜드의 모든 패션 브랜드를 패스트패션 SPA으로 바꿔가고 있다. 2009년 스파오를 시작으로 미쏘, 미쏘시크릿 등 SPA 브랜드를 선보인 박 회장은 올 5월 신발 브랜드 ‘슈펜’, 6월 아웃도어브랜드 ‘루켄’ 등도 SPA로 론칭했다. 박 회장의 지시 아래 이랜드는 주얼리, 핸드백, 모자 등 다른 패션 부문에서도 새 SPA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기존 브랜드를 SPA로 전환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한국에 이어 중국, 다시 세계로 이 같은 변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5년 안에 아시아 지역에서 SPA 1위 기업이 되고, 10년 뒤엔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것. ‘세계인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랜드 SPA 브랜드를 입고 걸치게 하는 것’이 박회장의 꿈이다.

패션, 외식, 주택, 휴양, 오락으로 대표되는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는 1994년부터 짜여지기 시작했다.

초창기 중국 사업에 참여했던 임직원들은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고 6개월간 중국 200여 개 도시를 훑으며 시장 조사를 했다.

박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흔히 ‘모판론’에 비유된다. 한국 내수시장이 모판이라면, 중국은 본격적인 수확을 거두는 논이라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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