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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량 자산에 투자하라

부자로 은퇴하기<br>[INTERVIEW]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br>은퇴재무설계 전문가가 제시하는 저금리 · 저성장 시대를 헤쳐가는 방법

2저(低)1고(高) 시대다. 현재의 금융상황은 저금리와 저성장, 그리고 높은 세금으로 대변된다.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줄어드는데, 내야 할 돈은 늘어나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2저1고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인구 구조상으로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 성장단계를 봐도 마찬가지예요.” 8월 8일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만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시대적 상황부터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이머징 마켓은 수년간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며 세계 경제 성장의 한 축 역할을 해 왔으나 이제 질적 전환을 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유럽은 여전히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국은 조금 나아졌지만 부채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세계 주요국이 대부분 높은 부채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부채는 물론 가계 부채도 상당하다. 이 상황에서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 가계와 국가 재정 모두에게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이자 부담을 줄이려면 결국 금리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야 정부가 세수를 걷고 이자를 지불하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저성장도 피할 수 없다. 자본의 한계생산체감법칙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선진국이 될수록 성장률은 떨어져 결국 저성장 국면으로 수렴된다. 우리나라도 그동안의 성장폭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미 기업은 경영환경이 유리한 해외로 투자설비를 옮겨가고 있어 국내 투자 수요가 줄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면 전반적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진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생산인구는 줄고, 향후 재정이 부담해야 할 인구는 늘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가 한창 산업 현장을 누빌 때 한국 경제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가계 부채도 문제가 아니었다. 갚을 여력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 썼다. 부채는 소비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부채를 갚아야 할 시기가 왔다.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하며 소비를 지양하고 부채를 줄여가고 있다. 이들을 대신할 인구층도 빈약하다. 경제 성장동력이 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령층이 늘어나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이 많아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정부는 각종 소득공제를 줄이고, 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 하고 있다.

다섯 가지 투자전략을 마련하라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기예금으로 돈이 많이 흘러 들어갔다. 또 세금을 피해 즉시연금과 같은 비과세 상품으로 몰렸다. 그렇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매우 낮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기 예금이 5~6%대였지만 지금은 2%대로 떨어졌다. 돈을 여기에 묻어둘 수는 없다. 은퇴자산은 장기적으로 원금 증대를 극대화하고 구매력을 유지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 소장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국내에 머물던 자산을 해외로 분산해야 한다. 일본을 보자. 일본 닛케이 지수는 1996년 2만2,000선에서 2003년 8,000선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1만3,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꼭 일본처럼 된다는 법은 없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해외로 투자범위를 넓히는 건 자산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둘째, 우량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우량 자산은 외부 충격으로 잠시 가치가 떨어져도, 경기가 회복되면 가격이 금방 회복된다. 우량 자산으로는 국채나 우량 기업, 핵심 지역 부동산 등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우량 자산까지 함께 보유해 글로벌한 우량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세 번째로 유동성 프리미엄을 노려야 한다. 수익형 부동산이나 인프라 투자는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이에대한 대가로 수익률을 더 얹어준다. 장기 투자에 해당하는 은퇴자산은 유동성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인프라펀드는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한다. 글로벌 인프라 펀드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넷째, 여러 자산군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각 자산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장기 국채는 디플레이션과 금융위기에 강하지만, 인플레이션에 약하다. 주식, 대체자산, 수익형 부동산 등을 잘 맞춰 섞으면 어떤 환경 변화에도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간 프리미엄을 누리는 투자를 해야 한다. 주식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로 갈수록 변동성이 줄어든다. 물가도 자연스레 반영되며 인플레이션 위험도 헤지된다. 우량 주식은 장기 운용 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어, 은퇴자산으로 적당하다.

위의 여러 가지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는 상품 중 하나가 ‘글로벌 컨슈머 펀드’다. 중국과 같은 이머징 시장중산층이 성장하며 소비재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슈머 펀드는 그에 따른 수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아니다. 독일 BMW나 벤츠, 미국 코카콜라, 루이비통 등 다국적 브랜드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해외 주식으로 분산효과를 볼 수 있는 동시에 우량 자산으로 안정성이 담보되고 기간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네 가지 생존 전략을 준비하라

위의 다섯 가지 투자 전략은 여유자금에 대한 운용 방법이다.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현금 흐름 즉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비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캐시 플로우를 만들 때는 기대수익을 낮추고 중수익중위험군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월지급식 연금이나 인컴펀드, 리츠, 월지급형 ELS, 변액연금, 즉시연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외 자산도 일정 정도 섞는 것이 좋다. 절세에도 유의해야 한다. 금리가 낮아 이자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절세가 결국 돈 버는 방법이다. “베이비부머는 세금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김 소장의 주장이다.

