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중국 금융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에 유학 중인 한국인(코리나, Korea+China)들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중국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데 중국 내 소프트파워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생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지만 중국 내 일자리가 크게 부족해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의 니즈를 파악한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가 현지에서 중국 진출 금융사와 코리나 간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영기 circus-studio.net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 수는 24만 명 정도다. 이 중 중국 유학생은 6만 3,000명 정도로 미국(약 7만 3,000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2003년 약 1만 8,000 명에 비하면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유학생 수는 25% 정도 늘어났다. 중국 비즈니스가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 유학생이 중국 내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취업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나 한국 기업들은 모두 자사 직원을 파견하거나 대부분 중국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구사하고 중국 문화와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유학생이 적은 탓도 있다.
국내 금융사들 중 중국에 진출한 곳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으로 아직은 한국 기업과 교민을 상대로 한 지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중국 금융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래서 금감원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과 코리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자원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3월 23~24일 상하이에서 국내 금융사와 공동으로 금융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 참가 금융사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금융그룹, KDB산업은행, 대구은행,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7개사였다. 작년 11월 베이징 금융 채용 박람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행사를 준비한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서울과 부산을 우리나라 금융허브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해외 금융사들의 국내 진출과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돕고 소프트웨어 인적 양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상하이 금융 채용 박람회 성과를 묻는 질문에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중심지지원센터 김정태 팀장은 “당장 데이터만으로 이야기하기엔 아직 초기 단계이다. 다만 중국 시장 확대에 따른 전문 인력 찾기에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채용의 장을 마련한 것에 대해 현지 유학생들의 기대감이 대단했다”고 박람회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금융 채용박람회는 뉴욕 금융 채용 박람회를 모델로 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서 열리는 박람회엔 미국에 거주하는 금융, 경제 관련 전공자나 MBA 인력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유학 중인 학생들도 참가한다. 김 팀장은 그중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온 한국 유학생들을 눈여겨봤다. 그는 “중국 유학생들의 국내 금융사에 대한 관심이 중국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노리는 국내 금융사들의 니즈와 부합되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각 사에서 따로 채용 투어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채용 박람회는 금융사들 입장에서 비용뿐 아니라 신뢰도, 인력 구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점이 많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할 수 있고 한곳에서 여러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이야기할 수 있어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에서 금융 채용 박람회가 정례화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가 별도의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중심지지원센터는 추가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센터 내 각종 예산을 아껴 박람회를 진행했다. 따라서 중국 유학생들과 중국 금융 비즈니스를 위해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금융사들을 위한 계속적인 채용 박람회 진행을 위해선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