“개인적 견해지만, 정부가 결국 돈 많은 노인에게 세금을 물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젊은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근로의욕이 떨어지죠. 하지만 퇴직자는 근로의욕과 무관합니다. 세수를 늘리려면 결국 돈 많은 노인에게 손 벌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세제적격상품인 연금저축은 반드시 들어두는 게 좋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제비적격 연금상품 중엔 변액연금이 대표적이다. 변액연금은 세제 혜택이 크다. 변액연금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자본차익, 배당소득, 연금소득 모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반 연금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중과세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변액연금은 비과세 대상이다. 투자기간 동안에도 매년 세금을 떼지 않아 복리효과를 볼 수 있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한도가 있지만 변액연금은 비과세 한도가 없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즉시 연금은 개인당 2억 원씩 부부합산 4억 원까지 이자소득세가 없다. 단 변액연금은 선취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돈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자산효과는 반감된다. 그러므로 자기가 가진 자산 중 생존에 필요한 자산, 즉 생활비는 인플레이션에 연동시켜두는 게 좋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 헤지에 가장 완벽한 상품이 물가연동국채고 그 다음이 부동산과 주식이다.

물가연동국채는 기본 금리는 매우 낮지만, 소비자 물가지수가 오른 만큼 금리도 얹어 준다. 세금은 쿠폰에 대해 매긴다. 쿠폰이 1%, 물가상승이 2%라면, 2% 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안 내도 된다. 그 때문에 부자들이 많이 사들였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로, 투자하기엔 좋지 않다. 그 외 부동산과 주식자산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주택보다는 오피스가 유망하다. 월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 유망지역이라면 주택에 직접 투자해도 좋다. 인구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대형 아파트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부채도 상당해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4050 중산층 세대 기준, 17%가구가 80%부채를 갖고 있다. 2대8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소수 가구에 매우 집중돼 있다. 서둘러 부채와 자산을 상계해 조정하든지, 소비를 줄여 부채를 갚아야 한다. 주택 자산밖에 없다면,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이 좋다. 다른 상품에 비해 조건이 좋은 편이다.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아직 미련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볼 문제다. 수명이 늘어 약 95세쯤 사망한다면, 이미 자녀도 60세다. 집을 물려줘봐야 별 소용이 없다.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주택연금으로 캐시 플로우를 만들어야 한다. 주택연금은 수명 리스크도 헤지해 준다. 혹시 예상수명보다 오래 살더라도, 그래서 집가격에 해당하는 연금을 모두 받은 이후라도 연금은 계속 동일한 액수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일찍 죽더라도 잔액은 상속인에게 넘겨진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김 소장은 말한다. “실물 수요공급을 보면, 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럴 땐 돈 푼다고 인플레이션이 바로 오지 않아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하고, 부채가 많아서 인플레 크게 우려할 바 아니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이 강조하는 건 일의 가치다. “금리가 줄면, 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 한 퇴직자가 5억 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매달 120만 원을 받고 있었다. 그가 한 기업에서 의뢰를 받아 강의를 했더니, 강의료로 100만 원을 받았다. 한 번 강의의 가치가 5억 원 자산가치와 맞먹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는 저금리로 갈수록 더해진다. 예컨대 금리가 2%일 때 연간 1,000만 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은행에 5억 원을 예치해야 했지만, 금리가 1% 줄면 예치금이 10억 원은 되야 한다. 고금리일 때, 즉 금리가 10%에서 9%대로 떨어질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저금리로 갈수록 일정한 캐시 플로우를 얻기 위해 갖고 있어야 할 금융자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에 비해 한달에 100만 원을 벌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면, 금융자산 10억 원을 가진 것과 비슷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가급적 오래 일해야 한다”고 김 소장은 강조한다.

“50대 퇴직 후 금융자산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어요. 체면을 생각해서 급료가 낮거나 사회적 인식이 낮은 일은 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일의 가치를 생각하면, 가급적 오래 일하는 게 좋아요.” 일은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도 있다. 그만큼 받는 금액도 늘어나고 복리효과도 볼 수 있다. 수명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한 만큼 금융자산을 사용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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